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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너무 성실하고 얌전해서 탈이지. 할 줄 아는 게 고작 자세 몇 개라 지겨워. 너도 알잖아, 나 성욕 강한 거. 나한테는 너무 부족하다고.”

“그래도 남편한테 미안한 짓 하면 안 되잖아.”

“내가 언제 미안한 짓 했다고 그래? 이혼하자고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 아이 가지고 남편한테 키우라고 한 것도 아닌데. 오히려 내가 밖에서 남자 안 만나 이렇게 계속 채워지지 않으면 결국 이혼하게 될 거잖아.”

애교는 못 말린다는 듯 남주를 째려봤다.

“됐다. 내가 너랑 무슨 말을 하겠냐? 그만하자. 아무튼 조심해. 네 남편 모르게 하고.”

“알았어.”

두 사람이 침실에서 나왔을 때, 나는 이미 형수와 통화가 끝났다.

“애교 누나, 형수님이 돌아오라고 해요.”

“그래요, 가 봐요.”

“네.”

나는 아쉬운 듯 애교 누나와 작별했다.

사실 나는 조금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도 그럴 게, 오늘 왕정민이 나와 단독으로 약속 잡기로 했다고 형수한테 들었으니까.

난 그 사람과 사적으로 만나도 싶지 않다.

하지만 형과 형수를 봐서 참을 수밖에 없다.

집에 돌아오니 형수가 특별히 양복 세트를 준비해 주었다.

“수호 씨, 이 양복 어울리는지 입어 봐요.”

“형수, 왜 갑자기 양복은 입어요?”

양복을 봤더니 심지어 유명 브랜드라 가격도 꽤 나갔다.

그때 형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제 곧 한의원에 면접 보러 가잖아요. 그래서 새 옷 한 벌 준비해 봤어요.”

“한의원 면접이요? 없는데?”

“수호 씨 정말 바보네요. 수호 씨 형이 왕정민한테 부탁했는데 왕정민이 동의했어요. 이제 좀 있으면 인턴으로 들어가게 해준대요.”

나는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았다.

솔직히 강북 한의원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건 한의학과를 졸업한 학생에게는 꿈만 같은 일이다.

하지만 이 소식을 들은 지금 이 순간, 나는 도저히 기뻐할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하면 정말 왕정민과 한패가 되는 것이니까.

때문에 나는 딱 잘라 말했다.

“형수, 저 안 가면 안 돼요?”

“왜요?”

“제 능력으로 일자리 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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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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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철
진행이 너무 느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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