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가 지나자 여자는 겨우 깊은 잠에 빠졌고 나는 그제야 도망칠 기회를 얻었다.집에 돌아온 나는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어 버렸다.그도 그럴 게, 너무 피곤했으니까.하지만 내가 겨우 잠이 들었을 때, 누군가 내 침대 위에 기어 올라왔다.여기는 형수의 집이고 형이 없으니 상대가 형수인 건 뻔했다.‘설마 술에 취해서 방을 잘못 찾았나?’나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랬더니 상대는 아니나 다를까 형수였다.형수는 흐리멍덩한 눈을 한 채 입으로 계속 형의 이름을 중얼거렸다.“여보, 나 하고 싶어.”형수는 내 이불 속으로 들어와 나를 끌어안으며 입을 맞췄다.이에 나는 다급히 형수를 밀어냈다.“형수, 정신 차려요. 저 형이 아니에요, 정수호라고요.”하지만 형수는 여전히 아무런 의식이 없는지 나를 안고 입을 맞춰 댔다.그나마 다행인 건 내 욕구가 강한 게 아니라 참을 수 있다는 거였다.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내 품에 안긴 사람은 형수다.형수가 말짱한 상태였다면 우리는 절대 선을 넘을 일이 없다.그런데 술에 취해 이렇게 강제로 욕한다면 내 탓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그때 형수가 입을 맞추다 말고 내 옷을 벗겼다.형수의 기술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 낯선 여자보다 몇 배 더 좋은지 모를 지경이었다.물론 오늘밤 욕구를 여러 번 풀었지만 형수의 유혹 때문에 나는 그곳이 또 불편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인터넷에서 하룻밤 7, 8 번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됐다.이제껏 거짓인 줄 알았는데 모두 진짜였단.‘젊으니까 좋긴 좋네.’나는 급하게 결정을 내리지 않고 눈을 감으며 한편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며 형수의 복무를 즐겼다.‘이래서 사람들이 젊은 유부녀를 좋아하는 거구나.’“여보, 왜 키스 안 해줘?”형수는 내 얼굴을 잡고 반쯤 풀린 눈으로 말했다.형수의 유혹적인 모습에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입술을 갖다 댔다.형수와 키스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
“안 믿기면 세탁기 확인해 봐요. 형수가 저를 형으로 착각해서 그런 짓 하려고 했는데, 하도 제가 의지가 강했으니 실수 안 한 거예요.”내가 득의양양해서 말하자 형수는 나를 매섭게 째려봤다.‘어젯밤 그렇게 암시했는데 아무 짓도 안 하다니. 겁쟁이.’“흥, 그럼 애교와 남주한테는 무슨 짓 했어요?”형수가 심문하듯 묻자 나는 다급히 대답했다.“나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어제 다들 그렇게 취했는데 제가 뭔 짓하면 그게 사람이에요?”“얼씨구, 아주 군자 납셨네요.”형수는 조롱하듯 말했다.“제가 군자는 아니지만 남의 위기를 이용하는 비겁한 사람은 아니거든요.”“아주 자화자찬이 따로 없네요. 얼른 씻고 밥 먹어요.”형수는 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내 그곳을 흘깃거렸다.‘젊은 게 좋긴 좋네, 아침부터 이렇게 팔팔하다니.’아침 식사를 하는 사이, 형수는 나에게 당부했다.“오늘 출근하는 첫 번째 날인데 동료들과 관계 처사 잘해요. 인턴은 고작 첫걸음이에요. 중요한 건 나중에 잘해서 승진하는 거예요.”“한의과는 약국 쌤들까지 해서 고작 5명 정도밖에 없는데, 처사 잘하고 말고 할 게 뭐 있어요?”내가 시큰둥해서 건성으로 대답하자 형수는 숟가락으로 내 머리를 쳤다.“5명은 사람 아니에요? 5명이라도 관계 처사는 잘해야죠. 설마 평생 인턴만 할 거예요? 레지던트, 펠로우, 주임 교수 그 위까지 갈 생각 없어요?”나는 자신감 없는 말투로 대답했다.“형수, 제가 승진하기 싫어하는 게 아니라 지금 병원 상태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서 그래요.”“이 병원만 이런 줄 알아요? 다른 병원도 똑같아요. 수호 씨가 바꿀 수 없다면 우선 바꿀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가야죠.”“게다가 주임 교수 자리까지 올라가면 한의과 전체가 수호 씨 거예요. 그때가 되면 수호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요.”형수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나는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형수 말이 맞아요. 정신 차릴게요.”“역시 수호 씨는 착하네요. 자, 내 우유 마셔요.”“고마워요.”
