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원? 하하하!”양미란은 우습다는 듯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서강빈, 네가 그렇게 대단한 줄 알아? 네 의술은 김 신의님 앞에서는 아이들 소꿉장난이랑 다를 바가 없다고. 그런데 뭐? 애원?”“정말 김 신의님이 치료할 수 없는 정도라면 나 양미란은 네게 내 딸을 치료해달라고 무릎을 꿇을게!”“나도, 나도 꿇을 거야!”송태호가 맞장구를 치면서 비아냥댔다.서강빈은 말을 아끼며 송해인을 힐끗 본 뒤 병실에서 나갔다.서강빈이 떠난 뒤 진기준은 팔을 털면서 차갑게 코웃음쳤다.“별 볼 일 없는 놈이 큰소리만 떵떵 치네!”“김 신의님, 부탁드립니다.”진기준은 곧바로 비위를 맞추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김구침을 향해 예를 갖췄다.김구침은 수염을 내리 쓸면서 덤덤히 말했다.“진 대표, 걱정하지 않아도 돼.”말을 마친 뒤 그는 송해인에게 다가갔고 도정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비켜섰다. 그녀가 걱정스레 물었다.“김 신의님, 해인이 괜찮겠죠?”김구침은 송해인의 안색을 살피고 맥을 짚더니 평온하게 말했다.“별거 아니네. 한기가 체내로 침입해서 그래. 내가 침을 놓아서 기운을 풀어주면 돼.”“진짜요? 그러면 부탁드립니다.”도정윤이 놀란 듯 말했다.옆에 있던 양미란 등 사람들도 안도했다.곧이어 김구침은 손녀에게 약상자를 열라고 한 뒤 은침이 들어있는 가방을 꺼내 침대 위에 펼쳐 놓았고 그 안에서 은침 몇 개를 꺼내 송해인에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은침이 송해인의 피부를 꿰뚫고 들어가는 순간 송해인의 표정이 살짝 변하며 미간이 구겨졌지만 이내 다시 펴졌다.그렇게 5분 뒤 김구침은 은침을 거둬들이고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됐네. 며칠 몸조리하면 괜찮아질 걸세. 하지만 앞으로 조심해야 해. 이 아가씨는 몸이 허약해서 한기에 노출되면 좋지 않아.”“네, 네, 네. 감사합니다. 김 신의님.”진기준이 서둘러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그 순간, 침대 위에 있던 송해인이 갑자기 기침을 몇 번 하더니 몸을 격렬히 떨기 시작했고 옆에 놓인 기계들에서 귀
그 순간 병실 안이 고요해졌고 양미란 등 사람들의 안색이 달라졌다.정말 서강빈 그 쓸모없는 놈에게 애원해야 한단 말인가?“진 대표, 그리고 부인. 이 아가씨의 병은 내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병입니다. 조금 전 두 사람이 말한 것처럼 지난 3년간 이 아가씨가 발병하지 않았다면 정말 그 청년에게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 잘 고민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김구침이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저희 이제 어떡해요?”진기준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이 일은 그가 결정하기 꺼려졌다.양미란은 잠깐 고민하다가 침대 위 송해인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해인이를 위해서라면 저 자식에게 애원할 수밖에!”말을 마친 뒤 양미란은 부랴부랴 병실에서 나와 휴게실 쪽으로 향하다가 앉아있는 서강빈을 보았다.“서강빈!”양미란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명령했다.“해인이가 발병했어. 얼른 돌아가서 봐봐!”서강빈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다가와서 사납게 구는 양미란을 보며 말했다.“조금 전에 그런 말씀 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돌아가면 무릎 꿇고 애원할 거라고요.”“서강빈, 그거 무슨 뜻이야? 내가 정말 무릎이라도 꿇고 너에게 애원하길 바라는 거야?”양미란은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녀는 싸늘한 얼굴로 불만을 표출했다.서강빈은 정말로 망할 놈이었다.“아무리 그래도 난 예전에 네 장모님이었어. 어른 공경할 줄도 모르고 예의도 없네!”양미란이 질책하자 서강빈은 웃음을 흘리며 팔짱을 끼고 덤덤히 말했다.“장모님이요? 아주머니, 조금 전에 병실에서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잖아요. 제가 기억하기론 전 어머니라고 부를 자격이 없다면서요?”“너!”양미란은 그의 반박에 말문이 막혀서 도리어 화를 냈다.“서강빈, 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 내가 그런 말을 했는데 그게 뭐 어때서? 그건 사실이잖아!”“너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이 무슨 자격으로 날 어머니라고 불러?”“그리고 해인이는 지금 저기 안에 누워있어. 김 신의님이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지도 모른다고 했다고! 네
