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일어나 의자에 앉아 게임 하고 있던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형수 취해서 잠들었어요. 핸드폰도 몇 번이나 울렸는데 모르고 자더라고요.”“누구 전화였어요?”“애교 누나요. 제가 대신 받았어요. 애교 누나한테 최남주라는 친구가 있는데 우리가 나오기 전에 그 누나가 애교 누나 집에 갔었거든요. 그래서 저녁 준비하지 말고 같이 밖에서 먹자고 해요.”“뭐예요? 혹시 최남주도 만났어요?”“네, 왜요?”“걔가 무슨 짓 안 했죠?”나는 너무 당황했지만 진실을 말할 수 없어 뻔뻔하게 거짓말했다.“아무 짓도 안 했어요. 마침 형수가 전화해서 몇 마디 못 했어요. 그런데 왜 그래요? 그 여자 무서워요?”형수는 나한테 손짓하더니 자기 옆자리를 툭툭 내리쳤다.그러고는 내가 형수 옆에 앉자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최남주 아주 굶주린 유부녀예요. 수호 씨 형도 꼬셨다니까요. 그런데 수호 씨처럼 젊고 멋있는 남자를 보면 분명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형수는 남주 누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시큰둥한 말투로 말했다.하지만 남주 누나가 보통 여자가 아닌 걸 알았지만 형한테까지 손을 내밀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형수와 애교 누나가 절친이니 남주 누나와 형수도 친구인데, 어떻게 친구 남편을 꼬실 수 있지?’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형수, 걱정하지 마요. 무조건 거리 둘게요. 그런데 애교 누나는 어떡해요? 아직도 우리 전화 기다릴 텐데.”“내가 전화해서 못 간다고 할게요.”우리가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애교 누나한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와 형수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어, 애교야... 남주도 왔어? 둘이 식사해. 난 안 갈게. 뭐? 수호만 보내라고?”“내가 좀 뻐근해서 수호 씨한테 마사지 받으려고 그러는데.”“그래. 그럼 이따 나도 같이 갈게.”다시 말을 바꾸는 형수를 보자 나는 어리둥절했다.“형수, 아까는 안 간다면서요?”형수는 그 말에 난감한 듯 대답했다.“애교가 그러는데 오늘 남주가 쏜대요. 해산물로. 남주는 부자라 한턱
세 사람이 모두 잔을 들고 축하해주니 나는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랐다.형제자매도 없이 혼자커온 지라 항상 누나가 있었으면 했었다.누나는 나를 지켜주기도 할 거고, 다정하기도 하니까.그런데 한꺼번에 누나 셋이나 생겨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마워요.”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수호 씨, 뭐 갖고 싶은 거 있어요? 내가 선물할게요.”애교 누나가 빙그레 웃으며 말하자 남주 누나가 이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끼어들었다.“얼씨구, 해가 서쪽에서 뜨려고 그러나? 애교가 먼저 나서서 남자한테 선물도 다 주고.”애교 누나는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운 듯 말했다.“목소리 좀 낮춰. 사람들 다 듣잖아.”남주 누나는 애교 누나의 허리를 살짝 꼬집었다.“야, 너 솔직히 말해봐. 너 수호 씨한테 딴맘 있지?”“무슨 헛소리야? 난 수호 씨 남동생으로밖에 생각 안 해.”“동생? 정말 순수한 남동생 맞아?”공공장소에서 거리낌 없이 야한 농담을 하는 남주 누나 때문에 애교 누나는 얼굴이 빨개졌다.이윽고 남주 누나의 팔을 꼬집었다.“목소리 낮춰. 사람들 많은데 부끄럽지도 않아?”남주 누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왜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저 사람들은 안 들으면 되잖아. 안 그래? 태연아?”내 옆에 앉아 있던 형수는 남주 누나의 말에 호응하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나한테 묻지 마. 나도 너랑 다른 부류니까.”남주 누나는 아무도 제 편을 들어주지 않자 갑자기 어깨를 움직이며 애교를 부렸다.그때마다 흔들리는 가슴을 보니 속옷을 안 입은 게 틀림없었다.‘어떻게 저렇게 움직일 수 있지? 보기가 다 민망하네.’“태연아, 설마 아직도 나한테 화났어? 내가 뭐 네 남편 꼬신 것도 아니고, 살짝 장난 좀 친 거 가지고.”애교 누나는 그 일을 몰랐는지 놀란 듯 물었다.“꼬셨다니? 너 동성 씨한테 무슨 짓 했어?”남주 누나는 그 말에 입을 삐죽거렸다. “별거 아니야. 지난 번에 네 남편이 우리 데리
