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었어요. 그런데요? 당신이랑 뭔 상관이죠?”송예걸은 콧방귀를 뀌었다. 송연아는 그의 옷자락을 당겼다.“너 조용히 해.”이러다간 심재경 어머니가 오해할 것 같았다.심재경 어머니는 원래부터 안이슬을 싫어하는데, 송예걸이 허튼소리까지 지껄이면 사생활이 난잡한 여자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이는 그녀를 해치는 것이다.그러나 송예걸은 멈추지 않았다.“사실인데요 뭐. 내가 거짓말한 것도 아니고, 왜 그걸 숨겨요.”심재경 어머니는 비꼬듯 차갑게 웃었다.“역시, 교양이 없어. 그래 뭐 잘 됐어. 너와 재경이는 인젠 서로 빚진 것도 없고 재경이도 결혼했으니 더 이상 그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앞으로 그의 앞에 나타나지 마. 이번 현수막 사건은, 더 이상 추궁하지 않을게.”“저기요? 혹시 말귀를 못 알아 들으세요? 제가 말했죠. 이슬 누나가 한 거 아니라고. 이슬 누나는 계속 저랑 함께 있었다고요. 제가 증인이에요.”송예걸은 심재경 어머니가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네가 증인이라고?”심재경 어머니는 차갑게 웃었다.“여태껏 한 말이 모두 쟤 편을 드는 말인데 네가 한 증언은 기껏해야 위증이야.”말을 마치고 그녀는 또 불쾌하다는 듯 한마디 덧붙였다.“역시 유유상종이라고 어떤 사람이면 어떤 사람과 어울리지.”“방금 뭐라고 하셨어요?”송예걸은 바로 화가 치밀어 올랐다.송연아는 그를 잡아당겼다.만약 송연아가 막지 않으면 그는 당장이라도 사람을 때릴 기세였다.안이슬은 결국 참지 못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뭐라고 하든 상관없었지만 그녀가 자신의 지인, 친구한테 험한 말을 하는 건 참을 수 없었다.“사모님이 싫어하는 건 저잖아요. 불만 있으시면 저한테 말하세요.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지 마시고요.”“내가 틀린 말 했어? 만약 교양이 있으면 남자랑 밤새 술집에 있겠어? 너랑 말 길게하기 싫으니까 재경이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마. 이건 나의 마지막 경고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송예걸은 몸에 목욕 타올만 두른 채로 누워 있었다. 아마도 넘어졌을 때, 목욕 타올이 흘러내린 것으로 보였고 타올의 한 귀퉁이가 그의 다리 가운데를 아슬아슬하게 가리고 있었다... 사지를 벌린 채 말이다.안이슬은 물컵을 손에 들고 거실에 서서 무표정하게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한혜숙은 놀라서 바닥에 누워 있는 송예걸을 바라보았다.“...”‘이게 무슨 상황이지?’곧이어 하늘을 뒤흔드는 고함이 울려 퍼졌다.“으악!!!”송연아는 얼른 찬이의 귀를 막았다.송예걸은 일어나면서 하얀 엉덩이를 드러냈다. 그는 목욕 타올을 걸친 채 황급히 도망쳤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닫혔다.찬이도 적잖지 않게 놀랐다. 송연아는 계단에 서서 아래층 사람을 보며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안이슬은 담담하게 물 한 모금을 마셨다.“예걸이가 샤워하고 목욕 타올만 걸친 채로 나왔어. 내가 물 마시고 있는 걸 보고 자기도 마시겠다고 해서 물 한 잔을 따라 줬지. 그런데 물 마시면서 앞을 제대로 보지 않아서 의자 다리에 걸려서 넘어졌고 물컵도 깨졌어...”“...”그녀의 관심 포인트가 물컵이 깨진 거라고?송예걸이 다쳤는지 여부가 아니라?“예걸이가 언니한테 잘해주잖아요. 좀 관심해 줘요.”송연아가 말했다.심재경은 인젠 결혼했으니 안이슬과 그의 가능성은 아주 미세하다. 비록 송예걸은 나이나 경력적으로 보았을 때, 안이슬보다 못하지만 송예걸은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한다.어찌 보면 송예걸과 연애하는 것도 나쁘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송예걸은 그의 어머니의 미모를 물려받았기에 잘생기기는 했다. 안이슬은 송연아가 두 사람을 맺어주려는 의도를 알아채고 그녀에게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망상하고 있네.”송연아는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왜 망상이라고 하는 거예요?”“내가 너보다 나이가 많은데, 왜? 네 제수씨가 되기를 바라는 거야?”한혜숙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서로 좋아하면 되지. 나이는 문제가 아니야.”“...”송연아는 맞장
