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커도 그쪽 가슴보다는 안 크거든요.’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남주 누나의 가슴은 한눈에 봐도 약 D컵 정도 돼 보였다.‘이렇게 큰 가슴은 처음 보는데 눈을 크게 뜨는 게 뭐가 이상하다고.’나는 속으로 불만을 토로했지만 소리를 내지는 못했다.“수호 씨, 얼른 사과해요.”“미안해요, 남주 누나. 아까는 고의가 아니었어요.”남주 누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애교 누나가 웃으며 말했다.“남주야, 수호 씨 마사지 솜씨 엄청 좋은데 너도 시도해 볼래?”“싫어.”“해 봐. 너 자꾸만 어깨 아프다며? 수호 씨더러 마사지해달라고 하면 풀릴지도 모르잖아.”애교 누나는 남주 누나를 소파에 앉히고는 나더러 안마하라고 재촉했다.결국 나는 고분고분 그 옆으로 다가가 남주 누나의 어깨를 확인해 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결론을 얻었다.“평소에 오랜 시간 동안 앉아 있고, 운동도 안 하죠?”그 말에 남주 누나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어떻게 알았어요?”“견갑근이 튀어나온 걸 보면 오십견이 오려는 증상이에요.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테이블 앞에 앉아 있어 어깨가 한쪽이 높고 한쪽이 낮아요.”“의외로 주가 꽤 있네요?”남주 누나는 그제야 조금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그럼 와서 나 좀 주물러 저요. 좀 개선할 수 있는지 봐 봐요.”나는 남주 누나더러 등져 앉으라고 하고는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아, 아파!”그런데 남주 누나가 아픈지 꽥꽥 소리 지르자 나는 힘을 조금 뺐다.“오십견이 좀 심한 것 같아요. 이런 건 자주 주물러 줘야지 안 그러면 목디스크가 생길 수 있어요.”“그 정도라고? 나 겁주는 거 아니죠?”“제가 왜 겁주겠어요?”나는 말하면서 남주 누나의 등을 따라 척주를 만졌다.“여기 혹시 자주 아프지 않나요?”내 말에 남주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기가 척추인데 지금은 그나마 가벼운 증상이라 괜찮지만 엄중하면 척추가 변형될 수도 있어요.”“헐, 그 정도로 심각하다고? 얼른 마사지해 줘요.”
하지만 나는 이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두 사람이 몰래 뒤에서 이렇게 하는 게 재밌었으니까.“남주 누나, 지금 장난하는 거죠? 장난이겠죠.”나는 일부러 모르는 척 연기했다.그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나를 꼬집는 바람에 나는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했다.“맞아요. 장난이었어요.”남주 누나는 싱긋 눈웃음을 치며 갑자기 일어나더니 그 가늘고 예쁜 손으로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나 지금 허리가 무척 아픈데, 침실로 가서 주물러 줄래요?”나는 순간 흥분되어 미칠 지경이었다.‘남주 누나가 이렇게 화끈한 스타일이었다니.’하지만 여전히 신중하게 행동했다.“어떻게 그래요? 이따가 애교 누나가 침실로 들어와 보면 어떡해요?”“누가 뭐 하자고 했나? 그냥 허리 좀 주물러달라고 한 건데, 무서워할 거 뭐 있어요?”“그... 그래요.”나는 남주 누나를 따라 객실로 향했다.그러자 남주 누나가 얼른 침대 위에 엎드려 누웠다.남주 누나의 몸매는 매우 좋았고 피부도 백옥 같았다.두 다리는 늘씬하고 가는 건 아니었지만 아주 예뻤고, 새하얀 발은 작고 귀여웠다.“자, 허리 주물러 봐요.”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남주 누나의 곁에 앉았다.애교 누나를 안기 전에 애교 누나의 친구를 만질 기회가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나는 손을 남주 누나의 허리에 살포시 얹었다.남주 누나의 허리는 가늘지 않지만 매우 나른해 마치 뼈가 없는 듯했다.그러다 내가 주무르자 남주 누나는 일부러 신음을 내는 바람에 내 마음은 간질거렸다.“남주 누나, 소리 내지 않으면 안 돼요?”“왜요? 소리 내는 것도 내 마음대로 못 해요?”“아니. 누나 소리가 너무 매혹적이라...”남주 누나는 내 그곳을 흘긋 보며 씩 입꼬리를 올렸다.“아하, 불편하구나. 도와줄까요?”그건 내가 간절히 바라던 바다.“그럼 올라와요.”“정말요?”“헛소리 그만하고 얼른.”남주 누나가 말하면서 나를 잡아끄는 바람에 나는 그대로 남주 누나 위로 엎드렸다.“정말 도와줄 거예요?”“그럼요.”