“게다가, 네가 나보다 작은 것도 아니고, 네 남편이 널 버리고 나한테 올까?”남주 누나가 빙그레 웃으며 말하자 형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아무튼 난 너 싫어. 그리고 수호 씨 어떻게 할 생각이라면 꿈 깨.”남주 누나는 갑자기 눈웃음을 치며 나를 봤다.“내가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어떻게 하지 않으면 뭐 너희 둘을 어떻게 할까?”그때 애교 누나가 곁에서 남주 누나의 팔을 잡아당겼다.“됐어, 태연 속 그만 긁어.”그러자 형수도 질 세라 말했다.“네가 자꾸 이러면 다음번에 네 남편 봤을 때, 나도 네 남편 다리에 앉아 러브샷 할 거야.”“그래. 난 상관없어. 우리 남편만 원한다면.”“그럼 난 어렵겠네. 네 남편은 너밖에 없어서 다른 여자 눈에도 안 들어올 거잖아.”“다른 여자라면 모를까, 너라면 무조건 돼. 네 얼굴과 몸매가 있는데.”남주 누나가 형수를 응원하자 형수는 가슴을 한껏 내밀고 말했다.“당연하지.”그 덕에 분위기는 점점 누그러졌다.나는 형수가 남주 누나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 거리낌 없이 행동하는 걸 싫어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물론 남주 누나의 이런 성격은 여자들의 질투를 사지만 남자한테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통한다.그만큼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니까.형수와 남주 누나는 대화하면 할수록 점점 산으로 갔다.그러다 남주 누나가 남편과 할 때 느낌 있는지, 남편을 바꾸지는 않을지 물어보는 걸 듣는 순간 나는 너무 놀라 말문이 막혔다.옆에 있던 애교 누나는 심지어 목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얘기 나누고 있어, 난 화장실 다녀올게.”애교 누나는 더 이상 들어주기 힘들었는지 대충 핑계 대고 나가버렸다.그리고 한참 뒤, 나도 화장실 간다는 핑계로 나왔다.그렇게 나는 애교 누나와 화장실 입구에서 만나게 되었다.화장실에는 우리 외에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걸 확인한 나는 얼른 애교 누나를 끌어안고 키스했다.하지만 애교 누나는 무서웠는지 나를 밀어냈다.“안 돼요. 누가 오면 어떡해요.”“무서워할 거 뭐 있어요? 형수랑 남
“우리 너무 오래 나와 있으면 태연이랑 애교가 의심하지 않을까요?”내가 신이 나서 애교 누나에게 입맞춤하고 있을 때 애교 누나가 걱정되는 듯 말했다.하지만 나는 그런 걸 상관할 겨를이 없어 다급히 대답했다.“그건 나중에 생각해요. 제가 방법 생각해 볼게요. 애교 누나, 이제야 겨우 누나를 안아보네요.”내가 바지를 벗고 본론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애교 누나의 핸드폰이 진동했다.확인해 보니 남주 누나가 영상 통화를 걸어온 거였다.나는 핸드폰을 빼앗아 얼른 거절 버튼을 눌렀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남주 누나가 또 영상 통화를 했다.그러자 애교 누나는 나를 진정하게 하고 소리 내지 말라고 경고했다.“내가 전화 안 받으면 계속할 거예요. 그러니 받아야 해요.”“누나 친구 정말 귀신 아니에요? 어떻게 매번 이렇게 우리를 방해해요?”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내 볼에 입을 맞추며 나를 달랬다.“얼마 안 있다가 갈 거니까 좀만 참아요.”나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애교 누나도 영상 통화를 받았다.전호를 받자마자 남주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혹시 우리 몰래 나쁜 짓이라도 하는 거 아니야?”“무슨 헛소리야? 그런 말 하지 마.”“그런데 무슨 화장실을 이렇게 오래가? 어? 아니네? 네 등 뒤에 배경 화장실 아니잖아. 왜 주차장으로 갔어?”애교 누나는 순간 찔렸는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자 내가 얼른 전화를 빼앗아 왔다.“애교 누나가 허리를 삐끗했다고 해서 제가 같이 파스 찾으러 왔어요.”남주 누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약 가지러 간 거 맞아요? 무슨 짓 하러 간 거 아니고?”“그럴 리가요. 애교 누나와 친구라면서요. 그러니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는 저보다 더 잘 알 거잖아요.”“흥. 너무 오래 안 봐서 모르겠는데? 오랫동안 외롭게 지낸 유부녀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요. 애교 바꿔줘 봐요, 뭐 물어볼 거 있으니까.”남주 누나의 의심을 덜기 위해 나는
