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차이가 있죠?” 문지해가 갑자기 끼어들었다.“우리와 함께 간다! 우리가 이 사람을 데리고 갈 것이다!”“그럼, 당신들이 저희를 함께 데려가는 건 어때요?”문지해는 장난을 치고 있었다.문지해의 장난에도 사악한 귀매는 예상외로 협조를 잘하고 있었다. 문지해의 물음에 일일이 답하고 있었다.아마 뼛속에 새겨있는 노인 공경의 미덕이 그를 이렇게 예의 있게 만들었을 것이다. 악당이 되어도 몸에 배긴 습관을 잊지 않은 모양이다.“우리가 널 데려가는 건 차마 보장을 못하겠구나."“먼저! 너의 그 개 다리를 부러뜨리고 팔을 부러뜨린 다음, 눈알도 뽑을 것이고 이참에 혀도 잘라 버릴 것이다. 이빨이나 코며 너의 그 ‘세 번째 다리’도 모조리 다 잘라 버리겠다. 목숨만 남겨둔 채 자를 수 있는 사지! 너의 몸 곳곳을 다 망가트려 버릴 거야!”귀매은 아주 잔인하게 말했다.익살스러운 그의 모습 옆에 있는 사람들은 웃음을 참느라 바빴다.“젠장! 당신 지금 개밥을 만들고 있나요? 이것도 자르고 저것도 잘라. 아니면 저희 그냥 개밥을 얻어올까요?”문지해는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이도현은 바로 할 말을 잃었다.저 노인네가 평생 말이란걸 해본 적이 없는지 이도현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한테 혼잣말이라도 걸면 됐지, 자객들이 우리를 죽이려 온 이 긴박한 상황에서도 수다를 떨 수 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이봐, 저 사람들은 우리를 죽이러 온 거라고. 지금 수다를 떨고 있다는 게 말이 돼? 아주 자기들끼리 이산가족 상봉을 하고 있네!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이도현은 직접 나섰다. 마침 음양 보법, 그가 수련하고 있는 이 미묘한 신력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순간! 그는 귀매의 그림자처럼 순식간에 지면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윽고 수많은 적은 전류가 공중에 번쩍이며 유령의 몸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귀매는 깜짝 놀랐다.“뭐야! 뭐가 이렇게 빨라, 내 몸속으로 들어온 건 또 뭐야?”모든 것이 너무 갑작스러웠고 그것의 속도는 너무 빨라 귀매는
“너…. 이 악마 같은 녀석.”“악마다! 저 자는 악마다, 악의 힘을 지배하는 악마….”블러드 킬의 수십명 자객들이 이도현을 노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필승 시나리오였던 그들의 예측이 오늘 이런 상황으로 변해버리다니, 그들은 이도현이 이리도 강력할 줄 생각지도 못했다.“저 사람이 혹시 우리의 제2의 보스를 죽인 사람이 아니야?”그들은 제2의 보스를 죽인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는 소식을 들었고, 또한 이도현의 나이를 짐작해 보면 지금의 실력으로는 절대로 제2의 보스를 죽일 형편이 아니었다고 판단하였다.하지만 지금이 상황에 놓이자, 그들은 꼬치꼬치 남의 가정사를 캐묻는 아주머니들로 변해 주체 못 할 충동을 가지고 있었다.빌어먹을! 이것이 정녕 실력이 없다는 거야?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모두 쓰레기나 다름없잖아!“정보가 틀렸다!”“빌어먹을 사령관, 젠장 망할!”“이도현은 제2의 보스를 죽인 사람인데, 씨발 누가 도대체 실력이 없다고 분석한 거야!”“빨리 도망쳐….”블러드 킬의 십여 명 자객들은 신속 정확하게 상황 파악을 하고 단호하게 각자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져다.그들은 바보가 아닌 자객! 정면승부를 한다면 바로 목숨이 날아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옆에 있던 문지해는 이 장면을 직접 마주하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와 같은 레벨의 황급계 강자 세 명이 이렇게 지레 겁을 먹고 바로 도망쳐버리다니.문지해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질 거라 예상하였고 그것에 맞게 이도현을 보호할 준비, 스승님이 도망칠 수 있게끔 시간을 벌 준비도 다 하고 있었다.그는 백 살이 넘은 불구의 몸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어 효순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그러나 누가 알았겠나, 조직의 우두머리가 죽임을 당하자, 나머지 부하들이 뒤도 안 돌아보고 부랴부랴 도망칠 줄이야.빌어먹을, 백 살을 살면서 이런 경운 또 처음이다!문지해가 혼란스러워하자 이도현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가고 싶은 자들이여, 모두 다 도망을 마쳤는가!
