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내 침대 옆에 앉아 계속 자기 일만 해댔다.그런 형이 얼마나 바쁜지 알고 있었기에 나도 방해하지 않았다.한편.태연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뜨거운 물로 목욕하고 팩을 붙이고는 잠깐 눈을 붙이려 했다.이틀 동안 병원에서 환자를 케어한다는 게 힘든 일이었으니까.태연이 입은 실크 슬립을 입고 있었지만, 완벽한 콜라병 몸매를 다 가리지는 못했다.한참 뒤, 태연은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그 시각 옆집.왕정민은 사실 아까 전 문 사이로 태연이 돌아온 걸 확인하고 난 뒤부터 심장이 두근거렸다.애교와 남주는 아침 일찍 집을 나가 왕정민은 지금 베란다를 통해 태연의 집에 넘어갈 수 있었다.태연의 매력적인 몸매를 떠올리자 왕정민은 너무 흥분해 베란다를 살금살금 넘어 태연의 방에 몰래 잠입했다.태연도 방문을 잠그지 않은 터라, 왕정민은 문틈 사이로 방 안 광경을 몰래 볼 수 있었다.마치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남자를 끌어당기는 태연의 매력에 왕정민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특히 태연이 입고 있는 슬립 원피스와 서로 겹쳐 있는 늘씬한 두 다리를 보자 야릇한 생각이 떠올랐다.왕정민은 살금살금 태연에게 걸어가더니 급기야 손으로 태연의 다리를 탐욕스럽게 문질렀다.“완전 하얗고 부드럽잖아!”“아, 누구야?”잠에서 놀라 깨자마자 왕정민을 본 태연은 멍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왕정민 씨, 왜 우리 집에 있어요?”왕정민은 피둥피둥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상황을 설명했다.“뭐 좀 빌리러 왔는데 아무리 노크해도 대답이 없어 베란다로 넘어왔어요.”“뭘 빌리러 왔죠?”태연은 왕정민이 저를 보는 눈빛을 보자 너무 무서웠다.특히 말하면서 옆에 슬쩍 안는 모습에 더욱 불안했다.여자의 직감이 말해주건대, 왕정민은 분명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다.태연은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긴 외투를 걸치며 말했다.“거실에서 얘기하죠.”태연은 말하면서 거실로 걸어갔다.그나마 거실이 침실보다는 조금 더 안전하니까.만약 왕정민이 무슨 짓을 하려고 한다면 재빨리 문을 열고 도
“태연 씨, 사실 나도 동성 말이 맞다고 봐요, 여자는 아무래도 남자의 손길을 타야 하니까. 안 그러면 빨리 늙어요. 동성은 태연 씨와 이혼하고 싶지 않고 또 외롭게 하고 싶지 않아서 나한테 도움 청한 거니 이게 오히려 두 사람 결혼생활에 더 좋을지도 몰라요.”왕정민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더니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왕정민은 태연과 몸을 섞고 싶지만 본인이 지배자의 위치에서 태연이 스스로 몸을 바치기를 원했다.태연은 왕정민의 그런 태도에 구역질이 나 싸늘하게 말했다.“우리 결혼은 그런 방식으로 유지할 필요 없어요. 오늘 일은 없던 일로 할 테니까 그만 가주세요.”이에 왕정민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태연 씨, 남의 호의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내가 여기 한 번 오는 게 쉬운 줄 알아요? 그런데 나를 이렇게 쫓아낸다고요?”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면 포기할 기미가 없는 듯한 왕정민의 태도에 태연은 어이가 없었다.왕정민이 저한테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뻔뻔한 사람일 줄은 꿈에도 없었으니까.심지어 눈살 찌푸려지는 말까지 하며 말이다.결국 태연은 어두워진 얼굴로 문 앞에 서서 문을 활짝 열고 왕정민을 쫓아냈다.“그만 가세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왕정민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끄고 어두운 표정으로 문 앞에 걸어갔다.그러다가 갑자기 태연의 팔을 잡아당겨 제 품에 껴안고는 문을 닫아걸었다.그 순간 태연은 너무 놀라 버럭 소리쳤다.“뭐 하는 거예요? 경고하는데, 그만둬요.”왕정민은 태연의 풍만한 몸매에 순간 반응했다.“뭐 하긴, 당연히 하려고 그러지. 동성이 태연 씨를 나한테 줬어요. 그러니 날 제대로 모셔요.”“어디서 순진한 척은, 욕구 불만인 주제에 남자 손 한동안 안 탔으면 저도 안달 났을 거면서.”왕정민은 몸집이 커다란 데다 힘까지 세서 힘도 들이지 않고 태연을 소파 쪽으로 끌어와 힘껏 밀었다.그 순간 태연의 몸은 소파에 세게 부딪히면서 가슴이 흔들렸고, 치마마저 말려 올라가며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