남주 누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정말 파스뿐이야? 다른 건 없어? 콘돔이라든지.”애교 누나는 매서운 눈초리로 남주 누나를 째려봤다.“없어. 못 믿겠으면 내려와서 직접 확인하든가.”“내려오라면 누가 못 갈 줄 알고? 내가 가면 직접 확인할 거야.”남주 누나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자 애교 누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정말 약이야. 이상한 생각 좀 안 하면 안 돼?”“아, 나 허리 아픈데 수호 씨, 파스 좀 붙여줘요.”남주 주님에게 증명하려고 애교 누나는 연기까지 했다.나는 얼른 애교 누나의 옷 속으로 손을 쑥 밀어 넣었다.그랬더니 누나는 얼른 카메라를 위쪽으로 돌리고 한 손으로 나를 막으면 안 된다는 눈치를 줬다.하지만 나는 끈질기게 손가락 하나를 내밀며 한 번만 만지게 해달라고 소리 없이 애원했다.결국 애교 누나가 묵인하자, 나는 손을 안으로 밀어 넣어 누나의 가슴을 잡았다.솔직히 당장 통화를 끄고 한바탕 하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았지만 그렇게 되면 애교 누나가 난감해질 게 뻔했다.때문에 원하는 대로 만져만 보고 순순히 손을 뺐다.그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또 물었다.“애교야, 너 방금 왜 카메라 렌즈 위로했어? 혹시 수호 씨랑 뭐 부끄러운 짓 한 거 아니야?”애교는 그 말에 심장이 철렁했다.‘남주 정말 귀신인가? 어떻게 다 알아? 무서워 죽겠네.’애교 누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카메라 렌즈를 내 쪽으로 돌렸다.내가 마침 애교 누나를 도와 파스를 붙여주고 있었으니까.그때 남주 누나가 뜬금없이 물었다.“수호 씨, 애교 몸매 어때요?”나는 무슨 말을 하든 상대가 꼬투리 잡을 거라고 생각해 일부러 무심한 듯 대답했다.“아주 좋아요, 남주 누나보다 더.”“하! 지금 내 몸매가 별로라는 거예요? 오기만 해 봐, 아주 곤죽을 만들 거야.”나는 애교 누나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는 카메라를 바라봤다.“봤죠? 저 정말 애교 누나 파스 붙여주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상한 상상하지 마요.”“파스 붙여준다는 핑계로 이상한 짓 했는지 누가
나는 할 수 없이 고분고분 남주 누나를 따라나섰다.남주 누나의 요염하고 섹시한 모습에 함께 나란히 걷는 내내 사람들의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나를 끌고 화장실에 도착한 남주 누나는 여자 화장실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자 나를 끌어 칸막이 안으로 밀어 넣었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나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 특히 남주 누나에게 놀림당할까 봐 무서웠다.그때 남주 누나는 웃는 얼굴로 내 아래를 흘긋거렸다.“솔직히 말해요. 애교랑 대체 뭐 했어요?”“아무것도 안 했어요.”“안 했는데 이렇게 됐다고?”“그건...”나는 마음이 찔려 머리를 짜내 변명을 지어냈다.“아까 애교 누나한테 파스 붙여주면서 몸매를 봤더니 주체할 수 없었어요.”“개도 아니고, 한번 본 걸로 이렇게 된다고요? 그럼 만지거나 입 맞추면 난리 나겠네요?”“내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요.”“그렇다면 너무 배짱 없는 건데? 주차장까지 내려갔고, 이렇게까지 됐는데 아무것도 안 했다니.”“해도 안 된다, 안 해도 안 된다.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남주 누나는 발끝을 들고 내 가슴에 기대더니 키득키득 웃었다.“방법 대서 애교 꼬셔 봐요.”“네? 왜요?”“걔가 너무 보수적이니까 내가 가벼운 여자 같잖아요. 그런데 수호 씨가 애교를 성공적으로 꼬시면 내가 수호 씨랑 뭘 하든 계도 뭐라 하지 못할 거잖아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걔가 나랑 같은 상황이 돼야 내 일 누설할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난 정말 여자들의 생각을 도저히 알 수가 없는 것 같다.본인이 놀기 좋아하고 놀고 싶다고 친구도 끌어내리려 하다니.‘하지만 그렇게 되면 난 떳떳하게 애교 누나와 하고 싶은 걸 해도 되지 않을까?’머리를 굴리던 나는 일부러 놀란 듯 전전긍긍하며 말했다.“해, 해볼게요. 그런데 애교 누나가 너무 보수적이라 성공할 거란 보장은 없어요.”“무서워할 거 뭐 있어요? 내가 있는데.”‘너무 좋겠는데? 그럼 나도 더 수월해질 거잖아.’하지만 연극은 끝까지
나는 여전히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기를 쓰고 내 바지를 벗기는 남주 누나를 보자 나는 심장이 철렁했다.“남주 누나, 이러지 마세요. 그렇게 보고 싶으면 나중에 집에 사람 없을 때 천천히 보여줄게요.”나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고 싶어 아무 말이나 했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오히려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정말이죠? 나 속이는 거 아니죠?”“제가 왜 누나를 놀리겠어요?”남주 누나는 그제야 웃으며 내 볼을 살짝 꼬집었다.“역시 말 잘 듣네. 약간 어리바리한 모습도 마음에 들고.”나는 얼른 입으며 말했다.“우리 이제 돌아가야 해요. 너무 오래 나와 있었어요.”“그래요. 가요.”나는 밖으로 걸어 나가려 하다가 걸음을 멈추었다.“그런데 우리 이따 어떻게 설명해요? 분명 우리가 무슨 짓 했다고 의심할 텐데.”“의심하라고 해요. 뭐가 무서워요? 