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우의 허리처럼 굵은 쇠사슬이 미끄러지면서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철군 부대 병사들이 천천히 솟아올라 지면에서 점점 높아지고 있다.마치 외부의 엘리베이터와 같았다.다만 이 물건은 인공적이다.그러나 거의 100미터의 높이 이렇게 많은 병의 무기 장비 등의 무게까지 인력으로 끌어올리면 그 십여 명의 장한은 힘이 무섭게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저런 장한이 아주 많겠네.’서현우는 이런 장한은 지천성 내에 적지 않다고 추측했다.어쩌면 성벽 구간마다 배치되어 있을 것이다.덜커덩-철판과 성벽의 높이가 일치할 때 약간 떨리기 시작했다.이때 엄남길이 큰 소리로 외쳤다.“어서! 전투태세에 진입한다! 형제 부대를 대신하여 성벽을 지킨다!”“네!”철군 부대의 병사는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이와 동시에 원래 이 성벽을 지키다가 온몸에 선혈이 낭자한 병사들은 천천히 물러났다.“방패 들어!”“하!”“칼 뽑아!”“하!”“공격!”엄남길의 지휘 속에서 철군 부대는 마치 이동하는 성벽처럼 후퇴하는 병사들의 몸을 번갈아 막아내고 돌진하여 이를 벌리고 발톱을 휘두르는 흉수들을 참살하거나 막아냈다.선혈은 지면에서 이미 질퍽거렸다.서현우는 자신의 실력이 강하다는 것을 믿고 경솔하게 돌진하지 않았다.다른 사람들과 진형을 유지하며 점점 앞으로 나아갔다.눈앞의 흉수는 온갖 기괴한 짓을 다 하는데 서현우의 칼을 막을 수 없었다.철군 부대 병사들이 흉수를 모두 성벽 옆으로 막아내고 심지어 후방의 흉수를 밀고 성벽으로 떨어졌을 때야 비로소 진지를 안정시킨 셈이다.“하!”“죽여!”“보위!”“투석 준비!”“화살! 화살!”“기름! 빨리!”각양각색의 고함이 한데 모여 천지를 뒤흔들었다.서현우의 눈앞에는 끝없는 흉수가 지면을 잠그고 끊임없이 쌓였다.너무 많은 흉수가 밟혀 죽자, 이 시체들은 아래에 쌓여 비탈이 되었고, 뒤쪽의 흉수들은 비탈길을 따라 돌진했다.무려 100미터의 높이다!얼마나 많은 흉수가 징검다리가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그러나 끊
“영관, 저도 공격 부대로 가서 돕고 싶습니다.”서현우는 엄남길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지금은 조금도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그렇지 않으면 옆에 있는 병사들에게 큰 스트레스를 줄 것이다.그래서 서현우는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엄남길은 즉시 서현우를 쳐다보았다.서현우가 말도 안 될 정도로 홀가분한 것을 보고,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가!”“감사합니다!”서현우는 진심으로 고맙다고 했다.엄남길은 응낙하지 않을 수 있었다.하지만 엄남길은 승낙했다.서현우가 무단이탈하는 것과 명령을 따르는 것은 두 가지 개념이다.그러나 엄남길은 철군 부대의 영관으로서 서현우에게 공격 부대로 가서 도와주라고 했다.이 일은 절대적으로 즉시 설훈의 귀에 전해질 것이며 그때가 되면 군법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즉시 철군 부대의 병사 한 명이 서현우 쪽으로 접근했다.바로 재석이다.“괜찮겠습니까?”서현우가 물었다.“문제없습니다! 어서 가시지 말입니다! 강한 실력을 지니고 있으니 더 많은 역할을 발휘하고 더 많은 흉수를 죽일 수 있을 겁니다.”재석은 활짝 웃었다.“흉수를 죽이면 죽일수록 우리가 살아남을 희망이 커집니다.”재석이 자리를 메우러 왔을 때, 서현우는 즉시 몸을 빼서 장도와 방패를 모두 내려놓았지만, 철군 부대 철갑을 입고 있었다.그리고 훌쩍 뛰어올라 나는 듯이 달려갔다.몇 차례 이륙과 착륙 후에 공격수 쪽에 이르렀다.전장에서 서현우의 행동에 다들 별로 개의치 않았다.그들은 전방에서 끊임없이 돌진하는 흉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칼을 휘두르며 베고 있었다.서현우를 상대할 마음이 일도 없다.서현우가 하늘을 찌르자, 몸집이 급속히 떨어졌다.추락하는 과정에서 열기가 팽배하여 연도의 모든 흉수가 모두 격살되었다.서현우가 안정되게 착지하기를 기다렸다가 조금도 멈추지 않고 직접 공격 부대로 돌진했다.쾅-광포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서현우는 은혁이 주먹으로 때려 부수려는 흉수 한 마리를 습격했다.은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흉악한 원숭이의 선혈이 서현우의 온몸에 튕겨 흠뻑 적셨다.몸에 검은 갑옷이 모두 혈색 갑옷이 되었다.선혈들은 점차 스며들어 서현우의 몸에 들어가 버렸다.