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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시멘트 더미에 쓰러져 있던 형배는 미약한 숨을 겨우 내쉬면서 두어 번 작게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

“이래 봬도 나는 블랙리스트 32위의 도룡인데 절대 의뢰인을 배신할 수 없지.”

“그래? 그럼 가 죽어.”

서강빈은 차갑게 말하고는 망설임 없이 단번에 형배의 머리를 밟아 숨통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타자들의 몸에서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하나 찾아내서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한편, 송주의 한 5성급 호텔에서 형배 일행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던 연규진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흥분하여 전화를 받은 연규진이 다급하게 물었다.

“어떻게 됐어, 그 자식 죽었어?”

창고 안에서 서강빈이 차갑게 대답했다.

“규진 씨, 지금부터 도망가. 내가 당신 죽이러 갈 거니까.”

연규진은 이 말을 듣고 몸을 덜덜 떨었다.

“너, 안 죽었어? 형배는?”

당황한 연규진이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블랙리스트 32위에 있는 도룡 말이야? 죽었어.”

태연하게 대답하는 서강빈의 말에 연규진은 몸을 또 한 번 떨더니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형배가 죽었다고?’

고액을 주고 블랙리스트에서 의뢰한 고수인데 형배마저도 서강빈에게 죽다니... 연규진에게 두려움이 몰려왔다.

서강빈은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이제야 느낀 연규진은 빠르게 전화를 끊고 부하에게 소리쳤다.

“빨리! 송주를 떠나자! 당장 송주를 떠나야 해!”

“도련님, 무슨 일입니까?”

어리둥절해서 묻는 부하에게 연규진이 크게 화를 냈다.

“궁금한 게 뭐가 그렇게 많아, 당장 송주를 떠나야 한다니까!”

더 지체하다가는 자신도 여기서 죽을까 봐 겁이 난 연규진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빠르게 달빛을 가로질러 송주를 떠나 강성으로 갔다.

한편, 서강빈은 권효정을 데리고 만물상점으로 돌아왔다. 권효정은 너무 놀란 탓에 온몸이 덜덜 떨렸고 제대로 걸을 힘도 없었다. 하여 서강빈은 어쩔수 없이 그녀를 안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이 만물상점의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익숙한 인영 하나가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는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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