“설마 해인이가 식물인간이 되는 걸 그냥 지켜보겠다는 거야?”서강빈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제가 있으면 해인이는 무사해요.”“하지만 잊지 마세요. 애초에 나랑 반드시 이혼해야겠다고 한 사람은 해인이에요. 그러니까 두 사람은 지금처럼 이렇게 기고만장한 태도로 제게 뭘 하라고 명령할 자격이 없어요!”“제가 구하고 싶으면 구하고 구하고 싶지 않으면 안 구합니다.”말을 마치자마자 휴게실 쪽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도정윤이 미간을 구긴 채로 서강빈을 바라보며 야단을 떨었다.“못돼 먹은 놈!”이때 진기준이 달려와서 외쳤다.“큰일이에요. 큰일이에요. 해인이가...”서강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병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양미란 등 사람들도 아주 초조해하면서 허둥지둥 병실로 들어갔다.그들이 병실 안으로 달려 들어왔을 때 서강빈은 이미 송해인에게 침을 놓고 있었다. 침대 위 송해인은 안색이 훨씬 나아졌고 기계 또한 정상이 되었다.“어때? 해인이 괜찮아?”양미란은 무척 긴장해서 서강빈을 향해 물었다.서강빈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체내의 한기를 억눌러서 당분간은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앞으로...”괜찮다는 말에 양미란은 서강빈을 옆으로 밀치고 앞으로 나서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송해인의 손을 잡았다.서강빈은 미간을 구긴 채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는 두 모자가 감사의 말이라도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송태호가 오히려 호통을 쳤다.“우리 누나 괜찮아졌으면 이제 꺼져. 우리 누나가 깨어났다가 또 당신 보고 병이 발작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서강빈은 당황했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송태호, 도정윤, 진기준 등이 전부 몰려와서 서강빈을 배척했다.서강빈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쉰 뒤 몸을 돌려 묵묵히 병실을 떠날 준비를 했다.조금 전에 송해인에게 침을 놔주느라 체내의 반이나 되는 영기를 소모하여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서강빈이 떠난 뒤 송해인은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조금 해쓱해진 얼굴로 눈앞의 사
김구침이 입을 열려는데 옆에 있던 진기준이 다가와서 선수를 쳤다.“김 신의님이 착각하셨나 보네요. 신의님이 해인이를 구해줬는데 다른 사람이라니요?”“김 신의님이 환자를 치료하고 이름을 남겨 자랑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오늘 일은 다들 보았는데요.”진기준은 말하는 와중에 김구침을 향해 눈빛을 보내고 양미란 등 사람들에게도 눈치를 줬다.양미란은 진기준의 말을 곧바로 깨닫고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김 신의님, 너무 겸손하시네요. 어찌 됐든 저희 해인이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김구침이 당황스러워하자 진기준은 다급히 그를 끌고 한쪽으로 걸어가서 작게 말했다.“김 신의님, 신의님은 하마터면 송해인을 죽일 뻔했어요. 비록 신의님이 약왕곡의 3대 신의이긴 하지만 오늘 일이 소문으로 퍼진다면 신의님의 평판 또한 일락천장할 겁니다.”“그때가 되면 신의님뿐만 아니라 약왕곡 전체가 의심 받을 수도 있어요.”“송해인은 신의님이 자신을 구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놔두는 게 어떤가요? 이 일은 신의님뿐만 아니라 송해인, 그리고 저희에게도 좋은 일이에요.”김구침은 멍청하지 않았다. 수십 년을 살았으니 당연히 진기준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여전히 망설였다.“진 대표 말은 이해하지만 내가 인정했다가 서강빈 그 청년이 우리의 거짓말을 까발리면 어떡한단 말인가?”진기준은 냉소하며 말했다.“신의님,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있고 송해인의 어머니가 있는데 송해인이 그 쓸모없는 놈 말을 듣겠어요? 게다가 우리는 수도 많다고요.”김구침은 침묵했다. 그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좋네. 그러면 난 진 대표 말대로 하겠네.”“감사합니다, 김구침 선생님. 진료비는 약속한 대로 드리겠습니다.”진기준이 다급히 예를 갖추며 말했다.김구침은 손을 저었다.“한 것도 없는데 진료비는 무슨. 이 일에 동의한 건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긴 것과 다름없네. 그 진료비는 받지 않겠네.”진기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릴 뿐 더 고집부