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수라의 혈맥이 큰 자극을 받아 미친 듯이 흐르면서 서현우의 얼굴색이 붉어졌다.그러나 선혈이 덮여 있어서 오히려 알아볼 수 없었다.은혁은 서현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신보다 상대가 더 흉수 같다고 느꼈다.‘6급 흉수를 한 방에 죽였다고?’‘대단하다!’‘잠깐! 그때 나 봐준 거야?’은혁은 갑자기 서현우가 그와 싸울 때 봐준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다.생각할수록 슬퍼져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사나운 짐승에게 손을 댔다.생으로 오는 족족 찢어버렸다.서현우는 은혁의 비뚤어지고 답답한 얼굴을 보고 은혁이 원숭이의 수정을 원하는 줄 알고 한칼에 전방의 십여 마리의 흉수를 참수하고 씩 웃으며 말했다.“미안합니다! 그쪽이 한 걸음 늦었습니다!”“퉤!”성실한 사람은 욕을 할 수 없고, 단지 심술만 살짝 부리고 흉수를 계속 죽일 수밖에 없다.서현우가 흉악한 원숭이를 신속하게 격파한 것은 정말 너무 잔인하다.그 고급 흉수들은 이미 일정한 의식을 갖추고 있어서 감히 다시 이쪽으로 오지 못했다.저급 흉수는 여전히 끊임없이 돌진하여 서현우와 은혁이 이끄는 공격 부대로 끊임없이 격살되었다.피로 물든 실과 시체로 인도 되는 죽음의 길이 바로 서현우가 밟은 발밑에 있다.서현우는 온몸이 빨갛고 피로 뒤덮여 보이지는 않았지만 뜨거웠다.짐승을 너무 많이 죽였다.불과 30분 만에 3천 마리가 넘는 흉수를 죽였다.이것은 매우 무서운 숫자다.요동의 땅에서만 이럴 수 있다.성국 내의 다른 곳이라면 그 실력이 있어도 이렇게 많은 적을 찾을 수 없다.은혁은 눈을 붉히고 흉수를 죽였는데, 서현우의 속도에 미치지 못했다.칼을 휘두르면 한 방에 여러 마리를 죽일 수 있는데, 은혁은 주먹으로 한 마리씩 죽였으니 말이다.분노한 바람에 은혁은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기술을 발
“죽을 정도가 아니야?”설훈은 표정이 흐려진 채로 말했다.“죽을 수 있다.”서현우는 그제야 알아차렸다.‘내가 해야 하는 일이 있는 거구나.’“제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씀하세요.”서현우가 입을 열었다.그러자 설훈은 웃었다.서현우는 차마 그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6급 수정 아직 얼마나 부족해?”“99개나 부족합니다.”“하루 안에 100개가 될 수 있을까?”“할 수 없습니다.”확실히 불가능한 일이다공격수로 앞서도 안 되는 일이다.6급 흉수는 이미 높은 단계에 속하며 지천성 성벽 밖에는 적은 편은 아니다.한 수천 마리는 있을 것이다.그러나 너무 넓게 분산되어 서현우는 수많은 흉수를 넘어 6급 흉수를 정확하게 찾아내 처치하고 자신이 흉수의 바다에 잠기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이는 너무 비현실적이다.“그럼, 전쟁터에 나가지 말고 의사 캠프에 가서 단련하거라. 천 명의 생명을 구하면 6급 수정 한 알로 삼아주마.”설훈이 말했다.‘천 명에 수정 한 알?’‘9만 9천 명을 치료해야 한다고?’‘그럼,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거야?’서현우에게 지금 제일 부족한 것이 바로 시간이다!“선배, 다른 조건으로 바꾸시죠. 저는 이곳에 15일만 머물고 전송진을 따라 돌아가야 합니다. 스승님이 부탁하신 다른 일도 있어서 그럽니다.”부득이하게 서현우는 공가연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스승님으로 날 누르려는 거야?”설훈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스승님이 알면 나의 결정에 찬성할 것인데, 믿어?”서현우는 쓴웃음을 지었다.왜냐하면 공가연은 찬성할 것이라고 믿는다.심지어 전쟁터에 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 공가연이 설훈에게 부탁한 일이라고 의심까지 했었다.이때 설훈이 갑자기 물었다.“근데 넌 어떤 공법을 배웠어?”보통 사람들은 설훈의 사고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서현우는 오히려 마음이 움직이자 잠시 침묵하고는 입을 열었다.“전 수라입니다.”설훈은 답을 듣고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이미 추측을 한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바로 사영 부대의 병사들이다.그리고 곧 서현우의 병사가 될 것이다.서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한눈에 훑어보니 139명이다.