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욱은 요즘 줄곧 해외에서 시간을 보냈다.두 사람 사이의 불화에 대해서도 조금은 들은 바가 있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탓에 확신할 수 없었다.‘설마 진짜로 헤어진 거야?’의심이 들었지만 쉽게 믿을 리가 없었다.“안 믿어.”강세헌을 곧바로 전화를 끊었고 단호한 그의 행동에 송연아한테 신경을 끈 건지, 일부러 연기를 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그는 송연아를 바라보며 물었다.“강세헌이랑 싸웠어?”송연아는 그가 임옥민의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를 이해했다.그러나 엄마를 죽인 사람과는 절대 사랑에 빠지지 않겠다는 말을 직접 들은 후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며 괴로웠다.그녀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입을 열었다.“다 알게 됐잖아? 왜 또 물어?”강세욱은 한참이나 그녀를 바라봤고 실망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조금도 꾸며낸 것 같지 않았다.하지만 강세헌은 너무 교활한 사람이고 송연아도 멍청한 건 아니니,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경계심을 잃지 않았다.그동안 강세헌에게 당했던 수모를 생각하며 이번에는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강세헌이 송연아를 걱정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이, 그는 이 여자를 손에 넣고 이용하기로 결심하고 다시 그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강세헌은 이미 진원우와 만났다.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임지훈을 시켜 지도를 손에 넣었고 그들이 추적하고 있는 노선을 확인했다.지도로 보니 그들이 추적하고 있는 남쪽은 번화가에 행정구역까지 있어 범죄를 저지르기엔 가능성이 희박한 곳이었다.진원우가 말했다.“왜요? 지금 계속 따라잡고 있어요...”강세헌은 그를 힐끗 보고선 되물었다.“이게 정말 맞다고 생각해?”진원우는 지도를 보고선 할 말을 잃었는지 몇 초 동안 침묵을 유지했다.“조금 이상하네요. 그런데...”“그런데 뭐? 핸드폰이 지금 다른 사람한테 있을 수도 있어.”임지훈은 그의 말을 잘랐다.진원우는 당시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꼼꼼히 살펴보지 못했고, 이제야 이상하리
“강세헌이 구하러 올지 안 올지 내기하자. 구하러 오면 내가 널 풀어주고, 안 오면 나랑 만나자.”그의 요구는 송연아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녀가 강세헌이 소유했던 여자이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강세헌의 여자가 자기 여자가 된다면 그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낯 뜨겁고 수치스러운 일긴가?그의 제안에 송연아는 순식간에 내기할 마음이 사라졌다.“미친놈!”강세욱은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단번에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난 욕하는 것들이 제일 싫어!”송연아는 그의 음산한 눈빛에도 겁먹지 않고 오히려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여자랑 아이로 협박해서 이긴 건 너무 수치스럽지 않겠어? 그리고 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 같은 인간이랑 엮일 생각 없어.”강세욱의 눈은 빨갛게 충혈되며 실핏줄까지 곤두섰다.“당돌한 거 보니까 강세헌이 왜 널 곁에 두고 싶어 하는지 알겠어.”보통의 여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울고불고 난리 치겠지만 생각과 달리 패기 넘치는 그녀의 모습에 강세헌이 왜 좋아하는지 깨달았고 오늘부로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그래. 좋아. 언제까지 고집을 부리는지 지켜볼게.”강세욱은 힘껏 그녀를 끌었다.“내려.”그와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던 송연아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턱은 어느새 빨갛게 부어올랐지만 아프다고 말하는 순간 득의양양할 강세욱의 모습이 떠올라 아프다는 말 한마디 없이 끝까지 꾹 참았다.송연아는 차에서 내려 옆에 서 있었고 산들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렸다.그 시각 강세욱은 트렁크에서 조끼를 꺼내더니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겁에 질린 송연아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뭐 하는 거야?”강세욱은 송연아의 얼굴에 떠오른 두려움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는지 ‘선심’ 쓰듯 친절하게 설명했다.“내가 이걸 구하느라고 진짜 애썼어. 봐봐, 조끼에 폭탄이 가득하잖아. 이렇게 컨트롤러도 있어. 어떤 사람들이 쓰는지 알아?”누가 쓰는지 궁금하지 않았던 그녀는 뒷걸음질 쳤고 이 물건과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강세욱은
