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송주에서 제일 크고 제일 화려한 호텔 안에서는 수백 개의 테이블이 세팅되어있었다. 오늘 밤은 제우 그룹의 대표 진기준과 비오 그룹의 대표 송해인의 결혼식이었고 송주 절반의 유명인사들이 초대되었다.현장은 아주 왁자지껄했다.진기준도 깔끔한 슈트 차림으로 문 앞에서 결혼식에 참석한 각 명문가의 가주와 기업의 총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잠시 후, 진기준은 한쪽으로 빠져 부하에게 물었다.“해인이는?”“해인 씨는 아직 위층에서 메이크업을 받는 중입니다.”부하가 대답하자 진기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 위층으로 올라가 메이크업 룸의 문을 여는 순간,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송해인을 보고 넋이 나갔다. 너무 예뻤다. 이야말로 경국지색의 미인이었다.“해인아, 너 정말 너무 예뻐.”진기준은 감격한 눈빛으로 탐욕스럽게 송해인을 바라보았고 송해인은 담담하게 웃고는 거울 속의 자신을 보았다. 무엇 때문인지 그녀의 기분이 처져있었다. 특히 거울 속의 자신을 볼 때면 머릿속에 3년 전 서강빈과의 장면들이 끊임없이 재생되었다.그때, 그녀는 진심으로 행복하고 기뻐했었다. 그때는 서강빈이 바로 그녀 마음속의 빛이었고 그녀의 전부였다.하지만 3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모든 게 변해 있었고 서강빈은 이토록 보잘것없고, 타락해있었다.“무슨 생각해?”진기준이 다가와서 두 손을 송해인의 새하얗고 부드러운 어깨에 올리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코끝에는 송해인의 은은한 향기가 맴돌았다. 오늘 밤이면 이 여자는 자신의 소유가 된다는 생각에 진기준은 몹시 흥분하여 온몸에 피가 들끓는 것만 같았다.송해인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거울 속의 자신과 진기준을 보면서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좀 피곤해서 그래.”“괜찮아, 이제 결혼식이 끝나면 우리 함께 해외로 한동안 여행을 가자.”진기준이 웃으며 말했고 송해인도 살짝 웃음을 띠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하인 한 명이 들어와서 말했다.“진 대표님, 아래에 고씨 가문의 고 씨 어르신이 오셨습니다.”“뭐라고? 고 씨 어르신이?”
조규익은 절을 하며 우는 목소리로 말했고 송해인은 놀라서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당신이 사람을 시켜서 저를 납치했다고요? 무슨 말이에요?”조규익이 사실대로 말했다.“해인 씨의 동생, 송태호가 저희 도박장에서 100억의 도박 빚을 지게 되어 저희가 그를 부추겨서 해인 씨를 납치하게 했습니다. 그 기회를 타서 송태호가 비오 그룹을 차지하게 되면 회사에서 100억을 빼돌려 빚을 갚도록 할 계획이었습니다.”“뭐라고요?”송해인은 아주 놀라며 몸을 살짝 떨었다.‘송태호? 정말 송태호였어! 서강빈이 그날에 한 얘기가 진짜란 말이야?’“서강빈이 당신들한테 시킨 거 아니었어요?”송해인이 묻자 조규익은 당황하며 얼른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송해인 씨, 오해하셨습니다. 서강빈 씨는 당신을 구하러 오신 겁니다. 이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송태호가 꾸민 일입니다. 저한테 증거가 있어요.”말하면서 조규익은 휴대폰을 꺼내 녹음된 통화내용을 들려주었고 그것을 듣고 난 송해인은 몸에 힘이 풀리며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그녀는 이제야 자신이 서강빈을 오해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그날 자신이 서강빈의 뺨을 때렸다는 사실까지 상기하게 되었다.“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송해인은 망연자실한 얼굴이었다.“하지만 진기준이 찍은 영상에서는 나를 납치한 그 사람이 서강빈이 지시한 일이라고 말했잖아요...”송해인은 고개를 들어 물었고 고정용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데리고 와.”그날 진기준의 협박하에 영상을 찍었던 그 사람도 들어와서는 바닥에 퍽 무릎을 꿇고 울면서 말했다.“송해인 씨, 잘못했어요. 그날은 진기준, 진 대표님이 저를 협박해서 말한 대로 한 것입니다. 만약 제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저를 경찰에 넘기겠다고 해서...”쿵, 마른하늘에다 날벼락이었다. 송해인은 몸이 부르르 떨리며 예쁜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이 모든 게 가짜야? 내가 서강빈을 오해한 거야?’송해인이 혼란스러워할 때, 부하 한 명이 들어오더니 편지봉투를 하나 건네면서 말했다.“송
