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내부가 소란스러워졌다.안에 있는 사람들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빠르게 우르르 입장하여 주위의 관객들은 전부 내보내면서 오늘 밤 있었던 일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말라고 경고했다.송주 지하 세력들의 실력이라면 그들을 처리하는 건 아주 손쉬운 일이었다.그렇게 송해인과 이세영은 사람들 틈에 껴서 지하 격투기장에서 나왔다.1층 로비로 돌아오니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지하 격투기장에서 있었던 일을 의논하고 있었다.그러나 이전의 경고 때문에 감히 그 사람의 이름을 얘기할 수는 없었다.그렇게 사람들은 천천히 선우 빌딩 밖으로 흩어졌다.송해인과 이세영은 서강빈을 찾기 위해 사람들 사이에 껴서 구석에 선 채로 주위를 둘러보았다.“이 비서, 찾았어?”송해인이 걱정스레 물었고 이세영은 고개를 저으며 팔짱을 꼈다. 그녀는 서강빈을 보고 싶지 않았다.심지어 그녀는 서강빈이 이미 죽었기를 바랐다.“대표님, 사람이 너무 많아요. 우선 나가요.”이세영이 건의했다.송해인은 잠깐 둘러보다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선우 빌딩을 나섰다.밖에 나가 보니 빗물에 송주가 잠길 것만 같았다.송해인은 쏟아지는 빗물과 자신의 곁을 하나둘 지나쳐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그녀가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끝내 보이질 않았다.결국 송해인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우리는 먼저 돌아가는 게 좋겠어.”이세영은 곧장 대답한 뒤 차를 끌고 오려고 했다.그런데 마침 고개를 돌린 송해인이 멀지 않은 곳에서 붉은색 페라리가 길가에 멈춰 선 걸 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는 훤칠한 남자가 우산을 들고 차에 오르려 하고 있었다.서강빈?송해인은 흠칫하더니 황급히 불렀다.“서강빈!”그녀는 부랴부랴 비를 뚫고 서강빈에게 달려갔다.그 소리를 들은 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로 고개를 들었다가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그녀를 보았다.송해인?송해인이 왜 여기 있는 걸까?이때 운전석에서 내린 권효정이 차 문을 연 뒤 우산을 펼치고 그에게 다가갔다.빗
서강빈은 국수가 담긴 그릇을 들고나오며 덤덤히 말했다.“난 이미 이혼했어요. 미워하든 말든 상관없어요.”말을 마친 뒤 서강빈은 젓가락을 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국수의 향기가 가게 안을 꽉 채웠다.권효정은 군침 도는 표정으로 서강빈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맛있어요?”“먹을래요?”서강빈이 물었다.“고마워요.”권효정은 싱긋 웃으며 서강빈의 그릇을 가져왔다. 그녀는 꺼리는 기색도 없이 서강빈이 들고 있던 젓가락으로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너무 맛있어요...”권효정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서강빈은 의술뿐만 아니라 무도도 대단했고 요리 실력도 좋았다.서강빈은 어쩔 수 없이 주방으로 가서 한 그릇을 더 만들었다.두 사람은 테이블을 에워싸고 식사하기 시작했다.배가 부르자 권효정은 이미지도 신경 쓰지 않고 트림을 하더니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맛있는 국수는 처음이에요. 서강빈 씨, 내 개인 요리사 해줄래요?”서강빈은 그녀를 흘겨보면서 말했다.“설거지는 효정 씨가 해요.”“네.”권효정은 대답한 뒤 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설거지를 마친 뒤 두 사람은 가게 앞마당으로 돌아갔다.서강빈은 차를 한 잔 따라서 권효정에게 건넸다.“마음 차분히 가라앉히는 데 좋아요.”“고마워요.”권효정은 생긋 웃으며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겼다.분위기가 살짝 어색해졌다.권효정도 서강빈도 화제를 찾지 못했다.“저기...”그러다가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입을 열었다.권효정은 웃음을 터뜨렸고 서강빈은 머쓱한 듯 고개를 긁적이며 웃었다.“권효정 씨가 먼저 얘기하세요.”권효정이 말했다.“그, 서강빈 씨. 저 아버지랑 할아버지에게 애기해 봤는데 서강빈 씨를 우리 권씨 집안의 수석 의사 선생님으로 모시고 싶대요. 흥미 있으세요?”“수석 의사요?”서강빈이 미간을 살짝 구겼고 권효정이 설명했다.“네. 서강빈 씨에게는 그럴 만한 실력이 있잖아요. 서강빈 씨는 우리 권씨 집안에 더 많은 기회와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