솔직히 말하면 도둑이 제 발등 저린 거나 마찬가지였다.저 여자와 같은 한의원에서 출근하다 보면 만나기 싫어도 만날 텐데, 만약 서로의 신분을 알게 되면 난처할 게 뻔하니까.게다가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병원에서 나한테 매달리기라도 할까 봐 정체를 숨기는 게 좋을 거라고 판단했다.물론 어젯밤 꽁꽁 싸매긴 했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어 점점 하나씩 벗다 보니 마지막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머리에 썼던 모자도 어디 갔는지 사라졌고 결국 얼굴에 꼈던 마스크 하나만 남게 되었다.그 셜록 홈즈 같은 여자가 나에 관한 단서를 발견했는지 모르기에 더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여자가 떠난 뒤에야 나는 시동을 걸고 약 20분 뒤에 중의원에 도착했다.하지만 하필이면 주차장에서 마동국과 마주쳤다.마동국은 웃으며 나와 인사했다.“수호 씨, 출근했군.”나는 눈앞의 이 늙은이가 무척 싫었지만 아침에 형수가 당부했던 말이 생각나 애써 미소 지었다.“네.”“우선 가서 인사과에서 수속 밟고 바로 나 찾아오게. 자네는 진 부원장님이 추천한 사람이니 내가 절대 푸대접하는 일은 없을 거네.”“네.”나는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기에 덤덤하게 대답했다.그러자 마동국은 허허 웃으며 먼저 병원으로 들어갔다.나는 기분을 추스르고 곧바로 인사팀으로 향했다.인사팀 직원의 요구대로 제출해야 할 자료를 모두 제출하니 의사 사원증은 오후쯤 나오니 그때 연락하겠다고 하고는 먼저 과로 가서 출근하라고 했다.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인사팀을 빠져나왔다.하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또 그 여자를 만나고 말았다.나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여자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기를 속으로 기도했다.다행히 여자도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지 어제처럼 내 옆으로 지나가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러다 문득 옆에 있던 간호사가 그 여자를 ‘윤 쌤’이라고 부르는 걸 들었다.솔직히 말하면 그 여자야말로 나에게 성에 대해 가르쳐준 선생이나 다름없다.게다가 지난 이틀간 나를 도와 큰 문제를 해
“하지만 그 전에 말해 둬야 할 게 있는데, 한의과가 거의 망해가는 추세라 일주일에 환자가 고작 몇 명뿐이라니. 여기서 대단한 걸 배우려 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르네. 게다가 환자는 대부분 연세 있는 분들뿐이라 기껏해야 그 몇 가지 증상이 다네.”“그럼 스스로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정 그러고 싶으면 홍보라도 해서 환자를 끌어들이던가. 예전에 인턴들이 이 방법을 자주 사용했는데 어느 정도 효과는 있어, 물론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없는 것보다 낫지 않나.”나는 한참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럼 홍보할게요. 할 일 없을 바에 뭐라도 하는 게 좋으니.”“자, 홍보 책자는 이미 있으니까 나눠줄 테면 나눠줘.”나는 먼저 홍보 책자를 대충 훑어봤다. 의외로 홍보 책자는 한의학과 일상생활을 결합하여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 데 큰 역할을 했다.‘이걸 만든 사람이 꽤 공들였나 보네.’나는 궁금해서 물었다.“이 인턴은 여기 계속 남아 있나요?”“아니.”“왜요?”나는 너무 아쉬웠다.그때 마동국이 대답했다.“그 총각이 재벌 2세의 심기를 거슬렀거든. 그러니 인턴 기회도 날아가고 강성에서도 아예 쫓겨났어.”“너무 아쉽네요. 그 재벌 2세는 왜 그런대요?”인턴십 기회가 한의과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한테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나는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재벌 2세는 상대의 기회를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아예 강성에서 쫓아냈다니 이건 퇴로마저 완전히 끊어놓겠다는 뜻이다.내 말에 마동국은 허허 웃었다.“얼른 가서 홍보 책자나 나눠주게.”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마동국이 건네주는 홍보 책자를 받아 들고는 밖으로 나갔다.나는 주요하게 중년과 노년을 대상으로 책자를 나눠주었다. 중장년층이 그나마 이런 걸 쉽게 받아들이니까.그렇게 한창 나눠주고 있을 때 한 할머니가 다가와서 물었다.“이봐요, 젊은 총각. 여기 책자에 말한 것대로 먹으면 고혈압과 심혈관 및 뇌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거 맞아요?”나는 할머니를 보며 열심히 설명해 줬다.“네, 맞아