“태연 씨, 우리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잖아요. 동성도 태연 씨 생각해서 이러는 건데. 사실 동성은 태연 씨와의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싶은데 자기가 만족시켜 주지 못해 영향을 줄까 봐 나한테 도움 처한 거예요.”“내가 방금 표현이 좀 과격해서 오해가 생겼을 수도 있겠네요. 지금 다시 제대로 설명해 줬잖아요, 그리고 강요할 마음도 없어요.”‘강요할 마음이 없다고?’‘당장이라도 겁탈할 것처럼 달려들었으면서 잘도 뻔뻔한 소리를 하네.’태연은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다. 태연도 자기만의 생각이 있고, 판단이 있기에 왕정민의 말은 조금도 믿지 않았다.그저 눈앞의 남자를 보면 볼수록 역겹고 구역질 난다는 생각뿐이었다.하지만 왕정민은 태연이 제 말에 설득된 줄 알고 슬그머니 태연의 손을 더듬었다.만약 거절하지 않으면 태연도 마음속으로 원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서.그러면 다시 제대로 공략하면 그만이다.심지어 남자의 손길을 오랫동안 타지 않은 여자, 특히 태연처럼 욕구불만인 여자는 분명 남자를 원할 거라고 확신했다.그걸 제대로 불붙여주면 태연을 손에 넣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하지만 생각 밖으로 태연은 왕정민의 손이 닿자마자 바로 쳐냈다.“손대지 마요. 왕정민 씨, 잘 들어요. 우리 남편 무슨 말을 했든 절대 정민 씨랑 그럴 가능성은 없어요.”“태연 씨, 나랑 동성은 오랜 친구예요. 내가 친구 도와주자고 발 벗고 나서는데, 호의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태연은 너무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정말 그럴싸한 변명이네요. 나를 겁탈하려 하면서 도와준다고? 그것도 말이라고!”“아니에요, 난 정말 태연 씨를 돕고 싶어요.”“본인 아내도 오랫동안 방치했으면서, 왜 애교는 도와주겠다는 말 안 해요? 자기 아내한테도 무관심한 사람이 친구 아내를 걱정한다고? 무슨 속셈인지 내가 모를 줄 알아요?”왕정민은 또 다시 얼굴을 구겼다.“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나랑 애교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알고 있으니까 방금 정민 씨 말이 역겹다는
태연은 바로 동성에게 전화해서 울먹였다.“진동성, 대체 뭐 하자는 거야?”[왜 그래? 무슨 일이야?]동성은 일부러 모르는 척 연기했다.“어설픈 연기 그만해. 왕정민이 사실대로 다 말했으니까. 나를 왕정민한테 팔아넘겼다며?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이 개자식아!”태연은 말하면서 또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동성은 이미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했지만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솔직히 태연이 아주 기꺼이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지 이렇게까지 거부감을 가질 줄은 몰랐다.동성의 경솔함이 일을 완전히 그르쳤다.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후회해 봤자 소용은 없다. 때문에 동성은 끝까지 잡아떼며 부정할 수밖에 없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자기를 왕정민한테 팔아넘기다니? 자기는 내 아내인데 그럴 리 없잖아. 왕정민이 무슨 짓 했어? 이 개자식! 역시 그 자식이 더러운 마음 품고 있을 줄 알았다니까. 어쩐지 나더러 자기와 교대하라고 하더라니, 다 꿍꿍이가 있었네.]그 말에 태연은 바로 눈물을 그쳤다.“그게 무슨 말이야? 왕정민이 이렇게 하라고 했다고?”[응, 난 또 우리 부부를 생각해 주는 줄 알았지, 누가 뒤에서 자기를 노릴 줄 알았겠냐고. 설마 무슨 일 당한 건 아니지?]태연은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야. 내가 애교를 내세워 협박하니까 아무 짓도 못 하더라. 지금 맹세해. 정말 왕정민과 짜고 나 팔아넘긴 거 아니지?”태연은 동성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왕정민이 그런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태연과 동성은 왕정민과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그런 왕정민이 정말 태연을 어떻게 할 생각을 품고 있었다면 지금껏 기다릴 이유가 없다.때문에 동성이 거짓말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동성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맹세해. 절대 왕정민과 짜고 치지 않았어. 내가 거짓말하면 앞으로 남은 평생 남자구실 못할 거야.]‘독하네, 이런 맹세까지 하다니.’결국 태연은 그대로 넘어갔다.“그래, 이번 한 번만