그녀는 남자에게 두꺼운 봉투를 건넸다.“입 꼭 다물고 있어요.”윤소민은 목소리를 낮추었고 말투는 위협적이었다.남자는 손에 든 봉투의 두께를 만지작거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 절대 함부로 말하지 않을 거예요.”윤소민은 사방을 둘러보았고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 다시 모자를 눌러 썼다.“저 갈 테니까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남자는 웃으면서 말했다.“그래요, 그런데 혹시 이후에도 현수막을 걸면 이렇게 돈을 많이 주는 좋은 일자리가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윤소민은 거절하지 않았다.“걱정하지 마세요. 필요하면 또 연락드릴 거예요. 비용은 절대 문제가 되지 않아요. 당신의 입이 무겁다는 조건에서 말이죠.”“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한 글자도 누설하지 않을 거예요. 이번 일은 마음에 드셨어요?”윤소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목적을 달성했다.빌딩밖에 걸려있던 현수막은 그녀가 사람을 찾아서 걸어놓은 것이다.그 목적은 사람들로 하여금 안이슬을 오해하게 만드는 것이다.이로써 심재경과 안이슬 사이에 벽이 생기고 심재경 어머니도 안이슬을 더욱 싫어하게 될 것이다.현재 결과적으로 봤을 때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아침에 발생한 일까지 더해져 심재경 어머니는 안이슬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걸 알았다.그리고 아무도 이 일을 그녀가 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그것은 그녀의 결혼식이기 때문이다.누가 신부를 의심하겠는가?의심받는 상대는 자연스럽게 심재경의 전 여자친구가 된다.“이후에 일거리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하세요.”그 남자가 말했다.윤소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전화로 연락하지 않고 은행 계좌로 돈을 이체하지도 않는다.이렇게 하면 거래의 흔적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남자는 걸으면서 돈을 세보고는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송연아는 충격을 받았다.현수막을 건 사람은 윤소민이었다.그것은 그녀 자신의 결혼식이다.자신의 결혼식에 먹칠을 한다고?그녀의 목적은 무엇이란 말인가?단지 안이슬을 모함하기 위해
진원우가 말했다.“대표님이 보내셨습니다.”“그 사람은요?”“대표님은 방금 도착해서 지금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일단 연아 씨를 지키라고 저를 이쪽으로 보냈어요.”진원우의 말을 들은 송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이제야 도착했다고요? 그럴 리가 없을 텐데?”솔직히 진작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눈빛을 피하며 말하는 진원우의 모습에 의심을 감출 수 없었다.물론 예정대로라면 일찌감치 도착했겠지만, 비행기 탑승 직전에 걸려온 오은화의 전화에 강세헌은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연기시켰다.그래서 이제 막 그쪽에 도착했고 돌아오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강세헌은 강씨 가문에서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기에 누군가를 시켜 몰래 그들을 주시했고, 이상한 낌새가 느껴질 때마다 즉시 보고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그 와중에 송연아가 위험에 처할까 봐 걱정된 그는 진원우한테 부탁했다.강세헌과 동행하지 않았던 진원우는 다행히 곧바로 이곳으로 올 수 있었지만, 속사정을 알 리 없었던 송연아는 눈빛을 피하며 답하는 그의 모습에 강세헌이 여전히 그녀와의 만남을 거부한다고 착각했다.“오지도 않을 거면서 걱정하는 척 가식 떠는 모습은 어이가 없네요. 그 사람은 내가 죽든 말든 신경조차 안 쓰고 있죠?!”어찌 된 영문인지 마음속에 쌓였던 불만이 순식간에 터져버렸고 그 모습에 진원우는 급히 입을 열었다.“형수님, 뭔가 오해가...”“오해요?”송연아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강씨 가문한테 위협받고 심지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어요. 원우 씨가 그 사람 때문에 거짓말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네요. 이제 막 도착해서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요? 참나, 비행기가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오나 봐요?”“갑자기 생긴 일 때문에 일정이 밀렸어요. 실은 대표님 오늘 아침에야...”“됐어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요. 지키려고 온 이상 문이라도 잘 봐요.”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문을 닫았다.
