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우리가 이러고 있으면 오해를 불러오기 십상이다.“수, 수호 씨, 아직도 안 됐어요?”형수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사실 진작 끝났지만 나는 떨어지기 아쉬워 일부러 거짓말했다.“아직 안 끝났어요.”그러자 형수가 갑자기 내 손을 덥석 잡았다.“그럼 그만해요. 저녁에 집에 가서 천천히 해요.”“그래요.”‘돌아가서 옷 벗고 하면 더 좋은 거 아닌가?’나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이봐, 다 됐어?”그때 남주 누나의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그러자 형수가 짜증 나는 듯 바깥쪽을 째려보며 소리쳤다.“아직 안 됐어.”“지퍼 하나 올리는 게 뭐 이리 오래 걸려? 20분도 다 돼가. 느려 터져서는. 둘이 천천히 와, 나랑 애교는 다른데 먼저 구경할게.”“그래, 가 봐.”안 그래도 애교 누나와 남주 누나가 빨리 가기를 원하던 형수는 밖에서 재촉하는 사람이 사라지자 안심한 듯 말했다.“수호 씨, 지퍼 좀 내려줄래요? 다른 옷도 입어보고 싶어요.”“네.”나는 지퍼를 내려주고 곧바로 탈의실을 나가려 했지만 형수가 갑자기 말했다.“나갈 필요 없어요. 여기서 기다려요.”“네?”형수가 입은 옷 두 벌은 모두 몸에 딱 붙는 원피스기에 갈아입으려면 속옷과 팬티차림으로 갈아입어야 했다.“형수, 제가 여기 있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안 될 거 뭐 있어요? 수호 씨는 내 동생이나 다름없는데 우리 순결한 사이잖아요.”그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순결한 사이죠.”곧이어 나는 직접 형수의 원피스를 벗겨 주었다.그 과정에 스킨십은 피할 수 없었다.하지만 형수는 날 동생으로 생각한다면서 어색해하지 말라고 설득했다.형수의 원피스를 벗겨주고 다른 옷을 입혀주면서 나는 참지 못하고 감탄했다.“형수 몸매는 정말 볼수록 완벽한 것 같아요. 그래서 무슨 옷을 입든 예쁜 것 같아요.”나는 말하면서 형수의 가슴을 움켜잡았다.그러자 형수는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나는 얼굴도 붉히지 않고 대
탈의실에서 나온 뒤, 형수는 입어 봤던 옷 두 벌을 모두 구매했다.그러고는 나한테도 새 옷 두 벌을 사주어 순식간에 몇십만 원을 써버렸다.하지만 형수는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한테 옷을 사준 게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우리는 한참 동안 더 쇼핑하다 시간이 늦어지자 집으로 돌아갔다.나와 형수가 같은 차에 타고 남주 누나와 애교 누나가 같은 차를 탔는데, 형수는 조수석에서 갑자기 나에게 물었다.“식사할 때 애교랑 같이 주차장에 갔던 거 차에서 하려고 그런 거죠?”“네? 아니에요. 그냥 애교 누나 대신 약 찾아주려고 간 거예요.”나는 너무나도 찔려 다급히 거짓말로 둘러댔다.하지만 그보다 더 당황스러운 건 형수가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대체 뭐 하는 거지?’내가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형수가 나를 보며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이고. 이건 내 차라 절대 다른 여자와 여기서 그런 짓 하면 안 돼요.”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너무 놀라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애교 누나와 차에서 하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그도 그럴 게, 형수의 이런 태도를 보니 만약 정말 그랬다 발각되기라도 한다면 난 정말 끝장날 거다.하지만 형수의 말이 조금 이해되지 않았다.나와 애교 누나를 이어주겠다고 그렇게 노력하면서 차에서 그 짓을 하는 건 또 반대하니, 본심이 대체 뭔지 알 수 없었다.“알았어요.”“그래요.”얼마 지나지 않아 형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건 다름 아닌 동성 형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는데 오늘도 또 늦게 들어온다는 연락이었다.그 말에 형수는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어제도, 그저께도 계속 야근이라더니 오늘은 또 무슨 이유야?”형은 난감한 듯 설명했다.“요즘 회사 일이 좀 바빠. 집에 갔다 왔다 하기가 좀 번거로워서 직원들과 회사에서 자려고. 믿지 못하겠으면 봐, 다른 직원들도 있어.”형수는 귀찮다는 듯 대충 흘겨보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돌아오기 싫으면 오지 마.”형수는 아주 화난 듯했다.그도 그럴 게, 형수는 아이를