“어르신, 이미 고혈압이면 제가 말한 처방대로 드시면 안 돼요. 책자에 있는 처방은 예방하는 것이지 치료용이 아니에요. 어르신 같은 경우에는 혈압 낮추는 약을 드셔야 해요.”“아, 그럼 한약으로는 안 된다는 말이죠?”할머니의 물음에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한약은 효과가 엄청 느려요.”“아, 그럼 가서 혈압 낮추는 약 사야겠네요.”나는 할머니를 부축해 떠나는 걸 도와드리고 또 책자를 나눠주었다.그사이 마동국은 계속 핸드폰에만 정신이 팔려 나는 도와주지도 않았다.하지만 나는 뭐라 말하기 귀찮아 그저 무시했다.오전 내내 책자를 돌리다 보니 몇몇 어르신이 질문해 왔지만 상태를 확인하니 병세가 악화하어 한약으로 천천히 치료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이에 나는 결국 그분들을 모두 서의학 쪽으로 추천했다.그 때문에 반나절 동안 일한 결과 별 소득이 없이 끝났다.그날 점심 우리는 병원 식당에서 식사했는데, 민규가 내 곁에 앉았다.“이봐요, 오전 내내 홍보 책자 돌렸다면서요?”이토록 예의 없는 사람에게 대꾸하기조차 싫어 나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하지만 민규는 쉴 새 없이 말을 이어갔다.“듣기로 노인 몇 명 와서 진료받았는데 결국 다 서의과 쪽으로 쫓아냈다면서요? 대체 왜 그랬어요?”그 말에 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말했다.“민규 씨도 의대 졸업생이면서 어떤 환자를 받아야 하는지 몰라요? 그분들 그런 증상이 오래 지속되어 심각한 상태였어요. 한약으로 천천히 치료하기는 이미 늦었어요.”민규는 내 말에 일순 언짢은 듯 말했다.“지금 날 탓하는 거예요? 나도 다 우리 한의과를 위해서 하는 말이잖아요. 할 거면 제대로 된 일 좀 하던가, 허튼짓 좀 하지 마요. 남에게 보여주기식도 아니고.”‘내가 보여주기식이라고?’내 딴에 열심히 한의과를 홍보하고 있는데, 민규한테는 보여주기식이라니 한 마디라도 더 섞으면 토할 것 같아 나는 아예 무시한 채 식판을 들고 자리를 옮겼다.하지만 민규는 내 뒤를 쪼르르 따라왔다.“흥, 부원장 소개로 들어왔다고 본인이 대
지난 이틀간 연속으로 이 낯선 여자와 배를 맞춘 걸 생각하니 나는 갑자기 또 설렜다.게다가 여자는 외모와 몸매 모두 끝내주는 데다 무엇보다 나에게 좋은 체험을 하게 해주었다.나는 테이블 밑에 핸드폰을 숨기고 얼른 대답했다.[필요하면 얼마든지요.][그럼 오늘 저녁은 다른 곳에서 해요.][어디요?][그쪽 집이요.]풉!나는 입안에 머금고 있던 밥을 모두 뿜어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봤다.뻘쭘한 상황에 나는 다급히 국을 들어 그릇째로 마시면서 사레가 들린 척 연기했다.이 여자가 이런 요구를 해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게다가 나는 지금 형수 집에서 얹혀사는 입장이라 절대 안 될 말이었다.잠깐 생각한 뒤 나는 곧바로 대답했다.[집은 안 돼요. 그쪽 집에서 해요.][아내 있어요? 혹은 여친인가? 발각될까 봐 그래요?][없어요. 나 솔로예요.][그런데 왜 집에 못 가게 해요?]나는 여자가 왜 꼭 내 집에 오겠다고 고집부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설마 무슨 목적이 있나?’도저히 알 수 없어 나는 아예 답장하지 않았다.하지만 식당에서 떠나려고 할 때 의외로 그 여자도 식당에서 식사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여자는 예쁘장하게 생긴 데다 똥머리를 매고 있어 귀엽기까지 했다.그때 웬 간호사가 반갑게 그 여자에게 인사했다.“윤 쌤, 오늘 또 혼자예요? 저랑 같이 드실래요?”“필요 없어요.”여자의 싸늘한 거절에 간호사는 할 수 없이 뒤돌아 떠나버렸다.그 모습에 나는 속으로 여자가 참 이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도 그럴 게, 저녁에는 미친 여자처럼 낯선 남자를 찾아 원나잇을 즐기며 낮에는 의사 가운을 입고 귀여운 모습으로 차도녀처럼 행동하고 있으니까.나는 순간 이 여자를 건드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 말도 안 하고 조용히 떠났다.아직 퇴근까지 한참이 남았기에 나는 애교 누나에게 문자를 보냈다.[애교 누나, 깼어요?]애교 누나는 곧바로 나에게 답장했다.[진작 깼죠.][그럼 점심은 먹었어요?][아
