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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작가: 서인하
두 사람은 밤새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튿날 서강빈은 소파에서 일어났고 어젯밤 서강빈과 권효정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서강빈은 그렇게 함부로 하는 남자가 아니다. 그리고 그와 권효정 사이에는 아직 더 깊이 알아가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권효정은 깨어난 후 씻고 준비하고는 아침도 먹지 않고 서둘러 돌아가려고 했다.

“무슨 일 생겼어요?”

서강빈의 물음에 권효정이 대답했다.

“저희 엄마가 회사 일로 저를 찾아요.”

“제가 함께 가줄까요?”

서강빈이 이렇게 말하자 권효정은 웃으며 사양했다.

“별거 아니에요. 다 끝나면 와서 같이 시간 보내요.”

“됐어요. 천천히 일 봐요.”

서강빈은 난감한 듯 한숨을 쉬었다. 그는 어젯밤부터 계속해서 자신을 유혹하는 권효정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서강빈의 충분한 인내력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잘못을 저지르고 말았을 것이다. 장난스레 웃음 지은 권효정은 뒤돌아 서강빈에게 다가가더니 입을 맞추고 손을 저으며 말했다.

“저 갈게요.”

서강빈은 난처한 표정으로 권효정이 떠나는 것을 보고 있었다. 권효정이 떠난 후, 서강빈은 어제저녁에 낙찰한 탄천병이 생각났다. 그것을 꺼내든 서강빈은 잠시 생각하더니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탄천병이 주변에 있는 천지 사이의 희박한 영기를 삼키도록 했다. 하얀 연기가 사방으로부터 몰려와 탄천병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서강빈은 놀라운 것을 하나 발견했는데 영기들이 탄천병안에서 제련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마지막에 서강빈은 탄천병안에서 순백의 단약을 한 알 얻게 되었다.

“영기 단약?”

서강빈은 이 탄천병이 이런 효능도 있을 줄을 예상치 못해 크게 기뻐하였다. 이는 천지 사이의 영기, 사악한 기운, 불길한 기운들을 삼켜서 그에 상응하는 단약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영기 단약은 크지 않고 콩알만 한 크기였는데 서강빈한테는 쓸모가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영기가 충족한 곳으로 가서 탄천병으로 영기를 흡수하여 제련한다면 서강빈은 자신에게 필요한 최고급 영기 단약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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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서강빈   제624화

    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성회 진성 그룹? 되게 대단한 그룹이에요?”서강빈은 몇 년간 상업계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성회의 큰 그룹들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주민정은 소개하기 시작했다.“진성 그룹은 성회에서 5위안에 드는 큰 그룹입니다. 시가가 11조가 넘었고, 상장회사입니다. 국내와 해외에서 주로 약품, 건강 기능 식품과 피부관리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그 그룹의 하 대표님이 저희와 협상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 바로 저희의 정빈 마스크팩을 전국적인 범위내에서 판매하고 수출하는 것에 대한 세부적인 합작 내용입니다.”서강빈은 고민하다가 물었다.“민정 씨 생각은 어때요?”주민정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했다.“대표님, 솔직히 말하면 진성 그룹의 실력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제일 중요한 것은 수출 판매하는 경로 중에 그들이 전국의 절반을 먹고 있다는 것이에요. 그들과 협력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입니다.”“알겠어요. 준비하고 저녁에 저도 함께 가요.”서강빈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한마디 더 보충했다.“거기에 가서는 내가 민정 씨의 보조라고 하세요.”“알겠습니다.”주민정이 대답했다. 저녁 7시, 주민정과 서강빈은 호화로운 금룡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이번에 성회 진성 그룹의 하 대표 일행을 접대하기 위해 주민정은 특별히 신경 써서 여기로 정했는데 여기는 송주의 대표적인 건물이기 때문이다. 문 앞에 있는 거대한 금색 용머리는 아주 멋진 장관이었다. 주민정과 서강빈이 문 앞에서 반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도 그들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다. 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원칙대로라면 합작을 논의하는 이런 식사 자리에서는 지각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주민정도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서강빈에게 해명했다.“성회에서 오시느라 차가 많이 막히나 봅니다.”서강빈은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일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잠시 후, 호화로운 차들이 문 앞에 서더니 4, 5명이 되는 사람이 내렸고 제일 앞