도정윤은 화가 나서 다급히 고개를 돌려 문가로 달려갔다.서강빈은 심각한 얼굴로 외쳤다.“잠깐만요!”“뭐예요?”도정윤은 고개를 돌리며 불만스러운 얼굴로 대꾸했다.서강빈이 미간을 찌푸렸다.“저 같이 갈 거예요.”“당신이?”도정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권효정은 그 말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권효정을 바라보았다.“미안해요, 효정 씨. 그...”“괜찮아요, 가봐요. 그래도 송해인 씨가 전 부인이니 가봐야죠.”권효정은 흔쾌히 웃으며 귀 뒤로 머리카락을 넘겼다.“고마워요.”서강빈이 작게 대답했다.곧이어 서강빈은 도정윤의 차에 탔다.비록 도정윤은 내키지 않았지만 시간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서강빈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한 뒤 도정윤은 부랴부랴 차에서 내려 병실로 달려갔고 서강빈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이세영 씨, 해인이 어때요?”도정윤은 병실 안으로 들어가 긴장과 걱정이 어린 얼굴로 물었다.이세영은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를 입술에 붙였다. 그녀는 병상 위 잠이 든 송해인을 쓱 보며 말했다.“도정윤 씨, 대표님은 금방 잠이 드셨어요. 의사 선생님이 제때 데려와서 다행이라고 했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큰일났을 뻔했대요.”도정윤은 그 말에 겨우 마음을 놓고 서둘러 다가가 병상 옆에 앉아 송해인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이때 이세영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는 서강빈을 보고 미간을 팍 찌푸리며 화를 냈다.“서강빈 씨가 여긴 웬일이죠?”“해인이 보러 왔어.”서강빈은 대답한 뒤 송해인에게로 다가갔다.그러나 이세영이 팔을 뻗어 그를 막으며 호통쳤다.“잠깐만요. 여긴 서강빈 씨를 환영하지 않아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대표님께서 갑자기 고열에 시달렸겠어요?”“당신이 남자라면 지금 당장 꺼져요!”서강빈은 안색이 흐려지더니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송해인은 일반적인 고열에 시달리는 게 아니야. 내가 살펴봐야겠어.”말하면서 걸음을 옮기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호통 소리가 들렸다.“우리 해인이가 어떤지 너 같은
“전 지금 송해인에게 침을 놔서 체내의 한기를 풀어줘야 해요.”그 말에 양미란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호통을 쳤다.“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 무슨 한기? 지금 내 딸 저주하는 거야?”“아뇨. 해인이는 사실...”서강빈이 설명하려는데 양미란이 그의 말허리를 자르며 차갑게 말했다.“서강빈, 그 입 다물어! 내 딸 상태가 어떤지는 병원 의사들이 진단할 거야. 너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이 무슨 자격으로 여기서 제멋대로 떠들어?”“그리고 이 비서 말로는 해인이가 갑자기 이렇게 된 게 너 때문이라고 하던데 그게 사실이야?”서강빈은 미간을 구겼고 이세영은 서둘러 말했다.“아주머니, 서강빈 씨 때문에 대표님이 비를 맞아서 갑자기 열이 오른 거예요!”“서강빈, 뭐 더 할 말 있어?”양미란이 따져 묻자 서강빈은 눈썹을 치켜올리면서 차갑게 말했다.“아뇨. 이것만 알려드릴게요. 송해인은 일반적인 고열을 앓는 게 아닙니다. 송해인의 상태는 여러분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해요.”“제가 나서지 않아서 상황이 악화한다면 송해인은 아마 석 달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겁니다.”그 말에 송태호가 펄쩍 뛰면서 다짜고짜 서강빈의 멱살을 잡고 버럭 화를 냈다.“서강빈! 그게 무슨 뜻이야? 지금 우리 누나 죽으라고 저주하는 거야?”“빌어먹을 놈, 죽어!”송태호가 서강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서강빈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돌려 그의 주먹을 피했다.동시에 송태호의 손목을 잡고 살짝 힘을 주더니 송태호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그는 험악한 얼굴로 외쳤다.“아아아, 아파. 아프다고! 어서 이거 놔!”“서강빈! 뭐 하는 거야? 내 아들을 놔줘!”양미란은 다급히 호통을 쳤다.서강빈은 코웃음치면서 송태호를 밀쳤고, 송태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손목을 쥐고 말했다.“서강빈, 죽고 싶어?”송태호는 다시 일어나 서강빈을 공격하려 했으나 서강빈의 눈빛에 겁을 먹고는 뒷걸음질 쳤다.“송태호, 예전에는 네가 송해인 동생인 걸 감안해서 봐준 거