“일단 진정하고 나중에 형과 얘기 잘해봐요. 만약 형도 그걸 원한다면 저도 무조건 도와줄게요.”형수는 아무 말도 없이 차에 앉아 묵묵히 눈물만 흘렸다.형수가 이토록 슬퍼하는 걸 본 적 없기에 나는 마음이 미어질 것만 같았다.이에 나는 조수석으로 걸어가 문을 열고는 형수에게 거칠게 키스했다.어떻게 위로해 줘야 할지 몰라 이 방법밖에 생각나지 않았으니까.내 위로에 형수는 점차 평온을 되찾았다.“수호 씨, 고마워요, 하마터면 실수할 뻔했네요.”나는 너무 마음이 아파 형수의 눈물을 닦아주며 싱긋 웃어 보였다.“형수가 후회하는 일 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형수는 내 말에 마치 억울한 일을 당한 어린 소녀처럼 입을 삐죽거렸다.“바보. 수호 씨는 사람이 왜 그렇게 착해요? 수호 씨가 우리 남편과 아무 사이도 아니었으면 나 아마 수호 씨를 선택했을 거예요.”그 말에 나는 행복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슬펐다.형수 마음속에 내가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영원히 동성 형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는 사실이 슬펐다.나는 마음 아파 형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우리가 같이 있을 수는 없지만 제가 항상 형수를 지켜줄게요.”“그럼 수호 씨가 너무 힘들잖아요. 매번 전희만 하고, 실질적인 관계는 맺지 못하면.”나는 피식 웃었다.“그걸로도 만족해요.”형수는 싱긋 웃으며 내가 마치 어린애라도 된 듯 내 코를 꼬집었다.그러고는 손으로 내 가슴을 쓸어내리더니 허리춤에서 멈췄다.형수의 행동에 나도 덩달아 긴장했다.“형수, 뭐 하는 거예요?”“바보. 지금 힘들잖아요, 내가 도와줄게요.”‘헐, 형수가 설마...’순간 온몸의 피가 한곳으로 쏠려 몸이 뻣뻣하게 굳었지만 난 끝내 참았다.“됐어요, 싫어요.”“정말요?”“네.”“바보. 앞으로 힘들면 언제든 찾아와요.”형수가 얼마나 많이 타협했는지 알기에 나는 흥분을 못 이겨 형수의 머리를 잡고 힘껏 입 맞췄다.“태연 형수님, 사랑해요.”“태연이면 태연이지, 뭐가 또 태연 형수님이에요?”형수는 얼굴을 붉히며 나
“파스 붙이는 거야? 아니면 남사스러운 짓거리 하고 있었던 거야?”남주 누나는 어떻게 매번 이렇게 귀신 같은지 이번에도 또 맞춰버렸다.하지만 형수는 애교 누나와 다르게 이 정도로 쉽게 겁먹지 않았다.“남사스러운 짓이라니? 수호 씨 우리 남편 동생이야. 너 설마 형수와 도련님 사이에 뭐 이상한 일이라도 벌어졌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그걸 누가 알아? 헝수와 도련님이라니, 얼마나 짜릿해.”“짜릿하긴! 내가 너처럼 욕구 불만인 줄 알아?”“흥. 그럼 수호 쪽으로 카메라 돌려 봐. 내 눈으로 봐야겠어.”“누가 변태 아니랄까 봐. 너 대체 뭐 하자는 거야?”“당연히 검사하는 거지. 수호가 거기 섰는지 안 섰는지 봐야겠어.”남주 누나의 말에 형수는 카메라 렌즈를 나에게 돌렸다.“눈 크게 뜨고 봐. 섰는지 안 섰는지.”“어? 정말 안 섰잖아? 수호 씨가 너한테 그런 마음 품은 건 아닌가 보네.”남주 누나는 그제야 안심했다.하지만 이게 다 내가 억지로 참은 거라는 건 아마 모를 거다.“그럼 둘이 뭐 했는데? 왜 아직도 안 돌아와?”남주 누나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물었다.“내가 기분이 꿀꿀해서 드라이브 중이었어. 왜 안돼?”“하하하, 너도 기분 안 좋을 때 있었어? 혹시 남편이 요즘 힘 못 써?”남주 누나는 양심도 없는지 이게 뭐가 좋다고 깔깔 웃어댔다.그 말에 형수는 화가 난 듯 버럭 소리쳤다.“요즘 집에 들어오지도 않는데, 힘쓸 수나 있겠어?”“풉, 하하하! 그럼 너도 애교랑 마찬가지로 요즘 독수공방 중이겠네? 외로운 유부녀 다 됐겠어.”“죽고 싶어? 기분 안 좋아 죽겠는데 넌 웃음이 나와?”형수는 핸드폰에 대고 버럭 화냈다.그러자 남주 누나가 양심 없는 말을 내뱉었다.“이 상황에 안 웃고 설마 울겠냐? 독수공방은 네가 하지 내가 하는 것도 아닌데. 아니면 나랑 같이 놀자. 내가 쌔끈한 오빠들 만나러 데려가 줄게, 너처럼 외로운 유부녀들이 아주 껌뻑 죽을 거야.”“그래. 어디로 데려갈 건데?”일부러 내지른 형수의 말에
그 말에 남주 누나가 투덜거렸다.“그럼 너도 비켜. 태연이랑 마실 거니까.”남주 누나와 형수는 술이 어찌나 센지 서로 한 잔씩 주고받으며 쉴 새 없이 마셔댔다.그때 애교 누나도 자기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고 생각했는지 두 사람에게 합류하여 함께 술을 마시더니 세 사람은 거침없는 대화를 시작했다.나는 그 가운데서 한 명 한 명 케어하느라 바삐 보냈다.그렇게 약 11시가 되었을 때, 세 사람은 모두 고주망태가 되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나는 우선 형수를 집에 안아 가고 남주 누나를 객실에 옮겨준 뒤 마지막으로 애교 누나를 옮겼다.나머지 두 사람이 모두 취한 상태라 겨우 애교 누나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라, 나는 애교 누나를 침실로 안고 가서는 얼굴을 톡톡 쳤다.“애교 누나, 정신 차려 봐요...”하지만 애교 누나는 좀처럼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렇다고 이런 상태에서 하자니 아무런 무드가 없을 게 뻔해 나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했다.