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준재의 말을 들은 고다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회상했다정말 여준재가 말한 것처럼 병원에서 사고가 난 후 정신없을 정도로 사건이 줄줄이 터졌다.“그러니까 이번 일은 사고가 아니라 누군가가 뒤에서 저를 공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고다정의 의심에 찬 눈빛에 마주한 여준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건 단지 제 추측일 뿐이에요. 최근에 누군가에게 미움을 샀다거나 연구소에 누가 찾아와서 협력을 제안했는데 당신이 거절했다거나 그런 일이 없는지 생각해 봐요.”최근 고다정의 연구소는 저렴하고도 약효가 좋은 약품을 10종 개발해 국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었다.연구소 배후에 YS그룹이 없었다면 연구소를 넘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이는 여준재가 방금 그렇게 말한 원인이기도 하다. 어쨌든 상업계에는 비열한 인간도 많으니까.고다정은 여준재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없어요. 그간 병원에서 약품 구매와 관련해 협상하러 온 것 외에 다른 협력 제안은 없었어요. 그리고 병원과의 협상도 거절한 적인 한 번도 없어요.”“그럼 이상한데.”여준재는 이 일이 미스터리하다고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두 사람이 깊은 사색에 잠겨 있을 때 차가 경찰서에 도착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또 기자들에게 둘러싸일 줄이야.“고다정 씨, 정의로운 누리꾼들이 연구소를 때려 부쉈다고 들었는데,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가요? 누리꾼들의 책임을 물으실 건가요?”“개인적인 관점인데, 누리꾼들의 행동이 좀 과격하긴 했지만 그들은 피해자를 위해 정의를 구현하려 했다고 생각해요.”“누리꾼들이 연구소에 가서 항의하고 때려 부순 것으로 볼 때, 이 사건은 이미 대중의 분노를 산 것 같은데 고다정 씨는 어떻게 대중의 분노를 가라앉힐 건가요?”이 질문들은 정말 까다롭고 심지어 악의적이라 할 수 있었다.거의 모든 질문이 연구소를 범죄자 위치에 세웠다.고다정과 여준재는 바보가 아닌 만큼 이 말들에 숨은 함정을 모를 리 없었다.여준재는 위협적으로 눈을 찌푸리더니
폭도들은 고다정이 감히 자기들을 욕하니 화가 날 대로 났다.순식간에 별의별 듣기 거북한 욕들이 쏟아졌다.그 말들을 들은 여준재는 온몸에서 당장 살인이라도 할 것 같은 살기를 뿜어냈다.고다정도 그의 변화를 눈치채고 자기를 위해 그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의 손등을 토닥이며 그를 달랬다.“이런 사람들 때문에 화낼 필요 없어요. 이 사람들은 그들이 응당 받아야 할 벌을 받을 거에요.”여준재는 그녀가 주변의 소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을 보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그는 고다정이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옆에 있는 구남준에게 눈짓했다.평소에 그는 고다정에게 차마 심한 말도 못 하는데, 이들이 그녀에게 욕설을 퍼부어 모욕하는 것을 어떻게 용납하겠는가.구남준이 여준재의 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두 시간 정도 지난 후, 고다정과 여준재는 경찰서에서 나왔다.두 사람은 경호원의 호위를 받으며 차를 타고 떠났다.원래 경찰서에 남아 직접적인 기삿거리를 확보하려던 기자들은 아무런 쓸만한 소식도 확보하지 못하자 달갑지 않아서 계속 경찰서 앞에 죽치고 있었다. 안에서 경찰이나 다른 사람이 나오면 사건에 대해 취재하려고 했다.고다정은 이런 사실을 모른 채 여준재와 함께 연구소로 향했다.연구소에 도착해보니 청소는 거의 끝났고, 파손된 물건들을 전부 들어내니 공간이 엄청나게 커 보였다.김창석은 고다정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위층에서 내려왔다.“아가씨, 괜찮아요?”“전 괜찮아요. 이쪽 정리는 어떻게 됐어요?”고다정이 상황을 묻자 김창석이 사실대로 말했다.“정리는 거의 다 끝났어요. 꼭대기 층 실험실을 제외하고, 다른 층은 다시 리모델링해야 해요. 괘씸한 놈들이 벽에다 페인트까지 뿌렸어요.”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녀가 이 연구소를 세우기 위해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파괴됐다.하지만 그 사람들이 곧 벌을 받고 배상도 할 것을 생각하니 화가 좀 풀렸다.“괜찮아요. 그 사람들은 결국 응당 받아야 할