김구진은 오만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힐끗 보더니 거만과 경멸로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자네가 바로 진 대표가 말한 서강빈인가?”“네, 제가 서강빈입니다.”서강빈은 덤덤히 말하면서 미간을 구겼다.김구진은 코웃음치면서 말했다.“난 자네가 의술을 펼치는 라이브를 보았어. 확실히 수단이 괜찮았네. 하지만 겨우 그 정도 실력으로는 자만할 수도, 건방을 떨 수도 없지.”“축유술이 자네처럼 거만하고 자만하는 후배의 손에 들어갔다니 안타깝군.”서강빈은 그 말에 안색이 순식간에 흐려졌다.그녀는 60대처럼 보이는 노인이 다짜고짜 선배라는 걸 내세우며 자신을 혼내고 그의 실력을 내려치기 할 줄은 몰랐다.서강빈이 입을 열어 반박하려는데 진기준이 말했다.“서강빈 씨, 꺼지라니까요? 당신이 여기 있어봤자 방해만 된다고요!”“잠시 뒤에 김구침 신의님이 해인이를 치료해서 해인이가 정신을 차린 다음, 여기에 당신이 있는 걸 봤다가 화가 나서 또 정신을 잃고 쓰러질 수도 있어요!”“맞아, 맞아. 서강빈, 당장 꺼져!”송태호가 황급히 거들었고 양미란도 호통을 쳤다.“서강빈, 뭘 넋 놓고 있어? 여긴 널 환영하지 않아! 꺼져!”사람들은 화를 냈다.서강빈은 미간을 구기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송해인의 병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에요. 이 세상에서 나만 치료할 수 있다고요!”“하하하!”진기준은 우습다는 듯이 큰 소리로 웃으며 그를 조롱했다.“서강빈 씨, 당신이 무슨 말을 한 건지 알고 있어요? 김구침 신의님이 이곳에 있는 이상 송해인이 무슨 병을 앓든 다 치료할 수 있어요!”“참, 김구침 신의님이 누군지 알아요?”“김구침 신의님은 무려 약왕곡 3대 신의 중 한 명이에요. 그의 의술은 신의 경지에 다다랐고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사람도 치료할 수 있어요. 가장 유명한 사건은 바로 10년 전, 김구침 신의님이 겨우 9개 침으로 천주 군사 구역 사령관을 구한 일이에요. 무려 수백 명의 의사들도 고치지 못한 고질병을 말이죠.”“그 뒤로 김구침이라는 칭호를 얻으
“애원? 하하하!”양미란은 우습다는 듯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서강빈, 네가 그렇게 대단한 줄 알아? 네 의술은 김 신의님 앞에서는 아이들 소꿉장난이랑 다를 바가 없다고. 그런데 뭐? 애원?”“정말 김 신의님이 치료할 수 없는 정도라면 나 양미란은 네게 내 딸을 치료해달라고 무릎을 꿇을게!”“나도, 나도 꿇을 거야!”송태호가 맞장구를 치면서 비아냥댔다.서강빈은 말을 아끼며 송해인을 힐끗 본 뒤 병실에서 나갔다.서강빈이 떠난 뒤 진기준은 팔을 털면서 차갑게 코웃음쳤다.“별 볼 일 없는 놈이 큰소리만 떵떵 치네!”“김 신의님, 부탁드립니다.”진기준은 곧바로 비위를 맞추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김구침을 향해 예를 갖췄다.김구침은 수염을 내리 쓸면서 덤덤히 말했다.“진 대표, 걱정하지 않아도 돼.”말을 마친 뒤 그는 송해인에게 다가갔고 도정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옆으로 비켜섰다. 그녀가 걱정스레 물었다.“김 신의님, 해인이 괜찮겠죠?”김구침은 송해인의 안색을 살피고 맥을 짚더니 평온하게 말했다.“별거 아니네. 한기가 체내로 침입해서 그래. 내가 침을 놓아서 기운을 풀어주면 돼.”“진짜요? 그러면 부탁드립니다.”도정윤이 놀란 듯 말했다.옆에 있던 양미란 등 사람들도 안도했다.곧이어 김구침은 손녀에게 약상자를 열라고 한 뒤 은침이 들어있는 가방을 꺼내 침대 위에 펼쳐 놓았고 그 안에서 은침 몇 개를 꺼내 송해인에게 침을 놓기 시작했다.은침이 송해인의 피부를 꿰뚫고 들어가는 순간 송해인의 표정이 살짝 변하며 미간이 구겨졌지만 이내 다시 펴졌다.그렇게 5분 뒤 김구침은 은침을 거둬들이고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됐네. 며칠 몸조리하면 괜찮아질 걸세. 하지만 앞으로 조심해야 해. 이 아가씨는 몸이 허약해서 한기에 노출되면 좋지 않아.”“네, 네, 네. 감사합니다. 김 신의님.”진기준이 서둘러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그 순간, 침대 위에 있던 송해인이 갑자기 기침을 몇 번 하더니 몸을 격렬히 떨기 시작했고 옆에 놓인 기계들에서 귀