강세욱은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잊지 마, 넌 지금 내 손바닥 안이야. 날 죽이고 싶으면 일단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야지.”“아니? 너도 마찬가지야. 아이랑 엄마로 날 협박하고 싶은 모양인데, 그 사람들 잘못되면 내가 네 말을 순순히 들을 것 같아?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는 순간 너도 끝장이야. 그러니까 서로 약점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선은 넘지 말자.”강세욱은 더욱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네가 틀렸어. 나한테 약점이 있을까? 강세헌 때문에 우리 엄마가 죽었고 아빠는 장애인이 됐어. 천주 그룹도 빼앗기고 집안 전체가 풍비박산이 났다고!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내가 뭘 두려워하겠어? 이제 가족을 잃는 게 어떤 느낌인지 강세헌도 느껴봐야지.”송연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약자는 강자를 두려워하고, 강자는 미친 자를 두려워한다는 옛말이 맞았다. 강세욱은 지금 완전히 눈이 돌았고 목숨을 잃더라도 무슨 짓을 저지를 것만 같아 공포스러웠다.전화를 끊은 송연아는 곧바로 진원우를 보며 물었다.“찾았어요?”진원우는 고개를 저었다.“저희가 위치 추적할걸 예상하고 미리 손을 쓴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서 이런 일을 저지른 것 보면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네요.”“일단 들어가서 다른 방법 생각해 봐요.”“형수님은요?”“0026의 승합차를 타라고 했어요. 제가 핸드폰 켜놓을 테니까 차에 타면 위치 추적...”“안 됩니다.”진원우는 결사반대했다.“너무 위험해요.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제가 대표님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송연아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찬이가 지금 강세욱한테 잡혔어요. 복수는커녕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요! 저 때문에 찬이랑 엄마가 잘못된다면, 그 죄책감과 고통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찬이한테 안 좋은 일 생겨도 원우 씨는 그 사람한테 혼날 거예요.”진원우는 말문이 막혔다.그녀 역시 강세욱의 말을 들으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시간을 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제가 최대한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송연아를 수색했고 그녀는 자연스레 몸을 피했다.“뭐 하시는 거죠?”두 남자는 송연아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예쁘장한 그녀의 모습에 흑심을 품었다.“위치 추적기가 있는지 찾아봐야죠.”송연아는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없어요.”“그런 건 말로 하는 게 아니죠. 직접 찾아봐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아야 당신을 믿을 수 있어요.”몸수색한다는 핑계로 사심을 채우려는 두 남자의 모습에 그녀는 뒷걸음질 쳤다.“말했잖아요. 그런 건 없다고...”이때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이랑 엄마를 지키고 싶으면 순순히 말 듣는 게 좋을 텐데?”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차에 앉아 창문을 내린 채 쇼를 보는 듯 흥미롭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강세욱을 발견했다.강세욱의 협박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했다.“위치 추적기 없다고 내가 약속할게. 그리고 어쨌든 네 형수인데 이렇게 외딴 남자한테 몸수색하라고 시키는 건 나에 대한 모욕이야. 이 사람들이 강세욱 형수의 몸을 만졌다고 소문내고 다니면 네 체면도 좋지 않잖아?”그녀의 말에 강세욱은 주춤했다.“넌 강세헌 와이프잖아. 난처한 건 내가 아니라 강세헌이지.”“나도 강씨 가문 식구인데 너한테 아무 영향이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겠어?”그녀의 말을 들은 강세욱은 손짓했다.“이쪽으로 와.”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송연아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걸음을 옮겼고 강세욱은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경박하게 말했다.“예쁘네. 이러니까 강세헌이 환장하지. 일단 타.”송연아는 싫었다.“어디로 가는데?”강세욱은 웃음이 터졌다.“설마 이게 끝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내가 이날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는데 이대로 순순히 알려줄 수는 없지.”“알겠어. 네 말대로 할 텐데 아이랑 엄마는...”“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잖아? 재촉하지 말고 일단 타.”그의 사