줄곧 옆에 서서 그 장면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도정윤은 진기준과 양미란이 조금 지나쳤다고 생각했다.송해인을 구해준 사람은 분명 서강빈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조금 전 그녀는 말하지 않고 침묵을 선택했다.송해인이 자신을 구한 게 서강빈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어쩌면 그에게 또 감정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짐작했기 때문이다.도정윤은 그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서강빈 같은 인간쓰레기는 송해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 도정윤은 침묵을 선택했다.잠시 뒤 도정윤은 병실에서 나왔고 진기준이 그녀를 따라잡고 덤덤히 말했다.“도정윤 씨, 고마워요.”“뭐가요?”도정윤은 벽에 기댄 채로 불만스레 물었다진기준은 웃으며 대답했다.“송해인에게 그녀를 구한 사람이 서강빈이라는 걸 말해주지 않아서 고마워요.”도정윤의 예쁜 미간이 구겨졌다. 그녀가 차갑게 말했다.“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요. 난 당신들과 다르니까요. 난 그저 송해인과 서강빈이 최대한 멀어지길 바라는 것뿐이에요.”말을 마친 뒤 도정윤은 커피를 마시고 싶어 병원 입구를 향해 걸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창백한 얼굴로 휴게실에 앉아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서강빈을 보았다.“왜 아직도 안 떠났어?”도정윤이 언짢은 표정으로 물었다.서강빈은 도정윤을 힐끗 보더니 힘없이 대답했다.“안에 들어가서 해인이 얼굴만 보고 떠날게요.”말을 마친 뒤 서강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로 향하려 했다.도정윤은 미간을 구기더니 서강빈을 막아서고 차갑게 말했다.“안에 들어갈 필요 없어. 해인이 아주 멀쩡하니까.”서강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당부할 말이 있어서 그래요. 안 그러면 앞으로 또 발작할 수도 있거든요.”말을 마친 뒤 서강빈은 병실로 향했고 화가 난 도정윤은 시끄럽게 떠들며 다급히 따라갔다.병실 안에는 진기준과 양미란 모자, 그리고 이세영이 있었다.갑자기 서강빈이 안으로 들어오자 송해인은 미간을 구기며 화가 난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여긴 왜 온 거야?”그녀가 아픈 걸 알고 잘 보이려고 찾
서강빈의 말투와 태도에 송해인은 불퉁한 표정으로 반박했다.“그러면 아니야? 언제까지 거짓말할 생각이야?”“예전에 네가 그렇게 말했다면 조금 의심했을지도 모르지만 날 구한 일은 우리 엄마, 동생, 진 대표, 그리고 이 비서, 도정윤까지 똑똑히 봤어.”“서강빈,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날 속이려고? 너 정말 짜증 나는 거 알아?”그 말에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안색이 달라졌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양미란은 서둘러 그의 입을 막기 위한 것처럼 짜증을 내며 투덜댔다.“서강빈, 됐어. 우리 앞에서 큰소리치지 마.”“네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뻔뻔하게 송해인을 구한 사람이 너라고 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낯짝도 두껍지!”서강빈은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차갑게 말했다.“여기 있는 사람들끼리 짜고 쳤다, 이거네요?”“짜고 치다니? 서강빈, 당신 말을 왜 그 따위로 해? 설마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합심해서 우리 누나를 속이기라도 했다는 거야?”송태호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세영은 항상 서강빈을 아니꼽게 생각했기에 중간에 끼어들며 그를 욕했다.“서강빈 씨, 대표님은 서강빈 씨가 구한 게 아니에요. 우리 모두 똑똑히 봤다고요.”“김 신의님이 송 대표님을 구한 건데!”“그리고 잊지 말아요. 대표님은 서강빈 씨 때문에 화가 나서 이렇게 됐다고요. 이곳에 서 있을 자격이 제일 없는 건 바로 당신이에요. 내가 당신이었으면 이미 꺼졌을 거예요.”이세영의 비난과 질책에 서강빈의 안색이 점점 더 흐려졌다.병실 안의 사람들은 서강빈을 나무라기 시작했고 온갖 종류의 욕설과 비난을 퍼부었다.서강빈은 자조하듯 웃었다. 그것도 아주 차갑게 말이다.결국 그는 죄인이 되었다.“서강빈, 가! 난 널 보고 싶지 않아!”이때 병상에 앉아있던 송해인이 차갑게 호통을 쳤다.그녀가 보기에 서강빈은 영락없는 소인배였다.특히 전에 그녀가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도우려 찾아갔을 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심지어 그녀가 쓸데없이 참견했다고 생각했다