그러고 나서 고다정은 여준재를 보며 말했다.“당신이 저를 감싸려고 그러는 걸 알지만 지금 이 시점에 이렇게 대처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요. YS그룹까지 이 일에 휘말릴 뿐이에요.”“당신은 내 약혼녀고 내 아이들의 엄마예요. 회사가 말려들까 봐 당신을 보호하지 않고 당신 편에 서지 않는다면 저는 당신 남편이 될 자격도 없어요.”여준재가 고다정의 손을 잡고 낮지만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고다정은 여준재가 자기편을 들어주어 감동했던 참에 이런 말을 듣고 마음이 더욱 포근해졌다.그녀가 뭔가 말하려고 할 때, 재차 남자의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그리고 이제는 내가 이 일에 관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에요. 배후에서 일을 꾸민 사람이 나도 계획에 포함시켰어요.”“그게 무슨?”고다정이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여준재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추측했다.“그들은 당신을 공격하고 싶은데, 내가 있어서 계획이 실패할 수 있으니 나까지 끌어들여 우리가 서로를 돌볼 틈이 없게 하려는 것이겠죠.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그들이 바라지 않는 일을 해야 해요. 알았죠?”“대충 알 거 같아요. 당신 말대로 하죠.”고다정은 긴가민가하며 여준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은 좋지 않았다.결국 그녀가 여준재에게 폐를 끼친 것이었다.그리고 그녀는 자기가 도대체 누구의 미움을 사서 이런 모함을 당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그날 저녁 무렵, YS그룹은 여준재의 지시에 따라 공지를 발표했다.공지가 나오자마자 인터넷 여론은 발칵 뒤집혔고, 많은 사람이 여준재의 인품에 탄복했다.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아직 모든 것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자기 약혼녀를 지지했기 때문이었다.물론 탄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악의적으로 여준재의 뜻을 왜곡하고 인터넷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도 있었다.“역시 자본가라서 당당한 거 봐. 증거가 없더라도 사람이 죽은 건 사실이잖아.”“재벌들에게 법은 아무것도 아닌 건가?”“YS그룹은 진짜 눈에 뵈는 게 없군
진시목은 잠시 멍해졌다가 무심코 한마디 던졌다.“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네. 무슨 좋은 일이 있어?”고다빈은 이 소리를 듣고서야 진시목이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더니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인터넷에서 고다정과 여준재에게 문제가 생긴 것을 보고 속시원해서요. 참, 알고 있었어요?”진시목은 깨고소해 하는 여인의 모습을 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 일을 당신이 꾸민 건 아니지?”“그럴 리가요.”고다빈은 즉시 부인하고 또 자신을 위해 변명했다.“내가 지금 그런 능력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내가 뭘 하는지, 어디 가는지, 누구와 연락하는지 다 당신한테 보고하잖아요. 집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모두 당신을 도와서 나를 감시하는데, 내가 한 짓이라면 당신이 모를 수 있겠어요?”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고다빈은 자기의 삶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그녀는 진씨 집안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았고 곳곳은 그녀를 감시하는 사람들이었다.그런데도 그녀는 진시목이 이혼으로 협박할까 봐 감히 화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이혼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진시목에게 빼앗긴 주식을 되찾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이혼해도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자기의 아버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 회사가 위기에 빠진 지금, 그녀가 진시목과 이혼한다면 틀림없이 집안 이익을 위해 그녀를 재혼시킬 것이다.그녀와 결혼할 사람은 가정 형편이 좋은 것 외에 다른 건 볼품없을 것이다.고다빈은 생각할수록 원망스러웠다.그녀는 진시목이 기왕 사기 결혼을 선택했으면 왜 끝까지 속이지 않았는지 원망했다.물론 그녀는 고다정이 더 원망스러웠다.그년이 아니었으면 명예도, 돈도 없는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을 것이다.진시목은 고다빈의 속마음을 몰랐다.그는 고다빈의 말을 듣고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느껴 잠시 의심을 멈추고 경고했다.“고다정의 일에 당신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집안에 말썽을 일으키면 어떻게 되는지 당신도 잘 알지