조씨 가문의 섬!같은 시각, 조혜영의 침실! 조혜영은 마음은 뒤죽박죽 생각이 많았다. 하인들이 목욕용품을 가져와 몸을 깨끗이 씻은 후 서 씨 공자의 시중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하인들이 가져온 목욕용품을 사용하자 그녀는 곧 기절할 것 같았고 온몸이 의식을 잃은 것 같았다.얼마 지나지 않자 그녀는 마치 불덩이에 빠진 것처럼 온몸이 뜨거워지고 건조해지는 걸 느꼈으며 한순간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온몸이 열이 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자기 몸에 걸친 모든 옷을 벗어 던지고 싶었다.그녀의 예쁜 얼굴은 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의 몸은 금방이라도 불이 붙을 것처럼 몹시도 뜨거웠다.그리고 체내 속에는 주체 못할 정도로 남자를 덮치고 싶은 충동으로 가득 찼고 조혜영은 수치심이 들었다.“젠장, 약 효과가 올라오고 있어.”그녀가 반응을 하자 이미 모든 것이 늦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그녀는 빨리 그 방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은 그녀는 이도현을 위해 부득불 서씨 이건한테 몸을 바쳐야 했지만, 그녀는 도저히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몸을 넘기고 싶지는 않았다. 심지어 약을 먹은 상태에서 몸을 바친다면 그녀는 얼마 남지 않은 존엄마저도 잃게 될 것이다.그녀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해 아픈 몸으로 이곳에서 탈출하려고 했으나 두 발자국도 했으나 두 발짝도 떼지 못한 채 몸을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졌다.공교롭게도 이때 그녀의 방문이 열렸다.서씨 이건이 음란한 미소를 지으면서 방에 들어왔다! 그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조혜영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어때? 우리 서씨 가문의 약 괜찮지 않니? 이 약은 전문 너희 같은 여자들을 위해 개발한 거야. 먹을 필요 없이 목욕만 하면 되거든! 허허! 나쁘지 않지?”“이 세상에서 내가 개발한 약을 거부할 수 있는 여자는 없어. 아, 맞다. 이 약에 알맞은 이름도 있는데, 바로 탕부약!"서씨 이건은 마치 먹잇감을 내려다보듯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조혜영을
“하하하! 비열하다…. 하하! 더 비열하고 뻔뻔한 게 뭔지 곧 알게 될 거야…. 하하하….”조혜영은 이를 악물며 몸에서 멋대로 생기는 감각에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순간 수많은 개미가 그녀의 몸에서 기어다니는 것 같았고 이런 감각은 조혜영을 미치게 했다.참을 수 없는 고통에 그녀는 다음 순간 서씨 이건 말대로 개처럼 기어 올라가 그의 눈앞에 있는 이 짐승 새끼에게 제발 자기를 가지고 놀아달라고 구걸할 것만 같았다.그녀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며 코트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려 하였다! 그리고 특별히 메모해 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 그녀는 마지막 힘을 다해 외쳤다.“오라버니…. 구해줘요…. 구해줘요…. 빨리 저를 구해줘….”전화를 받은 이도현이 입을 열려는 순간 전화 맞은편에서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이년이!”고함과 함께 핸드폰은 작살이 된 것처럼 소리가 끊겼다.이도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조혜영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가?”같은 시각, 서씨 이건은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조혜영을 바라보며 그녀의 휴대전화를 가루가 되도록 짓밟고 있었다.“이 나쁜 년! 감히 구조를 하고 있어! 아주 오냐오냐해줬더니 기어오르는구나!”“누가 여기서 널 구해줄 수 있을 것 같아? 누가 감히 널 구할 수나 있겠어!”분노에 가득 찬 서씨 이건은 쭈그리고 앉아 한 손으로 조혜영의 턱을 움켜쥐었다. 그의 손길은 조혜영의 입술에 멈췄다.“이 나쁜 년, 잠시 후에 알게 될 거야. 남자가 선사해 주는 즐거움이 뭔지. 만약 내가 기뻐서 흥분을 주체 못한다면 넌 아마 그 자리에서 영문도 모른 채 죽게 될 거야.”조혜영은 마지막까지 침착함을 유지하려 하였다. 성난 눈을 부릅뜨며 서씨 이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순간 그녀는 입을 벌리더니 입술을 더듬고 있던 서씨 이건의 손가락을 단번에 깨물었다.조혜영의 한입에 서 씨 이것은 심장을 관통하는 날카로운 통증을 느꼈다!“젠장! 이 나쁜 년, 더러운 년 감히 날 물다니!”서씨 이건은