‘뭐지?’순식간에 느껴지는 따끔함에 강세욱은 눈살을 찌푸렸고 송연아는 그저 무덤덤하게 그를 바라봤다.“내가 힘을 주는 순간 넌 엄청 고통스러울 거야.”관자놀이는 인체의 중요한 부분으로 대뇌의 중동맥과 연결되어 있어 조금의 충격으로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차에 올라타기 전 미처 무기를 준비할 겨를이 없었던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 생명에 치명적인 공격은 아니더라도 위협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네 아이가 내 손에 있다는 걸 잊지 마. 내가 다치는 순간 아이와 엄마는 반드시 죽을 거야.”“내가 너 해치지 않으면 만나게 해줄래?”강세욱은 곁눈질로 그녀를 바라봤다.“아니, 하지만 내가 다치면 네 아이는 무조건 살아남지 못할 거야.”강세욱은 아이가 엄마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아니나 다를까 송연아는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그는 송연아의 손을 보고선 헛웃음을 터뜨렸다.“고작 열쇠 하나로 날 협박한 거야?”송연아는 그를 바라봤다.“내가 잡혔으니까 아이는 풀어줘.”송연아와 강세헌 두 사람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카드를 이대로 포기할 강세욱이 아니었다.“싫어.”그의 말에 송연아의 화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이 싸움에서 반드시 승패를 보리라고 다짐했다!강세욱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날 그렇게 노려보지도 말고, 비난하지도 마. 원망하려면 강세헌이랑 눈이 맞았던 너 자신을 탓해.”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덧 차는 강가에 멈춰 섰다.이곳은 보수되지 않은 강변으로 주위엔 잡초가 무성했고 길이 없었다.강세욱은 핸드폰을 꺼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며 입을 열었다.“지금쯤이면 용운으로 돌아왔겠지?”강세헌은 서둘러 돌아오기 위해 여객기를 타지 않고 개인 비행기를 탔다.그 시각 막 착륙한 강세헌은 핸드폰이 울리자마자 바로 받았다.“형의 와이프랑 아이, 장모님까지 전부 내 손에 있어. 살리고 싶다면 브리언트 넘겨.”
강세욱은 요즘 줄곧 해외에서 시간을 보냈다.두 사람 사이의 불화에 대해서도 조금은 들은 바가 있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탓에 확신할 수 없었다.‘설마 진짜로 헤어진 거야?’의심이 들었지만 쉽게 믿을 리가 없었다.“안 믿어.”강세헌을 곧바로 전화를 끊었고 단호한 그의 행동에 송연아한테 신경을 끈 건지, 일부러 연기를 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그는 송연아를 바라보며 물었다.“강세헌이랑 싸웠어?”송연아는 그가 임옥민의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를 이해했다.그러나 엄마를 죽인 사람과는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는 말을 직접 들은 후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며 괴로웠다.그녀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다 알게 됐잖아? 왜 또 물어?”강세욱은 한참이나 그녀를 바라봤고 실망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조금도 꾸며낸 것 같지 않았다.하지만 강세헌은 너무 교활한 사람이고 송연아도 멍청한 건 아니니,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경계심을 잃지 않았다.그동안 강세헌에게 당했던 수모를 생각하며 이번에는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강세헌이 송연아를 걱정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그는 이 여자를 손에 넣고 이용하기로 결심하고 다시 그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강세헌은 이미 진원우와 만났다.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임지훈을 시켜 지도를 손에 넣었고 그들이 추적하고 있는 노선을 확인했다.지도로 보니 그들이 추적하고 있는 남쪽은 번화가에 행정구역까지 있어 범죄를 저지르기엔 가능성이 희박한 곳이었다.진원우가 말했다.“왜요? 지금 계속 따라잡고 있어요...”강세헌은 그를 힐끗 보고선 되물었다.“이게 정말 맞다고 생각해?”진원우는 지도를 보고선 할 말을 잃었는지 몇 초 동안 침묵을 유지했다.“조금 이상하네요. 그런데...”“그런데 뭐? 핸드폰이 지금 다른 사람한테 있을 수도 있어.”임지훈은 그의 말을 잘랐다.진원우는 당시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꼼꼼히 살펴보지 못했고, 이제야 이상하리
결혼식을 마친 후 방유정 아버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떠나기 전에 임지훈에게 회사를 완벽하게 인계하려고 회사에 들어오라고 제안했다.임지훈은 송연아와 강세헌 일행과 같이 먼저 프랑스로 돌아가서 그쪽 일을 마무리했다. 비록 임지훈이 회사에 있으면 강세헌은 보다 한가하게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가 떠난다고 해도 그냥 조금 더 바쁠 뿐이다. 어느 회사든 누가 떠나면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임지훈은 프랑스에서의 일들을 모두 마치고 귀국해서 방씨 가문 회사에 들어갔다.임지훈도 국내에 집이 있었지만 방유정과 같이 방씨 가문에 들어갔다. 데릴사위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방유정 아버지의 병을 알고 방유정이 부모님과 많을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서였다. 임지훈 역시 사위로서 그럴 의무가 있었다....반년 후, 방유정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방유정 어머니는 그 충격에 순식간에 많이 늙었다.