송해인이 만물상점에 도착했을 때는 문이 반쯤 열려있었고 불도 켜져 있었다. 차에서 내린 송해인이 드레스의 치맛자락을 들고 가게 안으로 달려들어 갔지만 아무도 없었고 식탁 위에 그녀가 오후에 줬던 청첩장이 보였다.‘서강빈이 없어?’송해인은 한 바퀴 둘러봤지만, 서강빈을 찾지 못했고 그녀는 쓸쓸한 표정으로 식탁 위에 있는 청첩장을 집어 들고는 빨개진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서강빈은 자신의 결혼식에 오지 않았다...생각에 잠겼던 송해인은 휴대폰을 꺼내 서강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열 몇 통을 연달아 걸었지만, 여전히 받지 않았다.“서강빈, 어디 있어, 너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내가 잘못했어. 내가 널 오해했어. 미안해, 제발 전화 한 번만 받아줘...” 송해인은 초조하여 울음을 터뜨렸고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다.한편, 호텔 결혼식 현장. 진기준은 룸 안에서 아버지랑 얘기하고 있었는데 부하 한 명이 다급하게 뛰어 들어와서는 소리쳤다.“진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진기준은 퍽 하고 부하를 걷어차서는 바닥에 쓰러뜨리고 욕을 퍼부었다.“너 죽고 싶어? 오늘은 나의 기쁜 날인데 어디서 호들갑이야?”부하는 배를 움켜잡고 일어나서는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진 대표님, 정말 큰일 났습니다...”진기준은 얼굴이 굳더니 미간을 찡그리고 물었다.“말해, 무슨 일이야!”“송... 송해인 씨가...”부하는 말을 더듬었고 진기준은 표정이 변하여 다그쳤다.“해인이가 왜?”“그러니까, 송해인 씨가 도망갔습니다!”부하가 소리쳤다. 쿵,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진기준의 머리에 꽂혔고 그는 부하의 멱살을 잡으며 살벌한 눈빛으로 으르렁거렸다.“지금 뭐라고 했어? 해인이가 도망갔다고?”부하는 덜덜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습니다...”진기준은 퍽 하고 부하를 내동댕이치고는 사납게 그를 가리키면서 호통쳤다.“만약 아니라면 너를 죽여버릴 거야!”말을 마친 진기준이 씩씩거리면서 다급하게 룸을 빠져나와 메이크업 룸에 왔는데 송
그중 앞장선 녀석 하나가 손에 도끼를 든 채 차갑게 서강빈을 쳐다보면서 냉소를 띠고 말했다.“야 이 자식아, 진짜로 감히 혼자 오다니, 뒤에 있는 저 여자가 죽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얼른 무릎 꿇어.”서강빈은 차갑게 소리 내 웃고는 그 사람들을 훑어보고 물었다.“연규진이 보냈어?”맞은 편에 있는 녀석들은 안색이 변했고 특히 앞장선 그 남자는 눈썹을 치켜들고 차갑게 말했다.“그래, 이 자식아, 맞췄어! 우리는 규진 도련님의 사람이야! 네가 이미 알았으니까 너랑 시간을 끌지 않으려고. 오늘 네가 스스로 무릎을 꿇고 우리가 너의 손발을 자르게 한다면 우리는 뒤에 있는 저 여자를 놓아줄 거야.”“그러지 않으면 봤지? 저 여자는 바로 죽어!”말이 끝나자 권효정의 곁에 있던 형배는 비수를 든 손을 꺼내 바로 비수를 권효정의 새하얀 목에 대었는데 이미 살결을 파고 들어가 피가 새어 나왔다. 권효정은 발버둥을 치며 소리쳤다.“강빈 씨, 저 상관하지 말아요. 빨리 가요, 빨리 가...”권효정은 찢어질 듯 외쳤다. 그녀는 자신이 서강빈의 짐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더욱이 자신 때문에 서강빈이 어떤 상처를 입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서강빈은 시선을 굳히고 빠르게 사람들을 훑었다.‘16명!’권효정의 곁에 있는 놈까지 열일곱 명이다. 앞에 있는 열여섯 명은 다 개미들이어서 해결하기 쉽다. 주요하게는 권효정의 곁에 있는 저 사람인데 서강빈은 그 사람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고 아마 실력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기운이 많이 가려져 있어서 상대방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야, 뭘 기다려? 생각할 시간 10초 더 줄게, 무릎 꿇어! 아니면 저 여자를 죽일 거야!”앞장선 남자가 호통치며 손에 있는 도끼를 들며 위협했고 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린 채 차갑게 한마디 했다.“10초, 충분해.”“무슨 뜻이야?”앞장선 남자가 반응하기도 전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며 서강빈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사라졌고 수중에 있던 은침을 발사하
