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 앞장선 녀석 하나가 손에 도끼를 든 채 차갑게 서강빈을 쳐다보면서 냉소를 띠고 말했다.“야 이 자식아, 진짜로 감히 혼자 오다니, 뒤에 있는 저 여자가 죽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얼른 무릎 꿇어.”서강빈은 차갑게 소리 내 웃고는 그 사람들을 훑어보고 물었다.“연규진이 보냈어?”맞은 편에 있는 녀석들은 안색이 변했고 특히 앞장선 그 남자는 눈썹을 치켜들고 차갑게 말했다.“그래, 이 자식아, 맞췄어! 우리는 규진 도련님의 사람이야! 네가 이미 알았으니까 너랑 시간을 끌지 않으려고. 오늘 네가 스스로 무릎을 꿇고 우리가 너의 손발을 자르게 한다면 우리는 뒤에 있는 저 여자를 놓아줄 거야.”“그러지 않으면 봤지? 저 여자는 바로 죽어!”말이 끝나자 권효정의 곁에 있던 형배는 비수를 든 손을 꺼내 바로 비수를 권효정의 새하얀 목에 대었는데 이미 살결을 파고 들어가 피가 새어 나왔다. 권효정은 발버둥을 치며 소리쳤다.“강빈 씨, 저 상관하지 말아요. 빨리 가요, 빨리 가...”권효정은 찢어질 듯 외쳤다. 그녀는 자신이 서강빈의 짐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고 더욱이 자신 때문에 서강빈이 어떤 상처를 입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서강빈은 시선을 굳히고 빠르게 사람들을 훑었다.‘16명!’권효정의 곁에 있는 놈까지 열일곱 명이다. 앞에 있는 열여섯 명은 다 개미들이어서 해결하기 쉽다. 주요하게는 권효정의 곁에 있는 저 사람인데 서강빈은 그 사람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고 아마 실력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기운이 많이 가려져 있어서 상대방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판단할 수가 없었다.“야, 뭘 기다려? 생각할 시간 10초 더 줄게, 무릎 꿇어! 아니면 저 여자를 죽일 거야!”앞장선 남자가 호통치며 손에 있는 도끼를 들며 위협했고 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린 채 차갑게 한마디 했다.“10초, 충분해.”“무슨 뜻이야?”앞장선 남자가 반응하기도 전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며 서강빈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사라졌고 수중에 있던 은침을 발사하
“오? 나를 알아보네?”형배가 차갑게 씩 웃으며 하는 말에 서강빈은 어이없는 듯 소리 내 웃고 나서 대답했다.“당신 손에 있는 어두운 별 모양의 문신이 바로 블랙리스트에 들어간 표시잖아.”형배의 팔뚝으로 눈길을 돌리니, 거기에는 검은색의 태양별 문신이 있었는데 바로 블랙리스트의 징표였다. 블랙리스트의 구성원들 모두 이 문신이 있었는데 블랙리스트는 사악함을 대표하는 리스트로서 국내에서 꽤 유명했다.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은 모두 온갖 나쁜 일을 밥 먹듯이 하는 절대적인 악인들이었다. 그중에는 여러 나라에서 온 지명수배자들도 있었고 무도 대가의 배신자들도 있었으며 눈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죽이는 악마 같은 살인마들도 있었다.블랙리스트 명단에는 총 100명이 있었는데 모두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악랄한 자들이었다.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조건 자체가 사람을 100명을 죽인 자들이어야 했다. 순위가 높을수록 사람을 더 많이 죽인 사람이고 살해당한 사람들의 실력도 더 좋았다.자신의 순위를 높이는 다른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자신보다 순위가 높은 존재에 도전을 걸어 그자를 죽인 다음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하여 블랙리스트 자체가 바로 피로 얼룩진 순위 리스트였고 이 사람들은 사람을 죽이는 것을 낙으로 삼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의자에 묶여있던 권효정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몸이 흠칫 떨렸다. ‘블랙리스트라고?! 저 사람이 블랙리스트의 킬러였어!’권효정은 천주 권씨 가문의 딸이니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알고 있었다. 블랙리스트라는 명단은 툭 까놓고 말하면 지독한 악마들이 살인을 가지고 순위를 매기는 곳이었다. 이 사람들의 손을 빌리는 대가는 아주 컸는데 블랙리스트에서 100위에 있는 사람에게 살인을 청부하는 비용은 20억가량 된다고 한다. 소문에 블랙리스트 1위한테 청부하려면 2000억 가까이 되는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강빈 씨, 빨리 가요. 빨리 돌아가세요, 저는 상관 말아요...”블랙리스트의 킬러를 상대로 권효정