  • 명의 서강빈   제625화

    이 말을 들은 하문성이 불만이 아주 많은 듯한 굳은 표정으로 화를 냈다.“버르장머리 없는 놈! 너 누구야? 여기가 네가 그렇게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곳이야? 주 매니저, 저 자식 누구야? 왜 데리고 온 거야? 오늘 밤에 당신들 회사랑 우리 진성 그룹이 협상하는 중요한 자리인 거 몰라? 저렇게 버르장머리 없는 자식을 데리고 온 건 무슨 뜻이야? 합작하기 싫어?”하문성은 아주 분노했다. 지금까지 진성 그룹이 나서서 합작을 논의할 때 그 누구도 이렇게 반박하지 못했고 다들 진성 그룹에 굽신거리기만 했는데 눈앞에 있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은 지금 감히 의심하고 반박까지 하고 있다. 주민정은 얼른 웃어 보이며 말했다.“죄송합니다, 하 대표님. 저 사람은 제 보조입니다. 단지 방금 대표님께서 얘기한 두 가지 조건은 우리 회사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하문성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주 매니저, 잘 생각해야 해. 우리 진성 그룹은 국내와 해외의 판매경로를 꽉 잡고 있어. 당신네 회사의 정빈 마스크팩이 더 크게 발전하기를 원한다면 우리 진성 그룹이 대리 판매해주는 것 외에는 더 좋은 선택지는 없어.”이 말을 하는 하문성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쌀쌀함이 비쳤다. 그는 송주에 있는 이렇게 보잘것없는 화장품 회사도 휘어잡지 못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주민정은 표정이 변했고 하문성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물론 나는 서두르지 않아. 오늘 밤에 시간 많으니까 주 매니저가 잘 고민해보다가 내 방으로 와서 더 깊이 논의해보자고.”이 말을 하는 하문성의 음탕한 눈은 주민정의 몸을 아래위로 훑었다. 방금 문으로 들어올 때부터 그는 이 여자의 몸매가 풍만하고 하얀 피부 결을 가졌다는 것을 주시하였다. 특히 붉은 입술은 아주 매혹적이었는데 오늘 밤에 저 입으로 자신을 즐겁게 해준다면 아주 기분이 좋을 것이다. 말이 끝나자 하문성의 뒤에 있던 남자 비서가 방키를 하나 꺼내 테이블에 놓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시연각, 888호 방입니다.”이를 본 주민정의 표정이 점

  • 명의 서강빈   제626화

    이 말을 들은 하문성이 비웃으며 말했다.“뭐라고? 사과? 무슨 사과? 보잘것없는 회사의 보조인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사과하라고 해?”“사과 안 하겠다는 말이죠?”서강빈은 차갑게 웃더니 펑 하고 단번에 하문성을 7, 8미터 밖으로 걷어차 버렸다. 바닥에 쓰러진 하문성은 가슴을 움켜잡고 피를 토하며 화를 냈다.“미친놈! 너는 죽었어! 딱 기다려. 너희 회사를 당장 망하게 할 거야!”말을 마친 하문성은 보조의 부축을 받으며 굳은 얼굴로 방을 나섰다. 하문성이 도망가는 것을 보고 주민정은 한숨을 내쉬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대표님, 우리가 하문성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건 진성 그룹을 건드렸다는 거예요. 앞으로 큰일 난 겁니다.”서강빈이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요. 늙은 변태일 뿐인데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어요? 여기는 성회가 아니라 송주라는 것을 잊지 말아요. 설사 성회라고 해도 제가 거기에 지인이 있으니 괜찮아요.”말을 마친 서강빈은 휴대폰을 꺼내 전태산에게 전화를 걸어 차갑게 말했다.“전 가주님,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습니다.”“서 신의, 말씀하세요. 저희 전씨 가문에서는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전태산은 아주 흥분했다. 전 씨 어르신이 깨어난 후 전태산에게 서강빈과의 관계를 잘 유지하라고 명령을 내렸었다. 마침 요즘 전태산은 서강빈이 도움을 요청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말 전화가 올 줄 몰랐다. “진성 그룹에 대해 아세요?”서강빈이 담담하게 물었고 전태산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진성 그룹이요?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왜요, 거기서 서 신의를 괴롭혔습니까?”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방금 있었던 일을 곧이곧대로 전태산에게 말했다. 이를 들은 전태산은 바로 화를 내며 소리쳤다.“서 신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저희 전씨 가문에서 해결해드리겠습니다.”“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전 가주님.”서강빈은 웃어 보이면서 전화를 끊고는 주민정에게 말했다.“해결했어요.”“정말이에요? 이렇게 빨리요?