몇 분 후, 서씨 이건은 목욕 타월을 둘러싼 채 유유히 걸어 나왔다.그리고 같은 시각 조혜영은 완전히 정신을 잃었고, 몸 우의 옷들은 속옷만 남겨둔 채 모두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였다.조혜영은 온몸이 뜨거움에 의해 완전히 통제되었고 문어처럼 이불을 껴안고 끊임없이 몸을 비틀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오라버니…. 나 줘…. 오라버니…. 흠….”조혜영의 입 밖으로 나오는 이름을 들고 서씨 이건의 사악한 표정은 순간 굳어버렸다.“젠장…. 망할 년! 감히 내 앞에서 남의 이름을 부르다니!”서씨 이건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의 약을 사용하게 된 여자는 남자를 찾게 될 것이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그냥 남자면 되는 신기한 약효를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조혜영은 화장실로 기어들어 가 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이불을 껴안고 이름을 부르며 이도현을 애타게 찾고 있는 것을 보자 화가 치밀어올랐다.서씨 이건은 자신의 노리개가 다른 남자의 이름을 외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망할 년! 이 나쁜 년! 여가까지 와놓고 감히 다른 남자를 생각하다니!”서씨 이건은 목욕 타월을 벗어 던지고 침대 가장자리로 걸어가 조혜영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입을 열었다.“하지만 상관없어, 넌 곧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 날 껴안고 더 세게 놀아달라고 소리 지르며 애원하게 될 거야.”“어서! 이불은 줄 수 없어, 하지만 네가 원하는 것이 나한테 있단다. 이년아, 빨리 나한테 덮쳐보라고.”서씨 이건의 목소리를 들은 조혜영은 마치 뭐에 홀린 듯 손에 들고 있던 이불을 놓아 버리고 서씨 이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에게는 지금 남자가 필요했다. 그녀의 몸은 남자를 갈망했다! 이 남자가 거지든 도적이든 상관이 없었고 그녀는 그저 자신을 제대로 달래줄 남자를 필요했다.“쾅!”조혜영이 그에게 달려들려는 순간 큰 소리가 나며 방의 문이 열렸다.조혜영이 자신한테 덮치며 같이 놀아달라며 애원하는 귀한 장면을 만끽하려는 순간 이런 일이 벌어지자, 서씨 이건은 분노가 치밀어 올
“자, 이제 무릎을 꿇고 나한테 사과하렴! 내가 이 여자를 갖고 어떻게 노는지 똑바로 보고 다 끝나면 너한테도 한 수 가르쳐주마!”“그리고! 알려주는데! 소인은 고대 무술 서씨 가문의 공자이다! 넌 우리 서씨 가문의 좋은 일도 망쳐버렸고 이제는 젠장! 내가 좋은 말을 할 때 무릎 꿇는 것이 좋을 거야.”“내가 재미나게 놀 때까지 기다려, 다 놀고 나면 내가 아주 따끔하게 혼내둘 테니! 혹시 모르지, 내가 기분이 좋으면 널 살려줄 수도 있어.”서씨 이건은 악착스러운 표정으로 이도현을 가소롭게 보고 있었다.고대 무술의 서씨 가문은 모두 고귀한 존재였기에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이 몸에 배어 있었다.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항상 자신이 남들보다 위라고 느꼈다! 그들은 황제였고 다른 모든 사람은 그들을 보면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이도현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록 무술가이긴 하지만 고대 무술 가문의 배경도 없는 그는 서씨 이건 앞에서는 첩자, 천민에 불과했다. 심지어 얼마든지 짓밟아 죽일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이런 배경하에 그는 오만한 태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그의 신분, 그의 가문 존재는 그가 다른 사람들과 비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고, 당연히 남들보다 한 계급 위라는 것을 의미했다.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많은 곳을 다녀보았지만, 어디에서나 그의 신분은 고귀한 존재였다. 하여 그는 자신이 서씨 가문의 도련님 신분을 내세우면 이도현이 겁에 먹어 덜덜 떨며 물러날 줄 알았다.그러나 이도현의 회답은 무릎을 꿇는 것이 아니라 뺨따귀를 날리는 것이였다.팍!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서씨 이건은 이도현이 자신을 어떻게 때렸는지 몰랐다. 그냥 얼굴에 불타는듯한 통증을 느꼈을 뿐.서씨 이건은 통째로 날아가 벽에 부딪혔고 순간 집 전체가 흔들렸다.벽은 서씨 이건의 날아오는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부서져 버렸다.서씨 이건은 알몸 상태로 벽돌 더미 속에 파묻혔다! 공교롭게도 그가 사용하던 범죄 도구가 벽돌에 짓눌려 납작해졌다.