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음 집안 분위기는 아주 저조했는데 방유정의 대부분 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냈다. 예전의 임 비서는 이제 임 대표가 되어 그의 능력으로 방씨 가문은 아주 관리가 잘 되었고 3개월 후 방유정 어머니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방유정이 드디어 임신하게 되면서 방유정 아버지가 돌아간 일도 어느 정도 잊혀가고 있었다. 임지훈은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이 기뻤고 방유정도 곧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방유정 어머니 역시 곧 외할머니가 된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정말로 모두 행복해할 만한 일이었다.방유정이 임신 6개월 때 그들은 프랑스로 갔는데 구애린은 남자아이를 낳았고 심재경의 딸은 이제 걸을 수 있게 되었는데 샛별이가 유일한 여자아이여서 모두가 예뻐했다. 샛별이는 아직 작고 어렸지만 찬이를 쫓아다니는 것을 좋아했고 찬이는 샛별이 다리가 짧다고 계속 놀려줬으며 그게 재밌다고 샛별이는 키득키득 웃었다. 찬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면 샛별이는 오빠라고 불렀는데 너무 귀여웠다.방유정이 말했다.“저도 딸을 낳고 싶어요.”구애린이 말했다.“그게
비록 손을 놓기 싫었지만, 방유정 아버지는 결국 방유정의 손을 임지훈에게 넘겨줬다.“앞으로 계속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방유정도 아버지에게 말했다.“꼭 그렇게 할게요.”이어서 결혼식은 순서대로 일사천리로 피로연까지 모두 순리롭게 진행되었다.방유정 어머니는 결국 눈물을 참지 못했는데 딸이 그렇게도 바라던 결혼을 하니 너무 기뻤다. 그런데 결혼시키고 나니 또 잘 살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세상의 부모들은 다 그런가 보다.임지훈은 방유정을 데리고 강세헌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비록 모두 알고 있지만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소개했다. 모두 방유정을 다시 한번 소개받았는데 이번에는 심재경 친구의 사촌 동생이 아닌 임주훈의 아내로 말이다.구애린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너무너무 축하해요.”방유정도 웃으며 대답했다.“고마워요.”윤이도 어른들 따라 한마디 했다.“축하해요.”방유정은 윤이를 보며 말했다.“너무 귀여워요.”그녀가 손을 뻗어 윤이의 얼굴을 만지자, 윤이가 손을 내밀었다.“안아줘요.”송연아가 미간을 찌푸렸다.“윤이야, 안 돼.”방유정이 말했다.“괜찮아요.”그녀는 윤이를 안으며 말했다.“무겁지 않아요.”윤이는 그녀의 머리에 있는 금색 비녀를 보고 만지려고 했다. 방유정이 한복을 입고 있었기에 머리에 비녀를 하고 있었다. 방유정은 아주 시원하게 바로 비녀를 빼서 윤이에게 주었는데 송연아는 윤이를 제지하지 못해서 미안해했다.“이러면 안 돼요. 오늘 얼마나 중요한 날인데...”“괜찮아요.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에요. 윤이가 좋아하니 놀게 해요.”방유정은 정말 성격이 좋았다. 역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것만큼 성품이 좋았다. 가끔 조금 오만하긴 하지만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두 그녀처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송연아는 윤이를 안고 달래려고 했다.“윤이 착하지. 이건...”송연아는 윤이가 방유정을 어떻게 부르면 될지 생각했는데 방유정이 웃으며 말했다.“호칭일 뿐이니까 편
“지금 막 들었는데 유정 씨와 결혼한다면서요. 지금 방씨 가문에서 결혼식을 준비한다고 난리 났어요.”임지훈이 웃었다.“저 이래 봐도 능력 있는 남자예요. 여자들한테도 인기 많아요. 봐요, 결혼도 금방 하죠?”구애린이 말했다.“이제 우리 모두 짝이 있네요.”찬이도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지훈이 삼촌, 축하해요.”“고마워.”임지훈이 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심재경이 물었다.“그런데 데릴사위로 들어간다고 하던데요?”심재경의 말에 모두 놀라며 시선이 일제히 임지훈에게로 향했다. 확실히 놀랄만한 일이다. 임지훈의 조건에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돈도 있고 능력도 있어서 충분히 가정을 책임질 수 있는데 말이다.“하긴, 방씨 가문에 가장이 필요하긴 해요.”심재경이 그쪽 사정을 잘 알고 있기에 한마디 했다....임지훈의 결혼식으로 송연아와 강세헌도 프랑스로 돌아가는 일정을 늦췄다. 아무도 심재경의 결혼식을 보러 왔다가 임지의 결혼식까지 보게 될 줄을 생각을 못 했다. 그들뿐만 아니라 이건 임지훈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듯이 방유정과의 결혼은 정말로 찰나의 결정이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니 그 역시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임지훈이 진원우에게 말했다.“나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진원우가 말했다.“그런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방씨 가문은 돈도 많고 유정 씨도 예쁘고 그 정도면 만족해야지.”“만족해. 다만 너무 빠른 것 같아서 그래.”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싱글이었는데 이제 프랑스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결혼식은 방씨 가문에서 모두 준비했는데 방유정 딸 하나이고 또 사위도 너무나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결혼식은 아주 성대하게 치렀다. 방씨 가문의 친척들도 꽤 많이 참석해서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비록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임지훈 측은 심재경이 준비했는데 심재경 본인도 금방 결혼식을 치렀기 때문에 익숙한지라 아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방유정은 정교한 메이크업을 하고 값진 웨딩드레스를 입었는
