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표정이 좋지 않고 말하는 데 주저하고 있자 김서진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한소은과 허강민을 한 번씩 바라본 뒤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왜?”서한이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 하자 김서진의 안색이 변했고 그는 무의식적으로 한소은 쪽을 바라보았다.비록 잠시 봤을 뿐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한소은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알겠어.” 그는 고개를 끄덕인 뒤 돌아왔고 서한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 듯했다.한소은은 식탁 앞에 서서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허강민은 여전히 음식을 맛있게 즐기고 있었다. 김서진의 요리 솜씨는 정말 좋았고 5스타 호텔 주방장 못지않았다. 그는 입에 기름기를 가득 묻힌 채 그들이 하는 말에 관심도 갖지 않고 있었다.김서진은 그에게서 시선을 떼고 한소은을 바라보며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방금 동안빌라에서 화재가 발생했대요.”“아, 네.”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인 뒤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의 머릿속에 번뜩 동안빌라라는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이 지명은 그녀에게 익숙했다.“그럼... 이연이 살고 있는 곳 아니에요?”그녀를 두 번 정도 바래다줬고 회사랑 가까워서 그곳을 기억하고 있었다.김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나타냈다. 한소은은 놀란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이연이는...”“건물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고 대부분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아직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서한도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보고하러 왔다.“제가 가봐야겠어요!” 한소은은 급히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지만 김서진이 그녀를 가로막았다.“지금 그곳엔 소방관, 경찰, 구급차가 대기 중이에요. 당신보다 훨씬 전문가인 사람들이고 당신이 지금 간다고 해도 별로 도움이 안될 거예요. 당황하지 말고 서한에게 가서 알아보라고 했으니 그녀를 발견하면 우리에게 보고할 거예요.”그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한소은은 여전히 안심할 수 없었다.솔직히 말해서 시원 웨이브에 있는
만약 그녀의 친척이 그곳에 산다면 그 가문은 정말 좋지 않다는 증거이다.“아니야.” 김서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직장 동료야.”“동료?!” 허강민은 이런 답이 나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아까...”방금 그녀의 당황스러움과 긴장한 모습을 봤을 때는 마치 자신의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는데 결국 동료였다고? 요즘은 회사 동료들 간의 관계가 이렇게 좋단 말이야?“그 둘은 정말 관계가 좋아.”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기에 김서진은 그에게 설명을 해주었다.허강민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형수, 의리가 대단하네.김서진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제 정말 돌아가. 서한도 너를 데려다줄 수 없어. 빨리 차 끌고 집으로 돌아가.”오늘 밤에 한 말 중에 이 말이 허강민에게 있어 가장 감동적인 말이었다.“됐어!”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는 김서진을 지나 다시 멈추었다. “하지만 나도 해야 할 것이 있어. 아직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뭐?” 김서진은 그를 흘겨보았다.허강민은 뒤쪽 계단을 보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물었다. “도대체 형수의 성이 뭐야?”그가 화를 내기도 전에 한마디 덧붙였다. “너도 내가 나중에 그녀 마주치는 거 원하지 않잖아. 내가 나중에 그녀를 미녀, 선녀라고 부를까? 나는 그래도 상관없지만 나중 가서 나보고 성희롱했다고 하지 마.”“...” 정말 이 주둥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그나저나 비밀도 아닐 것이다. 곧 그들의 결혼은 각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할 것이다.김서진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녀의 성은 한 씨야.”“오!” 허강민은 ‘OK’사인을 보내며 만족한 모습으로 떠나갔다.그는 가득 찬 배를 매만지며 차 한 대를 골랐다. 그는 오늘 사람도 만났고, 성도 알아냈고 김서진이 손수 차려준 밥까지 얻어먹었으니 이번 방문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전에 담을 넘고, 감전됐던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단지...허강민은 눈썹을 찡그리며 한 씨 성을 가진
