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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형수가 내 옷을 정리해 준 뒤, 나는 면접 볼 자료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의과에는 의사도 적어 한의사 한 분이 직접 면접을 봤다.

그분은 60살이 넘는 영감이었는데, 내가 들어갔을 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나는 예의 있게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면접 보러 왔습니다.”

영감은 콧등에 안경을 얹더니 고개를 숙여 나를 흘긋 봤다.

“앉아요.”

나는 그분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내가 준비한 자료와 내 졸업증을 건넸다.

하지만 영감이 먼저 손을 뻗어 나를 막았다.

“잠깐. 우선 하나만 물을게요. 혹시 다른 사람 소개로 왔어요?”

나는 할 수 없이 손을 뒤로 뺐다.

“아니요, 인터넷에서 공고를 보고 면접 보러 왔습니다.”

“아, 그럼 어느 학교 학생인가?”

“강원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수석 졸업입니다.”

내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하자 영감은 싱긋 웃었다.

“그럼 대단하군.”

나는 영감이 나를 칭찬하는 거라고 생각해 겸손하게 말했다.

“아닙니다. 워낙 한의학을 좋아하다 보니 한의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음, 포부도 남다르네. 좋아요. 면접은 끝났으니 통지 기다려요.”

“다른 시험은 하지 않습니까?”

“필요 없으니 가요.”

나는 넋을 잃은 채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형수가 다급히 달려와 물었다.

“어떻게 됐어요? 성공했어요?”

“성공한 것 같아요. 저를 아주 마음에 들어 했거든요”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럼 통과했다고 말했어요? 출근은 언제부터래요?”

하지만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형수는 이상했는지 또 물었다.

“그럼 뭐라고 말했는데요?”

“통지 기다리라고 했어요.”

“전화번호는 남겼어요?”

나는 또 고개를 저었다.

그랬더니 형수가 한숨을 푹 쉬었다.

“전화번호도 안 남겼는데 어떻게 통지해요? 얼렁뚱땅 넘어간 거잖아요.”

형수의 말에 나는 그제야 내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는 걸 알아챘다.

그때, 또 다른 사람이 면접 보러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굳게 닫히지 않는 걸 보자마자 나는 문에 바싹 기대 대화를 엿들었다.

그 영감은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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