그래도 나는 애교 누나가 정신을 차렸을 때 하고 싶었다. 그래야 서로 만족할 수 있으니.오늘 세 사람 중 형수가 가장 많이 취했다.가뜩이나 형수는 기분이 안 좋아했기에 나는 걱정이 앞섰다.때문에 애교 누나와 남주 누나를 침대에 눕힌 뒤 다시 형수 집으로 돌아왔다.술에 취한 형수는 소리도 치지 않고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하지만 여전히 형수가 걱정되어 나는 그 옆에 누웠다.이렇게 하면 저녁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잘 대처할 수 있으니.그렇게 온종일 바쁘게 움직이고 나니 나는 늦은 시간 되어서야 핸드폰을 확인할 수 있었다.그렇게 핸드폰을 켰을 때 카톡에 친구 추가 요청 하나가 떠 있었다.상대는 다름 아닌 어제 만났던 그 여자였다.게다가 문자 하나가 와 있었다.[오늘밤 한 번 더 할래요?]‘젠장. 어제 그 여자가 취한 거 아니었나? 설마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 낸 건가?’‘그렇다면 내일 한의원에 출근하면 날 알아
‘뭐야? 여자 셜록 홈즈라도 돼? 통찰력과 추리 능력이 너무 뛰어나잖아.’게다가 말투가 대담한 걸 보니 정말 한 집씩 찾아다니면 나를 찾는 건 시간문제였다.그 가능성에 나는 다급히 답장했다.[대체 뭘 원해요?][뭐 딱히 원한다는 것보다 기분이 꿀꿀해서 술친구가 필요해요. 원한다면 해줄 수도 있고. 아무튼 난 그놈을 두고 바람피우고 싶으니까.]나는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문자를 보냈다.[가는 건 문제없어요. 하지만 불 켜지 마요.][알았어요. 본인 정체 들키고 싶지 않은 거죠? 그 요구 들어줄게요.]나는 결국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기로 결심했다.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으니까.결국 나는 옷장에서 옷을 뒤지다가 형이 오래전에 입었던 작업복을 찾아 입었다.이렇게 가리면 아마 형수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거다.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는 15층을 향했다.물론 여자가 약속을 어기고 불을 켜거나 내 모자와 마스크를 벗기면 어떡하나 여전히 걱정되었지만 다른 길이 없었기에 여자가 약속을 지키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1505호 문을 두드리자 검은색 란제리 속옷을 입은 여자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심지어 지독한 술 냄새를 풍겼다.여자는 약속대로 불을 켜지 않아 나는 어느 정도 안심이 됐다.그때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여자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얼굴 알아보고 매달릴까 봐 이렇게 꽁꽁 싸맨 거예요? 쳇! 난 그쪽처럼 이기적이고 잘난 체하는 남자들한테 관심 없어요. 그놈한테 복수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찾는 일도 없었을 거고.”여자는 말하면서 당장이라도 넘어질 것처럼 비틀거려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 여자를 붙잡았다.“많이 마셨어요. 부축할 테니 안으로 들어가요.”나는 여자를 안으로 부축해 들어가고는 문을 닫았다.집안에는 스탠드 등 하나면 켜져 있었는데 희미하고 어두워 안심할 수 있었다.나는 여자를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테이블 위에 쌓인 술병만 봐도 여자가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알 수 있었다.“너무 많이 마셨
“어젯밤 기분 어땠어요? 좋았어요?”나는 여자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말했다.“보통 이런 건 남자가 여자한테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이게 뭐 남자 여자 가를 게 있어요? 남자가 하는 일 여자라고 왜 못해요? 봐요, 나도 그놈 두고 바람피우잖아요. 다시 물어볼게요, 어제 기분 좋았어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아주 좋았어요.”“그럼 됐어요. 오늘 더 기분 좋게 해줄게요.”나는 문득 궁금했다.“이 말, 혹시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한테 했어요?”내 물음에 여자는 고개를 들어 물었다.“그걸 어떻게 알아요?”“말투에서 느꼈어요. 그쪽이 할 때 기분 안 좋았다는 걸 알았거든요. 그냥 그 남자한테 복수하려고 한 거지.”여자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맞아요. 복수하려고 이러는 거예요. 그 자식도 바람피우는이데, 나라고 못 피우겠나 하는 오기 때문에 이러는 거예요. 그 자식도 나처럼 기분 엿 같아라고. 다른 건 뭐가 됐든 상관없어요.”나는 여자의 허리를 안아 소파에 부드럽게 내려놓고 다정하게 말했다.“아무리 복수하고 싶어도 본인이 즐겨야죠. 