건물 전체에 화재가 발생한데다 밤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자고 있었기에 부상자가 매우 많았고 병원은 갑자기 분주해져서 매우 소란스러워졌다.비명소리와 고함소리가 섞여 병원 로비는 아수라장이 되었다.한소은은 빠른 걸음으로 그 사이를 누비며 지나갔고 김서진은 그녀를 보호하였으며 서한은 길을 열어주었다. 그들은 빠르게 오이연을 찾을 수 있었다.그녀의 부상은 심한 편은 아니었다. 팔과 볼 한쪽에 가벼운 화상을 입었고 무릎과 발목은 뛰다가 넘어져 찢어지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었다.그녀는 괜찮았지만 그녀 어머니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수술실로 들어갔고 오이연은 눈물범벅이 된 채 수술실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이연아!” 한소은은 멀리 떨어진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고 빠르게 그녀에게 향했다.“소은 언니...” 오이연은 그녀를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달려갔다. “우리 엄마가...”“괜찮아, 괜찮을 거야!” 한소은은 이미 상황을 들었기에 조용히 그녀를 위로했다. 사실 안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확실하지 않았다.한소은은 그녀를 위아래로 훓어본 뒤 그녀의 부상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 괜찮으면 그걸로 됐어! 아주머니도 분명 괜찮을 거야.”“엄마가 먼저 일어나서 날 깨웠어. 불이 너무 셌는데 엄마가 나 보호하려다가 나무에 맞았어. 다 나...”그녀도 아직 횡설수설하는 것을 보니 충격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었다.한소은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안았다. 그녀의 고통과 슬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수술은 아직 진행 중이었고 김서진도 그녀에게 먼저 돌아가 쉬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서한에게 간식과 따뜻한 음료를 사오라고 했지만 도저히 먹을 분위기가 아닐만큼 분위기는 여전히 무거웠다.수술하고 있는 곳도 있었지만 밖에 경미한 부상을 입은 사람도 있었고, 팔다리가 부러진 사람도 있었으며, 살릴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울부짖는 소리까지 들리는 이 상황은 정말 비참했다.멀리 떨어져 이 참상을 보고
“소은 씨, 소은 씨” 김서진은 그녀의 반응에 집중하고 있다가 그녀가 이상해지는 것을 보았고 쓰러지는 그녀의 몸을 부축한 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오이연은 통곡하고 있었고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게다가 한소은은 이미 기절했다.“서한아, 네가 이연 씨 좀 보살펴줘.” 그는 냉정한 태도로 지시했다.서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침묵한 채 오이연을 보호했다. 그는 두 손을 가볍게 그녀의 어깨에 얹고 그녀를 부축했다.김서진은 한소은을 안아 들고 의사를 찾아다녔다. “의사, 간호사,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네가 부모를 해친 거야.”“네가 그들을 죽였어!”“넌 왜 아직도 살아있는 거야. 그들은 다 죽었잖아? 네가 그들을 죽인 거야!”“엄마, 아빠, 가지 마요. 가지 마세요...”“엄마, 아빠...”많은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누군가 그녀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소곤거리는거 같기도 했다.눈앞에 수많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지만 그녀는 그들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시끄러운 소리, 불빛, 파편, 피 묻은 얼굴 등 모든 것이 멀면서도 가깝게 느껴졌다.“아빠, 엄마, 가지 마요, 가지 마...”“아...”한소은은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 흰색의 천장이 눈에 띄었다.온통 하얗게 되어 꿈속의 그 핏빛의 공포를 희석시켜주었고 그녀는 숨을 헐떡였다. 그녀의 얼굴이 땀범벅이 되었다.“깼어요?”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한소은이 고개를 돌리자 걱정스러운 김서진의 얼굴이 보였다. “악몽 꾼 거예요?”그녀는 그를 보고 마음이 많이 안정되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김서진은 즉시 준비한 물을 그녀에게 가져다주었고 그녀는 사막에서 며칠 동안 굶주린 여행객처럼 탐욕스럽게 물을 마셨다.“더 필요해요?” 그가 물었다.한소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힘없이 누웠다.꿈속의 광경은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많은 일들이 생각나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꿈속의 일이 자신에게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할만큼 생생했지만 왠지 모르
그와 다툴 것도 없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는 여기서 쉬는 것이 확실히 현명한 선택이었다.다만 그녀는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아까 나타났던 무서운 소리와 장면이 나올까 봐 김서진의 손을 잡은 채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나랑 얘기 좀 해줘요.”“무슨 얘기?” 그는 침대 옆에 앉아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무슨 말이든 상관없어요. 아니면 당신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생각해 보니 같이 지낸지 오래되었지만 김서진에 대해서 물어본 적도 없었고 김 씨 집안이 큰 가문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 가문 사람들을 본 적도 없었다.“나?” 그는 실소했다. “마땅히 자랑할 만한 게 없어요!”이 말은 너무 겸손한 듯했다.김서진의 생애는 위인전을 쓸 수 있을 정도인데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니. 만약 그가 자랑할 만한 게 없으면 다른 사람들의 삶은 뭐라고 할 수 있는가? 노숙자?“그럼 당신 가문에 대해 말해주세요.” 그녀는 자세를 편한 자세로 바꾸며 물었다. “제게 가문에 대해 말해준 적도 없고, 당신 가문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저희가 결혼하면 당신 가족들 만나야 하는 거 아닌가요?”