“네 동생이 한 짓을 봐봐! 그는 죽어도 마땅해!”이도현은 냉정하게 말했다.“닥쳐…. 내 동생은 항상 옳은 일만 한다고! 우리 동생 그깟 계집애 따위를 상대로 놀아준다는데 그년한테는 축복이지! 그런데 네가 감히 우리 동생 죽여? 우리 서씨 가문 전체가 너를 죽이려 나설 거야.”서씨 이연은 상심이 큰 나머지 미친개처럼 울부짖으면 말했다.“너도 같은 종류의 쓰레기구나. 그럼, 너 또한 살아갈 필요가 없으니, 지옥에나 가!”이도현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툭 은색 침을 튕겼다. 은색 침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 서씨 이연의 급소를 꿰뚫었다.흥분한 서씨 이연의 목소리는 순간 멈췄고 그녀의 몸은 삽시간에 굳어지며 두 눈을 부릅뜬 채 그대로 쓰러졌습니다.숨을 쉬지 않는다.조금의 반응도 없이 그녀는 개미처럼 이도현에게 죽임을 당했다.이도현은 계속하여 조혜영 몸속의 독소를 빼주고 있었다.조혜영의 얼굴은 온통 홍조로 뒤덮였고, 그녀가 가슴을 헐떡일 때마다 그 흉한 것들은 같이 오르락내리락했다.이도현이 들어왔을 때 조혜영의 몸은 이미 알몸이었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그런 상태로 이도현의 눈앞에 누워있었다.이러한 장면에 이도현의 몸은 반응을 안 할 리가 없었다. 반응을 안 한다면 그것은 분명 사람이 아닐 터. 이러한 상황에 놓인다면 내신마저도 반응할 것이다.조혜영은 완전히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그녀의 손과 발은 끊임없이 움직였고 이불을 잡고 몸에 끊임없이 비비며 조금이나마 자신을 편하게 하였다.그녀의 계속 중얼거리며 입 밖으로 이도현의 이름을 외쳤다. 그녀의 이런 행동에 이도현의 몸은 더욱 불이 붙었다.젠장! 살다 살다 나도 모욕을 당하는 날이 오는구나!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조혜영을 보자 이도현은 이런 상황에 감사해야 할지, 말문이 턱 막혔다.조혜영의 뇌리에는 이미 이도현을 상대로 마음껏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안 봐도 뻔한 상황이었다.이런 젠장!이 당혹감을 최대한 빨리 끝내기 위해 이도현은 조혜영이 껴안고 있던 이불을 뺏어 던져 최대한 빨리
조혜영은 한결 여유로워졌다.감사한 마음으로 이도현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눈에는 무언의 표정이 가득했다.한참 후에야 그녀가 입을 열었다.“오라버니, 서씨 이건은 어디 있나요?”“혹시 저 사람 찾으세요?”이도현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서씨 남매의 시신을 가리켰다.조혜영의 시선을 따라 도착한 것은 바로 그 둘의 시신이었다.“죽었…. 죽었나요, 이 짐승 같은 놈이 죽었는데 설마 오라버니가 죽였어요?”이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제가 죽였어요.”조혜영은 순간 격동되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핸드폰을 찾기 시작하였다.“오라버니, 제가 지금 비행기표를 떼줄 테니 빨리 외국으로 피신 가세요.”조급한 나머지 그녀는 옷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이도현의 앞에 나타났다. 순간 조혜영의 모든 것이 이도현의 눈 안으로 들어왔다.이도현은 그녀의 매혹적인 몸매에 눈을 뗄 수 없었다.하긴 이도현도 한 명의 정상적인 남자였다는 사실! 갑작스러운 상황에 크게 당황하거나 잠깐 뇌 정지가 온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정상적인 반응 중 하나였다.이도현은 눈은 제대로 복을 탔다. 시각적인 충격에 방금 충격을 받은 아랫것이 또다시 발작하며 반항을 하기 시작했다.반대편! 조혜영은 옆에서 날아오는 뜨거운 시선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몸을 구부리며 전화하고 있었다.그런 그녀의 행동과 더불어 조혜영의 가녀린 허리는 다시 한번 이도현을 유혹하였다.“여보세요!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 좀 예약해 줘요!”“어느 나라든 상관없어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알았어요! 지금 당장, 지금 당장!”“알았어요! 고마워요!”조혜영은 한참의 연락 끝에 직접 항공권을 예약했다.그러고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뒤돌아보았다. 순간 이도현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오라버니, 왜 저를 이렇게 빤히 쳐다보시죠?”조혜영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순간 이도현이 왜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지 그녀는 모든 것을 깨달았다. 방금 침대 옆 탁
