고경영은 소담에 의해 강제로 연구소를 나가게 되었다. 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고경영은 고다정이 이렇게 끈질긴 줄은 몰랐다. 하지만 고다정의 마지막 말을 떠올리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당시 강수지의 죽음에 대해 그는 속으로 이미 누가 그랬는지 추측했지만 손에 쥔 혜택들 때문에 더 조사하지 않았던 것이었다.'안돼, 강수지의 죽음이 어떻게 된 일인지 분명히 조사하게 해야겠어. 고다정이 조사하게 되면 내가 수동적으로 될 거야.'그는 자신의 측근인 신주혁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었다."7년 전 강수지가 죽기 전에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봐.”"강수지?”신주혁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가 의문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강수지가 누군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던 고경영이 말했다."내 전처인데, 이 일은 뒷조사만 하면 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이 말을 들은 신주혁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고경영도 회사에 갔다.하지만 그의 측근은 이미 심여진에게 매수당했다.고씨 가문의 별장에서 심여진은 신주혁의 보고를 받고 당황했다.그는 급히 신주혁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왜 멀쩡하던 고경영이 강수지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한 거야?”"죄송합니다만, 회장님께서 오전에 혼자 나가셨기 때문에 회장님께서 왜 갑자기 전 부인의 죽음을 조사하려고 하시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심복이 사실대로 보고했다.그러자 심여진은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모르면 조사하러 가야지! 이 정도의 일을 내가 너에게 일깨워 줘야 하니? 나는 정말 너의 업무 능력이 괜찮은지 의심스러워!”욕설을 내뱉은 뒤 그녀는 계속해서 말했다."지금 가서 조사해 봐. 고경영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겠어. 30분 이내로 조사해.”신주혁은 전화를 끊고 조사하러 갔다.같은 시각 고다정도 고경영의 표정이 갑자기 변한 일을 궁리하고 있었다.그녀는 고경영이 뭔가를 알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지만, 무슨 이유에서 자신에게
30분 후, 신주혁의 보고를 들은 심여진은 깜짝 놀랐다."고경영이 고다정을 찾아간 후에 강수지의 죽음을 조사할 생각을 한 것이 확실해?""확실합니다."신주혁이 긍정적으로 대답하자 심여진은 그 말을 듣고 가슴을 졸였다.그녀는 황급히 전화를 끊은 뒤 고다빈에게 연락했다."어떡하지, 고다정 그 천한 년이 강수지의 죽음을 의심하기 시작했는데 네 아버지도 같이 이 일을 조사하고 있어.""무슨 일이야? 고다정이 왜 갑자기 강수지의 죽음을 의심해요?"고다빈도 전화기 너머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당시 강수지의 죽음은 그녀와 매우 큰 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만약 고다정이 뭔가를 알아내기라도 한다면, 그녀는 완전히 끝장이 날 것이었다.'안돼, 절대 고다정이 알아채게 해서는 안 돼.'"그 당시 진실을 아는 사람은 두 명이에요. 한 명은 강수지의 하인인데 몇 년 전에 이미 죽었고 나머지 한 명은 강수지를 구한 주치의였던 것으로 기억해요."고다빈이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맞아. 진실을 아는 사람은 의사밖에 없어. 하지만 그는 몇 년 전에 외국으로 가서 지금은 소식이 없어.""소식이 없으면 찾아야죠."고다빈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심여진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말했다."이 세상에는 죽은 사람만이 비밀이 새지 않아요. 알겠어요?"왠지 모르게 서늘한 목소리에 심여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또 사람을 죽이다가 들키면 어떡해?"심여진은 고다빈만큼 박력이 있지 않았다. 그녀도 어머니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 표정이 굳어지며 말했다."그 의사가 죽지 않으면 우리 둘은 반드시 고다정에 의해 그녀의 어머니를 죽인 범인으로 밝혀질 것이고 그 의사가 죽으면, 우리는 절반의 기회를 가진 거예요. 고다정이 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도록 빌어야죠. 7년이나 지났으니 많은 흔적이 시간에 의해 사라졌을 거예요."이 말을 듣고 심여진이 설득당했다. 확실히 그 의사가 죽지 않으면 그녀와 딸은 모두 죽을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죽으면,