기운이 솟구치지 않아 잠시 어느 경지인지 알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 그들이 드러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호흡이 있는 것 외에 죽은 사람과 다를 바 없다.딱딱하고 굳고 의기소침하다!‘이 상태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사영 부대는 역시 죽으러 가는 부대이다.그들은 자신이 조만간 죽으러 갈리라는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생사에 대한 경외심이 없어졌다.이 세상에 대한 아무런 걱정과 미련도 없어 보였다.살아있지만 이미 죽은 상태인 것처럼 말이다서현우는 성큼성큼 걸어오면서 일부러 발소리를 심하게 냈다.그러나 전방 축대까지 갈 때까지 아무도 그를 보지 않고 눈알도 돌리지 않았다.서현우는 전령부를 꺼내 높이 들었다.“나, 류삼중은 오늘부터 사영 부대 영관으로 임 받았다!”순식간에 모두가 움직였다.그들의 눈빛은 점점 외로운 늑대 같은 흉악과 악랄을 드러냈다.여전히 서현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서현우의 손에 높이 든 전령부를 보는 것이다.그리고 가지런히 한쪽 무릎을 꿇고 오른손으로 주먹을 쥐고 가슴에 대었다.서현우는 이런 장면에 가슴이 움찔거렸다.그들은 비록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에게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한 느낌을 주었다.전의 그들은 조각품이었고 죽은 사람들이었다.하지만 이제 살아났고 드러난 광포한 기운은 서현우도 놀라게 했다.이 139명은 절대 정예 중의 정예이다!서현우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사영 부대, 명을 듣거라!”“네!”획일적이고 소리가 크지 않다.그러나 더없이 결연한 소리에 서현우는 이 병사들이 당장 달려들어 자신과 필사적으로 싸울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오늘 밤 23시에 나를 따라 성을 나간다!”“명에 따르겠습니다!”“일어서라!”139명은 일어나서야 비로소 평온한 눈빛을 서현우에게 모았다.서현우는 입을 벌렸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내가 틀렸어.’
밤이 깊어 손을 뻗어도 다섯 손가락이 보이지 않는다.지천성 밖에서 전쟁의 소리가 점점 가라앉았다.흉수들도 피곤함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어떤 때는 주동적으로 물러난다.어쩌면 반나절일 수도 있고 어쩌면 반 시간 후면 다시 몰려들 수도 있다.흉수가 물러갈 때마다 성벽 위의 병사들이 땅으로 내려와 숨을 헐떡일 때이다.생사의 갈림길에서 계속 헤매는 이런 느낌은 매우 괴롭다.그러나 전투가 진행되는 동안 시간의 흐름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다른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적을 죽이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두 가지밖에 없다.이 짧은 여가 시간에만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고 칠흑 같은 밤하늘을 쳐다볼 수 있다.왜 싸웠는지 스스로 물어볼 겨를도 없이 망연해지기도 한다.그러다가 전쟁은 다시 시작된다.이것이 바로 요동의 땅에 있는 군인으로 죽을 때까지 목숨을 다한다.“출발!”11시라고 표시하는 별이 어둠 속에서 드러났다.서현우는 명을 내리고 사영 부대 139명을 데리고 길들인 흑랑을 타고 지천성 동쪽을 향해 질주했다.10여 분 후 사영 부대 전원이 지천성 동쪽의 두꺼운 성벽에 도착했다.이곳은 주요 전장이 아니지만 흉수가 이곳을 공격할 수도 있으므로 이곳에 주둔하는 병사도 매우 많다.지천성은 흉수 평원의 방향에 직면해 있고 성문이 없다.오직 한 사람이 기어갈 수 있는 동굴 구멍만 있을 뿐이다.이 구멍들은 원래 터진 명문을 새긴 석궁을 발사하는 데 쓰였다.설훈이 예지가 있어서인지 우연인지 모르지만, 흉수는 30분 전에 물러갔다.서현우와 함께 모두 140명의 사영 부대 병사들은 동굴 구멍에서 기어나 온 후 본 것은 곳곳에 널려 있는 저급 흉수의 시체와 비가 내린 시골 오솔길과 같은 진흙탕이다.공기 중에 짙은 피비린내가 가득 차 있다.사실 어디에나 있는 똥에서 냄새가 나는데 이 악취는 모두 피 비린내에 가려져 있다.아무쪼록 역겨운 냄새가 틀림없다.다행히도 서현우도 사영 부대의 병사들도 수백 번의 전쟁을 겪고 피 비린내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다.이 정도의