“됐네요. 이건 어차피 스님들 집안일이니까 제가 더 이상 뭐라고 말할 건 없죠. 집마다 사정이 있는 법 아니겠어요? 외부인이 간섭해 뭐라 말하긴 어렵죠! 스님, 방금 가버린 작은 스님이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도 아직 안 돌아왔네요. 핸드폰은 있으세요? 얼른 전화해서 재촉해봐요! 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잖아요!”이도현은 어느새 잔소리꾼으로 변해 끊임없이 입을 열었다.그가 내뱉은 말 전부 공작사 스님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새파랗게 어린놈이 그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 있었다. 괘씸하게도 말이다.이도현은 눈앞에 있는 스님들을 더 자극해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화병으로 몇 명이 죽을 수 있는지 지켜보고 싶었지만 칠색동백꽃을 가지러 간 스님이 돌아왔다.그는 두 손으로 옥상자를 꼬옥 들고 있었고 피를 토한 스님에게 다가갔다.“스님, 꽃을 가져왔습니다! 주지 스님이 말씀하시길 스님께서 잘한 선택이셨다고 합니다! 이 꽃 하나로 제국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도 이 꽃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죠.”“그래, 역시 주지 스님이 절 이해해주시는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불효자식 놈은...”스님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손자에 대해 말하려던 순간 다시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 들었다.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똑똑했던 아들에게서 어떻게 저런 아들이 나올 수 있는지 말이다. 왜 황위를 저런 멍청한 손자한테 넘겨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얼른 물건을 시주님께 드리세요.”스님이 말했다.“네!”우혜 스님은 말을 하면서 들고 있던 옥상자를 두 손으로 이도현에게 건넸다.이도현은 사양하지 않고 바로 받은 후 열어보았다.옥상자 안에는 칠색동백꽃이 한 송이 있었다. 더욱 놀랐던 것은 칠색동백꽃의 꽃잎이 여전히 아름다웠다는 것이다. 마치 금방 딴 것처럼 신선했다.일곱 개의 꽃잎은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보라색 순으로 피어 있었고 꽃잎마다 신비한 힘이 흘러나왔다.옥상자를 열었을 때 은은한
하늘에 닿을 정도로 지위가 높았던 황실 사찰은 공작제국의 수호진 자리에서 그저 한낱 평범하기 짝이 없는 사찰로 변해버렸다. 어찌 보면 이전에 황실 일원이었던 사람들의 양로 사찰이 되어버린 것이다.아마 앞으로 더는 황실의 일원이 출가하여 공작사로 가서 스님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고 왕후들의 가족도 공작사로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장군이나 호위무사, 대신들도 공작사로 출가하여 자랑스럽게 여길 일도 없을 것이다.게다가 오색신광신공과 금강불괴신공이 없으니 공작사는 몇 년도 지나지 않아 철저히 평범한 사찰로 전락할 것이다.“이 배은망덕한 놈이! 감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나이 많은 스님은 결국 참지 못하고 공작상제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그러나 공작상제는 그를 향해 차가운 명령만 할 뿐이다.“여봐라! 이 스님들을 전부 청용문 밖으로 멀리 내쫓거라! 여기는 짐의 황궁이다. 제국을 위해 일하는 곳이니 스님들이 들락거릴 이유가 없지. 얼른 내쫓거라...”공작상제는 거지를 내쫓는 것처럼 명령을 내리곤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불효자식... 커헉...”스님은 결국 참지 못하고 피를 뿜어냈다.그의 안색은 파리해졌고 온몸의 근육들이 경련을 일으켰다.덜덜 떨리는 손으로 공작상제가 사라진 곳을 가리켰다. 오장육부가 곧 폭발할 것처럼 괴로웠다.“짐승! 저런 짐승을 보았나! 우리 황실에서 대체 어떻게 저런 짐승이 나올 수 있었던 거지?! 여봐라, 종인부로 가서 당장 저 후레자식을 제적하겠다고 전하라...”스님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크게 소리를 쳤다.이도현은 옆에 서서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는 단지 공작상제를 혼쭐내주려고 왔을 뿐인데 운 좋게 그들의 집안까지 무너뜨리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공작상제는 자신의 조상까지 버리고 마치 거지 취급하면서 쫓아내려고 했다.그뿐만 아니라 그는 조상들의 지위를 박탈시키고 황궁에 발도 들이지 못하게 하면서 모든 복지와 혜택도 없애버렸다.이건 사실상 그들의 조상을 부정하는
“네, 이도현 님!”공작상제는 빠르게 이도현의 손에서 빈 찻잔을 받아들며 더 공손하게 대했다.“그럼 이쯤에서 하지. 이제 더는 볼일 없으니까 공작제국으로 돌아가서 일을 봐도 돼. 남은 건 스님들과 얘기하면 되니까.”이도현이 말했다.“네, 전 이만 황궁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공작상제는 겸허한 태도로 말했다.”“조심히 가.”이도현은 웃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서로 작별 인사를 했다. 사이가 아주 좋아 보였다.공작상제는 이도현을 향해 미소를 지은 후 공작사의 스님들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몸을 홱 돌려 문무대신들에게 말했다.“궁으로 돌아간다!”그러자 문무백관들과 왕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한쪽은 그들이 모시는 황제였고 다른 한쪽은 그들의 조상이었다. 대체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몰랐다.