게다가 이런 건 서로 즐기자고 하는 건데, 복수하려고 몸 함부로 굴리면 어떡해요?”“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 할 거예요, 말 거예요?”“할 거예요.”내가 그렇게 많이 말한 건, 여자가 다른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해서다. 그러면 우리 둘 모두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으니까.사실 이런 일은 한 사람만 기분 좋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즐겨야 진짜 좋은 거다.내가 생각하고 있는 틈에 여자가 갑자기 나에게 입 맞추며 숨을 헐떡였다.“베란다로 가요. 그날 남친과 그 여자가 바로 베란다에서 했거든요. 나도 똑같이 갚아주고 싶어요.”“그래요.”나는 두 손으로 여자의 허벅지를 들어 올려 베란다 쪽으로 걸어가 세면대장 위에 올려놓고는 애무를 시작했다.여자는 처음에는 복수하려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내 말을 들어서인지 조금씩 달라졌다.그도 그럴 게, 남자 친구라는 놈은 제 감정도 무시한 채 즐길 거
새벽 2시가 지나자 여자는 겨우 깊은 잠에 빠졌고 나는 그제야 도망칠 기회를 얻었다.집에 돌아온 나는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어 버렸다.그도 그럴 게, 너무 피곤했으니까.하지만 내가 겨우 잠이 들었을 때, 누군가 내 침대 위에 기어 올라왔다.여기는 형수의 집이고 형이 없으니 상대가 형수인 건 뻔했다.‘설마 술에 취해서 방을 잘못 찾았나?’나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랬더니 상대는 아니나 다를까 형수였다.형수는 흐리멍덩한 눈을 한 채 입으로 계속 형의 이름을 중얼거렸다.“여보, 나 하고 싶어.”형수는 내 이불 속으로 들어와 나를 끌어안으며 입을 맞췄다.이에 나는 다급히 형수를 밀어냈다.“형수, 정신 차려요. 저 형이 아니에요, 정수호라고요.”하지만 형수는 여전히 아무런 의식이 없는지 나를 안고 입을 맞춰 댔다.그나마 다행인 건 내 욕구가 강한 게 아니라 참을 수 있다는 거였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품에 안긴 사람은 형수다.형수가 말짱한 상태였다면 우리는 절대 선을 넘을 일이 없다.그런데 술에 취해 이렇게 강제로 욕한다면 내 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그때 형수가 입을 맞추다 말고 내 옷을 벗겼다.형수의 기술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 낯선 여자보다 몇 배 더 좋은지 모를 지경이었다.물론 오늘밤 욕구를 여러 번 풀었지만 형수의 유혹 때문에 나는 그곳이 또 불편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인터넷에서 하룻밤 7, 8 번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다.이제껏 거짓인 줄 알았는데 모두 진짜였단.‘젊으니까 좋긴 좋네.’나는 급하게 결정을 내리지 않고 눈을 감으며 한편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며 형수의 복무를 즐겼다.‘이래서 사람들이 젊은 유부녀를 좋아하는 거구나.’“여보, 왜 키스 안 해줘?”형수는 내 얼굴을 잡고 반쯤 풀린 눈으로 말했다.형수의 유혹적인 모습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술을 갖다 댔다.형수와 키스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
이 사람이 이런 짓을 벌인 건, 급전이 필요해서일 거다. 때문에 나는 일부러 이런 방식으로 상대에게 미끼를 던졌다.아니나 다를까 상대는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흔쾌히 승낙했다.“그래요. 들어가서 얘기해요. 하지만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해요.”상대는 손가락 6개를 내밀었다.나는 여전히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그래요. 들어가서 얘기해요.”나는 남자에게 어깨동무한 채 안으로 들어가며 민우더러 사람들을 돌려보내라고 눈짓했다.일이 이 정도로 끝났으니 그저 해프닝에 그칠 거다. 만약 일이 커지기라도 했으면 아마 화인당 평판에 영향을 미쳤을 텐데 말이다.나는 남자를 한약관 뒤편으로 데려갔다. 그랬더니 남자는 주위를 경계하며 두리번대다가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나를 따라 나섰다.“여기서 예기해요. 아예 지금 돈 줘요. 돈만 받고 갈게요.”그 말에 나는 이내 돌변해서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돈을 달라고? 아주 뻔뻔하네? 화인당이 몇 년 동안 영업했는데, 그동안 한 번도 이런 일 없었어. 누가 지시한 거야? 누구 지시받고 이런 짓 한 거야? 우리를 모함하는 대가로 얼마 받기로 했어?”나는 너무 화가 나 분노한 눈빛으로 상대를 바라봤다. 정 사장님한테 일이 생기자마자 사장님이 피땀 흘려 일궈낸 사업을 망치려 들다니, 괘씸하기 짝이 없었다.남자는 내 생각을 꿰뚫었는지 곧장 뒤돌아 도망쳤다.하지만 그때, 그림자 하나가 그를 가로막았다. 놀랍게도 그 사람은 모태진이였다.모태진은 나를 바라보면서 머쓱해서 말했다.“다른 일은 우선 제쳐두고 나중에 얘기해요. 화인당을 지키려는 건 수호 씨도 나와 같은 마음일 거라고 믿어요.”나는 모태진의 말을 의심하지 않는다.확실히 화인당 내 모든 직원들은 모두 한마음 한뜻이었다.아까 이 사람이 소란을 피울 때도 모든 직원이 나서서 사장님과 이 가게를 옹호했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눈앞의 남자를 바라봤다.“여기 들어와서도 제멋대로 굴면 나갈 생각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 남자는 구석에
