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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왕정민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앉아 있었다.

왕정민이 나를 도와주고, 나보다 나이도 많으니 이것까지는 괜찮았지만, 이거에서 끝나지 않고 나를 교육하는 어조로 말했다.

“수호야, 남에게 술 따를 때는 잔을 채워야지. 이렇게 채우지 않는 거 아주 무례한 거야.”

그 말을 들으니 왕정민이 더 싫어졌다.

그때 형수가 옆에서 웃으며 설명했다.

“수호 씨가 이제 막 사회에 나와서 경험이 없으니 많이 가르쳐 줘요.”

그러면서 내가 따른 술잔에 술을 채웠다.

나는 마지못해 왕정민에게 사과했다.

“정민 형, 아까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과드릴게요.”

“뭐 잘못하고 말고가 아니라 그냥 귀띔하는 거야. 앉아.”

나는 묵묵히 술 한 잔을 비웠다.

“나더러 일자리 먼저 안배하라고 해서 약속 지켰는데, 나한테 약속했던 일은 언제 할 수 있죠?”

그때 왕정민이 갑자기 하는 말에 형수가 대답했다.

“그래도 진도 많이 나갔으니 얼마 지나지 않으면 될 거예요.”

“조금만 서둘러요. 오래 기다려줄 수 없으니까.”

왕정민은 나한테만 차가운 게 아니라 형수한테도 차갑게 대했다.

‘이치대로라면 형이 왕정민 친구이니 친구의 아내한테 존중해야 맞는 거 아닌가?’

하지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왕정민의 눈길이 자꾸만 형수의 가슴을 향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내 시선을 거두고 전화하러 갔다는 거다.

그 덕에 나도 더 이상 연기할 필요가 없어졌다.

“형수, 저 사람 왜 저렇게 짜증 나요?”

내가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자 형수는 웃으며 말했다.

“사업 잘되고 잘 나가는 사장이니 갑질하는 거죠. 마침 갔으니 우리끼리 천천히 먹어요. 이거 대충 해도 60만 정도는 되는데, 안 먹으면 낭비잖아요.”

‘하긴.’

나와 형수는 음식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여기 술도 있어요. 한 병에 20만 원이니 우리 다 마셔요.”

‘그건 좀 위험하지 않나? 취하면 어쩌려고?’

내가 분명 속으로 말했는데 형수는 내 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 말했다.

“취하는 게 낭비하는 것보다는 낫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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