또한 여준재는 도대체 어떤 사람 혹은 세력이 YS그룹을 공공연히 배신하도록 공급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하지만 지금은 이 문제를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결단을 내렸다.“공급사 쪽은, 그들이 계약을 위반하고 협력을 중단한 것이니 법무팀을 보내 배상 문제를 논의하도록 해. 납품 문제는, 네가 내일 고객사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도록 해. 현존 물량을 받아들이면 YS그룹이 신세 한번 지는 걸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계약금을 전액 돌려주되 납품은 하지 않는 걸로 정리해.”“네.”구남준이 대답한 후 전화를 끊으려 하자 여준재가 그를 불러 세우고 물었다.“연구소 쪽 조사는 어떻게 됐어? 뭔가 알아낸 게 있어?”“아직 쓸만한 정보는 없어요. 하지만 인원을 늘려 추적하고 있습니다.”구남준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러자 여준재는 알았다고 대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고다정은 그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자 걱정스레 물었다.“무슨 일이 있어요?”“별일 아니에요. 내가 해결할 수 있어요.”여준재는 고다정이 걱정할까 봐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그래도 고다정은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했다.그녀는 더 캐묻지 않았지만 마음이 무거워져 입술을 깨물었다.여준재는 배후 인물이 누군지 생각하느라고, 고다정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하며 빌라에 돌아왔다.거실에 들어서니 거실의 불이 여전히 켜져 있었고, 소파에 강말숙과 여준재 부모님이 앉아 계셨다.“외할머니, 이렇게 늦었는데 왜 쉬지 않으세요?”고다정은 걱정스레 외할머니에게 말을 건넨 후, 여준재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여 회장님, 심 여사님, 두 분은 언제 오셨어요?”두 분이 대답하기 전에 강말숙이 말했다.“너한테 일이 생긴 후, 두 분이 걱정돼서 찾아오셨어. 기자들이 학교에 가서 애들을 괴롭힐까 봐 준이, 윤이도 데려오시고.”이 말을 들은 고다정이 감동하며 두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오늘 연달아 일이
여기까지 생각한 고다정은 이따 방에 올라가면 채성휘한테 연락해 병원 쪽 상황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몇 마디 더 얘기를 나눈 후, 고다정은 외할머니와 여준재 부모님에게 쉬라고 재촉했다.시간이 늦었고 어르신들이 연세도 많아서 잘 쉬지 못하면 몸에 문제가 생기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방에 돌아온 후, 고다정은 전화해야 하니 먼저 씻으라고 여준재한테 말하고는 휴대전화를 들고 창가로 갔다.이를 본 여준재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돌아서서 욕실에 들어갔다.다만 고다정이 채성휘에게 전화했지만 줄곧 받는 사람이 없었다.몇 번 연속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받지 않아서 그녀는 덜컥 불안해졌다.채성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고다정은 생각할수록 그런 것 같았다.‘안 되겠어. 병원에 가서 무슨 상황인지 봐야겠어.’생각과 동시에 그녀는 옷걸이에서 방금 걸어둔 코트와 핸드백을 들고 출발 준비를 했다.욕실 앞을 지날 때 그녀는 멈춰서서 안에 대고 말했다.“준재 씨, 채 선생 쪽에 일이 생긴 것 같아요. 걱정돼서 병원에 가봐야겠어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녀는 떠나려고 했다.그 순간 여준재가 하반신에 목욕 수건을 두른 채 황급히 걸어 나와 그녀를 붙잡았다.“잠시만 기다려요. 이렇게 늦게 당신 혼자 병원에 가면 나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니 같이 가요.”이 말을 남기고 여준재는 바로 깨끗한 옷을 찾으러 갔다.그가 옷을 갈아입을 때 침대 협탁 위에 놓인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여준재는 서둘러 옷을 입느라 고다정에게 말했다.“내 전화를 받아봐요.”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가가 보니 구남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그녀가 휴대전화를 귓가에 대고 미처 입을 열기 전에 전화기에서 구남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병원 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망자 가족이 몰래 시신을 빼돌려 화장하려 하는 걸 다행히 우리 쪽 사람들이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뭐래도 화장해야 한다며 억지부리고 합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시신을 화장한다고? 가족들이 문제 있네