임은미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뜻밖에도 매우 기뻐했다.“민재 아저씨와 은자 아줌마가 돌아왔다고? 언제 적 일이야?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빨리 뵙고 싶다.”당시 고다정에게 사고가 났을 때 임은미를 제외하고도 그녀의 부모님인 담은자와 노민재의 도움을 많이 받았었다.특히 아이를 낳을 때, 담은자 아줌마의 살뜰한 보살핌이 없었다면 아마 그녀는 산후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병을 달고 살았을 것이다.하여 고다정은 두 사람에게 더욱 각별한 존경심과 애정을 느꼈다.하지만 두 사람 모두 업무상의 이유로 줄곧 해외에서 지냈기에 고다정은 그들에게 보답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그러나 임은미는 이러한 고다정의 마음을 알 리가 없었다.고다정의 말을 들은 임은미가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아가씨, 저 좀 살려주시죠. 네가 우리 집에 오면 난 앞으로 집에 더 못 들어간단 말이야.”“그렇게 심각하다고?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고다정은 호기심이 가득한 어투로 물으며 한편으로는 임은미의 작은 두 손을 꼭 잡고 거실의 소파로 데려가 앉았다.그러자 임은미도 여전히 입술을 삐죽이며 얌전히 따라와 소파 위에 앉았다.“난 아무것도 한 거 없어. 그냥 너도 이제 결혼하는데 난 아직도 솔로니까 또 마음이 급해져서 나더러 소개팅이라도 해보라고 닦달하셨지. 그거 알아? 요 며칠 동안 내가 본 남자만 거의 100명은 될걸? 우리 엄마 진짜 소개팅에 제대로 미치신 것 같아.”말이 거의 끝나갈 무렵 임은미가 참지 못하고 다시 한번 투덜거렸다.고다정도 그의 말에 아연실색하고 말았다.그녀도 자신의 베프에게 이런 비참한 시련이 닥칠 줄은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겠지만 동정심은커녕 오히려 웃음이 절로 나오는 기분이다.임은미 역시 고다정의 얼굴에 띈 미소를 바라보며 단번에 자신을 비웃고 있음을 깨닫자 순식간에 화가 치밀어올랐다.“잘한다. 감히 날 비웃어? 내 우주 최강 간지러움 손맛을 맛보거라!”말을 이어가며 임은미가 고다정에게 덮쳤다.무방비 상태로 임은미의 공격을
“이렇게 보니 내 베프는 평생 혼자 살다가 가겠네요.”고다정이 여준재의 품에 안긴 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여준재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여 그녀를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화면 속에 있는 임은미를 바라보며 눈썹을 치켜들었다.“마음속에 이미 품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죠.”그 말을 듣자 고다정은 그대로 넋을 잃고 말았다.이건 그녀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가능성이었다.“한번 제대로 날 잡고 얘기를 나눠봐야겠어요. 나만 인생 대사를 해결하고 은미는 짝사랑의 고통을 맛보게 놓아둘 수는 없어요.”말을 마친 고다정이 손을 비비며 입맛을 다셨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당장 뛰쳐나가 임은미를 붙잡고 제대로 캐묻고 싶은 심정이었다.여준재는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자신의 품 안에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하는 귀여운 여인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계속하여 소개팅 현장을 조금 살피고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월요일이 되었다.고다정은 이른 아침부터 연구소로 향했다.직원들은 그녀를 보고는 모두 열정적으로 인사를 건넸다.“고 원장님, 좋은 아침입니다.”“네. 모두 좋은 아침이에요.”인사말에 대답하고 나서 고다정은 주말에 있었던 소개팅을 다시 떠올리고는 직원들을 둘러보며 싱긋 웃으며 물었다.“저번 주에 소개팅하고 솔로 탈출한 사람 있어요?”그러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얼굴을 붉혔다.고다정은 굳이 대답을 듣지 않고도 직원들의 분위기만 보고 바로 그들의 답안을 눈치챘다.“오. 좋은 소식이 꽤 있나 본데요. 안정적으로 다음 단계에 진입하면 저한테 청첩장 보내는 것도 잊지 말아요.”“절대 안 까먹죠.”그중 대담한 직원 한 명이 즉시 대답했다.그들이 시끌벅적하게 담소를 나눌 때, 채성휘도 연구소에 도착했다.그러나 다른 직원들의 얼굴에 활짝 핀 웃음꽃과는 달리 채성휘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고다정과 다른 직원들도 그의 어두운 안색을 눈치챘고 저마다 가까이 다가가 상황을 물었다.“채 선생님,