“남주 누나, 쉿!”나는 다급히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남주 누나를 막았다.그도 그럴 게, 이렇게 높은 소리를 내면 아무리 음악을 틀어도 소리를 가릴 수 없으니까.“나라고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나? 참지 못하겠는데 어떡해요? 수호 씨, 얼른요. 나 참지 못하겠어요.”나는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감히 용기내지 못했다.이토록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나는 얼른 베개 위에 펴져 있던 베갯잇을 들어 남주 누나 입에 넣었다.이렇게 하면 소리를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그러고는 이내 남주 누나를 공략했다.남주 누나는 아주 민감했는데, 손이 닿을 때마다 몸을 뱀처럼 움직였다.게다가 아무리 베갯잇으로 입을 막았다 해도 자꾸만 매혹적인 목소리를 냈다.나는 한편으로 들킬까 봐 무서우면서 짜릿하기도 해 남주 누나를 얼른 공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남주야, 수호 씨랑 뭐 하는 거야?”“남주 누나, 어떡해요. 애교 누나가 발견했어요.”나는 다급히 침대에서 내려왔지만 남주 누나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마지못해 내가 직접 남주 누나의 옷을 정리해 주고 있을 때, 애교 누나가 점점 더 세게 문을 두드렸다.나는 결국 하는 수 없이 문을 열었다.“수호 씨, 남주 왜 저래요?”애교 누나는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 있는 남주 누나를 보더니 물었다.나는 너무 찔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그때, 남주 누나가 입을 열었다.“애교야, 수호 씨 정말 끝내주는데? 내 허리 주물러줬는데 너무 시원해서 갈뻔했어.”“넌 부끄러움도 없어? 어떻게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을 해?”애교 누나는 얼른 달려와 남주 누나의 옷을 정리했다.“수호 씨는 아직 어리니까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남주 누나는 씩 웃었다.“아직 어리니까 짜릿한 거지.”“쉿. 계속 말할래?”애교 누나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나가라는 눈빛을 보냈다.나는 결국 아쉬워하며 나갈 수밖에 없었다.‘남주 누나 정
“너무 성실하고 얌전해서 탈이지. 할 줄 아는 게 고작 자세 몇 개라 지겨워. 너도 알잖아, 나 성욕 강한 거. 나한테는 너무 부족하다고.”“그래도 남편한테 미안한 짓 하면 안 되잖아.”“내가 언제 미안한 짓 했다고 그래? 이혼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 아이 가지고 남편한테 키우라고 한 것도 아닌데. 오히려 내가 밖에서 남자 안 만나 이렇게 계속 채워지지 않으면 결국 이혼하게 될 거잖아.”애교는 못 말린다는 듯 남주를 째려봤다.“됐다.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겠냐? 그만하자. 아무튼 조심해. 네 남편 모르게 하고.”“알았어.”두 사람이 침실에서 나왔을 때, 나는 이미 형수와 통화가 끝났다.“애교 누나, 형수님이 돌아오라고 해요.”“그래요, 가 봐요.”“네.”나는 아쉬운 듯 애교 누나와 작별했다.사실 나는 조금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도 그럴 게, 오늘 왕정민이 나와 단독으로 약속 잡기로 했다고 형수한테 들었으니까.난 그 사람과 사적으로 만나도 싶지 않다.하지만 형과 형수를 봐서 참을 수밖에 없다.집에 돌아오니 형수가 특별히 양복 세트를 준비해 주었다.“수호 씨, 이 양복 어울리는지 입어 봐요.”“형수, 왜 갑자기 양복은 입어요?”양복을 봤더니 심지어 유명 브랜드라 가격도 꽤 나갔다.그때 형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이제 곧 한의원에 면접 보러 가잖아요. 그래서 새 옷 한 벌 준비해 봤어요.”“한의원 면접이요? 없는데?”“수호 씨 정말 바보네요. 수호 씨 형이 왕정민한테 부탁했는데 왕정민이 동의했어요. 이제 좀 있으면 인턴으로 들어가게 해준대요.”나는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았다.솔직히 강북 한의원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건 한의학과를 졸업한 학생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다.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지금 이 순간, 나는 도저히 기뻐할 수 없었다.내가 이렇게 하면 정말 왕정민과 한패가 되는 것이니까.때문에 나는 딱 잘라 말했다.“형수, 저 안 가면 안 돼요?”“왜요?”“제 능력으로 일자리 찾고 싶어요.”내