그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그저 제자리에 서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문무백관을 보며 공작상제는 차갑게 말했다.“돌아가기 싫은 놈들은 내일 상소문을 올려. 영원히 돌아오지 마!”“여기 남아 있기 싫은 놈들은 나와 함께 궁으로 돌아간다!”그 말에 조금 전까지 망설이던 문무백관과 왕후들은 바로 선택을 내리며 명령을 따랐다.“네, 폐하!”조상님을 따르기보단 역시 관직이 더 좋았던 그들이었다.관직도 없는데 조상님을 모셔서 뭐하겠는가? 집에 모셔가 제사상이라도 차리겠는가?문무백관들도 더는 머물지 않고 걸음을 옮겨 공작상제를 따라갔다.공작사의 스님들은 공작상제의 무시에 이를 빠득 갈았다. 잔뜩 분노한 눈빛으로 공작상제가 떠나는 모습을 빤히 보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다가가서 훈계를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고작 황제인 주제에. 난 네 조상이다, 이놈아!'‘지금 조상을 버리는 거야? 염병...'스님들의 마음속에 분노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지만 표출할 수 없었다.그런데 이때. 이미 멀리까지 간 공작상제가 다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지금부터 명령을 내린다. 앞으로 공작사는 그냥 평범한 사찰이다! 절대 제국의 일이
스님은 차가운 얼굴로 공작상제의 연극을 지켜보았다.“이도현 님, 넓은 아량으로 저를 한 번만 용서해주시지요. 앞으로 이도현 님이 저희 공작제국에 온다면 아주 귀한 대접을 해드리겠습니다.”“맹세할 수 있습니다! 이도현 님이 계시는 곳이 공작제국이기만 한다면 무슨 일이 있든 사람을 보내 정중하게 모셔오라고 하겠습니다. 거기로 제가 직접 마중을 나가 이도현 님을 환영하겠습니다!”“그러니까 이도현 님은 저희 공작제국에서 아주 고귀한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그 고귀한 정도는 저를 능가하고 공작제국의 황실도 능가하지요! 이번에 돌아가면 전 반드시 이도현 님을 위해 금과 옥으로 장생 위패를 만들어 저희 황실 위패가 있는 곳에 저랑 동등한 자리에 올려두겠습니다...”“너 이 자식! 지금 뭐라고 했느냐?”공작상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색이 어두워진 스님이 말을 잘라버렸다.‘이놈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지금 이도현을 조상으로 모시겠다는 건가? 아니, 지금 우리보다 더 높은 존재로 취급하겠다는 건가?!'조상의 분노에 공작상제는 무시하고 이도현을 향해 계속 말했다.“이도현 님, 이제야 제 사과를 받아들일 마음이 생겼는지요?”이도현은 웃음을 참으며 진지한 얼굴로 안색이 어두워진 스님을 보곤 말했다.“그래! 아주 마음에 드는군! 내가 이 차를 마셔주지!”“똑똑한 사람이군. 내게 성의를 보여줬으니 앞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생기거나 누군가를 죽여야 할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찾아와도 돼. 내가 한번은 도와줄 테니까. 착한 아이로군. 얼른 일어나.”이도현의 입에서 나온 착한 아이라는 말에 공작제국의 모든 사람들이 수군대고 있었다.착한 아이라는 호칭으로 이도현은 공작제국의 황가 조상님의 위치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정말이지 일부러 사람 짜증 나게 하려고 한 것이다.공작사 스님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공작상제 뒤에 있는 왕후들은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너무도 끔찍했다.이렇게 뜬금없이 그들에겐 조상이 한 명 생기게 되었는데 어느 누가 평온할 수 있겠는가.이도
이도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 속에는 약간의 조롱이 섞인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공작상제의 안색이 시러펗게 변했다. 굽힌 몸은 여전히 덜덜 떨리고 있었다. 참고 있는 분노 때문이었다.이도현은 선을 넘어도 단단히 넘어버렸다.그는 이미 충분히 허리를 굽혀 사과하고 있음에도 이도현은 이쯤에서 끝내지 않고 그를 더 난감하게 만들었다. 그 말인즉슨 이도현은 그를 황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왜? 아직도 그깟 자존심 못 내려놓겠어?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가 봐?”이도현이 추궁했다.공작상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일으켜 고개를 돌린 뒤 스님을 보았다.그러나 스님은 고개를 저었다.“잘못한 건 잘못한 것이지요. 잘못을 인정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고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는 법이지요. 하물며 우리 같은 스님들도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데 황제라고 못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얼른 하시지요!”스님의 대답은 이러했다.그 말을 들은 공작상제는 죽일 듯이 스님을 빤히 보았다. 두 눈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가득 담겨 있었고 언뜻 원망도 보였다.지금 이 순간 그는 스님에게, 그리고 이 공작사에 아주 큰 실망을 느끼고 있었다.