김창석은 두 사람이 떠나는 것을 배웅한 뒤 다급히 사무실로 돌아와 성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큰일 났습니다, 선생님. 아가씨께서 경찰에게 잡혀갔습니다.”“뭐? 무슨 일이야?”고다정의 스승인 성시원의 심각한 목소리가 전화 건너편에서 전해져 왔다.김창석도 숨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자초지종을 사실대로 전부 털어놓았다.“병원 측에 아가씨께서 개발하신 현양4호를 복용하고 쇼크로 인해 숨진 환자가 있다고 가족이 책임을 묻겠다고 신고를 했습니다.”김창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성시원이 부정했다.“그럴 리가 없어. 현양4호는 내가 이미 심사를 거친 약이야. 상극 약제를 잘못 먹은 게 아니면 절대 쇼크로 인해 죽을 수는 없어... 잠깐만, 뭔가 이상해. 창석아, 지금 당장 그 병원, 그리고 가족도 전부 조사해봐. 좋기는 해부해서 사망원인 알아보고.”“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사람을 불러 조사하겠습니다.”김창석이 바로 명을 받들었다.그가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전화 건너편에서 성시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난 아직 돌아갈 수 없어. 다정이의 일은 너한테 전적으로 부탁할게.”같은 시각, 소담으로부터 소식을 접한 여준재도 고다정이 경찰서에 잡혀간 것을 알게 되었다.그때 그는 마침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절반 정도 연 회의를 신경 쓸 새도 없이 바로 구남준에게 차를 준비하도록 분부하고 경찰서를 향해 바람을 가로지르며 달렸다.경찰서 안, 고다정은 경찰의 심문을 받고 있었다.다행히도 그녀의 자격증과 증명서류가 충분하였기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여준재가 경찰서에 막 도착했을 때 고다정은 심문을 마치고 심문실에서 나오고 있었다.“괜찮아요?”여준재가 성큼성큼 걸어가 고다정의 손을 꼭 붙잡고 위아래를 훑었다.고다정은 잠깐 멈칫하고는 눈앞의 사람이 여준재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무의식 간에 물었다.“여기에는 어떻게 왔어요?”“소담이 보고해줬어요. 당신이 경찰서에 갔다고.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내가 어떻게 안 와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여준재가 관심 어
기자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안색이 흐려지고 말문이 막혔다.사람이 죽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 말이다.그러나 고다정은 자신의 주장을 고수했다.“현양4호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복용한다면 절대 문제없습니다. 믿기지 않는다면 저와 함께 부검 결과를 기다리시죠.”고다정은 말을 마친 뒤 더는 기자들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그들 앞에서 말을 많이 해봤자 괜히 트집만 잡힐 테니 말이다.채성휘는 상황을 살피다가 고다정처럼 침묵을 지켰다.다행히 잠시 뒤 구남준이 경호원들을 데리고 왔다.그들은 몸으로 기자들과 고다정 일행을 떼어 놓았다.차에 오르자 여준재는 비참한 모습의 고다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어디로 갈 생각이에요?”“연구소로 가요.”고다정은 단호한 눈빛을 한 채 입을 열었다.그녀는 그들이 개발한 현양4호에는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앞으로 입장을 밝힐 때 유용하게 쓰일 데이터를 준비해야 했다.여준재는 그녀의 마음을 읽고는 구남준에게 눈치를 줬다.구남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차에 시동을 걸어 연구소로 향할 생각이었다.그런데 이때 채성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고다정 씨는 연구소로 가서 약 데이터를 준비할 생각이라면 전 병원으로 가서 환자분 가족들을 만나볼게요. 어쩌면 사망자의 몸에서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비록 그는 법의관이 아니지만 법의관도 일반 의사들과 유사한 점이 있었다.채성휘가 제대로 된 의사는 아니더라도 상식은 잘 알고 있었다.고다정과 여준재는 반대하지 않았다.나눠서 움직이면 더 빨리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다정은 사망자의 가족들을 떠올리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당부했다.“병원에 가게 되면 꼭 조심해야 해요. 사망자의 가족이 뭐라고 하든 간에 최대한 그들과 충돌하지 않도록 해요.”“걱정하지 말아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까.”채성휘는 고다정이 걱정하는 바를 이해했기에 무모하게 굴지 않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차는 곧 병원 앞에 멈췄다.채성휘는 고다정과 작별한 뒤 곧장 차에서
