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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늙은 한의사는 내가 다시 들어오는 걸 보자 언짢은 듯 말했다.

“전화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왜 또 들어왔어요?”

나는 너무 불쾌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제가 전화번호도 안 남겼는데 어떻게 통지하려고요?”

내 말에 한의사는 할 말이 없었는지 되려 버럭 화를 냈다.

“자네는 우리 병원과 안 맞네. 나가!”

그 말을 들으니 나는 더 화가 났다.

“저는 강원대학 한의과대학을 졸업했어요, 아까 그 이름 모르는 지방대 졸업한 학생보다 몇 배는 낫지 않나요? 그런데 저 사람은 되고, 왜 저는 안 돼요?”

한의사도 내 말에 제대로 열이 뻗쳤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안 되면 안 되는 거자. 뭐 말이 그렇게 많아? 당장 나가!”

“안 나가요. 면접 다시 보러 왔어요.”

“글쎄 자격 없다니까, 나가!”

“자격 있어요. 저 진 부원장님 알아요.”

부원장이라는 말에 한의사는 표정이 이내 바뀌었다.

그리고 마침 그때, 테이블에 있던 전화가 울려 전화를 받더니 태도가 180도로 변했다.

“네, 부원장님. 네네... 이미 도착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한의사는 허허 웃으며 사람 좋은 얼굴을 했다.

“진 원장님과 아는 사이였다면 진작 말하지.”

“제가 부원장님 언급하지 않은 건 제 능력으로 이 일자리 차지하려고 한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대하다니.”

상대는 내 말에 난감했는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뻔뻔하게 웃으며 말했다.

“젊은이가 이상이 있는 건 좋은 일이지만 현실을 알아야지. 이제 면접 통과했으니 내일부터 출근하게. 내일 또 여기로 오면 되네, 내가 일자리 마련해 줄 테니. 바로 내 직속 제자로 받아주겠네. 어떤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그 한의사가 다시 말했다.

“싫다면 약국에서 약 처방이나 할 수밖에 없지 뭐. 그런데 일주일에 약 몇 번 처방하지도 못할 거네.”

그런 건 당연히 싫었다.

물론 눈앞의 이 늙은 한의사가 싫었지만 이름만 걸어 두고 놀고먹기만 하는 것은 더 싫었기에 나는 결국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이건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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