하지만 방금 전 동성의 말에 태연은 너무나도 구역질이 났다.태연이 제일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자기의 남편이 이미 변했다는 것이다.이기적이고 밑바닥까지 없는 인간으로.때문에 태연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자기 남편의 이미지가 그보다 더 밑바닥일까 봐.그렇게 된다면 정말로 동성과 앞으로 살아갈 자신조차 없어지게 될까 봐.“왜? 왜 이렇게 됐지?”태연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애초에 동성을 만나고 결혼까지 결심한 건 분명 동성의 정직함이 마음에 들어서였다.동성 가은 남자와 살아야 착실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사실 결혼한 지 몇 년 동안 동성은 늘 태연에게 잘해줬다.크고 작은 명절과 기념일이면 선물을 사다 주고 월급 카드도 태연에게 맡기고, 심지어 결혼한 뒤 산 집도 태연의 명의로 해줬다.게다가 세금 납부를 제때에 하고 매일 제 시간에 귀가하고 시간만 나면 태연과 함께 있어줬다.태연은 자기가 늘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하지만 2년 동안 회사 압력이 점점 처지면서 동성의 어깨에 짊어진 책임의 무게도 점점 커갔고 부부 생활에 전처럼 신경 쓸 수 없게 되었다.그것도 태연은 모두 받아들였다.정 안 되면 시험관 아기라도 가져보겠다는 생각을 안고.아무튼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현 상황을 해결할 생각뿐이었지 동성과 이혼하려는 선택지는 태연에게 없었다.하지만 오늘 그런 일이 벌어지고 동성에 대한 태연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애초에 태연을 알뜰히 보살피고 아껴주던 남자는 언제부터인가 이미 변하기 시작했다.왕정민처럼 이기적으로 변했다.태연의 마음은 너무 심란하고 복잡했다.‘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병원.비몽사몽한 상태로 잠자고 있던 나는 어렴풋이 들리는 형의 통화 소리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은연중에 태연이라는 이름을 들어 나는 단번에 형이 형수와 통화하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하지만 형은 통화 내내 뭔가를 해명하고 있었고 상태도 조금 이상해 보였다.전화를 끊은 형을 보자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형이 방금 뭐라고 그랬지?’‘왕정민이 형수를 안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형수는 형의 아내인데, 자기 아내를 남의 남자에게 바친다고?’나는 도저히 내 귀를 믿을 수 없었다.더욱이 항상 정직하기만 하던 형이 이렇게 쓰레기 같은 마인드를 갖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내 마음은 복잡하고 견디기 힘들었다. 게다가 너무 고민되었다.저 남자는 분명 내 형인데. 분명 내가 어릴 때부터 친형처럼 따르던 형인데.나는 당장이라도 형한테 달려가 왜 이러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하지만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형이 평소에 나한테는 정말 잘해줬으니까.때문에 나는 더 괴롭고 고통스러웠다.심지어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형은 왕정민과 통화를 끝낸 뒤 떠났지만 나는 화장실 문에 기댄 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어쩐지 무슨 일이냐고 물었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니.’형수를 생각하니 왕정민에 대한 증오가 극에 치달았다.‘이 쓰레기가 애교 누나를 배신한 것도 모자라 형수까지 넘봐?’나는 당장이라도 왕정민을 죽이고 싶었다.‘절대 이렇게 왕정민이 원하는 대로 되게 할 수 없어.’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왕정민이 형수를 노린다는 걸 애교 누나에게 말했다.게다가 화가 잔뜩 나서 문자 하나를 전송했다.[누나, 왕정민과의 이혼을 서둘러요. 그렇지 않으면 왕정민 그 짐승만도 못한 자식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니까. 그리고 누나랑 남주 누나도 조심해요. 왕정민은 인간도 아니에요.]그 시각, 남주와 함께 법무사 사무소에서 명의이전 절차에 관해 물어보고 있던 애교는 저한테 도착한 메시지를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남주는 애교의 이상함을 눈치채고 걱정스레 물었다.그러자 애교는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남주에게 건넸다.그걸 본 남주는 화가 나서 펄쩍 뛰었다.“왕정민 이 개 같은 자식, 이건 인간도 아니야. 어떻게 이런 짓을 벌일 수 있어?”“난 그래도 왕정민이 어느 정도 선은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