“제가 일해서 돈 벌면 형수 예쁜 옷 사줄게요.”나는 진심으로 말했다. 그동안 형수와 형이 나한테 너무 잘해줘 보답하고 싶었으니까.그랬더니 형수는 활짝 웃으며 내 어깨를 토닥였다.“그래요. 기대할게요.”나는 준비를 마친 뒤 형수와 함께 집을 나섰다.형수는 곧장 한의원으로 향하며 왕정민에게 전화했다.위층에 있으니 바로 올라오라는 왕정민의 말에 형수는 나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사무실 앞에 도착했더니 밖에 부원장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왕정민은 바로 안에서 부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왕정민이 한의원 원장과도 아는 사이라니.’왕정민은 우리가 들어온 걸 보자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형수는 나를 데리고 앞으로 걸어갔다.“부원장, 이 애가 내가 말했던 정수호야. 아직 어려 보여도 한의학에 아주 빠삭해.”왕정민이 부원장한테 나를 소개하는 걸 보자 나는 형수의 팔을 살짝 잡아당겼다.형수는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 왕정민 옆에 가 낮은 소리로 몇 마디 했다.그랬더니 왕정민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그럼 우선 혼자 면접 보게 하고 안 되면 다시 연락해요.”“그럴게요.”“부원장님, 그럼 두 분 얘기 나누세요.”형수는 두 사람과 작별하고는 나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섰다.“이미 말해뒀어요. 우선 혼자 면접 보고 통과하지 못하면 그때 도와주겠데요.”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문제없을 거예요. 저 학과 수석이거든요.”형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잘 해낼 거라고 믿어요.”우리는 곧장 한의과에 도착했다.한의과에는 사람이 매우 적었다. 커다란 창구에 고작 몇 명의 연세 있는 어르신들만 앉아 있었다.그에 반해 서의과 쪽 창구는 환자들로 가득 붐볐다.보아하니 이름은 한의원이라고 하나 실상은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한의과 진료실은 고작 하나뿐이었는데, 아주 외진 곳에 있었다.이건 병원을 탓할 수 없다. 그저 요즘 대부분 사람들이 서의를 더 좋아하니까 그런 거지.나라에서 지원하는 큰 병원도 이런데 작은 진료소는 더 말할 것도 없
형수가 내 옷을 정리해 준 뒤, 나는 면접 볼 자료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한의과에는 의사도 적어 한의사 한 분이 직접 면접을 봤다.그분은 60살이 넘는 영감이었는데, 내가 들어갔을 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나는 예의 있게 먼저 인사를 했다.“안녕하세요, 면접 보러 왔습니다.”영감은 콧등에 안경을 얹더니 고개를 숙여 나를 흘긋 봤다.“앉아요.”나는 그분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내가 준비한 자료와 내 졸업증을 건넸다.하지만 영감이 먼저 손을 뻗어 나를 막았다.“잠깐. 우선 하나만 물을게요. 혹시 다른 사람 소개로 왔어요?”나는 할 수 없이 손을 뒤로 뺐다.“아니요, 인터넷에서 공고를 보고 면접 보러 왔습니다.”“아, 그럼 어느 학교 학생인가?”“강원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수석 졸업입니다.”내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하자 영감은 싱긋 웃었다.“그럼 대단하군.”나는 영감이 나를 칭찬하는 거라고 생각해 겸손하게 말했다.“아닙니다. 워낙 한의학을 좋아하다 보니 한의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음, 포부도 남다르네. 좋아요. 면접은 끝났으니 통지 기다려요.”“다른 시험은 하지 않습니까?”“필요 없으니 가요.”나는 넋을 잃은 채 밖으로 나왔다.그러자 형수가 다급히 달려와 물었다.“어떻게 됐어요? 성공했어요?”“성공한 것 같아요. 저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거든요”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그럼 통과했다고 말했어요? 출근은 언제부터래요?”하지만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그러자 형수는 이상했는지 또 물었다.“그럼 뭐라고 말했는데요?”“통지 기다리라고 했어요.”“전화번호는 남겼어요?”나는 또 고개를 저었다.그랬더니 형수가 한숨을 푹 쉬었다.“전화번호도 안 남겼는데 어떻게 통지해요? 얼렁뚱땅 넘어간 거잖아요.”형수의 말에 나는 그제야 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걸 알아챘다.그때, 또 다른 사람이 면접 보러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굳게 닫히지 않는 걸 보자마자 나는 문에 바싹 기대 대화를 엿들었다.그 영감은 상대