“잠도 잤는데 왜요? 모른 척하려고요?”방유정이 옷을 입더니 침대에서 꼼짝 안 하는 임지훈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왜요? 계속 그렇게 누워 있을 거예요?”임지훈이 말했다.“내 옷을 가져오지 않았잖아요. 나 입을 옷 없어요.”방유정은 그제야 임지훈이 옷이 없다는 걸 생각했다.“가져다 줄게요.”그녀는 곧바로 차에 가서 캐리어를 가지고 다시 올라갔다.“뭐 입을지는 알아서 찾아서 입고 내려와요.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방유정은 말을 마치고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임지훈은 침대에서 내려 결혼 얘기이니만큼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그가 정리를 마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방유정은 부모님 가운데 앉아 있었는데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의 부모는 그를 보자마자 더욱더 열정적이었다.임지훈이 건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저기...”“우리 딸 줄게요.”“아니에요. 지훈 씨가 저한테 시집 오는 거예요.”방유정이 정정했다.“...”“...”“...”방유정을 제외한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물었다.“유정아,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방유정은 자신이 여자이며 이 집안에 다른 후계자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아버지가 중병이고 자기는 회사를 관리할 능력도 없기에 어찌 보면 자기가 남편을 찾는다기보다는 방씨 가문의 회사를 경영할 사람을 찾는 거였다. 인제야 그녀는 부모가 조급해하는 의도를 이해했고 그녀 역시 가문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에 임지훈이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임지훈을 각별히 마음에 들어 하는 것도 그런 것들 때문이지 않겠는가.“유정 씨,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임지훈은 뼈대가 있는 남자로서 데릴사위 할 생각은 없었다.방유정이 말했다.“후회하면 안 돼요!”“왜 안 돼요? 유정 씨가 뭘 원하든지 저 모두 만족시켜 줄 수...”“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방유정이 외치자, 임지훈은 오히려 우스웠다. 한 여자가 나한테 시집오라고 하다니!“우리 유정이가 시집가는 거 맞아요
지금 그녀가 부모님에게 전화해서 물으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할 것 같았다.‘나 이제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하면 좀 더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지? 결혼, 그래 결혼해야 해.’그녀는 자기가 결혼해야만 부모님이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도 지금 바로 방에 있지 않겠는가?‘남자 친구인 척을 해줬으니 이제 남편인 척해달라고 해야지. 진짜가 아니고 가짜라도 되니까 결혼하자고 해야겠어.’방유정은 진료 기록부를 다시 원래 위치에 넣고 비틀거리며 부모님 방에서 나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임지훈이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아 침대 옆에 앉아서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임지훈은 가운을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는데 침대에 자기의 옷이 보이지 않아 방유정의 옆에 서서 물었다.“내 옷은요?”그는 방유정이 잊은 것 같아서 다시 말했다.“내 옷은 지금 당신 차 트렁크에 있어요.”방유정은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지훈 씨, 우리 결혼해요.”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약을 잘못 먹었어요? 아니면 정신이 어떻게 됐어요?”“다 아니에요. 그냥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요.”그녀의 목소리는 다소 거칠었는데 임지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그녀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물었다.“울었어요? 누가 괴롭혔어요? 얘기해 봐요. 제가 가서 때려줄게...”임지훈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방유정이 와락 그를 끌어안았다. 임지훈은 갑작스러운 친밀감에 몸이 굳어버려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게... 유정 씨...”그가 말하려고 할 때 방유정이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의 손이 아래로 드리는 순간 몸에 걸친 유일한 가운마저 벗겨져서 흘러내렸다.“...”방유정은 워낙 임지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 행동이 충격에 의한 도발적인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웃옷의 단추를 벗겨 가슴을 드러내고는 그의 가슴에 가까이하며 말했다.“저를 좀 봐봐요.”임지훈은 참을 수 없었는지 목젖을 굴렸는데 이름 모를 불길이 아랫배에서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딱딱해졌다.“정말 후회하지 않겠어요?”임지훈도