송연아는 그림자만 보고 그 사람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챘다.강세욱과 싸울 때도 그녀는 결코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다.그러나 강세헌이 혹시나 강세욱의 꾀에 걸려들지는 않을까 두려움이 생기면서 처음으로 겁먹기 시작했다.어찌 됐든 두 사람의 목숨을 손에 쥐고 있으니 강세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다.“봐봐, 내가 올 거라고 했지?”드디어 갑이 된 강세욱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박장대소했다.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달리 강세헌의 걸음은 무겁고 안정적이며 여유로웠다.그는 마음 아픈 듯 걱정 어린 눈빛으로 송연아를 힐끗 보고선 곧바로 무표정한 얼굴로 강세욱을 바라봤다.“네가 원하던 거.”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강세욱은 마음속 깊이 그를 두려워하는 감정으로 가득 찼고, 이번에도 직접 가지러 가는 것이 아니라 부하를 시켰다.부하가 망설이며 주춤하자 그는 곧바로 엉덩이를 걷어찼다.“빨리 가.”부하는 전전긍긍하며 강세헌을 향해 걸어갔다.“브리언트로 송연아를 바꾸다니. 아직도 많이 신경 쓰고 있었네.”여자 때문에 브리언트를 포기하는 건 정말 손해가 큰일이기에 내기를 제안할 때만 해도 그는 마음속으로 확신이 없었다.“지금 보니 송연아를 이용해서 협박한 건 정말 잘한 것 같네.”강세욱은 송연아를 완벽하게 다루고 있었다. 폭탄 조끼를 입힌 것뿐만 아니라 부하 두 명이 그녀를 꽉 잡고 있어 아예 움직일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내 아이의 엄마니까 구하러 온 거야. 다른 사람한테 매정하고 무자비하다는 말 듣고 싶지 않거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말하면서도 강세헌은 송연아한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일부러 싸늘하게 굴었다.송연아는 몸이 좋지 않은지 초점이 풀린 채 멍한 표정을 지었고 머릿속엔 온통 ‘아이의 엄마니까 구하러 온 거야’라는 말만 울려 퍼졌다.매정한 그의 말에 그동안 잘해주고 챙겨준 건 오직 찬이를 낳은 것 때문이라고 오해했다.그녀는 강세헌을 바라봤다.“좋아했던 적은... 한 번도 없어요?”강세헌은 그녀의 불편함을 깨닫
강세헌은 송연아의 움직임을 알아챘다.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송연아는 어느새 사람들한테서 벗어나 강변을 향해 달려갔다!강세헌은 순식간에 눈빛이 변했고 쏜살같이 달려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더니 품에 안고 속삭이며 위로했다.“장난치지 마...”절망에 빠진 송연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저 때문에 당신이 위협받는 게 싫어요.”지금껏 잘해준 모든 행동이 단지 아이 때문이라는 그의 말에 송연아는 절망했다.그가 자신 때문에 강세욱한테 위협받는 걸 원하지 않았고 이렇게 떠나는 게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생각했다.강세헌은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 사람이었고 그녀가 사랑한 유일한 남자였다!두 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에 죽은 어머니와 장애를 입은 아버지를 떠오른 강세욱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버튼을 눌러 두 사람을 함께 죽여버리기로 했다.그의 움직임을 알아챈 송연아는 있는 힘껏 강세헌의 팔을 물었고 그가 아파하며 힘이 풀린 틈을 타 재빨리 밀어냈다.“찬이를 구해줘요...”마지막 말과 함께 그녀는 강으로 뛰어내렸고 곧이어 거대한 폭발음이 울렸다.비록 강세헌은 밀려났지만 너무 가까이 있은 탓에 폭탄의 여력에 밀려 기슭에 쓰러졌다.터지는 불빛은 하늘의 반을 밝게 비추었고 화약 냄새가 공기를 가득 채웠다.강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기슭을 적셨고 이때 차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달려 나왔다.강세헌은 사람을 안 데려온 게 아니라 숨길 목적으로 일부러 직접 운전했다.사람들은 하나같이 손에 마취총을 들고 있었고 기회가 엿보며 강세욱과 그의 부하를 쏘려 했으나 적절한 기회를 찾지 못해 결국 이런 일이 일어났다.부하의 허리춤에서 칼을 빼낸 강세욱은 강세헌을 향해 걸어갔다. 그가 죽었는지 직접 확인하고, 살아있으면 직접 죽이려고 했는데 걸음을 떼자마자 목덜미에 마취총을 맞아 그대로 정신 잃고 쓰러졌다.그렇게 강세욱의 부하들은 그렇게 하나둘씩 잡혔다.“얼른 밑으로 내려가. 무조건 사모님을 찾아야 해...”...그 시각 병원, 강세헌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났다.