늙은 한의사는 내가 다시 들어오는 걸 보자 언짢은 듯 말했다.“전화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왜 또 들어왔어요?”나는 너무 불쾌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제가 전화번호도 안 남겼는데 어떻게 통지하려고요?”내 말에 한의사는 할 말이 없었는지 되려 버럭 화를 냈다.“자네는 우리 병원과 안 맞네. 나가!”그 말을 들으니 나는 더 화가 났다.“저는 강원대학 한의과대학을 졸업했어요, 아까 그 이름 모르는 지방대 졸업한 학생보다 몇 배는 낫지 않나요? 그런데 저 사람은 되고, 왜 저는 안 돼요?”한의사도 내 말에 제대로 열이 뻗쳤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안 되면 안 되는 거자. 뭐 말이 그렇게 많아? 당장 나가!”“안 나가요. 면접 다시 보러 왔어요.”“글쎄 자격 없다니까, 나가!”“자격 있어요. 저 진 부원장님 알아요.”부원장이라는 말에 한의사는 표정이 이내 바뀌었다.그리고 마침 그때, 테이블에 있던 전화가 울려 전화를 받더니 태도가 180도로 변했다.“네, 부원장님. 네네... 이미 도착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한의사는 허허 웃으며 사람 좋은 얼굴을 했다.“진 원장님과 아는 사이였다면 진작 말하지.”“제가 부원장님 언급하지 않은 건 제 능력으로 이 일자리 차지하려고 한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대하다니.”상대는 내 말에 난감했는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뻔뻔하게 웃으며 말했다.“젊은이가 이상이 있는 건 좋은 일이지만 현실을 알아야지. 이제 면접 통과했으니 내일부터 출근하게. 내일 또 여기로 오면 되네, 내가 일자리 마련해 줄 테니. 바로 내 직속 제자로 받아주겠네. 어떤가?”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랬더니 그 한의사가 다시 말했다.“싫다면 약국에서 약 처방이나 할 수밖에 없지 뭐. 그런데 일주일에 약 몇 번 처방하지도 못할 거네.”그런 건 당연히 싫었다.물론 눈앞의 이 늙은 한의사가 싫었지만 이름만 걸어 두고 놀고먹기만 하는 것은 더 싫었기에 나는 결국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이건 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왕정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앉아 있었다.왕정민이 나를 도와주고, 나보다 나이도 많으니 이것까지는 괜찮았지만, 이거에서 끝나지 않고 나를 교육하는 어조로 말했다.“수호야, 남에게 술 따를 때는 잔을 채워야지. 이렇게 채우지 않는 거 아주 무례한 거야.”그 말을 들으니 왕정민이 더 싫어졌다.그때 형수가 옆에서 웃으며 설명했다.“수호 씨가 이제 막 사회에 나와서 경험이 없으니 많이 가르쳐 줘요.”그러면서 내가 따른 술잔에 술을 채웠다.나는 마지못해 왕정민에게 사과했다.“정민 형, 아까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과드릴게요.”“뭐 잘못하고 말고가 아니라 그냥 귀띔하는 거야. 앉아.”나는 묵묵히 술 한 잔을 비웠다.“나더러 일자리 먼저 안배하라고 해서 약속 지켰는데, 나한테 약속했던 일은 언제 할 수 있죠?”그때 왕정민이 갑자기 하는 말에 형수가 대답했다.“그래도 진도 많이 나갔으니 얼마 지나지 않으면 될 거예요.”“조금만 서둘러요. 오래 기다려줄 수 없으니까.”왕정민은 나한테만 차가운 게 아니라 형수한테도 차갑게 대했다.‘이치대로라면 형이 왕정민 친구이니 친구의 아내한테 존중해야 맞는 거 아닌가?’하지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왕정민의 눈길이 자꾸만 형수의 가슴을 향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이내 시선을 거두고 전화하러 갔다는 거다.그 덕에 나도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어졌다.“형수, 저 사람 왜 저렇게 짜증 나요?”내가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자 형수는 웃으며 말했다.“사업 잘되고 잘 나가는 사장이니 갑질하는 거죠. 마침 갔으니 우리끼리 천천히 먹어요. 이거 대충 해도 60만 정도는 되는데, 안 먹으면 낭비잖아요.”‘하긴.’나와 형수는 음식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여기 술도 있어요. 한 병에 20만 원이니 우리 다 마셔요.”‘그건 좀 위험하지 않나? 취하면 어쩌려고?’내가 분명 속으로 말했는데 형수는 내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말했다.“취하는 게 낭비하는 것보다는 낫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