방유정은 어머니가 자신의 어깨를 다독이자, 화가 난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응원을 하시는 거였다.“화이팅!”방유정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마법에라도 걸린 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지?’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만 좋다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최근에는 갑자기 선 자리를 만들어주고 남자를 유혹하라고까지 하시다니?그녀는 어머니의 이마를 만지며 물었다.“엄마,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우리 이제 나가야 해.”방유정의 아버지는 기사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집을 나갔고 방유정은 문 앞까지 그들을 배웅했다. 차가 떠나자, 그녀는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차피 임지훈이 자고 있었기에 지루할 것 같아서 위층으로 올라가지 않았다.그녀는 가만히 있는 스타일이 아니었는지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심심했다. 그런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서 임지훈을 놀려주려고 그가 곤히 자는 방으로 올라가서는 화장대에서 화장품을 가져다가 침대 옆에 앉아 임지훈에게 예쁜 화장을 해주었다. 그러고 나서도 임지훈이 깨지 않자, 옆에서 핸드폰을 보다가 눈이 아파 오니 옆에 기대서 잠이 들었다. 그녀가 일어났을 때는 임지훈은 이미 깨어나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녀는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언, 언제 깼어요?”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방유정은 참을 수 없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임지훈의 얼굴은 정말로 오페라 가수 같았는데 어찌나 웃었는지 배가 아팠다. 임지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물었다.“다 웃었어요?”방유정은 곧바로 웃음을 거두고 그의 손을 뿌리쳤다.“맘대로 제 몸에 손을 대지 말아요.”임지훈이 말했다.“유정 씨를 저에게 준다고 해도 거절이에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 말했다.“뭐라고요? 저를 좋다고 하는 남자들이 줄을 서면 프랑스까지는 갈 거예요. 그런데 지훈 씨는 내가 싫다고요?”임지훈이 흠칫하자, 방유정이 그를 잡고 물었다.“지금 그
“방유정은 부모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알았어요. 하시고 싶은 대로 하세요.”“어서 지훈 씨 방으로 데려가.”방유정이 물었다.“어느 방에요?”방유정 어머니는 그제야 깨달은 듯 말했다.“어머, 어떡해. 게스트룸은 아직 준비가 안 돼있어. 우선 네 방으로 데려가서 휴식하게 해.”방유정은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말했다.“아빠, 엄마, 이 정도로 오픈 마인드였어요? 어떻게 제 방에 술 취한 남자를 데려가라고 하세요?”“네 말대로 취했는데 뭐 어때?”“술김에 어떤 짓도 한다는 말 몰라요?”방유정이 묻자, 그녀의 부모님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몰라.”방유정은 철저히 말문이 막혔다. 부모님과 임지훈이 정말로 모르는 사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임지훈이 그들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을 만큼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엄마 아빠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아무리 나를 결혼시키고 싶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만약 진짜로 무슨 일이 있으면 책임지라고 하고 바로 결혼시킬 거야.”임지훈은 그 말을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한바탕 뿜었다. 방유정의 부모님이 너무 열정적이어서 본인이 천당에 있는 것 같았는데 정말로 귀여운 부모님들이라고 생각했다.‘방유정은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나 봐. 이런 가정에서 태어나고 말이야.’방유정은 역겨워하며 말했다.“지훈 씨, 여기서 이러면 어떡해요. 화장실로 가야지.”“취했잖아.”방유정 어머니가 가정부를 불러 치우게 했다.“그만하고 불편해 보이는데 어서 방으로 데려다 쉬게 해.”방유정은 혼자서 임지훈을 옮길 수 없어서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함께 방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방에 도착하자, 그녀는 임지훈을 침대에 던졌는데 임지훈은 몸이 포근한 세계에 떨어진 듯 따뜻하고 향기로웠다.“무슨 향수를 써요?”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방유정이 말했다.“당신이 상관할 일이 아니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잠이나 자요.”임지훈은 취한 건 사실이지만 정신만은 여전히 말짱했다. 그는 눈을 감고 또 말했다