“당신은 블랙리스트 32위 도룡이라면서 딱히 특별한 구석이 없네. 실력이 너무 별로야.”여유로운 웃음을 띤 서강빈의 말투와 태도에는 모욕하는 뜻이 다분했기에 이 말은 형배의 분노를 터뜨리기에 충분했다.“젠장, 너 죽고 싶어?”형배는 크게 화를 내며 풍성한 흑발을 뒤로 넘기더니 폭주하는 배고픈 늑대처럼 주먹을 휘두르며 서강빈을 향해 돌진했다. 서강빈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깔끔하게 주먹을 맞받아쳤다. 이 반격에 형배의 주먹은 아예 부숴져버렸고 팔뚝 전체가 다 균열이 일어 하얀 뼈가 드러나 피가 낭자하였다. 형배는 뒤로 밀려나서는 부서진 주먹을 움켜쥐고 놀란 눈으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아니야, 이럴 리가 없어!”“송주에 어떻게 너 같은 존재가 있을 수 있어?”깜짝 놀란 형배의 마음은 경악과 공포로 물들었다.“문제 있어? 그저 당신의 시야가 좁았던 거야.”서강빈은 대놓고 비웃었고 이 말을 들은 형배는 마음이 철렁하였다. 순간의 기지로 그는 의자에 묶여있는 권효정에게로 돌진했다. 도망가고 싶은 형배에게 지금 도망갈 유일한 기회는 권효정을 협박하는 것이다. 이윽고 형배는 권효정의 새하얀 목덜미를 붙잡고는 악랄하게 서강빈을 쳐다보며 협박했다.“야 이 자식아, 네가 앞으로 한 걸음만 더 움직이면 이 여자는 죽어!”말을 하면서 형배는 손에 살짝 힘을 주었는데 목이 졸린 권효정은 얼굴이 빨개지고 숨이 올라오지 않아 아주 고통스러워했다.“강, 강빈 씨... 살려, 살려주세요...”힘겹게 말하는 권효정을 보면서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순식간에 역전된 상황에난감해진 그는 차갑게 말했다.“너를 살려줄게. 그 전에 그 여자는 반드시 풀어줘야 해.”“하하하, 이 여자를 풀어주라고? 이 여자를 풀어준다면 내가 살 가망이 있을까?”형배는 발악했다.“그럼 네가 원하는 게 뭐야?”차갑게 말하며 주먹을 꾹 쥔 서강빈의 마음속에서는 이미 분노가 폭발하고 있었다. 반격할 만한 기회를 노리는 서강빈을 보며 형배가 차갑게 대답했다.“야 이 자식아, 네가 누군지 모
시멘트 더미에 쓰러져 있던 형배는 미약한 숨을 겨우 내쉬면서 두어 번 작게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이래 봬도 나는 블랙리스트 32위의 도룡인데 절대 의뢰인을 배신할 수 없지.”“그래? 그럼 가 죽어.”서강빈은 차갑게 말하고는 망설임 없이 단번에 형배의 머리를 밟아 숨통을 끊어버렸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있는 타자들의 몸에서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하나 찾아내서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한편, 송주의 한 5성급 호텔에서 형배 일행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던 연규진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흥분하여 전화를 받은 연규진이 다급하게 물었다.“어떻게 됐어, 그 자식 죽었어?”창고 안에서 서강빈이 차갑게 대답했다.“규진 씨, 지금부터 도망가. 내가 당신 죽이러 갈 거니까.”연규진은 이 말을 듣고 몸을 덜덜 떨었다.“너, 안 죽었어? 형배는?”당황한 연규진이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블랙리스트 32위에 있는 도룡 말이야? 죽었어.”태연하게 대답하는 서강빈의 말에 연규진은 몸을 또 한 번 떨더니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형배가 죽었다고?’고액을 주고 블랙리스트에서 의뢰한 고수인데 형배마저도 서강빈에게 죽다니... 연규진에게 두려움이 몰려왔다.서강빈은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존재라는 것을 이제야 느낀 연규진은 빠르게 전화를 끊고 부하에게 소리쳤다.“빨리! 송주를 떠나자! 당장 송주를 떠나야 해!”“도련님, 무슨 일입니까?”어리둥절해서 묻는 부하에게 연규진이 크게 화를 냈다.“궁금한 게 뭐가 그렇게 많아, 당장 송주를 떠나야 한다니까!”더 지체하다가는 자신도 여기서 죽을까 봐 겁이 난 연규진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빠르게 달빛을 가로질러 송주를 떠나 강성으로 갔다.한편, 서강빈은 권효정을 데리고 만물상점으로 돌아왔다. 권효정은 너무 놀란 탓에 온몸이 덜덜 떨렸고 제대로 걸을 힘도 없었다. 하여 서강빈은 어쩔수 없이 그녀를 안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이 만물상점의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익숙한 인영 하나가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었는데 그