“도정윤 씨, 신중하셔야 해요. 누군가에게 위협당하지 마세요!”진기준이 서둘러 말하면서 도정윤을 향해 끊임없이 눈치를 줬다.“그...”도정윤은 살짝 머뭇거리다가 결국 한숨을 쉬면서 결연한 눈빛으로 말했다.“윤아야, 널 구한 건 김 신의님이셔. 서강빈은 나타난 적도 없어.”그 말에 병실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서강빈의 표정 또한 굳었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감히 자신을 직시하지 못하는 도정윤을 바라보았다.그는 도정윤처럼 도도한 여자가 진기준과 양미란 같은 소인배의 편에 서서 거짓말을 할 줄은 몰랐다.“도정윤 씨,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압니까?”서강빈의 안색이 흐려졌다.양미란이 곧장 말했다.“서강빈, 들었지? 도정윤도 김 신의님이 우리 해인이를 구했다고 하잖아. 언제까지 거짓말을 할 셈이야?”진기준은 도정윤의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긴장하던 기색은 사라지고 조롱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서강빈 씨, 무슨 말을 더 하려고요?”진기준은 냉소했고 병상 위 송해인은 실망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또 한 번 서강빈에게 속다니!“서강빈, 대체 언제까지 그럴 거야? 이젠 정윤이까지 네가 거짓말을 한다고 증언했는데, 이러면 됐어?”송해인이 화를 내며 말했다.서강빈은 미간을 구기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믿지 않는다면 나도 더는 할 말 없어. 해야 할 얘기는 다 했으니까. 처방전은 저기 있어.”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며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 했으나 송해인이 외쳤다.“거기 서. 네 처방전은 가지고 가.”“맞아! 김 신의님이 계시는데 네 처방전을 누가 원한다고 그래? 우리 딸이 먹었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얼른 가져가!”양미란이 처방전을 덥석 쥐더니 종이 뭉치로 만들어 서강빈의 얼굴에 툭 던지면서 파리 쫓듯 서강빈을 내쫓았다.서강빈은 차가운 얼굴로 종이 뭉치를 집어 들었다. 그는 자조적인 미소를 띠며 말했다.“그래요, 갈게요.”말을 마친 뒤 서강빈은 몸을 돌려 쓸쓸하게 떠났다.“잠깐!”갑자기
짝!뺨 때리는 소리가 병실 안에 울려 퍼졌다.송해인은 서강빈의 뺨을 힘껏 때렸다.병실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놀란 눈빛으로 송해인을 바라보았다.솔직히 말해 항상 단아하고 너그럽던 송해인이 오늘처럼 이렇게 난폭한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서강빈을 때리다니, 예전이었다면 감히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다.서강빈은 당황했다. 뺨이 화끈거려 손을 뻗어 만져본 그는 자조했다.송해인은 다른 남자를 위해 화를 내며 그의 뺨을 때렸다.예전에는 오해받아도, 비난받아도 그냥 미간만 찌푸리며 넘어갔었다.그러나 오늘 서강빈은 송해인을 위해 자신의 체내에 있는 영기 중 반을 써서 그녀를 구했는데, 송해인은 다른 사람들의 거짓말은 믿어도 3년간 부부로서 함께 산 전남편의 말은 믿지 않았다.허탈해진 서강빈은 쓴웃음을 지었다.송해인은 지금 무척 후회하면서 손을 떨고 있었다. 그녀도 자신이 왜 이러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저 아주 화가 났을 뿐이다.“왜, 왜 지금까지도 거짓말만 해? 사과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송해인은 이를 악물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서강빈에게 따져 물었다.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예전에 그녀의 앞에 서서 온갖 풍파를 막아주던 서강빈이 이렇게 변했는지 말이다.지금의 서강빈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진취적이지도 않고 마음도 좁았다. 심지어 거짓말을 하고 난동을 부리며 폭력적이기까지 했다.서강빈은 최악의 남자였다.“하하, 서강빈 씨. 감히 나랑 싸우려고요? 당신은 그럴 자격이 없어요!”진기준이 옆에서 입을 틀어막고 비아냥대며 냉소했다.조금 전 그가 달려든 이유는 서강빈이 자신을 때릴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이제 송해인은 서강빈을 때리고 그와 완전히 원수가 되었다.진기준은 자신의 목적을 이룬 셈이다.“잘 때렸어! 이런 놈은 때려야 해.”양미란이 말했다.“맞아, 누나. 정말 멋졌어. 나도 줄곧 뺨을 때리고 싶었다니까!”송태호도 거들었다.줄곧 말이 없던 서강빈은 차갑게 웃음을 터뜨렸다.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