  • 명의 서강빈   제627화

    전화를 끊고 조명준은 분노하여 일어서면서 곁에 있는 부하에게 소리쳤다.“당장 사람들을 50명 데리고 나랑 함께 금룡 레스토랑으로 가자!”“네!”부하가 대답했다. 조명준의 얼굴에는 서늘한 분노의 기색이 서렸다. 저번에 서강빈에게 호되게 당한 다음 그는 마음속에 있는 화를 풀 곳이 없었다. 물론 감히 다시 서강빈과 싸우지는 못했고 황규성도 두 사람이 의형제라는 정 때문에 그를 놓아주었었다. 하지만 이번에 자신의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을 만날 줄 몰랐다. 분노한 조명준은 화풀이하려고 했고 자신의 위엄을 세우려고 했다. 몸에 석고 붕대를 감고 곁에 있던 조민우가 물었다.“아빠, 왜 그러세요?”“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는 어린놈이 진성 그룹의 하 대표님을 때렸다고 해서 처리하러 가야 해.”조명준이 대답했다.“아빠, 나도 갈래요!”조민우의 말에 조명준은 미간을 찡그리다가 대답했다.“그래, 같이 가자.”조명준과 조민우는 빠르게 병원을 나서서 차에 올라타 열대가 넘는 검은 세단과 함께 금룡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20분 후, 금룡 레스토랑의 문 앞에 조명준의 차량이 도착했고 차에서 내린 조명준은 곁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 하문성과 그의 비서를 보았다.“하 대표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놈이 누구든지 오늘 밤에 제가 다 해결해드리겠습니다.”조명준은 자신이 아주 대단한 것처럼 얘기했고 하문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갑게 말했다.“조명준 씨, 나는 그 자식이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빌기를 원해요.”“문제없습니다.”조명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뒤에 있는 거무칙칙한 50여 명의 부하를 이끌고 금룡 레스토랑으로 들어가서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그러고 나서 조명준이 말했다.“하 대표님, 저와 함께 들어가시죠.”“좋아요.”고개를 끄덕인 하문성은 턱을 빳빳이 쳐들고 조명준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조명준의 부하가 펑 하고 방문을 걷어차자 하문성이 성큼성큼 들어가서 식사를 하는 서강빈과 조민정한테 손가락질하며 차갑게 웃는 얼굴로 호통쳤다.“

  • 명의 서강빈   제628화

    “뭐라고요?”화가 난 주민정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서강빈을 위해 주민정은 이를 악물고 어쩔수 없이 승낙했다.“좋아요. 약속했어요.”하지만 그 말이 들리자마자 서강빈이 입을 열었다.“걱정 마요. 내가 있잖아요. 몸을 팔아서까지 저를 지키지 않아도 돼요.”그러고 나서 서강빈은 수저를 놓고 차갑게 말했다.“조명준 씨, 보아하니 저번에 혼난 게 아직 부족한가 봅니다.”이 말을 들은 조민우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 미친놈, 너 뭐라고? 감히 내 아버지의 이름을 불러? 죽고 싶어?”조민우가 달려가서 서강빈의 뺨을 때리려 했지만, 오히려 서강빈에게 손이 잡혔다. 그는 조민우의 뒷덜미를 잡아 테이블에 세게 눌렀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조민우는 어렵게 복구한 코가 다시 부러져서 피가 터져 나왔다.“아악! 내 코, 내 코! 이런 젠장...”소리를 지르던 조민우가 고개를 들어 서강빈을 보는 순간, 그는 귀신이라도 본 듯 털썩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당신, 당신은...”조민우가 덜덜 떨며 말했고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었다. 조명준은 제 아들이 맞는 것을 보자 마찬가지로 화를 내며 소리쳤다.“망할 자식! 감히 내 아들을 때리다니, 너 오늘 죽고 싶어...”문득 뒤돌아서 차가운 눈빛으로 조명준을 보던 서강빈은 무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누가 죽고 싶다고요?”넋이 나가서 눈이 휘둥그레진 조명준은 말을 끝맺지도 못한 채 더듬거렸다.“서, 서 선생님, 어떻게 당신이 여기에...”“저예요.”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 조명준은 깜짝 놀라 바로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조아리며 소리쳤다.“서 선생님, 죄송합니다. 저희는 선생님께서 여기 계시는 줄 몰랐어요. 만약 선생님이 여기 계신 줄 알았다면 아무리 저희가 겁이 없다고 하더라도 절대 감히 오지 못했을 것입니다.”조명준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운도 지지리도 없지, 어떻게 여기서 맞닥뜨리는가 말이다. 한편, 하문성은 상황파악을 할 수가 없어서 소리쳤다.“조명준 씨, 이게 뭐 하는 거예요? 얼른 일어

