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욱은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잊지 마, 넌 지금 내 손바닥 안이야. 날 죽이고 싶으면 일단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야지.”“아니? 너도 마찬가지야. 아이랑 엄마로 날 협박하고 싶은 모양인데, 그 사람들 잘못되면 내가 네 말을 순순히 들을 것 같아?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는 순간 너도 끝장이야. 그러니까 서로 약점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선은 넘지 말자.”강세욱은 더욱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네가 틀렸어. 나한테 약점이 있을까? 강세헌 때문에 우리 엄마가 죽었고 아빠는 장애인이 됐어. 천주 그룹도 빼앗기고 집안 전체가 풍비박산이 났다고!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내가 뭘 두려워하겠어? 이제 가족을 잃는 게 어떤 느낌인지 강세헌도 느껴봐야지.”송연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약자는 강자를 두려워하고, 강자는 미친 자를 두려워한다는 옛말이 맞았다. 강세욱은 지금 완전히 눈이 돌았고 목숨을 잃더라도 무슨 짓을 저지를 것만 같아 공포스러웠다.전화를 끊은 송연아는 곧바로 진원우를 보며 물었다.“찾았어요?”진원우는 고개를 저었다.“저희가 위치 추적할걸 예상하고 미리 손을 쓴 것 같습니다.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서 이런 일을 저지른 것 보면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네요.”“일단 들어가서 다른 방법 생각해 봐요.”“형수님은요?”“0026의 승합차를 타라고 했어요. 제가 핸드폰 켜놓을 테니까 차에 타면 위치 추적...”“안 됩니다.”진원우는 결사반대했다.“너무 위험해요.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제가 대표님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송연아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찬이가 지금 강세욱한테 잡혔어요. 복수는커녕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요! 저 때문에 찬이랑 엄마가 잘못된다면, 그 죄책감과 고통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찬이한테 안 좋은 일 생겨도 원우 씨는 그 사람한테 혼날 거예요.”진원우는 말문이 막혔다.그녀 역시 강세욱의 말을 들으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시간을 벌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제가 최대한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송연아를 수색했고 그녀는 자연스레 몸을 피했다.“뭐 하시는 거죠?”두 남자는 송연아를 지그시 바라보더니 예쁘장한 그녀의 모습에 흑심을 품었다.“위치 추적기가 있는지 찾아봐야죠.”송연아는 재빨리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없어요.”“그런 건 말로 하는 게 아니죠. 직접 찾아봐서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아야 당신을 믿을 수 있어요.”몸수색한다는 핑계로 사심을 채우려는 두 남자의 모습에 그녀는 뒷걸음질 쳤다.“말했잖아요. 그런 건 없다고...”이때 또 다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이랑 엄마를 지키고 싶으면 순순히 말 듣는 게 좋을 텐데?”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차에 앉아 창문을 내린 채 쇼를 보는 듯 흥미롭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강세욱을 발견했다.강세욱의 협박에 분노가 치밀어 올라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겉으로는 침착함을 유지했다.“위치 추적기 없다고 내가 약속할게. 그리고 어쨌든 네 형수인데 이렇게 외딴 남자한테 몸수색하라고 시키는 건 나에 대한 모욕이야. 이 사람들이 강세욱 형수의 몸을 만졌다고 소문내고 다니면 네 체면도 좋지 않잖아?”그녀의 말에 강세욱은 주춤했다.“넌 강세헌 와이프잖아. 난처한 건 내가 아니라 강세헌이지.”“나도 강씨 가문 식구인데 너한테 아무 영향이 없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겠어?”그녀의 말을 들은 강세욱은 손짓했다.“이쪽으로 와.”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송연아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걸음을 옮겼고 강세욱은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경박하게 말했다.“예쁘네. 이러니까 강세헌이 환장하지. 일단 타.”송연아는 싫었다.“어디로 가는데?”강세욱은 웃음이 터졌다.“설마 이게 끝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내가 이날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는데 이대로 순순히 알려줄 수는 없지.”“알겠어. 네 말대로 할 텐데 아이랑 엄마는...”“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잖아? 재촉하지 말고 일단 타.”그의 사