혹시 애교가 물어볼까 봐 무서워요? 아니면 수호 씨 형수가 물어볼까 봐 무서워요?”“그게 뭔 차이가 있어요?”“없죠. 그런데 둘 다 묻지 않을 거예요.”“왜요?”내가 의아한 듯 묻자 남주 누님은 내 팔짱을 꼈다.“애교는 나랑 달라 묻지 못할 거고, 수호 씨 형수는 그렇게 똑똑하네 진작 짐작했을 거예요. 수호 씨가 이렇게 잘생겼는데 내가 안 건드리고 배겨요? 그런데 형수가 여자 친구도 아닌데, 왜 그렇게 참견이에요?”‘그건 누나가 나 어떻게 할까 봐 걱정돼서 그러는 거예요.’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남주 누나는 어디로 튈지 몰라 실수로 말이라도 하면 큰일이니까.“가요.”“참, 파스 붙여줘요. 연기를 하려면 끝까지 해야죠.”나는 순순히 남주 누나에게 파스를 붙여주고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그랬더니 남주 누나는 뭐가 그렇게 만족스러운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정말 존경스럽네. 어떻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굴지?’그에 반하면 나는 오히려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다.애교 누나는 역시나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형수는 정말 생각했던 대
“저, 정말 아무 짓도 안 했어요.”나는 너무 찔려 말까지 더듬었다.그랬더니 형수가 갑자기 돌아서서 나를 봤다.“이것 봐요. 수호 씨는 거짓말도 못 하잖아요.”형수한테 사실을 들키자 나는 다급히 설명했다.“이건 제 탓 아니에요. 남주 누나가 도와준 거예요.”“오호? 어떻게 도와줬는데요?”형수는 궁금한 듯 물었다.결국 나는 형수가 화낼까 봐 모두 사실대로 털어놓았다.그랬더니 형수가 불만조로 투덜거렸다.“최남주, 이 여우 같은 게. 아무 짓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이런 짓을 하다니.”나는 제 발 저려 잘못한 아이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자 형수는 겁먹은 나를 보고 오히려 위로했다.“수호 씨 탓하려는 게 아니에요. 남주 같은 여자는 보통 남자가 상대할 수 없어요. 수호 씨가 아직 어려 남주 꼬임에 넘어간 것도 이해해요.”‘그렇다고 손해 본 건 아닌데. 오히려 기분 좋았는데?’나는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이걸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형수, 남주 누나가 저더러 애교 누나 꼬시래요. 자기가 도와주겠다며.”“음? 왜 그렇게 말했대요?”“애교 누나가 너무 보수적이라 자기가 너무 가볍게 보인다고. 제가 애교 누나를 넘어뜨려 자기랑 똑 같은 사람으로 만들면 함께 놀 수 있다고요.”그 말을 들은 형수는 그 자리에서 터져버렸다.“이 불여우 같은 게, 감히 수호 씨를 장난감 취급하다니. 수호 씨, 무조건 조심해요. 남주는 사람 고장 날 때까지 노는 애니까.”‘설마? 남주 누나가 대체 어떻길래 날 고장 날 정도로 갖고 논다는 거지? 오히려 기대되는데.’‘아직 못해본 자세도 적은데, 농익은 유부녀가 리드해주면 나한테 도움 되는 거 아닌가?’남주 누님은 나에게 아주 좋은 스승이 되어줄 것만 같았다.하지만 형수 앞에서는 형수 말에 동조했다.“네, 알았어요.”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형수는 나를 보며 얼굴을 붉혔다.“그런데, 내가 입은 이 옷 어때요? 예뻐요?”“네, 엄청 예뻐요. 형수 몸매는 무슨 옷 입어도 예뻐요.”나는 진심으로 말했
“진동성은 지금 어디 있어요? 만나봐야겠어요. 걱정하지 마요. 절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요. 그딴 쓰레기는 감옥에나 가야 하니까요.”“외과 병동에 있으니 같이 가.”“됐어요. 여기서 저 대신 형수 좀 돌봐줘요. 그 인간은 나 혼자 만나고 올게요.”나는 윤지은이 따라오려는 걸 극구 말렸다. 그 첫 번째 이유는 확실히 형수가 걱정되어서였고, 두 번째 이유는 윤지은이 있으면 내가 마음껏 움직이기 불편했으니까. 외과 병동에 도착한 나는 한 병실 안에 누워 있는 진동성을 바로 발견했다.의료진이 옆에서 각종 검사를 하고 있었고 진동성은 비명 지르며 엄살을 피워댔다.“아, 아파요. 의사 선생님, 좀 살살할 수 없어요?”그 꼴을 본 순간 나는 분노가 치밀었다.형수는 그렇게 많이 다쳐도 아프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진동성은 고작 외상 몇 군데 난 거로 비명을 질러대며 엄살을 부리고 있단.나는 아무 말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묵묵히 옆에 서 있다가 의사가 떠난 뒤 진동성 앞으로 다가갔다.“형수는 왜 만났어?”진동성은 나를 차갑게 흘긋거렸다.“너랑 무슨 상관인데? 정수호, 잊었나 본데 고태연은 아직 내 와이프야. 내가 내 와이프랑 뭘 하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나는 두말없이 진동성의 멱살을 잡았다.“넌 왜 고작 찰과상인데 형수는 의식까지 잃어야 해?”“뭐 하는 거야? 나 지금 환자야. 이거 단장 놔.”“대답해!”