“아니야. 전처가 아무리 예뻐도 너만 할까? 넌 젊고 몸매도 끝내주는 데다 온몸에 콜라겐 덩어리라, 보는 것만으로도 욕구가 솟아나는데.”‘개X식.’왕정민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그런데 간호사도 의외로 고단수였다. 적어도 전소희 보다는 한 수 위였다.간호사는 곧바로 왕정민 품에 기댔다.“역시, 사장님이 제 미모를 마음에 들어 할 줄 알았어요. 이게 내 자본이기도 하죠. 젊고, 예쁘고, 몸매가 좋은 데다 밤일까지 끝내주니 절대 나 놓치지 마요. 안 그러면 후회할 거예요.”그 말은 왕정민한테 역시나 잘 먹혔다.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난 역시 너 같은 여자가 좋더라. 자, 우리 역할극 놀이 더 할까?”두 사람이 노는 방식은 참으로 다양했다. 하지만 지구력이 너무 딸려 아무리 방법이 다양해도 모두 무용지물이었다.나는 녹화된 영상을 한번 확인했다. 오늘 수확이 이렇게 클 줄은 정말 몰랐다.나는 얼른 방금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윤미화에게 보내고 신속히 내 차로 돌아갔다.“직접적인 증거 잡았어요. 고용주한테 보내요.”내 말에 윤미화는 깜짝 놀란 눈치였다.[올, 대단한데. 사흘 줬더니 하루 내로 증거를 확보하다니.]나는 헤실 웃었다.“운이 좋았던 것뿐이에요. 이번 의뢰 완성한 셈이죠?”[잠깐만. 우선 영상 좀 보고.]급할 것 없었기에 나는 차에서 기다렸다.그러다 한참 뒤, 윤미화가 말했다.[이번 증거 아주 쓸모 있겠는데? 됐어. 임무 완성이야. 이제 볼일 봐.]“네, 그럼 전 할 일 하러 갈게요. 별일 없으면 연락하지 마요.”말을 마친 나는 바로 전화를 끊고 한약관으로 향했다.하지만 내가 도착했을 때, 이미 누군가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주위에 몰린 사람이 많이 시끌시끌했는데, 대체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었다.나는 얼른 민우 곁으로 다가가 물었다. 그러자 민우가 이를 악문 채 말했다.“저 자식이 여기 약을 먹고 문제가 생겼다면서 손해배상 하라잖아.”그 말에 나는 순간 이상함을 눈치챘다.화인당이
“그래.”민우한테 모든 걸 설명한 뒤에야 나는 비로소 조금 안심이 됐다. 다른 건 몰라도 민우가 또 싸움은 꽤 하니까.왕정민 쪽 증거도 최대한 빨리 완벽하게 수집하여 한의관에 빨리 복귀할 생각이었다.정 사장님이 평소에 나에게 그렇게 잘해주는데, 사장님한테 일이 생긴 마당에 별 도움이 되진 못하더라도 한의관만은 잘 지켜 주고 싶었다.왕정민의 회사 밖에서 한참 동안 진을 치고 기다렸지만 아무 수확이 없었다. 게다가 그 간호사가 떠나자 왕정민은 또다시 애처가 이미지로 돌아왔다.나는 마음이 다급했으나, 일을 시작했으면 완벽하게 할 생각이었다.나는 항상 이렇다.그날 주구장창 회사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더니 저녁때가 되어서야 왕정민의 차가 회사를 떠났다.하지만 왕정민은 곧장 병원으로 가지 않고 그린 파크에 있는 별장으로 향했다.몰래 왕정민을 따라 한 별장 문 앞에 도착했더니, 별장 문이 열리면서 그 간호사가 나타났다.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고 연달아 사진을 찍어댔다.‘오호라. 그 간호사한테 별장까지 사줬어?’‘이러면 빼도 박도 못 하겠지.’하지만 나는 서둘러 떠나지 않고 두 사람이 들어간 뒤 별장 가까이 다가갔다. 창문을 통해 더 자극적인 장면이라도 촬영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두 사람은 며칠을 굶주린 사람 같았다. 두 사람은 집 안에 들어서자마자 서로 부둥켜안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다가 급기야 옷까지 모두 벗어 던졌다. 그 장면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고 찰칵찰칵 사진을 찍었다.전에 윤 사장님이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마침 잘된 셈이었다. ‘온통 증거네. 아주 굴러들어 오는구먼.’나는 일처리를 완벽하게 하기 위해 동영상까지 찍었다. 하지만 영상을 고작 1분 찍었을 때, 왕정민은 시들어 버렸다.그 순간 하마터면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고작 이 정도면서 집에 여자를 숨겨?’‘몇억짜리 별장에 내연녀를 숨겼는데, 즐길 수 있는 시간이 고작 1분이라니. 대체 뭘 바라고 이러나 몰라.