“전에 나한테 집 명의이전 해준다고 약속했잖아. 내가 오늘 집 나서면서 모든 자료 준비했으니 그냥 와서 사인만 하면 돼.”‘사인은 개뿔.’애교와 남주가 짜고 자기에게 덫을 놓은 걸 알고 있었던 왕정민은 이를 갈았다.‘이 두 여편네가. 나를 벼랑 끝으로 몰려는 걸 모를 줄 알고.’왕정민은 당연히 갈 리 없다. 물론 집 한 채쯤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애교에게 그냥 주는 건 너무 싫었다.하지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애교가 바람피웠다는 증거를 계속 잡지 못해 아직은 애교와 사이가 틀어지면 안 된다는 거다.이에 왕정민은 거짓말로 무마하려 했다.“나 지금 밖에 있어 오늘은 안 될 것 같은데? 나중에 하자.”“지금 어디 있는데?”왕정민은 애교가 포기하지 않을 걸 알고 일부러 먼 곳을 댔다.하지만 애교는 여전히 제 뜻을 고수했다.“지금 보는 일 스톱하고 여기 와서 사인해. 그러고 나서 일 보러 다시 가. 집 명의 이전해 주겠다고 한 건 당신이야. 설마 지금 후회해?”“그럴 리가. 당신한테 주겠다고 했으면 당연히 줘야지. 하지만 나 지금 정말 너무 바쁜데.”이윽고 뭐라고 더 말하려 할 때 갑자기 문 앞에서 철컥거리는 문소리가 들려오는 바람에 왕정민은 너무 놀라 소파에서 펄쩍 뛰어 일어났다.‘뭐야? 이애교가 돌아왔나?’‘설마 아예 문제를 단절하려고 진작 준비해 두었나?’‘안 돼. 이대로 잡힐 수 없어, 안 그러면 내 노력이 모두 헛수고가 돼.’결국 왕정민은 다급히 베란다를 넘어 애교네 집으로 넘어갔다.그리고 얼마 뒤, 문이 열렸다.들어온 사람은 애교가 아니라 남주였다.남주는 일부러 소리를 죽인 채 몰래 들어와 증거를 잡으려 했다.하지만 놀랍게도 집안에는 왕정민이 없었다.결국 남주는 이곳 상황을 애교에게 알려주었고, 잠깐 생각하던 애교는 끝내 입을 열었다.“아직 안 갔을 거야. 태연 집에 가서 찾아봐.”“그렇지. 너희 집이 태연네 집과 이어졌지. 이 개자식이 분명 베란다로 넘어갔을 거야. 당장 가볼게. 좋은 소식 기다려.”남주는 곧장 태
“집에서 뭐 하는 거야? 온종일 노크했는데 왜 문은 안 열어? 설마 혼자 집에서 했어?”남주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그에 반해 태연은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말 한번 제대로 하는 걸 못 봤네. 우리 집엔 왜 왔어?”“왕정민 너네 집에 있어?”남주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태연은 심장이 철렁해 거짓말했다.“미쳤어? 왕정민이 왜 여기 있어?”남주는 얼른 태연의 팔짱을 끼고는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애교가 왕정민 집을 자기 거로 명의이전 하려고 하거든, 하지만 그 개자식이 계속 숨어서 나타나지 않아. 애교랑 내가 모두 여기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밖에서 일 본다고 하더라고.”“아까 애교 집에 쳐들어갔는데 테이블 위에 놓인 차가 여전히 뜨거운 걸 봐서는 멀리 못 간 것 같은데. 너희 집이랑 애교네 집 베란다가 연결되어 있으니 분명 여기로 넘어왔을 거야.”“만약 왕정민이 여기 있으면 절대 숨겨주면 안 돼. 우리 수호한테서 들었거든, 왕정민이 너한테 몹쓸 짓 하려고 했다면서? 그런데 뭐 하러 감싸줘?”남주의 말을 듣는 내내 애교는 마음이 흔들리고 복잡하고 무거웠다.자기가 왕정민한테 당할뻔한 일이 이렇게 빨리 소문이 퍼졌다는 게 그 첫 번째 이유고, 다음으로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애교와 남주의 목표는 아주 명확하다. 왕정민을 절대 편하게 살게 두지 않는 거.‘하지만 나는?’태연은 마치 소용돌이에 빠진 것처럼 방향을 잃고 앞길이 막막해 도무지 선택할 수 없었다.‘아예 왕정민과의 관계가 틀어지든 말든 상관하지 않을지, 아니면 먼저 참고 동성과의 혼인을 ㅇ지할지.’“네가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내가 베란다에서 직접 찾아보지 뭐.”남주는 말하면서 곧장 베란다로 향했다.그때, 태연은 뜻밖에도 왕정민이 애교의 방문 뒤에 숨어 있다는 걸 발견했다.그 위치는 노출되기 매우 쉬웠다.그때 왕정민이 태연에게 손짓을 하며 당장 남주를 쫓아버리라고 명령했다.하지만 태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아직 막막했으니까.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