나는 버럭 소리쳤다.진동성은 내 모습에 살짝 쭈그러들었다. 눈이 시뻘게진 나는] 당장이라도 사람을 덮치려는 맹수 같았다.진동성은 내 심기를 거슬렀다가 본전도 못 찾을까 봐 바로 태도를 누그러뜨렸다.“이혼 예기하려고 만났어.”“그것뿐이야? 고작 그것뿐이면 교통사고는 왜 나는데?”나는 진동성의 한 글자도 믿을 수 없었다.진동성도 끝내 화가 났는지 버럭 소리쳤다.“교통사고는 말 그대로 사고야. 누구는 뭐 사고 나고 싶어 난 줄 알아? 선 넘지 마. 나 지금 환자야.”‘그게 정말 단순 사고라고?’나는 절대 믿을 수 없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다리가 후들거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윤지은은 얼른 내 어깨를 잡아 일으켜 세웠다.“정수호, 절대 무너지면 안 돼. 형수가 깨어나면 돌봐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해. 옆에서 최선을 다해 케어해 줄 사람도 있어야지.”나는 얼른 몸을 일으켜 세웠다.“맞아요. 난 넘어질 수 없어요. 형수가 꼭 위기를 넘길 거라고 믿어요.”나와 윤지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수술실 밖에서 수술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나는 그 동안 벽에 걸린 시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이런 경험을 해 본 건 처음이다.우리 할아버지는 평생 큰 병에 걸린 적이 없었고 갑자기 돌아가셨지만 기분 좋게 가셨다.가족들은 모두 할아버지가 갈 때가 돼서 갔다며 좋은 일이니 슬퍼할 필요 없다고 했었다. 할아버지는 죽음을 둘여워하기는커녕 저승에 가면 분명 재밌을 거라는 농담까지 잊지 않으셨다.할아버지 손에 키워져 옆에서 할아버지를 따라 배워온 터라 내 성격은 할아버지를 많이 닮았다.때문에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만 해도 나는 크게 슬퍼하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다른 세상으로 갔고 그 세상에서도 잘 지내실 거라고 믿으면서. 우리 집은 친척 식구가 많은 것도 아니라 나는 그 뒤로도 가족을 잃는 슬픔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하지만 이번 처음 죽음의 공포가 뭔지 제대로 느꼈다.의사라서 그동안 생로병사는 순리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내가 직접 이런 일을 경험하니 좀처럼 진정할 수 없었다. 특히 현재 생사의 기로에 놓인 사람이 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서 더더욱, ‘형수한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난 어떡하지?’나는 형수만큼은 절대 아무 일 없기를 간절히 빌었다.‘진짜 무슨 일이 생겨도 진동성한테 생겨야지. 진동성이 아니었다면 형수도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쓸데없는 생각들이 고개를 내밀어 기다리는 일분일초가 너무나도 지옥 같았다.나는 시간이 이토록 느리게 흘러간다고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1분이 1
“그딴 허울 좋은 소리는 집어치워. 너도 회사를 위해 나를 왕정민한테 팔아넘기려 했잖아. 진동성, 네가 얼마나 비열하고 파렴치한 인간인지 인정해. 한 일도 인정하지 못하는 게 어떻게 남자야?”형수는 온 힘을 다해 핸들을 꺾었다.깜짝 놀란 진동성은 버럭 소리쳤다.“미쳤어? 나 운전하잖아.”“난 죽더라도 네가 원하는 대로 되게 두지 않아.”형수는 말하면서 있는 힘껏 핸들을 흔들었다.워낙 차 속도가 빠른 데다 핸들이 움직이니 차는 도로 가운데서 이리저리 부딪혔다.진동성은 무서웠는지 애원하듯 말했다.“알았어. 안 그럴게. 이거 놔.”형수는 진동성의 거짓말을 믿을 리 없었다. 세상 남자는 다 거짓말쟁이라 믿을 수 없다.형수는 죽을 각오로 말했다.“늦었어. 네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 차라리 이대로 같이 죽자. 그럼 너도 다른 사람한테 더 이상 피해주지 않을 거잖아.”그 말에 지동성은 형수가 저를 끌고 같이 죽으려 한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고태연, 넌 정말 미쳤어!”진동성은 형수의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옆으로 세게 밀쳐냈다. 하지만 형수도 절대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형수도 곧장 진동성의 머리를 움켜잡고 차 안에서 싸우기 시작했다.쾅!차는 끝내 굉음을 내며 도로 위를 굴렀다.차 안은 난장판이 된 채 비명이 난무했다.하지만 속도가 너무 빠른 데다 한번 부딪힌 뒤 멈춰 선 게 아니라 그대로 몇 바퀴 굴러 육교에서 떨어졌다....한편 형수가 떠난 줄도 모르고 있던 나는 중간 휴식 시간이 되어서야 형수가 도관에 없다는 걸 발견했다.형수가 떠나기 전 잠깐 나간다는 문자를 남긴 터라 나는 당연히 형수가 무료함을 참지 못하고 나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얼마 뒤 윤지은이 전화를 걸어와 형수가 교통사고로 응급수술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나는 헐레벌떡 밖으로 뛰쳐나갔다.“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갑자기 왜 사고가 난 거예요?”[네 형수가 웬 남자랑 같이 있었어. 내가 사진 보낼 테니까 남편이 맞는지 확인해 봐.]윤