‘뭐지?’순식간에 느껴지는 따끔함에 강세욱은 눈살을 찌푸렸고 송연아는 그저 무덤덤하게 그를 바라봤다.“내가 힘을 주는 순간 넌 엄청 고통스러울 거야.”관자놀이는 인체의 중요한 부분으로 대뇌의 중동맥과 연결되어 있어 조금의 충격으로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차에 올라타기 전 미처 무기를 준비할 겨를이 없었던 그녀는 테이블 위에 놓인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다. 생명에 치명적인 공격은 아니더라도 위협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네 아이가 내 손에 있다는 걸 잊지 마. 내가 다치는 순간 아이와 엄마는 반드시 죽을 거야.”“내가 너 해치지 않으면 만나게 해줄래?”강세욱은 곁눈질로 그녀를 바라봤다.“아니, 하지만 내가 다치면 네 아이는 무조건 살아남지 못할 거야.”강세욱은 아이가 엄마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아니나 다를까 송연아는 곧바로 꼬리를 내렸다.그는 송연아의 손을 보고선 헛웃음을 터뜨렸다.“고작 열쇠 하나로 날 협박한 거야?”송연아는 그를 바라봤다.“내가 잡혔으니까 아이는 풀어줘.”송연아와 강세헌 두 사람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카드를 이대로 포기할 강세욱이 아니었다.“싫어.”그의 말에 송연아의 화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이 싸움에서 반드시 승패를 보리라고 다짐했다!강세욱은 그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날 그렇게 노려보지도 말고, 비난하지도 마. 원망하려면 강세헌이랑 눈이 맞았던 너 자신을 탓해.”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덧 차는 강가에 멈춰 섰다.이곳은 보수되지 않은 강변으로 주위엔 잡초가 무성했고 길이 없었다.강세욱은 핸드폰을 꺼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며 입을 열었다.“지금쯤이면 용운으로 돌아왔겠지?”강세헌은 서둘러 돌아오기 위해 여객기를 타지 않고 개인 비행기를 탔다.그 시각 막 착륙한 강세헌은 핸드폰이 울리자마자 바로 받았다.“형의 와이프랑 아이, 장모님까지 전부 내 손에 있어. 살리고 싶다면 브리언트 넘겨.”
강세욱은 요즘 줄곧 해외에서 시간을 보냈다.두 사람 사이의 불화에 대해서도 조금은 들은 바가 있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탓에 확신할 수 없었다.‘설마 진짜로 헤어진 거야?’의심이 들었지만 쉽게 믿을 리가 없었다.“안 믿어.”강세헌을 곧바로 전화를 끊었고 단호한 그의 행동에 송연아한테 신경을 끈 건지, 일부러 연기를 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그는 송연아를 바라보며 물었다.“강세헌이랑 싸웠어?”송연아는 그가 임옥민의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를 이해했다.그러나 엄마를 죽인 사람과는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는 말을 직접 들은 후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며 괴로웠다.그녀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다 알게 됐잖아? 왜 또 물어?”강세욱은 한참이나 그녀를 바라봤고 실망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조금도 꾸며낸 것 같지 않았다.하지만 강세헌은 너무 교활한 사람이고 송연아도 멍청한 건 아니니,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경계심을 잃지 않았다.그동안 강세헌에게 당했던 수모를 생각하며 이번에는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강세헌이 송연아를 걱정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그는 이 여자를 손에 넣고 이용하기로 결심하고 다시 그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강세헌은 이미 진원우와 만났다.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임지훈을 시켜 지도를 손에 넣었고 그들이 추적하고 있는 노선을 확인했다.지도로 보니 그들이 추적하고 있는 남쪽은 번화가에 행정구역까지 있어 범죄를 저지르기엔 가능성이 희박한 곳이었다.진원우가 말했다.“왜요? 지금 계속 따라잡고 있어요...”강세헌은 그를 힐끗 보고선 되물었다.“이게 정말 맞다고 생각해?”진원우는 지도를 보고선 할 말을 잃었는지 몇 초 동안 침묵을 유지했다.“조금 이상하네요. 그런데...”“그런데 뭐? 핸드폰이 지금 다른 사람한테 있을 수도 있어.”임지훈은 그의 말을 잘랐다.진원우는 당시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꼼꼼히 살펴보지 못했고, 이제야 이상하리