고다정은 누리꾼들이 무리를 지어 연구소를 부수겠다고 찾아올 줄은 몰랐다.그녀는 실험실에서 현양4호 데이터를 다시 얻고 있었다. 그녀는 최신 데이터로 그들의 약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해 보일 셈이었다.고다정은 그사이 이따금 친구들에게서 안부 전화를 받았는데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다는 걸 알게 되었다.사람들이 걱정해 주자 고다정은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그들에게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 줬다.그러면서 마지막에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전화를 끊은 뒤 고다정은 계속 실험했다.이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고 김창석이 초조한 얼굴로 실험실 밖에 서 있는 게 보였다.고다정은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황급히 실험을 중단하고 밖으로 나갔다.“아저씨, 무슨 일이세요?”“아가씨, 큰일이에요. 밖에 사람들이 몰려와서 다짜고짜 연구소에서 깽판을 쳤어요. 1층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2층 통로는 제가 막아두긴 했는데 그들이 쓰는 도구를 보니까 오래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요.”김창석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고다정은 놀랍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미쳤대요?”그녀가 말을 이어가기도 전에 소담이 허둥대며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소담은 원래 김창석을 도와 폭도들이 연구소를 때려 부수는 걸 막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실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폭도들 수가 워낙 많다 보니 그녀가 김창석을 도와 폭도들이 2층으로 올라오는 걸 막았지만 폭도들은 결국 2층까지 뚫고 올라왔다.소담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연구소 사람들에게 계속해 위층을 지키라고 했다.그러고는 고다정이 걱정되어 황급히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왔다.“2층은 이미 뚫렸어요. 3층 잠금장치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대표님이 오시기 전까지는 다른 곳에 가지 말고 실험실에만 계세요.”소담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다정에게 당부했다.실험실은 연구소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었기에 방어 시스템이 매우 완벽했다. 폭탄으로 공격하지 않는 한, 비밀번호 없이는 누구도 들어갈
바로 도착한다고 했지만 여준재는 가는 데 거의 10분이 걸렸다.YS그룹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몇 km밖에 되지 않지만, 아침에 고다정을 데려다주고 돌아와서 YS 산하 계열사를 둘러본 탓이다.더욱이 그는 불과 2~3시간 사이에 이렇게 악질적인 사건이 발생하리라 생각지도 못했다.무장한 특수경찰도 여준재와 함께 도착했다.폭도들이 공구를 들고 있어 일반 경찰이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그들의 출현은 위층에 있는 폭도들을 놀라게 했다.“큰일났어요. 경찰이 왔어요. 빨리 철수합시다.”이 소리에 조금 전까지 기고만장하던 사람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일부 담이 작은 사람들은 냉정을 되찾은 후 방금 한 일을 돌이켜보고 후회가 막심했다.분명 초심연구소의 해명을 들으러 온 것뿐인데, 어쩌다 연구소를 때려 부수는 방향으로 번졌을까?사람들이 순순히 나가서 경찰을 따라가려고 할 때 그들의 귓가에 마음을 현혹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한 사람씩 나가지 마세요. 우리가 한 사람씩 나가면 무조건 경찰에게 잡혀갈 거예요. 그들은 우리를 가두고 배상하라 할 것이고, 그 돈은 속이 검은 초심연구소에 들어가겠죠. 우리가 피땀 흘려 번 돈을 이런 사람에게 줄 수 없어요.”“맞아요. 초심연구소같이 사람을 죽인 쓰레기 연구소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에게 배상을 요구해요?”“다수인이 저지른 범행은 처벌하지 않는다고 했어요. 우리 다 같이 뛰쳐나가요. 우리가 빨리 뛰기만 하면 경찰은 우리를 잡지 못할 거예요.”이 말을 듣고 겁먹었던 사람들이 또다시 선동당해 흥분하며 소리 질렀다.“좋아요. 우리 같이 뛰쳐나가요.”선동당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중에서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자 몇 명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이들을 데리고 아래층을 향해 돌진했다.아래층에서 무장경찰이 폭도들에게 무기를 내려놓고 자수하라고 소리칠 준비를 했지만, 그들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연구소에서 한 무리가 새까맣게 뛰쳐나왔다.그들이 나타나자 무장경찰과 여준재 측 사람들은 이내 그들의 속셈을 알아챘다.이들은 ‘다수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