“내가 그렇게 싫은 거야”진동성은 형수가 너무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형수는 여전히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역겨운 정도가 아니야. 치가 떨리도록 싫어. 너랑 빨리 이혼하려는 게 아니었다면 이 자리에 오자도 않았어.”진동성은 몰래 이를 갈았다.형수는 말을 이었다.“이혼 합의서는 내가 다 준비했어. 보고 문제없으면 사인해.”형수는 말하면서 미리 준비해 두었던 이혼 합의서를 진동성 앞에 내놓았다.진동성은 문득 자기가 너무 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수의 공격적인 모습이 그는 매우 싫었다. 그가 아내를 버리더라도 아내는 절대 저를 버리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다.하지만 진동성은 워낙 마음을 잘 숨기는 사람이기에 화가 나더라도 겉으로는 미소를 유지했다.“좋아. 이번에 마지막이니까 같이 산책 좀 하자. 괜찮지?”형수는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진동성을 바라봤다.“나 시간 없어.”“그냥 산책 좀 하자는 거잖아. 내가 뭐 다른 걸 한대? 길거리에 사람도 많은데 내가 뭔 짓 할까 봐 겁나? 그것만 들어주면 바로 이혼 합의서에 사인할게. 그래도 우리 부부인데 마지막까지 싸우는 건 싫어. 넘 안 좋게 끝내는 것도 싫고.”형수는 결국 마음이 약해져 진동성의 부탁을 들어주었다.“30분 밖에 없어.”형수는 30분을 할애해 이혼 도장을 받아내는 게 밑지지 않는 처사라고 생각했다.형수는 현재 한시 빨리 이혼하여 눈앞의 쓰레기를 멀리하려는 생각뿐이었다.진동성은 곧바로 다정한 표정을 지으며 형수를 도와 문을 열어주더니 어디로 갈지 묻기까지 했다.형수는 건성으로 대답했다.“마음대로 해. 아무 데나 다 돼. 하지만 난 30분 밖에 없어.”“그럼 쇼핑몰 좀 도는 건 어때? 너한테 선물 좀 사주고 싶거든.”“마음대로 하던가.”형수는 시종일관 싸늘한 태도로 대답했다.진동성은 겉으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형수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 한번 결혼하면 분명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터인데, 진동성은 그게 무엇보다도 싫었다.‘고태연, 이건 다 너
“고태연, 그 돈은 내가 번 거야. 내 돈을 왜 너한테 줘야 하는데?”형수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내 도움이 없었다면 창업 자금도 없이 어떻게 돈을 벌 건데? 창업 초기 내가 두 발로 뛰어가면서 고객 만나고 미팅하러 다녔던 거 잊었어? 진동성, 너 양심은 있니? 개한테 뜯긴 거야?”진동성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이제 와서 그런 게 뭔 소용인데? 돈은 내가 벌었으니 내 거지. 게다가 모든 돈은 이미 우리 부모님 계좌로 빼돌렸어. 내 계좌에는 고작 몇만 원밖에 없으니 그거라도 나누고 싶으면 나눠 가지던가.”“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절대 너 안 줘. 난 너랑 정수호 그 자식이 내 집에서 붙어먹는 꼴 절대 못 봐. 정말 그러기로 작정한 거지?”형수는 속으로 뭔가 계획을 세웠다.진동성은 여전히 표정 한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누군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네가 나 벼랑 끝으로 몰았잖아. 너랑 정수호 그 자식 일은 안 따지겠다고 했는데 왜 이혼하겠다는 거야? 왜 꼭 내 체면을 바닥으로 짓뭉개는데? 네가 날 그렇게 난처하게 하는데 내가 왜 널 가만둬?”형수는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아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진동성, 난 적어도 넌 왕정민과 달리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어쩜 왕정민보다 더 쓰레기일 수가 있어?”“그래.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가만있을 수 없지. 집은 이미 우리 엄마 명의로 명의 이전했어. 네가 모든 돈은 네가 다 빼돌렸다니 그냥 가져. 하지만 전에 내가 투자했던 항목들 모두 내 돈으로 투자했던 거 알지?”“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는데 그 투자 상품들 모두 300퍼센트 수익을 냈어. 내가 투자로 번 돈은 네가 모은 것보다 훨씬 많아.”형수의 말을 들은 진동성의 낯빛은 일순 어두워졌다.“투자 상품은 언제 구매했는데? 난 왜 몰라?”형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내가 이애교인 줄 알아? 왕정민이 뭐라고 하면 따르는? 난 애교랑 달라. 난 가정주부한테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너