의사 선생님은 안타까워하며 유감을 표했다.“최선을 다했지만 부상이 너무 심각했습니다...”순간 심정이 철렁 내려앉은 진원우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강세헌을 바라봤고 잔뜩 긴장한 그의 표정에서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진원우는 살얼음 위를 걷는듯한 느낌이었다.“대표님...”강세헌의 목소리는 가슴 깊은 곳에서 흘러나온 듯 매우 낮고 무거웠다.“지금 농담하시는 거죠?”의사 선생님은 긴장한 채로 답했다.“이런 일로 농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강세헌은 애써 현실을 부정했지만 너무 선명하게 귀에 꽂힌 의사 선생님의 말에 마른 침만 삼켰다.“대표님, 일단 진정하세요.”진원우는 그를 설득하려 했으나 강세헌은 진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견딜 수 없는 상황에 그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고 수술실 문 앞에 멈춰 선 그의 다리는 납을 채운 것만 같았다.수술실의 문은 열려있었고 이번 수술을 담당한 의사들이 수술대 옆에 일자로 선 채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주석민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시신에는 튜브가 꽂혀있었는데 그 모습마저도 선명하게 보였고 얼굴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강세헌은 누워있는 시체가 송연아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가짜 시신으로 날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고개를 숙이고 있던 주석민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얼굴도 없는데 어떻게 안거지?’고개를 들고 강세헌의 당황한 눈빛을 보고서야 시체가 송연아가 아닌 걸 알아챈 게 아니라 그저 이 사실이 믿기지 않아 현실 부정하며 자신을 속이고 있음을 깨달았다.주석민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최선을 다했지만 부상이 너무 심한 터라 저희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강세헌은 사람을 죽일듯한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당신들이 무능한 게 아니고?”지금 입을 여는 순간 상황이 일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
진원우는 한숨을 쉬며 무기력하게 말했다.“다들 나가시죠.”어쩌면 혼자 마음을 추스르고 진정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사 선생님들도 줄지어 밖으로 나갔다.감히 강세헌과 말할 엄두조차 없었던 주석민은 진원우를 보며 말했다.“시신을 이대로 계속 방치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가능한 빨리 영안실로 옮겨야 합니다.”그의 말에 동의한 진원우도 얼른 시신을 영안실로 보내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강세헌이 걱정되었다.“노력해 볼게요.”주석민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그럼 부탁하겠습니다.”강세헌은 모든 사람을 내보낸 후 홀로 수술대 앞에 섰다.세상에 혼자 남은 듯 주위의 모든 게 멈춰있는 느낌이었다!밖에 있던 진원우는 초조했지만 섣불리 들어갈 용기가 없어 날이 저물 때까지 몇 시간 동안 밖에서 기다렸다.그러나 강세헌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고 조급함에 발만 동동 굴리던 그때 임지훈이 다가왔다.“어때?”순간 눈시울이 붉어진 진원우는 쉰 목소리로 모든 일을 임지훈한테 말해줬고 충격에 빠진 그는 차마 믿을 수가 없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모든 준비를 했는데 이런 사고가 일어난다고? 그럼... 대표님은 이제 어떡하지?”“사람을 쫓아내고 혼자 몇 시간 동안 수술실에 있는데 차마 방해할 수가 없었어.”“그렇다고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다른 방법이 있을까?”임지훈은 벤치가 앉아 머리를 긁적이며 고민에 빠졌고, 진원우 역시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아이랑 한혜숙 씨는 괜찮지?”그들의 안전이 걱정됐던 진원우는 무의식적으로 물었고 그의 말에 임지훈은 순간 아이디어가 떠오른 듯 고개를 들었다.“생각났어.”“뭐야?”“연아 씨 말고도 대표님한테 다른 가족이 남아있잖아.”진원우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찬이 말하는 거야?”“그래, 연아 씨가 죽었다는 슬픔에서 벗어나기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자식인 찬이를 그저 내버려 둘 수는 없을 거잖아?”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진원우는 걱정이 앞섰다.“여긴 병원이
