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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솔직히 말하면 도둑이 제 발등 저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저 여자와 같은 한의원에서 출근하다 보면 만나기 싫어도 만날 텐데, 만약 서로의 신분을 알게 되면 난처할 게 뻔하니까.

게다가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병원에서 나한테 매달리기라도 할까 봐 정체를 숨기는 게 좋을 거라고 판단했다.

물론 어젯밤 꽁꽁 싸매긴 했지만 분위기가 무르익어 점점 하나씩 벗다 보니 마지막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머리에 썼던 모자도 어디 갔는지 사라졌고 결국 얼굴에 꼈던 마스크 하나만 남게 되었다.

그 셜록 홈즈 같은 여자가 나에 관한 단서를 발견했는지 모르기에 더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자가 떠난 뒤에야 나는 시동을 걸고 약 20분 뒤에 중의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하필이면 주차장에서 마동국과 마주쳤다.

마동국은 웃으며 나와 인사했다.

“수호 씨, 출근했군.”

나는 눈앞의 이 늙은이가 무척 싫었지만 아침에 형수가 당부했던 말이 생각나 애써 미소 지었다.

“네.”

“우선 가서 인사과에서 수속 밟고 바로 나 찾아오게. 자네는 진 부원장님이 추천한 사람이니 내가 절대 푸대접하는 일은 없을 거네.”

“네.”

나는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기에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마동국은 허허 웃으며 먼저 병원으로 들어갔다.

나는 기분을 추스르고 곧바로 인사팀으로 향했다.

인사팀 직원의 요구대로 제출해야 할 자료를 모두 제출하니 의사 사원증은 오후쯤 나오니 그때 연락하겠다고 하고는 먼저 과로 가서 출근하라고 했다.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인사팀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갈 때, 또 그 여자를 만나고 말았다.

나는 얼른 고개를 숙이고 여자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기를 속으로 기도했다.

다행히 여자도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지 어제처럼 내 옆으로 지나가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옆에 있던 간호사가 그 여자를 ‘윤 쌤’이라고 부르는 걸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여자야말로 나에게 성에 대해 가르쳐준 선생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지난 이틀간 나를 도와 큰 문제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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