임지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요. 해명하지 않아도 화는 나지 않았을 건데, 굳이 해명하니 용서해 줄게요.”방유정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삐쭉거렸다.“그렇게 잘난 척하지 말아요. 그럼 좋은 말이 안 나가니까.”“...”임지훈이 할 말을 잃었다.그때 방유정의 어머니가 열정적으로 요리를 집어 그의 앞접시에 건넸다.“이건 우리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요리인데 맛봐요.”임지훈이 집어서 입어 넣고 먹어보더니 말했다.“맛있습니다.”방유정 어머니는 미소를 지었고 방유정 아버지는 그에게 술을 따랐다.“평소 주량이 어떻게 돼요?”임지훈이 웃으며 대답했다.“못합니다.”방유정 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었다.“잘 마실 것 같은데 너무 겸손하시네요.”임지훈이 말했다.“아니에요. 아니에요.”방유정은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아빠, 지훈 씨는 일이 바빠서 내일 프랑스로 돌아가야 해요.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술을 많이 주지 마세요.”방유정 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네. 그러니까 한 잔씩만 해요.”말하면서 방유정은 술을 가져갔는데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너 정말 분위기를 깬다.”방유정이 말했다.“두 분의 건강을 생각해서예요.”방유정 어머니는 술병을 들고 임지훈에게 한 잔 따르고 또 남편에게도 한 잔 따랐다.“많이 마시게 되면 우리 집에 방이 많으니 그냥 휴식하면 돼요. 비행기는 내일 타면 되는데 급해 할 거 없잖아요.”방유정은 어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엄마, 이 사람을 본 지 얼마나 됐다고 집에서 잠을 자래요? 나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요?”“걱정하지 마. 조사해 봤는데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야.”“...”“...”방유정과 임지훈이 순간 놀랐다. 방유정은 평생 살면서 이렇게 굴욕적인 순간을 느낀 적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쌓아온 체면이 한순간에 모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을 만든 건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방유정 아버지는 아내를 힐끗 쳐다
“지훈 씨는 취미가 뭐예요?”방유정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임지훈은 방유정의 물음에 잠시 당황하다가 자신의 생활을 떠올렸는데 일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휴가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번에 심재경의 결혼이 아니었다면 계속 일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취미는 더구나 없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본인의 생활이 정말로 단조롭고 지루하고 재미가 없었다. 옆에서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순간 마음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아내를 맞이해서 함께 서로 보살펴주며 지내고 싶었는데 그런 사람만 있다면 경제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고생시키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방유정을 바라봤는데 본인과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방유정은 아직도 사람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이라 다른 사람을 보살필 줄은 모를 것 같았다.“왜 그런 이상한 눈빛으로 봐요?”방유정의 물음에 임지훈이 되물었다.“어디가 이상한데요?”방유정은 좀 더 가까이 가서 그의 눈을 마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왜요? 설마 저를 사랑하게 된 건 아니죠?”임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당신은 성격도 안 좋고 또 엄청 잘난체하는데 내가 왜요?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이제 들어가요.”시간을 보며 임지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굶었어요?”방유정이 그를 비웃었다.“식사 끝나면 저는 가도 되죠.”방유정은 순간 왠지 서운했다.“그렇게 가고 싶어요?”“여기는 제집이 아닌데 계속 있을 수는 없잖아요.”방유정은 그를 향해 입을 삐쭉거리자, 임지훈은 의아해했다.“왜 그래요?”“내가 뭐요?”방유정은 짜증을 냈다.“유정 씨는 정말 변덕이 많네요. 그걸 고쳐요. 남자들은 변덕이 많은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요.”방유정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로 집안으로 걸어들어갔다.임지훈은 고개를 돌려 못에 있는 물고기들을 한 번 더 보고는 뒤따라 들어갔다. 방유정이 집에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그들을 부르러 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딸만 보였기에 그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