“더 볼일 있어? 없으면 이만 돌아가.”담담하게 말을 마친 서강빈이 뒤돌아 가게로 들어가려 하는데 정신이 번쩍 든 송해인이 다급하게 그를 불러 세웠다.“서강빈, 내가 왜 너를 찾아왔는지 알고 싶지 않아?”서강빈은 걸음을 멈추고 냉랭하게 말했다.“알고 싶지 않아. 우리 사이에 더 이상의 많은 얘기는 필요 없게 됐어. 오늘이 지나면 너는 그 사람의 아내가 될 테니 우리 다시는 보지 말자.”서강빈의 매정한 말을 들은 송해인은 몸을 덜덜 떨면서 쏟아지는 눈물을 막을새도 없이 소리쳤다.“서강빈, 너한테 얘기하려고 왔어. 지난번에는 내가 오해한 거라고, 내가 잘못했어. 나 방금 결혼식에서 도망쳐 온 거야...”말을 마친 송해인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어 숨넘어갈 듯 울고 있었다.“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우리가 이렇게까지 된 건 다 내 잘못이야. 나를 떠나지 않으면 안 돼? 나는 정말, 정말 너랑 다시 잘해보고 싶어.”마음이 철렁 내려앉은 서강빈이 잠시 굳어서 그 자리에 서있었지만 이내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해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지금에 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우리는 이미 이혼했고,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그리고 나한테는 지키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말하면서 서강빈은 소파에 있는 권효정을 쳐다보았다. 권효정을 구하러 가던 순간부터 서강빈은 자신이 지금 지키고 싶은 사람이 권효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말을 들은 송해인은 안색이 크게 변했고 눈물이 가득 맺힌 눈으로 서강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너 뭐라고?”서강빈은 뒤돌아 송해인을 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미안해. 나는 이제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송해인은 날벼락을 맞은 듯 머리가 새하얘져서는 소파에 있는 권효정을 보면서 망설이다가 물었다.“효정 씨야?”“응.”서강빈의 대답에 송해인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고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지금에야 그녀는 서강빈을 다른 사람에게로 한 걸음 한 걸음씩 밀어낸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은침이 들어가자 가슴 통증이 사라졌지만 호흡이 아직 고르지 못했기에 서강빈은 빠르게 송해인을 안아서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 몇 대의 웨딩카가 갑자기 문 앞에 멈춰섰고 진기준이 양미란과 송태호를 포함한 사람들을 데리고 달려왔다. 그는 서강빈이 송해인을 안아서 가게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라 서강빈의 옷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서강빈! 너 해인이한테 뭐한 거야?”양미란도 얼른 다가와서는 송해인을 서강빈의 품에서 빼냈다.“딸, 왜 이래? 엄마 놀라게 하지 마...”초조하게 소리치던 양미란은 송해인의 안색이 아주 안 좋은 것을 발견했다.“서강빈, 너 우리 해인이한테 뭐 했어?”양미란이 분노에 차 소리쳤고 송태호도 달려와서는 서강빈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으면서 난리 쳤다.“미친놈! 너 감히 우리 누나한테 약을 먹여?”미간을 찌푸리고 한마디도 안 하고 있던 서강빈은 사람들에 의해 둘러싸였고 송태호가 다짜고짜 휘두르는 주먹에 맞았다. 표정이 어두워진 서강빈이 송태호를 걷어차서 바닥에 쓰러뜨렸다.“악... 이런 젠장!”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진 송태호는 배를 움켜쥐고 토했다. 진기준은 그 모습을 보고 손짓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저 자식을 잡아!”진기준의 부하들이 맹수처럼 돌진하자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소리쳤다.“내 얘기 좀 들어봐.”“얘기는 무슨! 너 죽여버릴 거야!”진기준이 소리치자 부하들은 허리춤에 있는 삼단봉을 꺼내 들고 서강빈을 공격하려 했다. 어쩔수 없이 방어를 하게 된 서강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을 모두 바닥에 쓰러뜨렸다. 그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오른 진기준은 바로 허리춤에서 비수를 꺼내 들고 혼란을 틈타 서강빈의 복부를 향해 찔렀다.서강빈의 미간에 차가운 빛이 번쩍이더니 비수를 든 진기준의 손을 빠르게 잡아서 꺾어버리고 진기준의 무릎을 찼다. 외마디 비명을 내뱉으며 서강빈에게 제압당한 진기준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젠장! 서강빈, 너 당장 이 손 놔!”진기준은 악을 쓰며