그 순간 병실 안이 고요해졌고 양미란 등 사람들의 안색이 달라졌다.정말 서강빈 그 쓸모없는 놈에게 애원해야 한단 말인가?“진 대표, 그리고 부인. 이 아가씨의 병은 내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병입니다. 조금 전 두 사람이 말한 것처럼 지난 3년간 이 아가씨가 발병하지 않았다면 정말 그 청년에게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 잘 고민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김구침이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저희 이제 어떡해요?”진기준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이 일은 그가 결정하기 꺼려졌다.양미란은 잠깐 고민하다가 침대 위 송해인을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해인이를 위해서라면 저 자식에게 애원할 수밖에!”말을 마친 뒤 양미란은 부랴부랴 병실에서 나와 휴게실 쪽으로 향하다가 앉아있는 서강빈을 보았다.“서강빈!”양미란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명령했다.“해인이가 발병했어. 얼른 돌아가서 봐봐!”서강빈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다가와서 사납게 구는 양미란을 보며 말했다.“조금 전에 그런 말씀 하지 않으셨어요? 제가 돌아가면 무릎 꿇고 애원할 거라고요.”“서강빈, 그거 무슨 뜻이야? 내가 정말 무릎이라도 꿇고 너에게 애원하길 바라는 거야?”양미란은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녀는 싸늘한 얼굴로 불만을 표출했다.서강빈은 정말로 망할 놈이었다.“아무리 그래도 난 예전에 네 장모님이었어. 어른 공경할 줄도 모르고 예의도 없네!”양미란이 질책하자 서강빈은 웃음을 흘리며 팔짱을 끼고 덤덤히 말했다.“장모님이요? 아주머니, 조금 전에 병실에서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잖아요. 제가 기억하기론 전 어머니라고 부를 자격이 없다면서요?”“너!”양미란은 그의 반박에 말문이 막혀서 도리어 화를 냈다.“서강빈, 너 대체 무슨 생각이야? 내가 그런 말을 했는데 그게 뭐 어때서? 그건 사실이잖아!”“너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이 무슨 자격으로 날 어머니라고 불러?”“그리고 해인이는 지금 저기 안에 누워있어. 김 신의님이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지도 모른다고 했다고! 네
“설마 해인이가 식물인간이 되는 걸 그냥 지켜보겠다는 거야?”서강빈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제가 있으면 해인이는 무사해요.”“하지만 잊지 마세요. 애초에 나랑 반드시 이혼해야겠다고 한 사람은 해인이에요. 그러니까 두 사람은 지금처럼 이렇게 기고만장한 태도로 제게 뭘 하라고 명령할 자격이 없어요!”“제가 구하고 싶으면 구하고 구하고 싶지 않으면 안 구합니다.”말을 마치자마자 휴게실 쪽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도정윤이 미간을 구긴 채로 서강빈을 바라보며 야단을 떨었다.“못돼 먹은 놈!”이때 진기준이 달려와서 외쳤다.“큰일이에요. 큰일이에요. 해인이가...”서강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병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양미란 등 사람들도 아주 초조해하면서 허둥지둥 병실로 들어갔다.그들이 병실 안으로 달려 들어왔을 때 서강빈은 이미 송해인에게 침을 놓고 있었다. 침대 위 송해인은 안색이 훨씬 나아졌고 기계 또한 정상이 되었다.“어때? 해인이 괜찮아?”양미란은 무척 긴장해서 서강빈을 향해 물었다.서강빈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말했다.“체내의 한기를 억눌러서 당분간은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앞으로...”괜찮다는 말에 양미란은 서강빈을 옆으로 밀치고 앞으로 나서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송해인의 손을 잡았다.서강빈은 미간을 구긴 채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는 두 모자가 감사의 말이라도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송태호가 오히려 호통을 쳤다.“우리 누나 괜찮아졌으면 이제 꺼져. 우리 누나가 깨어났다가 또 당신 보고 병이 발작할 수도 있으니 말이야.”서강빈은 당황했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송태호, 도정윤, 진기준 등이 전부 몰려와서 서강빈을 배척했다.서강빈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쉰 뒤 몸을 돌려 묵묵히 병실을 떠날 준비를 했다.조금 전에 송해인에게 침을 놔주느라 체내의 반이나 되는 영기를 소모하여 머리가 살짝 어지러웠다.서강빈이 떠난 뒤 송해인은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조금 해쓱해진 얼굴로 눈앞의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