“오? 나를 알아보네?”형배가 차갑게 씩 웃으며 하는 말에 서강빈은 어이없는 듯 소리 내 웃고 나서 대답했다.“당신 손에 있는 어두운 별 모양의 문신이 바로 블랙리스트에 들어간 표시잖아.”형배의 팔뚝으로 눈길을 돌리니, 거기에는 검은색의 태양별 문신이 있었는데 바로 블랙리스트의 징표였다. 블랙리스트의 구성원들 모두 이 문신이 있었는데 블랙리스트는 사악함을 대표하는 리스트로서 국내에서 꽤 유명했다.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모두 온갖 나쁜 일을 밥 먹듯이 하는 절대적인 악인들이었다. 그중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지명수배자들도 있었고 무도 대가의 배신자들도 있었으며 눈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악마 같은 살인마들도 있었다.블랙리스트 명단에는 총 100명이 있었는데 모두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악랄한 자들이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조건 자체가 사람을 100명을 죽인 자들이어야 했다. 순위가 높을수록 사람을 더 많이 죽인 사람이고 살해당한 사람들의 실력도 더 좋았다.자신의 순위를 높이는 다른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존재에 도전을 걸어 그자를 죽인 다음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하여 블랙리스트 자체가 바로 피로 얼룩진 순위 리스트였고 이 사람들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낙으로 삼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의자에 묶여있던 권효정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몸이 흠칫 떨렸다. ‘블랙리스트라고?! 저 사람이 블랙리스트의 킬러였어!’권효정은 천주 권씨 가문의 딸이니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알고 있었다. 블랙리스트라는 명단은 툭 까놓고 말하면 지독한 악마들이 살인을 가지고 순위를 매기는 곳이었다. 이 사람들의 손을 빌리는 대가는 아주 컸는데 블랙리스트에서 100위에 있는 사람에게 살인을 청부하는 비용은 20억가량 된다고 한다. 소문에 블랙리스트 1위한테 청부하려면 2000억 가까이 되는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강빈 씨, 빨리 가요. 빨리 돌아가세요, 저는 상관 말아요...”블랙리스트의 킬러를 상대로 권효정
“당신은 블랙리스트 32위 도룡이라면서 딱히 특별한 구석이 없네. 실력이 너무 별로야.”여유로운 웃음을 띤 서강빈의 말투와 태도에는 모욕하는 뜻이 다분했기에 이 말은 형배의 분노를 터뜨리기에 충분했다.“젠장, 너 죽고 싶어?”형배는 크게 화를 내며 풍성한 흑발을 뒤로 넘기더니 폭주하는 배고픈 늑대처럼 주먹을 휘두르며 서강빈을 향해 돌진했다. 서강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깔끔하게 주먹을 맞받아쳤다. 이 반격에 형배의 주먹은 아예 부숴져버렸고 팔뚝 전체가 다 균열이 일어 하얀 뼈가 드러나 피가 낭자하였다. 형배는 뒤로 밀려나서는 부서진 주먹을 움켜쥐고 놀란 눈으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송주에 어떻게 너 같은 존재가 있을 수 있어?”깜짝 놀란 형배의 마음은 경악과 공포로 물들었다.“문제 있어? 그저 당신의 시야가 좁았던 거야.”서강빈은 대놓고 비웃었고 이 말을 들은 형배는 마음이 철렁하였다. 순간의 기지로 그는 의자에 묶여있는 권효정에게로 돌진했다. 도망가고 싶은 형배에게 지금 도망갈 유일한 기회는 권효정을 협박하는 것이다. 이윽고 형배는 권효정의 새하얀 목덜미를 붙잡고는 악랄하게 서강빈을 쳐다보며 협박했다.“야 이 자식아, 네가 앞으로 한 걸음만 더 움직이면 이 여자는 죽어!”말을 하면서 형배는 손에 살짝 힘을 주었는데 목이 졸린 권효정은 얼굴이 빨개지고 숨이 올라오지 않아 아주 고통스러워했다.“강, 강빈 씨... 살려, 살려주세요...”힘겹게 말하는 권효정을 보면서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순식간에 역전된 상황에난감해진 그는 차갑게 말했다.“너를 살려줄게. 그 전에 그 여자는 반드시 풀어줘야 해.”“하하하, 이 여자를 풀어주라고? 이 여자를 풀어준다면 내가 살 가망이 있을까?”형배는 발악했다.“그럼 네가 원하는 게 뭐야?”차갑게 말하며 주먹을 꾹 쥔 서강빈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분노가 폭발하고 있었다. 반격할 만한 기회를 노리는 서강빈을 보며 형배가 차갑게 대답했다.“야 이 자식아, 네가 누군지 모