윤미화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심장이 철렁했다.아까는 그저 왕정민한테 복수할 생각에 눈이 멀어 다른 건 고려하지 못했다.‘역시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네.’나는 얼른 말했다.“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고 다음 번에는 절대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 게요.”[그래. 지난 경험을 교훈으로 삼을 줄 알면 됐네. 목표물 잘 주시해. 될수록 증거 더 수집하고.]그 말에 나는 문득 의아했다.“증거는 이미 손에 넣었잖아요?”[고작 사진 몇 장으로 뭘 설명할 수 있는데? 상대가 변호사를 고용하면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를 잡아서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걸 증명해야 해.][예를 들면 두 사람이 콘돔을 산다거나, 아니면 침대 위에 있는 사진이면 더 좋고. 직접적 증거는 이런 걸 말하는 거야. 자기가 직은 건 그냥 간접적 증거지. 법정에서 증거로 제출할 수도 없어.]‘이 바닥에도 뭔 요령이 이렇게 많아?’윤미화는 말을 이었다.[이혼 소송은 쉽지 않아. 특히 한쪽이 바람 피운 상황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증거를 채택하면 오히려 역으로 고소당할 수도 있어. 시간 날 때 관련 영상 많이 봐 둬. 여기 물 깊어나는 속으로 감개했다. 그래도 애교 누나와 왕정민이 이혼할 때는 깔끔하게 끝날 수 있어 다행이었다.만약 왕정민이 계속 애교 누나에게 질척거리면 애교 누나는 얼마나 고생해야 할지 모른다.“알았어요. 왕정민 뒤는 계속 밟을게요.”통화가 끝난 뒤 나는 차에 올라 또 다시 왕정민 회사로 향했다.그때 마침 전화가 걸려왔다. 상대는 다름 아닌 유미 사모님이었다.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사모님, 무슨 일이예요? 혹시 사장님한테 무슨 일 있어요?”[아니에요. 호섭 씨는 방금 잠들어서 나 혼자 밖에 앉아 있어요.]사모님의 말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깜짝 놀랐어요. 또 무슨 일 있어서 전화했나 하고.”[수호 씨, 호섭 씨가 입원해 있는 동안 한약관 일은 수호 씨가 좀 신경 써 줘요. 사실 호섭 씨한테 자꾸만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이 있는데
전승빈은 왕정민이 그동안 환심을 사려고 했던 사람이기도 하다.왕정민은 자기가 그동안 한 짓을 장인어른이 이미 눈치챘다는 걸 꿈에도 몰랐다.이러고 보니 애교 누나가 왕정민과 이혼하고, 쓰레기한테서 빨리 벗어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렇지 않으면 지금 상처받은 사람은 오히려 애교 누나였을 테니.내가 왕정민 회사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인데, 회사 규모가 의외로 꽤 컸다.사실 회사 직원은 고작 2, 30 명 정도가 끝인데 왕정민이 회사를 너무 으리으리하게 장식한 탓이었다.나는 외진 곳에 차를 세워 두고 회사 방향을 계속 관찰했다.그렇게 한참을 기다렸지만 왕정민의 그림자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왕정민의 현 아내 전소희가 모습을 드러냈다.전소희는 확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화려하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꽤 예쁘장했다. 전소희가 불룩한 배를 감쌈 회사에서 나오자 나는 얼른 그녀의 뒤를 밟았다.물론 왕정민의 행방을 아는 건 아니지만 전소희를 따라가다 보면 왕정민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그렇게 한참 미행하다가 도착한 곳은 병원 산부인과였다. 그렇다는 건 내가 헛걸음을 했다는 뜻이기도 했다.하지만 내가 떠나려고 할 때, 왕정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품에 미녀 간호사를 안은 채.그 간호사는 늘씬하고 훤칠했으며 얼굴은 전소희를 압살했다.그 순간 왕정민이 전에 동성 형과 여자를 서로 바꿔서 놀자고 했던 게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왕정민 품에 있는 여자는 다름 아닌 동성 형의 바람상대 진소민이었다.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연거푸 사진 몇 장을 찍고는 조용히 왕정민 뒤를 밟았다.왕정민은 그 간호사와 함께 근처 호텔로 향했다.나는 두 사람이 들어간 방 번호를 확인한 뒤 곧장 병원 산부인과로 돌아갔다.나는 이 사실을 진소희한테 알려줘, 그녀더러 왕정민을 상대하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진소희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결국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호텔로 돌아가 문 밖에서 지켰다.아까 두 사람이 함께 호텔로 들어가는
