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9화

“안 믿기면 세탁기 확인해 봐요. 형수가 저를 형으로 착각해서 그런 짓 하려고 했는데, 하도 제가 의지가 강했으니 실수 안 한 거예요.”

내가 득의양양해서 말하자 형수는 나를 매섭게 째려봤다.

‘어젯밤 그렇게 암시했는데 아무 짓도 안 하다니. 겁쟁이.’

“흥, 그럼 애교와 남주한테는 무슨 짓 했어요?”

형수가 심문하듯 묻자 나는 다급히 대답했다.

“나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어제 다들 그렇게 취했는데 제가 뭔 짓하면 그게 사람이에요?”

“얼씨구, 아주 군자 납셨네요.”

형수는 조롱하듯 말했다.

“제가 군자는 아니지만 남의 위기를 이용하는 비겁한 사람은 아니거든요.”

“아주 자화자찬이 따로 없네요. 얼른 씻고 밥 먹어요.”

형수는 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내 그곳을 흘깃거렸다.

‘젊은 게 좋긴 좋네, 아침부터 이렇게 팔팔하다니.’

아침 식사를 하는 사이, 형수는 나에게 당부했다.

“오늘 출근하는 첫 번째 날인데 동료들과 관계 처사 잘해요. 인턴은 고작 첫걸음이에요. 중요한 건 나중에 잘해서 승진하는 거예요.”

“한의과는 약국 쌤들까지 해서 고작 5명 정도밖에 없는데, 처사 잘하고 말고 할 게 뭐 있어요?”

내가 시큰둥해서 건성으로 대답하자 형수는 숟가락으로 내 머리를 쳤다.

“5명은 사람 아니에요? 5명이라도 관계 처사는 잘해야죠. 설마 평생 인턴만 할 거예요? 레지던트, 펠로우, 주임 교수 그 위까지 갈 생각 없어요?”

나는 자신감 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형수, 제가 승진하기 싫어하는 게 아니라 지금 병원 상태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서 그래요.”

“이 병원만 이런 줄 알아요? 다른 병원도 똑같아요. 수호 씨가 바꿀 수 없다면 우선 바꿀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가야죠.”

“게다가 주임 교수 자리까지 올라가면 한의과 전체가 수호 씨 거예요. 그때가 되면 수호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요.”

형수의 말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나는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형수 말이 맞아요. 정신 차릴게요.”

“역시 수호 씨는 착하네요. 자, 내 우유 마셔요.”

“고마워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