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목은 잠시 멍해졌다가 무심코 한마디 던졌다.“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네. 무슨 좋은 일이 있어?”고다빈은 이 소리를 듣고서야 진시목이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고개를 돌리더니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무 일도 없어요. 그냥 인터넷에서 고다정과 여준재에게 문제가 생긴 것을 보고 속시원해서요. 참, 알고 있었어요?”진시목은 깨고소해 하는 여인의 모습을 보며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 일을 당신이 꾸민 건 아니지?”“그럴 리가요.”고다빈은 즉시 부인하고 또 자신을 위해 변명했다.“내가 지금 그런 능력이 어디 있어요? 그리고 내가 뭘 하는지, 어디 가는지, 누구와 연락하는지 다 당신한테 보고하잖아요. 집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모두 당신을 도와서 나를 감시하는데, 내가 한 짓이라면 당신이 모를 수 있겠어요?”여기까지 말하고 나니 고다빈은 자기의 삶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그녀는 진씨 집안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았고 곳곳은 그녀를 감시하는 사람들이었다.그런데도 그녀는 진시목이 이혼으로 협박할까 봐 감히 화도 내지 못했다.그녀는 이혼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진시목에게 빼앗긴 주식을 되찾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이혼해도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자기의 아버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 회사가 위기에 빠진 지금, 그녀가 진시목과 이혼한다면 틀림없이 집안 이익을 위해 그녀를 재혼시킬 것이다.그녀와 결혼할 사람은 가정 형편이 좋은 것 외에 다른 건 볼품없을 것이다.고다빈은 생각할수록 원망스러웠다.그녀는 진시목이 기왕 사기 결혼을 선택했으면 왜 끝까지 속이지 않았는지 원망했다.물론 그녀는 고다정이 더 원망스러웠다.그년이 아니었으면 명예도, 돈도 없는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을 것이다.진시목은 고다빈의 속마음을 몰랐다.그는 고다빈의 말을 듣고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느껴 잠시 의심을 멈추고 경고했다.“고다정의 일에 당신은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집안에 말썽을 일으키면 어떻게 되는지 당신도 잘 알지
또한 여준재는 도대체 어떤 사람 혹은 세력이 YS그룹을 공공연히 배신하도록 공급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하지만 지금은 이 문제를 고민할 때가 아니었다. 그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결단을 내렸다.“공급사 쪽은, 그들이 계약을 위반하고 협력을 중단한 것이니 법무팀을 보내 배상 문제를 논의하도록 해. 납품 문제는, 네가 내일 고객사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도록 해. 현존 물량을 받아들이면 YS그룹이 신세 한번 지는 걸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계약금을 전액 돌려주되 납품은 하지 않는 걸로 정리해.”“네.”구남준이 대답한 후 전화를 끊으려 하자 여준재가 그를 불러 세우고 물었다.“연구소 쪽 조사는 어떻게 됐어? 뭔가 알아낸 게 있어?”“아직 쓸만한 정보는 없어요. 하지만 인원을 늘려 추적하고 있습니다.”구남준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러자 여준재는 알았다고 대답한 후 전화를 끊었다.고다정은 그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자 걱정스레 물었다.“무슨 일이 있어요?”“별일 아니에요. 내가 해결할 수 있어요.”여준재는 고다정이 걱정할까 봐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그래도 고다정은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했다.그녀는 더 캐묻지 않았지만 마음이 무거워져 입술을 깨물었다.여준재는 배후 인물이 누군지 생각하느라고, 고다정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하며 빌라에 돌아왔다.거실에 들어서니 거실의 불이 여전히 켜져 있었고, 소파에 강말숙과 여준재 부모님이 앉아 계셨다.“외할머니, 이렇게 늦었는데 왜 쉬지 않으세요?”고다정은 걱정스레 외할머니에게 말을 건넨 후, 여준재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여 회장님, 심 여사님, 두 분은 언제 오셨어요?”두 분이 대답하기 전에 강말숙이 말했다.“너한테 일이 생긴 후, 두 분이 걱정돼서 찾아오셨어. 기자들이 학교에 가서 애들을 괴롭힐까 봐 준이, 윤이도 데려오시고.”이 말을 들은 고다정이 감동하며 두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오늘 연달아 일이