형수는 이 일을 나한테 알려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하지만 내가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에 방해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지금 백주 대낮이기도 하니 진동성이 저를 어떻게 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결국 형수는 밖으로 나가면서 진동성에게 답장했다.[장소는 내가 정해.]형수는 일부러 사람이 많이 다니는 가게를 약속 장소로 정했다. 지금 훤한 대낮이고 사람이 많으니 진동성이 함부로 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 채로.하지만 진동성은 형수가 생각한 것만큼 단순한 사람이 아니었다.진동성이 형수를 불러낸 건 사실 나와 형수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다. 다른 한편으로는 왕정민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도 있었다.나 때문에 레스토랑에서 윤지은의 사람한테 된통 얻어맞은 왕정민은 너무 화가 나서 그 화를 형수한테 풀려고 했다.형수가 진동성과 이혼하면 당연히 나랑 만날 걸 알았으니까. 형수의 몸을 취하는 건 형수에 대한 복수일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복수이기도 했다.게다가 왕정민이 형수를 노린 게 하루이틀이 아니었기에 이 기회에 형수랑 잘 생각이었다.진동성은 형수에게 문자를 보낸 뒤 곧바로 옆에 있는 왕정민에게 말했다.“약속 잡았어. 이제 걸려들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돼.”“그럼 난 호텔에서 기다릴게. 이따 네가 호텔로 데려와.”진동성은 키득키득 웃었다.“그래.”왕정민은 호탕하게 웃으며 자리를 떴다.왕정민이 떠난 뒤 진동성의 표정은 이내 음흉해졌다.“고태연, 날 먼저 배신한 건 너야. 그러니까 날 탓하지 마. 아무도 내 명예를 무너뜨릴 수 없어. 아무도!”진동성은 몰래 핸드폰 녹화 기능을 켰다. 그는 이따가 왕정민이 형수를 취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 모든 사람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형수가 아내의 본분도 지키지 않는 더러운 여자가 될 거고 절대 저한테 위협이 되지 않을 테니까.사람은 양심을 잃으면 짐승만도 못해진다. 진동성도 지금 그 상태다.형수는 약속 장소를 엔젤 카페로 정했다.얼마 뒤 형수와 진동성은 그곳에서 만났다.형수는 진동성을 만나자마자 본론을
[알았어요. 그러고 보니 지은이랑은 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예요? 지은이가 어젯밤 찾아와서 앞으로 수호 씨를 멀리하라고 하더라고요.]사모님은 내가 걱정되는 듯 물었다.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맥이 빠졌다.“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항상 저를 저격하거든요. 그냥 제가 꼴 보기 싫은가 봐요.”[지은이 좋은 사람이에요. 겉보기에는 무뚝뚝하고 차가워도 말만 심하게 했다 뿐이지 마음은 여려요. 정말 화나게 한 상황을 빼면요.”나는 너무 억울했다. 그동안 분명 윤지은을 건드린 적도 없는데 말이다.“사모님, 전 정말 그런 적 없어요.”나는 풀이 죽어 해명했다.“사모님도 친구분이니 아실 거잖아요. 소여정 씨마저 윤지은 씨 상대가 안 되는, 하물며 저는 어떻겠어요?”[하하. 아무튼 두 사람 꼭 원수 같다니까요. 그런데 옆에서 보는 건 재밌어요.]사모님은 나지막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런 말을 들으니 나는 너무 난감했다.이게 대체 어디가 재밌다는 건지?나는 그런 여자와 놀고 싶은 생각은 없다.“됐어요, 사모님, 일 보세요.”사모님과의 통화가 끝난 뒤 나는 방에서 나왔다.형수는 이미 푸짐한 아침상을 준비했다.다만 고수연은 대충 두 숟갈 먹더니 입맛이 없다며 다시 방으로 들어가 거실에는 나와 형수 둘뿐이었다.“저 계집애는 상관하지 마요.”형수는 나를 위해 달걀을 까다가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봤다.“이게 뭐 같아요?”나는 살짝 어리둥절했다.“네?”“남자 그거 같지 않아요?”‘아...’형수는 달걀을 내 입에 밀어 넣었다.“얼른 먹어요. 영양가 많은 거니까. 참, 식사하고 나서 뭐 할 거예요?”“이따 도관에 연습하러 가야 해요.”“그럼 나도 같이 가도 돼요?”“당연하죠. 가고 싶으면 가는 거죠.”나는 형수와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함께 도관으로 향했다.변석훈은 이미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도관에 들어서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훈련에 매진했고 형수는 내 옆에 앉아 나를 지켜봤다.시간이 급박하고 내가 배울 시간이 많지 않기에 나는