“강세헌이 구하러 올지 안 올지 내기하자. 구하러 오면 내가 널 풀어주고, 안 오면 나랑 만나자.”그의 요구는 송연아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녀가 강세헌이 소유했던 여자이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강세헌의 여자가 자기 여자가 된다면 그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낯 뜨겁고 수치스러운 일긴가?그의 제안에 송연아는 순식간에 내기할 마음이 사라졌다.“미친놈!”강세욱은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단번에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난 욕하는 것들이 제일 싫어!”송연아는 그의 음산한 눈빛에도 겁먹지 않고 오히려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여자랑 아이로 협박해서 이긴 건 너무 수치스럽지 않겠어? 그리고 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 같은 인간이랑 엮일 생각 없어.”강세욱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며 실핏줄까지 곤두섰다.“당돌한 거 보니까 강세헌이 왜 널 곁에 두고 싶어 하는지 알겠어.”보통의 여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울고불고 난리 치겠지만 생각과 달리 패기 넘치는 그녀의 모습에 강세헌이 왜 좋아하는지 깨달았고 오늘부로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그래. 좋아. 언제까지 고집을 부리는지 지켜볼게.”강세욱은 힘껏 그녀를 끌었다.“내려.”그와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던 송연아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턱은 어느새 빨갛게 부어올랐지만 아프다고 말하는 순간 득의양양할 강세욱의 모습이 떠올라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끝까지 꾹 참았다.송연아는 차에서 내려 옆에 서 있었고 산들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그 시각 강세욱은 트렁크에서 조끼를 꺼내더니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겁에 질린 송연아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뭐 하는 거야?”강세욱은 송연아의 얼굴에 떠오른 두려움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선심’ 쓰듯 친절하게 설명했다.“내가 이걸 구하느라고 진짜 애썼어. 봐봐, 조끼에 폭탄이 가득하잖아. 이렇게 컨트롤러도 있어. 어떤 사람들이 쓰는지 알아?”누가 쓰는지 궁금하지 않았던 그녀는 뒷걸음질 쳤고 이 물건과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강세욱은
송연아는 그림자만 보고 그 사람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챘다.강세욱과 싸울 때도 그녀는 결코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그러나 강세헌이 혹시나 강세욱의 꾀에 걸려들지는 않을까 두려움이 생기면서 처음으로 겁먹기 시작했다.어찌 됐든 두 사람의 목숨을 손에 쥐고 있으니 강세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다.“봐봐, 내가 올 거라고 했지?”드디어 갑이 된 강세욱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박장대소했다.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달리 강세헌의 걸음은 무겁고 안정적이며 여유로웠다.그는 마음 아픈 듯 걱정 어린 눈빛으로 송연아를 힐끗 보고선 곧바로 무표정한 얼굴로 강세욱을 바라봤다.“네가 원하던 거.”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강세욱은 마음속 깊이 그를 두려워하는 감정으로 가득 찼고, 이번에도 직접 가지러 가는 것이 아니라 부하를 시켰다.부하가 망설이며 주춤하자 그는 곧바로 엉덩이를 걷어찼다.“빨리 가.”부하는 전전긍긍하며 강세헌을 향해 걸어갔다.“브리언트로 송연아를 바꾸다니. 아직도 많이 신경 쓰고 있었네.”여자 때문에 브리언트를 포기하는 건 정말 손해가 큰일이기에 내기를 제안할 때만 해도 그는 마음속으로 확신이 없었다.“지금 보니 송연아를 이용해서 협박한 건 정말 잘한 것 같네.”강세욱은 송연아를 완벽하게 다루고 있었다. 폭탄 조끼를 입힌 것뿐만 아니라 부하 두 명이 그녀를 꽉 잡고 있어 아예 움직일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내 아이의 엄마니까 구하러 온 거야. 다른 사람한테 매정하고 무자비하다는 말 듣고 싶지 않거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말하면서도 강세헌은 송연아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일부러 싸늘하게 굴었다.송연아는 몸이 좋지 않은지 초점이 풀린 채 멍한 표정을 지었고 머릿속엔 온통 ‘아이의 엄마니까 구하러 온 거야’라는 말만 울려 퍼졌다.매정한 그의 말에 그동안 잘해주고 챙겨준 건 오직 찬이를 낳은 것 때문이라고 오해했다.그녀는 강세헌을 바라봤다.“좋아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강세헌은 그녀의 불편함을 깨닫