공작사는 예로부터 공작제국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존재였다. 무슨 일이든 제국이 나서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면 공작사가 나서주며 해결해 주었다.그동안 공작사는 항상 황실의 존엄과 이익을 위해 싸워왔다.하지만 이번에 공작사가 적의 편을 서버렸고 그를 여러 번 실망하게 했을 뿐 아니라 망신을 당하게 내버려 두었다.그는 공작사가 변했다고 느꼈다. 변질된 공작사는 더 이상 공작제국의 수호신이 아니었다.공작상제는 스님을 한참 동안 빤히 보았다. 그는 스님이 마음을 바꾸면서 자신의 편을 들어주기를 바랐다.그러나 결국 그를 실망시키고 말았다. 스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그는 시선을 거두었지만 두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심호흡한 뒤 공작상제는 다시 한번 허리를 굽히며 두 손으로 공손하게 찻잔을 내
스님은 쟁반 하나를 두고 소리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왕후와 대신을 노려보았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작상제에게 찻잔을 건넸다.“폐... 폐하... 차... 차를 준비해 왔습니다...”지금 이 순간 왕후는 속으로 죽여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공작상제의 눈빛이 너무도 섬뜩했기 때문이다.공작상제는 자기 앞에 무릎 꿇고 두 손으로 찻잔을 들고 있는 왕후를 보았다. 정말이지 지금 당장이라도 뺨을 때리고 싶었다.감히 정말로 그의 앞에 찻잔을 대령하다니. 너무도 적극적이지 않은가.‘사람답게 살 수 없는 거야?!'공작상제는 사람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왕후를 보았다. 찻잔을 받을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폐하, 찻잔을 받으시지요.”왕후는 고개를 들 엄두가 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입을 열었다.공작상제는 여전히 손을 뻗어 찻잔을 받지 않았다.스님은 그런 공작상제의 모습을 보더니 잔뜩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폐하, 귀가 안 들리시는 겁니까? 얼른 찻잔을 받으시지요!”“네, 알겠습니다!”공작상제는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그는 이런 방식으로 마음속 가득 쌓인 불만과 억울함을 표출해 보려고 했다.이내 그는 왕후의 손에서 찻잔을 받은 후 이도현 앞으로 다가갔다.“이도현 님, 차를 마시지요!”이도현은 찻잔을 받지 않고 공작상제를 보았다.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는 구경꾼처럼 지켜보고 있었다.솔직히 말하면 너무도 가소로웠다.한참 후 그는 탐탁지 않은 듯한 어투로 말했다.“이게 사과하는 사람의 태도인가? 다른 사람이 당신한테 사과할 때 이런 태도로 하던가? 몸을 낮추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 거잖아. 당장 꿇어!”“너... 이도현! 적당히 하지? 내가 이미 머리까지 숙여줬잖아. 대체 여기서 뭘 더 바라는 거지? 선 넘지 마!”공작상제는 차갑게 말했다. 두 눈엔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그는 공작제국의 황제였다. 신분이 아주 높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찻잔을 공손하게 바치는 것만으로도 이미 논란이 될 정도였지만 이
얼마 지나지 않아 왕후가 찻잔과 찻주전자를 들고 오며 공손하게 공작상제의 앞으로 갔다.공작상제는 찻잔을 들고 있는 왕후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평소에 내가 일을 시킬 땐 꾸물대더니 지금은 아주 빠르군. 이도현이 황궁으로 쳐 돌아왔을 때도 꾸물대던 인간들이 말이야. 적을 상대할 땐 개가 뒤에서 쫓아오듯 하나같이 빠르게 도망치면서 이런 일에는 이렇게 빨리 행동한다고!'‘그렇게 내가 초라해지는 꼴을 구경하고 싶었나! 씨X!'‘양심도 없는 족속들!'공작상제는 속으로 잔뜩 욕을 하면서 눈앞에 있는 왕후와 문무백관들을 경멸하고 있었다.‘개보다 못한 것들. 아직도 숨 붙어 있는 늙은 스님이 나더러 이도현한테 사과하라고 강요할 때 아무도 나서지 않더니. 노인네 한 마디에 이렇게 움직이다니.'‘평소 내 앞에서는 그렇게 충신인 티를 내려고 안달 났으면서 중요한 순간엔 이렇게 나오시겠다?'‘전부 다 쓸모없는 놈들이야. 다 내가 이런 간신배들을 믿은 탓이지!'‘정말이지 기분이 엿 같군!'“조상님, 차를 대령해 왔습니다!”차를 가져온 왕후는 애초에 공작상제를 무시하며 늙은 스님 앞에 무릎을 꿇어앉았다.“황제한테 주세요. 이도현 시주님에게 사과할 수 있도록!”스님은 직설적으로 말했다.“네!”왕후의 태도는 아주 공손했고 옆에 있던 어른에게 차를 따르라는 눈치를 주었다.눈치를 받은 어른은 처음에는 거부했지만, 선택지가 없었기에 하는 수 없이 찻주전자를 들게 되었다. 이내 옥으로 만든 찻잔에 찻물을 따랐다.쟁반에 올려놓은 뒤, 차를 준비해 온 왕후에게 넘겨주면서 왕후가 공작상제에게 건네주길 바랐다.그러나 왕후는 쟁반을 꽉 잡은 채 놓지 않았다. 그는 눈빛으로 그 어른에게 찻잔까지 공작상제에게 직접 건네주라는 신호를 보냈다.대신은 눈을 부릅뜨며 거부했다. 그러면서 쟁반을 있는 힘껏 당겼다.‘웃기는군! 지금 이 상황에서 누가 찻잔을 건넬 용기가 있다고! 그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와 다를 바 없잖아!'“뭘 그렇게 당겨! 이 손 놔. 그리고 얼른 폐하께