  • 명의 서강빈   제629화

    차가운 웃음을 터뜨린 하문성이 말했다.“웃겨! 오늘 밤, 누가 감히 나 하문성을 해고할 수 있는지 똑똑히 보겠어!”서강빈은 조롱하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태연하게 자리에 앉았다. 주민정은 걱정되고 초조한 마음에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대표님, 지금 장난하시는 거 아니죠?”“걱정하지 말아요. 저한테 다 생각이 있어요.”서강빈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문성은 음탕한 표정을 하고 주민정을 쳐다보면서 혀를 날름거리며 말했다.“주 매니저, 오늘 밤에 나를 제대로 모셔야 할 거야.”“뚱땡이 같은 놈! 모시기는 개뿔!”주민정도 더 참지 않고 욕을 퍼부었다. 그러자 하문성은 표정이 굳어지면서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젠장! 좋아, 이따가 너를 제대로 괴롭혀줘서 나한테 무릎을 꿇고 구걸하게 할 거야!”시간은 일분일초 흘러가고 거의 5분이 되어가니까 하문성이 서늘하게 웃으며 말했다.“미친놈아, 거의 5분이 다 되었어. 나는 아직도 내가 해고당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 말이야. 하하하!”하문성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곁에 있던 남자 비서에게 말했다.“가서 창문을 열어. 저 멍청한 놈이 여기서 뛰어내리는 것을 봐야겠어.”“네.”남자 비서는 대답하고 빠르게 창문 쪽으로 걸어가서 창문을 열자 강한 바람이 훅 들어왔다. 주민정은 두려운 마음에 서강빈의 손을 잡으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대표님, 어떡해요?”서강빈은 태연하게 시간을 한번 보더니 말했다.“아직 십몇 초 남았어요.”“하하하! 십몇 초? 이 자식아, 이 십몇 초 사이에 설마 전화가 오겠어?”건방지게 웃고 있던 하문성의 말이 끝나자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마치도 저승사자의 부름처럼 방안에서 갑자기 울리는 벨 소리에 하문성은 몸을 퍼뜩 떨며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아니겠지? 이렇게 공교롭다고?’서강빈은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하 대표님, 전화 받으시죠.”“당연히 받을 거야! 내가 너를 두려워할 것 같아?”하문성은 이렇게 소리치고 휴대폰을 들어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낮

  • 명의 서강빈   제630화

    이런 사람이야말로 주민정이 계속해서 찾던 남자였다. 서강빈은 냉정하게 무릎 꿇고 있는 하문성을 보면서 차갑게 웃음 짓고는 열려있는 창문을 가리키며 말했다.“하 대표님, 아까 우리의 약속을 잊지 말아요. 지금 여기서 뛰어내리셔야 해요.”하문성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열려있는 창문을 보았다. 자신의 몸에 닿는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자 그는 부르르 몸을 떨며 고개를 조아렸다.“서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미간을 찡그린 서강빈은 앞으로 다가가 하문성의 머리를 단번에 움켜잡더니 그를 창가로 끌고 가 한 손으로 그를 들어서 몸이 절반 정도 밖에 드리우게 했다. 그 순간, 하문성은 놀라 까무러칠 뻔했다. 몸이 절반이나 창밖에 나가 있으니 수십 미터 높이의 고공에서 보이는 바닥에 놀라 정신이 혼미해졌다. 여기서 떨어진다면 죽음은 피할 수 없다.“아악! 서 선생님, 서 선생님,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눈물이 터져서 통곡하는 하문성을 보면서 서강빈이 차갑게 말했다.“나한테 사과하면 뭐해요? 당신이 사과할 사람은 저 사람이에요!”서강빈은 조민정을 가리켰고 하문성은 다급하게 소리쳤다.“주 매니저, 미안해. 내가 저질이고 내가 입이 방정이야. 내가 잘못했어. 제발 나를 용서해줘. 얼른 서 선생님께 그만두라고 해. 사람 죽겠어...”깜짝 놀란 주민정도 얼른 다가가서 서강빈을 말렸다.“대표님, 그만하죠. 사람 죽겠어요. 저 사람이 잘못을 인정하면 됐어요.”‘대표님?’인제야 하문성은 서강빈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었다. 바로 효정 회사의 사장이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죽이지는 않겠지만 순순히 놓아줄 수도 없지.”이렇게 말하면서 서강빈은 하문성을 아예 밖으로 던져버렸고 그는 발 한쪽만 창턱에 걸쳐 밖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하문성은 너무 놀란 나머지 오줌을 쌌고 오줌이 그의 몸을 타고 흘러내려 입에 들어갔다. 연신 비명을 지르며 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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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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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 명의 서강빈   제841화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 명의 서강빈   제840화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 명의 서강빈   제839화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 명의 서강빈   제838화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 명의 서강빈   제837화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 명의 서강빈   제836화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 명의 서강빈   제835화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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