하지만 공교롭게도 내가 거실로 나왔을 때 주선영도 마침 방에서 나왔다.심지어 거실 불은 이미 환하게 켜져 있었다.나는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처럼 벌거벗은 채로 뻣뻣하게 서 있었다.주선영도 내가 이런 모습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는지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그 표정은 어색하기 그지없었다.다만 주선영의 시선은 내 그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치 눈을 떼지 못하는 것처럼.흠칫 놀란 나는 얼른 손으로 그곳을 가리며 사과했다.“미안해. 자는 줄 알고...”이 순간 내가 등신처럼 느껴졌다.나는 말을 하다 말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너무 쪽팔리고 난처해 미칠 것만 같았다.아까는 실수로 상대 몸을 다 봐 버리고, 이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상대 앞에 나타나다니.‘주선영이 설마 나를 변태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나는 생가 할 수록 화가 나, 스스로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왜 팬티 한 장 걸치지 않았어? 이제 쪽팔려서 어떡해?’내가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주선영은 이미 방으로 돌아갔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른 내 방으로 숨어 들었다.어찌 됐든, 지금 상황에 서로 얼굴을 마주치기 어색하니까.나는 숨을 죽이고 주선영 방 쪽 상황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 기척이 없는 걸 봐서는 주선영도 겁을 먹고 잠든 모양이다.결국 나는 복잡하게 생각하기 싫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다.그날 너무 피곤했는지, 나는 해가 중천에 뜬 뒤에 깨어났다.오늘 임무가 있기에 나는 씻고 준비를 마친 뒤 집 아래에서 아침을 먹을 생각이었다.어제처럼 난감한 상황이 벌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나는 꽁꽁 가리고 나왔다.내가 나왔을 때 주선영은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있었다.주선영은 깜찍한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내 각도에서 보니 그렇게 사랑스럽고 앳되 보일 수가 없었다.순간 나는 또 마음이 흔들려 얼른 시선을 돌렸다.‘내가 왜 자꾸 이러지? 왜 자꾸 어린 여자애 몸을 떠올리는 거야? 여자친구도 있는 사람이.’나는 스스로 나를 꼬집으며 헛된 생각을 하지 말라고
“방금 전 일은 너랑 나만 말하지 않으면 누구도 몰라. 걱정하지 마. 무조건 남자 친구 사귈 수 있을 거야.”주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나만 더 난처해졌다.“저기, 너 먼저 씻어. 난 먼저 방에 가 있을게. 이따가 다 씻으면 말해 줘. 화장실 가고 싶으니까.”말을 마친 뒤,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갔다.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혼자 잘 살고 있다가 갑자기 여자가 나타나는 바람에 화장실 가는 것도 기다려 줘야 한다니.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내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자꾸만 주선영의 풋풋하면서도 예쁜 몸이 떠올랐다.‘어린 여자는 또 이런 매력이 있구나.’‘젊어서 그런지 생기가 넘치고 피부도 유독 좋았었지...’‘이래서 나이든 남자들이 그렇게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 거구나.’온몸을 꽉 채운 콜라겐은 나이 든 여자들이 따라올 수 없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갑자기 아랫도리가 괴로웠다.나는 얼른 헛생각을 떨쳐내려고 애썼다.주선영은 누나들처럼 내가 괴로워한다고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상대는 아직 어린 소녀라 연애 경험도 없다. 그런데 이 난감한 아랫도리 상황을 들키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보기 흉할까?하지만 내가 걱정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내가 한창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밖에서 문이 활짝 열렸다.나는 얼른 담요를 당겨 내 아래를 덮었다.그런데 목까지 빨개진 주선영 얼굴을 보니, 그녀가 이미 모든 걸 봐 버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나는 순간 화가 났다.“왜 갑자기 내 방에 들어와?”주선영은 다급히 뒤로 물러나더니 전전긍긍하며 말했다.“아, 아까 다 씻으면 화장실 가겠다고 알려달라면서요.”“그래, 알았어. 넌 이만 가 봐.”왜 그런지 주선영 앞에서는 상냥해질 수가 없다. 다정함보다는 카리스마 있고 남자다운 모습을 자꾸만 보여주고 싶다.주선영은 홍당무가 된 얼굴로 뒤돌아서더니 쪼르르 도망쳤다. 아마 난처하고 부끄럽겠지.