여기까지 생각한 고다정은 이따 방에 올라가면 채성휘한테 연락해 병원 쪽 상황을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몇 마디 더 얘기를 나눈 후, 고다정은 외할머니와 여준재 부모님에게 쉬라고 재촉했다.시간이 늦었고 어르신들이 연세도 많아서 잘 쉬지 못하면 몸에 문제가 생기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방에 돌아온 후, 고다정은 전화해야 하니 먼저 씻으라고 여준재한테 말하고는 휴대전화를 들고 창가로 갔다.이를 본 여준재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고 돌아서서 욕실에 들어갔다.다만 고다정이 채성휘에게 전화했지만 줄곧 받는 사람이 없었다.몇 번 연속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받지 않아서 그녀는 덜컥 불안해졌다.채성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고다정은 생각할수록 그런 것 같았다.‘안 되겠어. 병원에 가서 무슨 상황인지 봐야겠어.’생각과 동시에 그녀는 옷걸이에서 방금 걸어둔 코트와 핸드백을 들고 출발 준비를 했다.욕실 앞을 지날 때 그녀는 멈춰서서 안에 대고 말했다.“준재 씨, 채 선생 쪽에 일이 생긴 것 같아요. 걱정돼서 병원에 가봐야겠어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녀는 떠나려고 했다.그 순간 여준재가 하반신에 목욕 수건을 두른 채 황급히 걸어 나와 그녀를 붙잡았다.“잠시만 기다려요. 이렇게 늦게 당신 혼자 병원에 가면 나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니 같이 가요.”이 말을 남기고 여준재는 바로 깨끗한 옷을 찾으러 갔다.그가 옷을 갈아입을 때 침대 협탁 위에 놓인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여준재는 서둘러 옷을 입느라 고다정에게 말했다.“내 전화를 받아봐요.”고다정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가가 보니 구남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그녀가 휴대전화를 귓가에 대고 미처 입을 열기 전에 전화기에서 구남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병원 쪽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망자 가족이 몰래 시신을 빼돌려 화장하려 하는 걸 다행히 우리 쪽 사람들이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뭐래도 화장해야 한다며 억지부리고 합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시신을 화장한다고? 가족들이 문제 있네
여준재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속도를 냈다. 20분도 안 돼서 두 사람은 병원에 도착했다.구남준이 이미 병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는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려서 걸어오는 것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한 후 두 사람을 병원의 영안실로 안내했다.지금 사망자 가족을 영안실 복도에서 못 가게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그들이 거의 도착했을 때 안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우리를 풀어줘.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잡아둬?”“계속 우리를 잡고 있다가 좋은 시산을 놓치면 당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고인을 존중해야 한다는 걸 몰라? 비켜, 비키라고!”한 중년 남자가 화가 치밀어 올라 경호원들의 구속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었다.아쉽게도 이 중년 남자는 겉만 세보이는 건지,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온 힘을 다했지만 경호원을 한 발짝도 밀어내지 못했다.이때 그 옆에 있던 중년 남자의 아들이 대문으로 들어오는 여준재 일행을 발견하고 그에게 귀띔했다.“아버지, 누가 왔어요. 그 연구소 여자예요.”아들은 고다정을 한눈에 알아봤다.이 말을 들은 중년 남자는 무심코 대문 쪽을 바라보았고, 정말 고다정이 보이자 양심에 찔린 듯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내 조카를 죽인 것도 모자라 우리를 여기에 잡아둬? 우리를 죽여서 입을 막으려는 거야?”눈을 부릅뜨고 고다정을 노려보는 그의 눈빛은 불이라도 뿜을 것 같았다.고다정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기요,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죠. 당신이 사망자 시신을 몰래 빼돌려 화장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제가 왜 당신들을 잡고 있으라 했겠어요?”