강세헌은 송연아의 움직임을 알아챘다.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연아는 어느새 사람들한테서 벗어나 강변을 향해 달려갔다!강세헌은 순식간에 눈빛이 변했고 쏜살같이 달려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더니 품에 안고 속삭이며 위로했다.“장난치지 마...”절망에 빠진 송연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저 때문에 당신이 위협받는 게 싫어요.”지금껏 잘해준 모든 행동이 단지 아이 때문이라는 그의 말에 송연아는 절망했다.그가 자신 때문에 강세욱한테 위협받는 걸 원하지 않았고 이렇게 떠나는 게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했다.강세헌은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 사람이었고 그녀가 사랑한 유일한 남자였다!두 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에 죽은 어머니와 장애를 입은 아버지를 떠오른 강세욱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버튼을 눌러 두 사람을 함께 죽여버리기로 했다.그의 움직임을 알아챈 송연아는 있는 힘껏 강세헌의 팔을 물었고 그가 아파하며 힘이 풀린 틈을 타 재빨리 밀어냈다.“찬이를 구해줘요...”마지막 말과 함께 그녀는 강으로 뛰어내렸고 곧이어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비록 강세헌은 밀려났지만 너무 가까이 있은 탓에 폭탄의 여력에 밀려 기슭에 쓰러졌다.터지는 불빛은 하늘의 반을 밝게 비추었고 화약 냄새가 공기를 가득 채웠다.강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기슭을 적셨고 이때 차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달려 나왔다.강세헌은 사람을 안 데려온 게 아니라 숨길 목적으로 일부러 직접 운전했다.사람들은 하나같이 손에 마취총을 들고 있었고 기회가 엿보며 강세욱과 그의 부하를 쏘려 했으나 적절한 기회를 찾지 못해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났다.부하의 허리춤에서 칼을 빼낸 강세욱은 강세헌을 향해 걸어갔다. 그가 죽었는지 직접 확인하고, 살아있으면 직접 죽이려고 했는데 걸음을 떼자마자 목덜미에 마취총을 맞아 그대로 정신 잃고 쓰러졌다.그렇게 강세욱의 부하들은 그렇게 하나둘씩 잡혔다.“얼른 밑으로 내려가. 무조건 사모님을 찾아야 해...”...그 시각 병원, 강세헌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의사 선생님은 안타까워하며 유감을 표했다.“최선을 다했지만 부상이 너무 심각했습니다...”순간 심정이 철렁 내려앉은 진원우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강세헌을 바라봤고 잔뜩 긴장한 그의 표정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진원우는 살얼음 위를 걷는듯한 느낌이었다.“대표님...”강세헌의 목소리는 가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온 듯 매우 낮고 무거웠다.“지금 농담하시는 거죠?”의사 선생님은 긴장한 채로 답했다.“이런 일로 농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강세헌은 애써 현실을 부정했지만 너무 선명하게 귀에 꽂힌 의사 선생님의 말에 마른 침만 삼켰다.“대표님, 일단 진정하세요.”진원우는 그를 설득하려 했으나 강세헌은 진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견딜 수 없는 상황에 그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고 수술실 문 앞에 멈춰 선 그의 다리는 납을 채운 것만 같았다.수술실의 문은 열려있었고 이번 수술을 담당한 의사들이 수술대 옆에 일자로 선 채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주석민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시신에는 튜브가 꽂혀있었는데 그 모습마저도 선명하게 보였고 얼굴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강세헌은 누워있는 시체가 송연아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가짜 시신으로 날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고개를 숙이고 있던 주석민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얼굴도 없는데 어떻게 안거지?’고개를 들고 강세헌의 당황한 눈빛을 보고서야 시체가 송연아가 아닌 걸 알아챈 게 아니라 그저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아 현실 부정하며 자신을 속이고 있음을 깨달았다.주석민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최선을 다했지만 부상이 너무 심한 터라 저희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강세헌은 사람을 죽일듯한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당신들이 무능한 게 아니고?”지금 입을 여는 순간 상황이 일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