미간을 찌푸린 두 순경은 현장 상황을 한번 슥 보더니 바로 수갑을 꺼내 서강빈에게 채우면서 차갑게 말했다.“저희와 함께 가시죠.”“저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다 믿습니까?”서강빈이 미간을 찌푸리며 묻자 그중 한명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뭐가 됐든 일단 저희와 함께 가서 협조하시죠.”말을 마치고 두 순경은 신고의 진실 여부를 가리지도 않은 채 서강빈을 끌고 차에 태웠다. 순경의 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얼굴에 서늘한 웃음을 띤 진기준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서 차갑게 말했다.“정명 형, 뭐 하나 좀 도와줘요.”“진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송주 모 경찰서의 과장 사무실 내에서 유정명이 다리를 꼬고 의자에 앉은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는 놈 하나가 나한테 자꾸 시비를 거는 것도 모자라 오늘 저녁에는 제 예비신부에게 약까지 먹였어요. 형이 저 대신 혼쭐을 제대로 내주세요! 좋게는 남은 생을 감방 안에서 썩게 해주세요.”차갑게 말하는 진기준의 말투에는 분노가 가득 서려 있었다.“좋아요, 당연하죠. 그런데 이런 일에는 진 대표님도 알다시피 뒤를 좀 봐줘야 하는데.”웃음을 띤 유정명의 말에 진기준도 웃으며 대답했다.“정명 형, 마음 놓으세요. 규칙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그럼 문제없어요. 바로 해결해줄게요.”말을 마친 유정명은 전화를 끊었다. 그는 온 얼굴에 웃음을 띤 채 일어서서 사무실을 나가 취조실로 향했다.한편, 진기준과 양미란은 송해인을 데리고 호텔로 돌아왔다. 송해인이 정신을 잃었으므로 결혼식은 어쩔수 없이 중단되었다. 십여 분이 지난 후 송해인이 깨어나자 양미란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해인아, 괜찮아?”일어나 앉은 송해인의 가슴에서는 아직 은은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의며 말했다.“괜찮아요.”송해인은 번뜩 생각이 들어 양미란의 손을 잡고 물었다.“서강빈은요?”“그 망할 자식 얘기는 하지 말아라!”양미란은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욕을 퍼부었다.“너는 모르지.
한편, 서강빈은 이미 취조실에 끌려가 의자에 묶였고 두 명의 남자가 들어와 문을 잠갔다. 그들은 서강빈의 맞은편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자백하는 내용이 적힌 문서를 던져주고는 차갑게 말했다.“사인해.”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고 문서에 쓰인 내용을 보았다.‘강간?’서강빈은 낯빛이 변하여 퉁명하게 말했다.“나는 이 문서에 사인 안 해.”“사인 안 한다고?”그중 한 명이 차갑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고 담배를 입에 문 채 서강빈의 앞으로 다가가 냉랭하게 말했다.“야 이 자식아, 여기가 어딘지 생각해보지도 않고 말이야. 그 몸뚱어리가 고통받고 싶지 않다면 얼른 순순히 사인해!”“왜, 고문이라도 해서 사인하게 하려고?”침착한 표정으로 웃으며 묻는 서강빈을 보면서 그 남자는 표정이 굳어져서는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이놈이, 너 내가 누군지 알아?”서강빈은 고개를 저었다.“몰라.”“그럼 내가 직접 얘기해줄게. 나는 여기서 심문을 제일 잘하는 사람이고 송태성이라고 해. 사람들은 나를 염라판관이라고 불러.”거만하고 득의양양한 태도로 말하는 남자는 서강빈을 비웃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여기로 들어온 사람들은 말이야, 그게 누구든 내가 주는 죄명을 받게 되어 있어! 감히 사인을 안 해? 네가 먼저 사인을 하겠다고 빌도록 할수 있는 방법이 나한테는 많아.”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염라판관?’서강빈은 어딘가 살짝 귀에 익은 느낌이 들었다. 이 사람은 봐주는 법이란 없는 극악무도한 악인이었고 이 사람의 손에 들어온 사람은 좋은 결말을 맞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서강빈은 실제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려울 게 없었다. 아무리 험한 사람이라고 해도 아무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그러면 뭐 어쩔 거야? 내가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왜 사인을 해서 죄를 인정하라고 하는 거야? 당신들은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면서 함부로 법을 어겨도 된다는 거야?”덤덤한 태도로 냉랭하게 묻는 서강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