서현우는 이 흉수들의 수를 정확히 모른다.그러나 이 곳곳에 있는 시체를 보면 아무래도 10만 원 정도는 될 것이라고 짐작했다.십만!이렇게 과장된 숫자에 그 중 거의 대부분이 4급, 5급 흉수이지만 6급 흉수도 적지 않을 것이다.139명이 평균적으로 720마리의 흉수를 죽인 셈이다.그것도 불과 한 시간 내의 말이다.‘말도 안 돼!’서현우는 충격 외에는 더 이상의 감정이 없었다.사영 부대의 병사들은 정말 너무 무서운 존재다.외부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성국 중에서도 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서현우는 이 병사들이 한데 모이면 설사 진아경 강자라 하더라도 감히 예봉을 가볍게 훑어보지 못할 것이라고 느꼈다.숨을 깊게 들이쉬고 서현우는 땅으로 떨어져 입을 열었다.“가자!”139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마치 산송장처럼 서현우의 발걸음을 따라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어둠이 깔린 대지에 높고 큰 산봉우리는 마치 잠든 거대한 흉수처럼 땅에 엎드려 있다.서현우의 눈빛은 그 연면한 산 중에서 가장 높은 산봉우리에 떨어졌다.멀리서 보면 마치 구렁이가 말뚝을 휘감고 뱀의 머리가 높이 솟아 창공을 직시하는 것 같다.병사들이 철수한 지 30분도 안 되었다.먼지가 검은 연기처럼 자욱했다.그러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흉수가 몰려와 수많은 시체를 보고 달려들었다.오금을 저리게 하는 씹는 소리와 찢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 흉수들은 흉수의 시체를 먹고 있다.섬뜩하기 그지없는 장면이다.10분도 안 되어 죽은 모든 흉수는 이미 백골만 남았다.위에는 핏줄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이때 산속에 있던 서현우와 사영 부대 전원은 재차 흉수의 포위공격을 받았다.빽빽한 흉수가 산야에서 미친 듯이 뛰쳐나와 공기 중에 무모하고 야만적인 기운을 휩쓸었다.흉수의 눈들은 초롱초롱하지만 흉악하고 잔인했다.“제가 하겠습니다.”사영 부대 무리가 다시 움직이려 하였으나 서현우가 막았다.그리하여 그들은 내디딘 발걸음을 순식간에 거두어들였다.그리고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사영 부대 병사들은 흉수를 빠르게 죽이고 있다.집고양이처럼 생긴 6급 흉수가 갑자기 힘을 내 북두칠성 진을 찢고 서현우에게 돌진했다.518은 사지를 드러내고 다가오는 흉수를 막론하고 머리를 돌려 총으로 찔러 서현우를 기습하려고 했던 6급 흉수의 주의력을 끌려고 했다.그러나 순간 518의 눈동자에서 섬뜩한 빛이 번쩍였다.‘저게 뭐야!’서현우는 갑자기 두 눈을 떴는데, 온통 선홍색이었다.그리고 동시에 손을 들어 바로 그 6급 흉수의 목을 졸랐다.다른 한 손으로 손가락을 굽혀 튕겼는데, 한 줄기 핏빛이 518옆을 스쳐 지나가서 곧 518의 목을 물어뜯을 사나운 짐승을 산산조각 냈다.“방어!”서현우는 차가운 소리로 고함을 질렀다.518은 즉시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서현우는 집고양이 같은 6급 흉수를 손에 쥐고 손바닥에 살짝 힘을 주었다.그러자 이 사나운 짐승의 얼굴에는 인간적인 공포의 빛이 나타나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그러나 서현우의 손은 마치 펜치처럼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곧이어 흉수는 온몸이 마르고 위축되어 처량한 울부짖는 소리를 내었는데, 사람의 고막을 거의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그러나 그러한 소리도 3초 만에 뚝 그쳤다.서현우의 손에 있는 6급 흉수는 이미 생명의 기운을 잃었다.온몸이 바싹 말라서 마치 바람이 오랫동안 말린 시체와 같았다.서현우는 왼손으로 고양이의 마른 머리를 쥐고 찰칵 소리를 내며 머리뼈를 부쉈다.그러자 어둡고 콩만 한 수정이 서현우의 손에 떨어졌다.수정은 크면 클수록 좋은 것도 아니고 작을수록 좋은 것도 아니며 온전히 흉수의 품계를 보고 정해지는 것이다.서현우는 수정을 거두고 다시 눈을 감았다.서현우는 지금 매우 중요한 시기에 처해 있다.생경에서 사경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발버둥 치고 있다.단전 속에 굳어진 핏빛 꽃은 더없이 현란하고 요염하게 피어났다.그리고 꽃 주위를 둘러싼 핏빛 강은 한 줄기만 남을 정도로 말랐다.서현우가 이 6급 흉수의 피를 흡수하면 강은 완전히 마르고 갈라져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