여준재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속도를 냈다. 20분도 안 돼서 두 사람은 병원에 도착했다.구남준이 이미 병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려서 걸어오는 것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한 후 두 사람을 병원의 영안실로 안내했다.지금 사망자 가족을 영안실 복도에서 못 가게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그들이 거의 도착했을 때 안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우리를 풀어줘.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잡아둬?”“계속 우리를 잡고 있다가 좋은 시산을 놓치면 당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고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걸 몰라? 비켜, 비키라고!”한 중년 남자가 화가 치밀어 올라 경호원들의 구속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었다.아쉽게도 이 중년 남자는 겉만 세보이는 건지,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온 힘을 다했지만 경호원을 한 발짝도 밀어내지 못했다.이때 그 옆에 있던 중년 남자의 아들이 대문으로 들어오는 여준재 일행을 발견하고 그에게 귀띔했다.“아버지, 누가 왔어요. 그 연구소 여자예요.”아들은 고다정을 한눈에 알아봤다.이 말을 들은 중년 남자는 무심코 대문 쪽을 바라보았고, 정말 고다정이 보이자 양심에 찔린 듯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내 조카를 죽인 것도 모자라 우리를 여기에 잡아둬? 우리를 죽여서 입을 막으려는 거야?”눈을 부릅뜨고 고다정을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불이라도 뿜을 것 같았다.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요,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 당신이 사망자 시신을 몰래 빼돌려 화장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제가 왜 당신들을 잡고 있으라 했겠어요?”이 말을 들은 중년 남자는 눈썹이 심하게 흔들렸다.너무 긴장해서인지 옆으로 드리워진 그의 두 손이 가볍게 떨렸다.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중년 남자는 가슴이 떨렸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매서운 눈빛으로 고다정을 쏘아보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무슨 허튼소리야. 당신들이 우리 가족이 없을 때 몰래 시체를 해부하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왔다.그들은 복도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형식적으로 물었다.“여기 무슨 일이 있었어요?”이를 본 여준재가 구남준에게 눈짓하자, 구남준이 알았다는 듯 나서서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했다.“이 두 사람은 사망자의 삼촌과 사촌동생인데, 사망자가 우리 작은 사모님의 연구소에서 개발한 약품을 복용하고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미 경찰에 신고했고,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이 사망자가 중요한 증거라고 생각해서 사람을 파견해 보호하고 있었는데, 이 두 사람이 한밤중에 와서 사망자를 훔쳐 화장하려고 했습니다.”“훔치다니요? 우리는 떳떳합니다. 고인을 안장하는 것이 중요해서 길시에 조카를 데려가 화장하고 안장하려 했을 뿐입니다.”중년 남자는 완강하게 부인하며 자기들이 시신을 훔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경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불만스럽게 말했다.“이건 조사 중인 사망 사건입니다. 사건 담당 경찰관이 사망자는 중요한 증거가 되니 사건 종결 전에 화장하거나 매장할 수 없다고 말해주지 않았나요?”이 말을 들은 중년 남자는 반박할 수 없었다.이때 고다정이 앞으로 나서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경찰관님, 이 사람들이 사망자 시신을 훔치려 한 것으로 볼 때, 시신에 사건 관련 결정적 증거가 있을 것으로 의심됩니다. 저희는 강제 부검을 신청하고, 모든 결과를 책임지겠습니다.”이 말이 끝나기 바쁘게 중년 남자는 깜짝 놀란 듯 안색이 돌변했다.“부검은 안 돼. 내 조카가 당신들 때문에 죽은 것도 불쌍한데 시체 해부까지 하려고 해? 역시 흑심 자본가였어.”그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급히 자기 아들에게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라고 눈짓했다.아들이 그 뜻을 알아채고 즉시 울며 소란을 피웠다.“불쌍한 우리 사촌형,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었는데, 이 속이 검은 사람들이 시신도 가만 안 둬. 법이 안중에 없는 건가?”“경찰이 돈에 눈이 멀어 서민을 돕지 않고 돈 많은 자본가를 돕고 있어. 불쌍한 우리 조카, 삼촌이 공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