이 말을 들은 중년 남자는 눈썹이 심하게 흔들렸다.너무 긴장해서인지 옆으로 드리워진 그의 두 손이 가볍게 떨렸다.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중년 남자는 가슴이 떨렸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고 매서운 눈빛으로 고다정을 쏘아보며 적반하장으로 나왔다.“무슨 허튼소리야. 당신들이 우리 가족이 없을 때 몰래 시체를 해부하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왔다.그들은 복도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형식적으로 물었다.“여기 무슨 일이 있었어요?”이를 본 여준재가 구남준에게 눈짓하자, 구남준이 알았다는 듯 나서서 경찰에게 상황을 설명했다.“이 두 사람은 사망자의 삼촌과 사촌동생인데, 사망자가 우리 작은 사모님의 연구소에서 개발한 약품을 복용하고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미 경찰에 신고했고,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이 사망자가 중요한 증거라고 생각해서 사람을 파견해 보호하고 있었는데, 이 두 사람이 한밤중에 와서 사망자를 훔쳐 화장하려고 했습니다.”“훔치다니요? 우리는 떳떳합니다. 고인을 안장하는 것이 중요해서 길시에 조카를 데려가 화장하고 안장하려 했을 뿐입니다.”중년 남자는 완강하게 부인하며 자기들이 시신을 훔친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경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불만스럽게 말했다.“이건 조사 중인 사망 사건입니다. 사건 담당 경찰관이 사망자는 중요한 증거가 되니 사건 종결 전에 화장하거나 매장할 수 없다고 말해주지 않았나요?”이 말을 들은 중년 남자는 반박할 수 없었다.이때 고다정이 앞으로 나서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경찰관님, 이 사람들이 사망자 시신을 훔치려 한 것으로 볼 때, 시신에 사건 관련 결정적 증거가 있을 것으로 의심됩니다. 저희는 강제 부검을 신청하고, 모든 결과를 책임지겠습니다.”이 말이 끝나기 바쁘게 중년 남자는 깜짝 놀란 듯 안색이 돌변했다.“부검은 안 돼. 내 조카가 당신들 때문에 죽은 것도 불쌍한데 시체 해부까지 하려고 해? 역시 흑심 자본가였어.”그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급히 자기 아들에게 울고불고 난리를 피우라고 눈짓했다.아들이 그 뜻을 알아채고 즉시 울며 소란을 피웠다.“불쌍한 우리 사촌형,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었는데, 이 속이 검은 사람들이 시신도 가만 안 둬. 법이 안중에 없는 건가?”“경찰이 돈에 눈이 멀어 서민을 돕지 않고 돈 많은 자본가를 돕고 있어. 불쌍한 우리 조카, 삼촌이 공정한
상황 파악이 된 듯한 부자를 보며 고다정이 찾아온 목적을 얘기했다.“이 사람을 본 적이 있어요?”그녀는 휴대전화를 꺼내 채성휘의 사진을 보여주었다.부자는 그 사진을 보더니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본 적이 있는 게 분명하지만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부인했다.“본 적 없어.”당연히 그들이 거짓말한다는 걸 알아차린 고다정은 눈빛이 차가워졌다.“한 번 더 기회를 줄게요. 정말 본 적이 없어요?”“본 적 없다고. 이 여자가 왜 이래? 말귀를 못 알아들어?”말이 많으면 착오가 많을까 봐 그러는지 중년 남자는 성내는 척하며 그녀를 노려보았다.이를 본 고다정은 저절로 화가 치밀어올랐다.옆에 있던 여준재도 안색이 어두워진 채 차갑고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된 모양이군.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마. 이들을 잘 감시하고 있어.”이 말을 남기고 그는 부자가 어떤 표정인지 거들떠보지도 않고 고다정을 끌고 돌아서서 가버렸다.예상대로 그들이 몇 걸음 가지 않았을 때 뒤에서 포효하는 듯한 부자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젠장, 당신들이 뭔데 우릴 감시해?”“우리를 풀어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거야.”그러나 고다정과 여준재는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다정은 자기를 끌고 가는 남자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하려고요?”“채성휘가 병원에서 실종됐다면 아직 병원에 있을 거예요. 이들 부자가 어디다 숨겨놨는지 모를 뿐이죠. 병원 측에 연락해 우리가 수색할 수 있게 허락받을 거예요.”여준재가 자기 생각을 말했다.고다정도 일리가 있다고 느껴 여준재에게 감사를 표시했다.“그럼 부탁드릴게요.”“우리 사이에 이렇게 예의를 차릴 필요 있어요?”여준재가 불만 있는 척하며 눈을 흘겼다.이 말을 들은 고다정은 당연히 남자의 뜻을 알기에 눈을 깜박거리며 비위를 맞춰주었다.“당연히 필요 없죠. 그냥 말이 빗나갔어요.”“당신은 내가 벌주지 못하는 걸 너무 잘 알아.”여준재가 사랑스럽다는 듯 고다정의 이마를 톡톡 치더니 말을 이었다.“시간이 늦었
