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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진씨 집안도 고씨 집안도 다 고역을 치렀어.

채성휘의 말과 소탈한 얼굴 기색에 여준재는 그가 이미 마음속 집념을 내려놓았다는 것을 알고, 저도 모르게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전 당연히 다정 씨를 저버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말을 마친 여준재는 고개를 숙여 품속에 있는 여자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마침 그때 고다정도 고개를 들어 여준재를 쳐다보았고, 두 사람의 눈길은 서로 마주치며 달콤한 분위기가 그들 주변을 감돌았다.

곁에서 보는 채성휘는 마음이 조금 상했지만, 끝내는 생각을 비워 내어 전처럼 괴로워하지는 않았다.

그는 옆에 있는 두 아이를 향해 손짓하며 조용히 말했다.

“하준아, 하윤아. 아저씨가 너희들이랑 같이 먼저 올라갈까? 아빠랑 엄마는 뒤에서 천천히 오라고 하자.”

두 아이는 이 말에 그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거절하지는 않았다.

어쨌든 이 아저씨를 데려가면 아빠와 엄마가 같이 시간을 보내며 감정을 더 싹틔울 수 있으니 차라리 잘된 일이라 생각했다.

채성휘는 두 아이의 마음을 모르고, 그저 그 둘이 자기를 따라나서자 한 손에 한 아이씩 잡고 산꼭대기를 향해 걸어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하준은 자주 고개를 들어 채성휘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그의 눈빛을 채성휘는 진작에 발견하고, 아이가 또다시 한번 훔쳐볼 때 얼른 고개를 돌려 웃으며 물었다.

“너 이 녀석, 아까부터 왜 자꾸 날 힐끔힐끔 쳐다봐? 무슨 할 말이 있어?”

하준은 눈을 깜박거리며 앙증맞은 소리로 물었다.

“아저씨, 아저씨 집에는 아이가 있어요?”

채성휘는 어리둥절해서 의문스레 쳐다봤다.

“왜 갑자기 나한테 그런 걸 물어봐?”

“보니까 아저씨가 우리 아빠랑 나이가 비슷한데, 결혼하셨을 거 같아서요. 우리 아빠처럼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나 해서요.”

하준은 행복한 가정이라는 다섯 글자를 강조하며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채성휘는 알아듣지 못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아저씨가 너희 아빠랑 나이가 비슷한 건 맞지만, 아저씨는 실험실에서 계속 일만 하다 나니 아직 결혼도 못했고 여자친구도 없어.”

“네? 여자친구도 없다고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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