‘여주 아니고 남주’님이 수호님을 친구로 추가했습니다.심지어 비고는 ‘최남주’ 본명이었다.요물 같은 남주 누나를 떠올리자 나는 너무 설레 곧바로 친구 수락을 눌렀다.그러자 남주 누나가 바로 나한테 [나쁜 놈, 누나 안 그리웠어?]라는 이모티콘 하나를 보내왔다.어쩜 남주 누나 같은 요물이 세상에 있는지,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아래가 반응했다.[남주 누나, 지금 나랑 장난해요? 아니면 진심이에요?]남주 누나한테 놀림당할까 봐 나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남주 누나와 대화하면 어떤 게 진짜고 어떤 게 가짜인지 알기 어려우니까.그때 남주 누나가 셀카 한 장을 보내왔다.그것도 이제 막 샤워하고 나온 사진이었다.물론 어깨까지만 나온 사진이었지만 나는 바로 흥분했다.[왜 전신사진을 안 보내요?][누나 몸이 보고 싶어? 그럼 저녁에 와, 내가 마음껏 보여줄게.][정말요? 애교 누나가 뭐라 하는 게 두렵지도 않나 봐요?][두려울 거 뭐 있다고. 나중에 수호가 애교 꼬시면 되잖아. 어제 우리 다 취했을 때 뭔 짓 하지 않았어?][절대 안 했어요.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그럼 짐승만도 못한 놈이네. 우리가 그렇게 됐는데 아무것도 안 했다니, 그동안 몸만 자라넸네.]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아무 짓도 안 한 게 오히려 내 잘못이라는 건가?’[전 남의 위기를 이용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에요. 누나들이 취한 사이 제가 무슨 짓이라도 하면 몸만 노린 거잖아요. 전 그러고 싶지 않아요.][아이고, 우리 수호 기특하네. 역시 이런 점잖고 착한 모습이 좋다니까. 나한테도 셀카 하나 보내 봐.][시커먼 남자 놈이 뭐가 보기 좋다고 셀카를 요구해요?][누가 널 찍으랬어? 네 아래 말이야.]‘헐, 누가 요물 아니랄까 봐.’이제 알고 지낸 지 고작 얼마나 지났다고 이런 요구까지 해오는지.하지만 솔직히 나도 너무나 짜릿했다.결국 나는 화장실로 가 바지를 벗고 사진 한 장을 찍고는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다시 삭제했다.그도 그럴 게
“좋아, 보여줄게. 기대해, 내 거 엄청 예뻐.”나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그곳을 자세히 본 적 없는 나인지라 남주 누나의 말에 흥분되고 기대됐다.하지만 한참 뒤 남주 누나는 카메라 렌즈를 돌려 웬 바비인형을 보여주더니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어때? 예쁘지?”“하 진짜 빡치네! 누나 지금 나 놀린 거예요?”나는 화가 치밀어 참지 못하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그러자 남주 누나가 여전히 생글거리는 표정으로 말했다.“나 치려고? 거친 거 좋아하는구나? 와, 기다리고 있을게. 누나가 얼마나 대단하지 보여줄게.”‘역시 요물이 따로 없네.’나는 남주 누나에게 당하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러다 문득 남주 누나도 애교 누나를 피하려고 화장실에 숨어 있다는 걸 발견했다.이에 나는 대담하게 말했다.“아직 기뻐하긴 일러요. 이따가 누나가 보내준 사진 우리 형수한테 보여줄 거예요. 우리 형수가 누나 가만둘 것 같아요?”남주 누나는 애교 누나를 무서워하지 않지만 형수는 매우 무서워하는 듯했다.마치 형수가 남주 누나 천적이라도 되는 듯이.“그리고 누나가 나 꼬셨다는 것도 말하고, 애교 누나한테 누나가 나더러 애교 누나랑 자라고 설득했다는 것도 말할래요.”“너! 이 나쁜 놈! 그러기만 해 봐!”남주 누나가 당황해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속 시원했다.“누나가 먼저 약속을 어겼잖아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나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그러게 누가 날 속이라 했나? 난 누나 약점을 잡고 있다고.’내 말에 남주 누나는 불쌍함 표정을 지었다.“그러지 마, 누나가 잘못했어. 응?”‘헉, 이렇게 나오시겠다?’“안 돼요. 그런 건 안 통해요. 좋은 구경할 기회인데,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듣고 제가 포기할 것 같아요? 그럼 내가 너무 밑지잖아요.”내가 바보도 아니고.그러자 남주 누나는 계속 나한테 애교 부렸다.“수호야, 착한 수호. 누나 한 번만 봐줘.”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나한테 윙크까지 날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