고다정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여준재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여준재는 휴대폰을 보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왜 그래요?”고다정은 그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 것을 보고 걱정스레 물었다.여준재도 그녀의 걱정을 알기에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병원 쪽에서 채성휘를 찾지 못했대요.”“어떻게 그럴 수 있죠?”고다정은 의외라고 생각했다.참다못해 그녀는 추측하기 시작했다.“혹시 우리가 잘못 생각한 걸까요?”여준재가 무슨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말했다.“어쩌면요. 근데 그 부자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그들이 말할까요?”고다정은 어젯밤에 그 부자가 했던 행동으로 미루어 볼 때, 그들이 사실대로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여준재는 고다정의 생각을 알아채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코웃음을 쳤다.“골탕을 좀 먹이면 자연히 뭐든 다 말하게 되어 있어요.”그는 한 번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 부자가 속 빈 강정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봤다.고다정은 그의 이 말을 듣고 다소 주저했다.“사사로이 고문하는 것은 안 돼요. 만에 하나 그들이 나가서 말하면 당신과 YS그룹 이미지에 좋지 않아요.”그러나 여준재는 개의치 않았다.그에게는 그 부자의 입을 막을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다만 그가 이 말을 하기 전에 휴대전화가 울렸는데, 구남준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대표님, 부검 결과가 나왔습니다.”“어떻게 나왔어?”여준재가 표정이 엄숙해지더니 즉시 캐물었고, 구남준이 상황을 보고했다.“사망자는 작은 사모님 연구소의 약품을 먹고 죽은 것이 아니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독소에 중독된 것입니다. 그 독소에 중독되면 시체가 아무런 이상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중독된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약을 먹고 죽은 줄로 알았나 봅니다. 경찰은 어젯밤에 그 부자가 시신을 화장하려 했던 행동을 떠올리고 그들이 뭔가 알고 있다고 의심해 체포하러 나섰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제가 대표님 허락 없이 그들을 기절시켜 돌려보냈습니다.”“잘했
경찰은 소년의 말을 듣고 순식간에 얼굴빛이 엄숙해지더니 다시 물었다.“사망자가 왜 스스로 독약을 주사했어? 아는 것이 있으면 사실대로 진술해. 협조하는 정도에 따라 형벌을 줄여줄 수 있으니까.”“경찰 아저씨, 저는 정말 잘 몰라요. 사촌 형이 우리를 불러놓고 자기가 오래 살지 못할 거라며 부자가 될 기회가 있다고 말했어요. 자기가 죽은 후 그 연구소 약품을 먹고 죽었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려 일을 크게 만들고, 그 연구소 책임자를 찾아가 배상을 요구하라고 했어요.”소년은 울상이 되어 자기가 아는 상황을 전부 털어놓았다.그래도 경찰은 그가 일부 단서를 숨겼다고 의심하며 거듭 취조했다.소년은 취조하는 경찰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제가 아는 건 다 말했어요. 이것밖에 없어요. 믿지 않으면 저도 방법이 없어요.”소년에게서 더 이상 아무것도 알아낼 것 같지 않았다. 그러자 취조하던 경찰 두 명이 눈을 마주치더니 그중 한 명은 물건을 챙겨 나가버렸다.그가 나가니 소년의 머리도 빠르게 돌아갔다.그는 남은 한 명의 경찰에게 물었다.“경찰 아저씨, 진술이 필요한 건 다 진술했는데, 언제 저를 풀어줄 수 있나요?”“나가고 싶어? 사건이 종결된 후 네가 이 사건과 연관이 없는 것이 확인되면 풀어줄 수 있어. 지금은 여기 조용히 있어. 소리 지르며 힘을 빼지 말고.”소년이 하려는 말을 눈치챘는지 경찰은 경고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날카로운 눈빛에 마주한 소년은 떠들려던 마음을 접고 바로 조용해졌다.여유로운 이쪽과 달리 중년 남자 쪽은 분위기가 무거웠다.중년 남자가 어떤 질문에도 대답을 거부하며 고집을 부리고 있어 취조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이때 문이 열리면서 소년 쪽에서 나온 경찰이 이쪽 취조실에 걸어 들어왔다.그는 취조하고 있는 경찰 옆에 가더니 고개를 숙이고 몇 마디 귀엣말을 했다. 그러자 약간 조급했던 그 경찰은 눈이 반짝 빛나더니 다시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 아들이 이미 자백했어요. 사망자가 초심 약품을 먹고 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