“하하하... 그래, 아직도 내가 왜 죽였는지 이해 못 한다는 얼굴이군! 만약 내가 네 여자를 빼앗고 네 딸까지 침대 시중을 드는 노예로 끌고 갔다면, 넌 날 살려둘 건가? 개보다 못한 놈 같으니라고! 여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내가 널 염라대왕을 만나게 해줄 거야...”이도현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나무아미타불! 시주님, 화를 삭여주시지요. 죽이시면 안 됩니다. 모든 건 저희들 탓입니다!”늙은 스님은 이도현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갑자기 공격할까 봐 두려웠다. 그는 얼른 공작상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허, 스님. 저 개 같은 황제가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하지 않는다면 저도 그땐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모르겠군요!”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네, 네. 알겠습니다!”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전에는 아무것도 모른 채 화를 내고 있었지만,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지금은 전보다 차분해졌다.확실히 공작제국이 이도현에게 잘못을 저지른 것이 맞았다. 그들은 비록 스님이긴 했지만, 무사기도 했다.무사들은 대부분 자존심이 하늘보다 높고 체면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남의 여자를 빼앗아 침대 시중을 드는 하녀로 삼으려 하고 심지어 노예로 삼겠다고 했으니 이도현이 목숨 걸고 싸우겠다고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었다. 이건 다른 누구라도 찾아와 목숨 걸고 싸우려 할 것이다. 더구나 이도현 같은 강자는 더욱 그러했다.“폐하, 잘못한 것이 있으면 사과하고 벌을 받아야 마땅한 것이지요. 그러니 얼른 이도현 시주님께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사과하세요!”늙은 스님은 몸을 돌려 공작상제에게 말했다.“조상님... 그건...”공작상제는 거절하려고 했다. 자기 아들을 죽인 원수에게 사과하라니. 그는 절대 할 수 없었다.아들이 죽은 건 그렇다 쳐도 한 제국의 황제인 그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한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는 제국의 황제였다. 높은 자리에 앉은 황제가 어찌 자기 위신을 버릴 수 있단 말인가.“왜요?
“진작 그러시지. 왜 굳이 제가 나설 때까지 버티신 겁니까. 저흰 모두 품위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싸우고 죽이는 건 문명적이지 않죠. 그래서 대화로 해결할 기회를 드렸는데 듣질 않더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불쾌해졌잖아요.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들 소용이 있을까요? 뭐라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이도현은 검을 거두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스님들을 보았다. 그의 어투는 상대를 철저히 깔보는 어투였다.공작사 스님들의 얼굴이 굳어졌다.‘저게 지금 사람이 할 말이란 말인가?'‘이기면 되는 거지. 우리가 이미 항복했는데 이런 소리를 해대다니! 대체 누구 속 뒤집히라고 이러는 거지?!'‘싸우고 죽이는 걸 싫어하고 본인이 품위 있는 사람이라고. 그 품위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 정말이지 뻔뻔하지 짝이 없군!'“나무아미타불. 시주님, 굳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시주님의 내공은 아주 강합니다. 우리는 당연히 상대되지 않죠. 전 굳이 우리 스님을 모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해주시지요.”스님은 살짝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를 해달라고요. 그 말을 저한테 하는 게 아니라 스님의 불효한 손자한테 하셔야죠. 이 모든 일은 개 같은 황제 때문에 벌어진 것이니 말이에요. 저 황제 놈이 주제를 알고 하라는 대로 했다면 전 이미 집으로 돌아갔을 겁니다!”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하! 이도현! 네가 내 아들을 죽이지 않았어도 이런 일이 일어났을 것 같아?”공작상제는 아주 억울한 듯했다.그는 너무도 억울했다. 이 사태에서 손해를 제일 많이 본 사람도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널리 하늘 아래 왕의 땅이 아닌 곳은 없다고 했지만, 그는 너무도 무능했다.자기 아들이 살해당했는데도 그는 복수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아들을 죽인 사람에게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해야 했다.이게 정말로 황제가 할 짓이란 말인가.군주가 신하가 죽기를 원한다면 신하는 죽지 않을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