“고수연!”형수는 화가 나고 억울해서 버럭 소리 질렀다. 다른 사람 눈에 그녀는 아내로서의 도리도 안 지키는 방탕한 여자처럼 보일 거지만 누구도 그동안 형수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모를 거다.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상관없지만 가족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가슴에 칼을 꽂으니 형수는 너무 괴로웠다.고수연도 제 말이 심했다는 걸 인식했는지 다급히 언니 옆으로 다가갔다.“언니, 난 그런 뜻이 아니야. 마음에 담아두지 마. 난 그냥 이 세상에 좋은 남자는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정수호도 좋은 사람 아니야. 그러니까 절대 빠지지 마.”그게 사실인 건 맞지만 형수의 마음은 무척 괴로웠다.“수호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잘 알아. 고수연, 네가 진용진한테 불만 많은 거 알아. 하지만 애먼 사람한테까지 안 좋은 프레임 씌우지 마. 너랑 진용진 사이의 일은 수호 씨랑 상관없잖아.”고수연은 풉,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내 몸 하나 돌볼 겨를도 없는데 내가 다른 사람을 신경 쓸 겨를이 있을 리 없잖아. 얘기는 이쯤에서 그만하자. 나 먼저 잘게.”말을 마친 뒤 고수연은 일어서서 제 방으로 들어갔다.형수는 동생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이혼은 여자한테 큰 영향을 주곤 하다. 특히 고수연처럼 애까지 있는 유부녀라면 더더욱.게다가 진용진이 얼마나 머리를 썼는지 정말 이혼하게 된다면 고수연은 빈털터리로 쫓겨날 거다. 그러면 아이는 오히려 짐이 되고 만다.형수는 갑자기 저와 진동성 사이에 애가 없는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부부가 갈라지는 순간이 오면 안 좋게 끝날 것이기에 아이가 없는 게 고통을 덜 받을 수 있다.만약 아이가 있었다면 형수도 분명 고수연과 진용진처럼 됐을 거다.한참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들리는 초인 종소리에 형수는 문을 열었다. 이윽고 문밖에 서 있는 나를 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무슨 일이에요? 월세방 구했다고 했잖아요?”나는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들어와요.”나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며 주위를
“어쩐지 계속 남자 친구를 안 사귀나 했네. 넌 성적 수요가 적은가 보네. 연우한테서 들었는데 여자가 성적 수요가 적다면 불감증일 경우가 많대. 너도 병원에서 검사받아 보는 게 어때?”윤지은의 낯빛은 더 이상해졌다. 사실 여기까지 직접 온 건 사모님한테 따져 묻기 위해서였는데 오히려 사모님한테 질문세레를 받고 있으니.윤지은은 얼른 화제를 전환했다.“유미야. 그날 밤 정수호와 했다는 여자 얼굴 제대로 봤어?”“아니. 술에 취해서 흐릿하게 보였어. 그런데 그 여자 가슴에 문신이 있었어.”“문신? 무슨 문신?”윤지은이 물었다.사모님은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나비 문신이었던 것 같아. 맞아. 나비 문신이야. 가슴 여기에 있었어.”윤지은은 그날 일을 곰곰이 회상했다.“그날 밤 식사 자리에 우리 넷을 빼면 정수호 형수랑 여자 친구였지?”“우리 넷 중에는 가슴에 나비 문신을 한 사람이 없고, 형수랑 여자 친구도 없었던 것 같은데.”윤지은은 순간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그날 일을 애써 떠올렸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다 할 만한 게 떠오르지 않았다.“아무튼 오늘부터 정수호랑 떨어져. 정수호 좋은 사람 아니야. 네 몸을 노릴까 봐 걱정돼서 그래.”사모님은 깊이 생각지도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윤지은은 사장님을 흘긋 보고는 자리에 한참 앉아있다가 떠났다.윤지은이 떠난 뒤 사모님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표정이 이상해졌다....그 사실을 모르는 나는 택시를 타고 월세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억울했다.집에는 현성 혼자만 있었다.“민우는?”나는 물으면서 소파에 앉았다.그러자 핸드폰을 하고 있던 현성이 대답했다.“여자 친구랑 밥 먹으러 갔어.”현성은 말하면서 핸드폰을 내려놓고 내 옆에 앉았다.“수호야, 오늘 밤 너도 나가서 지내는 게 어때? 나랑 주선영이 단둘이 이을 기회를 마련해 줘.”“여긴 내가 세 맡은 집인데 왜 내가 나가야 해?”현숭은 두말없이 두터운 현찰을 꺼내 내밀었다.“강북에 있는 3성급 호텔이든 5성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