나는 마음을 추슬렀다. 어찌 됐든 간에 화장실은 가야 하니 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너무나도 괴로웠다. 심지어 눈시울이 뜨뜻해지더니 촉촉히 젖어 들었다.나는 쓰라린 마음을 애써 참으며 애교 누나에게 답장했다.[누나, 그런 말 하지 마요. 저 아직 노력하기 시작한 것도 아니에요. 아직 우리 사랑을 위해 분투해보지도 못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쉽게 포기하겠다니요? 안 돼요!]내가 사랑에 목매는 스타일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애교 누나를 이미 선택했으면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다.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으니 애교 누나한테도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난 누나 아버지가 가해오는 압력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누나가 그만두자는 말은 도저히 견딜 수 없다.그러면 모든 동력을 잃게 될 테니까.그때 애교 누나가 답장을 보내왔다.[그런데 난 수호 씨가 고생하는 걸 원하지 않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우리 아버지가 동의하지 않으면 어떡해요? 내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수호 씨도 이런 압력 견딜 필요 없는데, 우리 아버지 신분이 워낙 특수하잖아요.]나는 얼른 문자를 적었다.[전 무섭지 않아요. 제가 꼭 노력해서 아버님 동의 받아낼게요. 누나, 앞으로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요. 그러면 저 진짜 노력할 동력도 잃어요.]애교 누나는 나에게 짤막한 답장을 보내왔다.[바보.]그 두 글자를 보니 왠지 마음이 달콤해졌다.나는 애교 누나가 이런 말투로 말하는 게 좋다. 그런데 지금 이런 말투를 다시 들으니 누나가 마치 내 옆에 있는 것만 같았다.그 뒤로 한참 더 얘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누나가 갑자기 어머니가 식사하자고 부른다며 다음에 얘기하자고 했다.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마음을 추슬렀다. 그러다가 화장실에 다녀와 잘 준비를 하려고 했다.방에서 나와 보니 거실은 어두컴컴했고 주선영도 없었다. 보아하니 이미 잠든 모양이었다.나는 곧장 화장실로 걸어갔다.밖에서 볼 때 화장실도 어두컴컴했기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화장실 불을 켰다.그런데 다음 순간, 뽀얀 나체가 내 앞에 떡하니 나타났다.젊고도 활력이 넘치는 몸은 누나들
어쩐지, 방 2개에 거실 하나 딸리고 이렇게 깨끗한 집이 한달에 22만 원일 리가 있나?“젠장.”나는 화가 나서 욕설을 퍼붓고는 당장 집주인한테 전화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주선영은 전전긍긍하며 나를 봤다.“선배, 나랑 같이 사는 게 싫으면 내가 나갈게요. 그런데 오늘 밤만 우선 여기 있으면 안 될까요?”주선영의 불쌍한 모습을 보니 도저히 쫓아낼 수 없었다.이건 집주인 잘못이지 주선영 잘못이 아니었으니.게다가 주선영은 애교 누나 사촌동생이고, 단순하고 여린 아이인데, 혼자 밖에서 지내다가 사기를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이런 게 바로 인연인가 보다.“됐어. 그냥 여기서 지내. 마침 방도 2개니까 하나씩 나눠 쓰면 되지. 넌 낮에 학교 가고 나는 출근해야 하니까 밤에만 지낼 거잖아.”말을 마친 나는 소파에 앉아 물 한 잔을 들이켰다.주선영은 약간 쭈뼛하게 서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왜 그래? 또 무슨 일 있어?”주선영은 입을 오므리고 약간 겁먹은 듯 물었다.“선배, 우리 언니랑... 정말 결혼할 거예요?”“꼬맹이는 어른 일에 신경 꺼.”나는 마치 인생 대선배라도 되는 듯 나이를 내세워 위세를 부렸다.“그리고, 우리도 서로 아는 사이인데 내 앞에서 그렇게 눈치 볼 거 없어. 너도 돈 내고 이 집 구한 거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주선영이 어색하게 구니 나도 덩달아 어색해졌다.마치 나 때문에 주선영이 긴장한 것 같아서.나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 결국 물 한잔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내가 거실에 없으면 주선영이 그나마 편히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얼마 뒤, 밖에서 쨍그랑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남자를 무서워하기라도 하나?’나는 별 생가 없이 계속 자료를 훑었다.그렇게 한참 훑어 보다 보니 갑자기 애교 누나가 보고 싶어졌다.‘누나는 지금 뭘 하고 있을까?’한참 생각하던 나는 결국 애교 누나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런데 의외로 애교 누나는 바로 답장을 보내왔다.[수호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