시멘트 더미에 쓰러져 있던 형배는 미약한 숨을 겨우 내쉬면서 두어 번 작게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이래 봬도 나는 블랙리스트 32위의 도룡인데 절대 의뢰인을 배신할 수 없지.”“그래? 그럼 가 죽어.”서강빈은 차갑게 말하고는 망설임 없이 단번에 형배의 머리를 밟아 숨통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타자들의 몸에서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하나 찾아내서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한편, 송주의 한 5성급 호텔에서 형배 일행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던 연규진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흥분하여 전화를 받은 연규진이 다급하게 물었다.“어떻게 됐어, 그 자식 죽었어?”창고 안에서 서강빈이 차갑게 대답했다.“규진 씨, 지금부터 도망가. 내가 당신 죽이러 갈 거니까.”연규진은 이 말을 듣고 몸을 덜덜 떨었다.“너, 안 죽었어? 형배는?”당황한 연규진이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블랙리스트 32위에 있는 도룡 말이야? 죽었어.”태연하게 대답하는 서강빈의 말에 연규진은 몸을 또 한 번 떨더니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형배가 죽었다고?’고액을 주고 블랙리스트에서 의뢰한 고수인데 형배마저도 서강빈에게 죽다니... 연규진에게 두려움이 몰려왔다.서강빈은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이제야 느낀 연규진은 빠르게 전화를 끊고 부하에게 소리쳤다.“빨리! 송주를 떠나자! 당장 송주를 떠나야 해!”“도련님, 무슨 일입니까?”어리둥절해서 묻는 부하에게 연규진이 크게 화를 냈다.“궁금한 게 뭐가 그렇게 많아, 당장 송주를 떠나야 한다니까!”더 지체하다가는 자신도 여기서 죽을까 봐 겁이 난 연규진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빠르게 달빛을 가로질러 송주를 떠나 강성으로 갔다.한편, 서강빈은 권효정을 데리고 만물상점으로 돌아왔다. 권효정은 너무 놀란 탓에 온몸이 덜덜 떨렸고 제대로 걸을 힘도 없었다. 하여 서강빈은 어쩔수 없이 그녀를 안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이 만물상점의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익숙한 인영 하나가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는데 그
“더 볼일 있어? 없으면 이만 돌아가.”담담하게 말을 마친 서강빈이 뒤돌아 가게로 들어가려 하는데 정신이 번쩍 든 송해인이 다급하게 그를 불러 세웠다.“서강빈, 내가 왜 너를 찾아왔는지 알고 싶지 않아?”서강빈은 걸음을 멈추고 냉랭하게 말했다.“알고 싶지 않아. 우리 사이에 더 이상의 많은 얘기는 필요 없게 됐어. 오늘이 지나면 너는 그 사람의 아내가 될 테니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서강빈의 매정한 말을 들은 송해인은 몸을 덜덜 떨면서 쏟아지는 눈물을 막을새도 없이 소리쳤다.“서강빈, 너한테 얘기하려고 왔어. 지난번에는 내가 오해한 거라고, 내가 잘못했어. 나 방금 결혼식에서 도망쳐 온 거야...”말을 마친 송해인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숨넘어갈 듯 울고 있었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우리가 이렇게까지 된 건 다 내 잘못이야. 나를 떠나지 않으면 안 돼? 나는 정말, 정말 너랑 다시 잘해보고 싶어.”마음이 철렁 내려앉은 서강빈이 잠시 굳어서 그 자리에 서있었지만 이내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해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지금에 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우리는 이미 이혼했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그리고 나한테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말하면서 서강빈은 소파에 있는 권효정을 쳐다보았다. 권효정을 구하러 가던 순간부터 서강빈은 자신이 지금 지키고 싶은 사람이 권효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말을 들은 송해인은 안색이 크게 변했고 눈물이 가득 맺힌 눈으로 서강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너 뭐라고?”서강빈은 뒤돌아 송해인을 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미안해. 나는 이제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송해인은 날벼락을 맞은 듯 머리가 새하얘져서는 소파에 있는 권효정을 보면서 망설이다가 물었다.“효정 씨야?”“응.”서강빈의 대답에 송해인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고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지금에야 그녀는 서강빈을 다른 사람에게로 한 걸음 한 걸음씩 밀어낸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