“무슨 방법인데?”임지훈이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형수님이 죽으면 범인은 누구야?”진원우가 물었다.임지훈은 진원우를 바보 보는 것처럼 쳐다보며 말했다.“당연히 이 모든 일을 저지른 강세욱이지!”“강세욱이 도망친다면...?”“절대 도망칠 수 없을 거야. 난 그놈이 도망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진원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임지훈이 끼어들어 독기 서린 채 말했다.“감히 도망치면 그의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진원우는 서두르지 않고 임지훈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설명했다.“그놈이 도망칠 수는 없지만, 우리가 먼저 보내줄 수는 있잖아...”“죽이지 못하는 것도 화가 나는데, 그냥 놔주자고? 제정신이야?”임지훈은 진원우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진원우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조용히 내 말 좀 들어줄래? 내 말을 자꾸 끊지 마!”그제야 임지훈은 진정하고 물었다.“너, 무슨 말을 하려고?”“내 말은, 지금 대표님은 형수님이 죽었다는 충격에 빠져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이때 송연아를 죽인 범인이 도망쳐서 밖에서 자유롭게 다니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송연아의 복수를 위해 정신을 차리지 않겠어?”진원우의 말을 듣고 임지훈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지금으로써는 다른 방법이 없었고, 찬이도 강세헌을 정신 차리게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를 자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증오뿐이었다.그는 그것이 시도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렇다면 내가 먼저 찬이를 데려온 다음 강세욱을 풀어주겠어...”“잠깐만.”진원우는 임지훈을 불러 세워 말했다.“일단 급하게 풀어줄 생각하지 마. 일이 잘못되면 큰일이야. 아직 준비가 필요해. 그놈은 아직 혼수상태지?”임지훈이 말했다.“그럴 거야. 그런 종류의 마취 총으로 사람을 한 번 쏘면 10시간 이상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어.”“마취제를 조금 더 투여해서 깊은 혼수상태에 빠뜨리고, 그가 의식이 없는 동안 몸에 추적기를 심으면 그가 어디로 도망가도 위치를 알 수 있을 거야.”임지훈은 진원우를 몇 초
침대에 누워 있는 사람은 얼굴 오른쪽부터 목까지 큰 화상으로 덮여 있었다.이미 상처를 처리하고 약도 발랐다.그러나 그 끔찍한 흔적을 감출 수는 없었다.화상은 칼에 베인 상처나 긁힌 상처와는 달리 인체의 피부 세포를 태우기 때문에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가 남는다.하지만 요즘에는 의료 기술이 발전했고 피부 이식 수술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성형 수술을 하면 그녀의 얼굴을 거의 원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있다.문제는 현재 송연아가 임신 중이라는 것이다.수술하려면 항생제를 투여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 먼저 아이를 낙태해야 한다.낙태하지 않으면 약물로 인해 배 속에 아이가 불완전하게 발달하거나 기형으로 발육할 수 있고, 더 나쁜 경우 유산될 수 있다.“사실, 아이는 다시 가지면 돼...”주석민은 그녀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다.송연아는 눈을 떴는데 그녀의 눈은 초점을 잃은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하얀 형광등이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그녀는 눈을 감고 말했다.“저는 수술을 받지 않을 거예요. 하늘이 저를 이렇게 처참한 폭발에서 살아남게 하신 것은 아마도 제가 뱃속의 이 작은 생명을 지키게 해주려는 것이겠죠.”그녀가 강으로 떨어지는 순간, 몸에 있던 폭탄 조끼가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그녀가 먼저 물에 빠져서야 폭탄이 터졌다.송연아의 얼굴에 생긴 화상은 폭탄의 충격이 물속으로 파문을 일으키면서 생긴 것이다.그렇게 다쳤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죽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그녀에게 외모가 중요할까?여자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송연아는 그렇게 아름다워서 누구에게 보여줄까?누구를 위해?주석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강세헌은 너의 죽음에 괴로워하고 하고 있어.”“제가 죽어서가 아니라 아이에게 엄마가 없어서 한탄하고 있을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다.평소처럼 활기차고 열정적이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강세헌의 말에 그녀는 자신이 베풀었던 감정과 사랑이 모두 장난이 되어 버렸다고 느꼈다.“제 얼굴에 입은 화상은 사나흘만 지나면 거의 회복할 수 있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