“만나겠죠. 하지만 모두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에요. 중요한 건 당신과 제가 함께 있다는 거죠!”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눈빛은 더 진중해졌다.그의 말은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한소은은 어딘가 잘못된 것 같았다. 어떻게 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야. 모두 그의 가족들인데.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라도 한 듯 김서진은 입을 열었다. “다 내 가족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죠?”“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아닌가?“혈연관계로 치면 맞아요. 하지만 당신은 어렸을 때부터 살인자를 고용해 날 암살하려 하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당신을 모함한 사람을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그의 어조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한소은은 서늘함을 느꼈다.그 말들은 마치 오랫동안 담금질한 칼처럼 매우 단단했고 가슴에 사무칠 만큼 한기가 서려있었다.와, 어렸
그의 기억이 맞다면 그녀의 부모님은 어렸을 때 비행기 사고로 돌아가셨다. 당시 그녀는 비행기에 있지 않았으니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설마 너무 그리운 건가?하지만 예전에 차 씨 가문에 돌아갔을 땐 이렇게 부모님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오늘은 갑자기 기절해버렸다.설마 오이연의 어머니가 나오는 모습을 봐서 그런가?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너무 여렸다. ——“큰... 큰일났어.” 남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방에 숨어서 전화를 걸었다.방은 유난히 더러웠고 불도 키지 않은 채 달빛의 의존했다. “왜 당황해! 네가 책임지기로 하지 않았어?!” 상대방은 음성변조를 사용하여 목이 쉰 듯한 목소리가 났지만 짜증 내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불이 그렇게 셀 줄 예상하지 못했어. 게다가 낡은 건물 안에 그렇게 사람이 많을 줄도 몰랐어.” 그는 가장 어두운 구석에 숨어 있는데도 손발이 떨렸다. 그는 정말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원래대로라면 낡은 건물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을 줄 몰랐다. 밤에도 불이 켜진 집이 몇 곳 없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거지!그는 군중 속에 숨어서 사람들이 실려 나오는 것을 보았고 울부짖는 소리들을 듣자 그의 마음은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멍청이!”상대방은 그에게 욕을 퍼부었다. “불질러서 겁주라고 했더니 왜 그리 야단법석이야?”“난... 네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난 기껏해야 정당방위야!”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했다.그렇다. 그는 남의 지시를 받아서 행동했을 뿐 주동자가 아니었기에 경찰이 그를 찾아낸다고 해도 그를 탓할 수는 없었다.전화 너머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너 증거 있어?”“난...”“더 이상 말하지 마, 이 전화가 증거가 될 거야. 경찰이 네 말을 믿어줄 거라고 생각해? 너랑 나 만난 적도 없어!”이 한마디에 남자의 안색이 굳어졌다.그렇다. 그들은 인터넷과 전화로만 연락했다. 모두 조작할 수 있을만한 것들이었다. 그는 원래 작은
오이연은 자신도 다쳤고 어머니의 뒷일을 챙겨야 하는 데다 유난히 기분이 좋지 않아 그동안 휴가를 다녀왔다.이 화재는 소성 전체를 뒤흔들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낡고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일부 주민들이 거기에 있었다. 이 화재 때문에 7명이 사망하고 9명이 중상을 입었고 23명이 경상을 입는 등 사태가 매우 심각했고 그로 인해 도시 지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부상자를 위로하는 것 외에도 화재 원인을 철저히 조사했는데, 그곳은 골목길도 좁고 CCTV도 없는 데다 늦은 시간대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 잠들어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떻게 불이 붙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발견했다 하더라도 그땐 이미 불이 많이 났을 것이다.일단 추측하기로는 전기선이 노후화된 것이 원인이라 추정했고 이것은 적잖은 시민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이것은 직무상의 과실로 노후 건물을 제대로 개조 및 정비하지 않아 이러한 사고가 났다고 생각했다. 이 사건은 곧이어 일련의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다른 오래된 단지에 대한 점검과 건설까지 조사하며 책임을 추궁했고, 최근 TV 뉴스에서는 대부분 이번 화재에 관한 일을 다루었다.그날 그 화재를 직접 보고 마음이 불편했는지 한소은은 더 이상 이 사고에 관한 뉴스를 볼 수가 없었다. 그녀는 텔레비전을 끄고 고개를 들어 한숨을 내쉬었다.오이연은 휴가 중이었고, 그녀도 무려 3일 동안 실험실에 가지 않았다.어떠한 영감이나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고 머릿속은 온통 새하얗기만 했다. 분명 자신이 이러한 기분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고, 게다가 비누의 진도도 빨리 나가야 했지만 여전히 자신을 통제하지 못했다."오이연 씨 어머니의 뒷일은 회사 측에서 사람을 보내 위로하고 그에 따른 표현도 할 거예요."김서진은 요 며칠 아예 일을 집으로 옮겨 하루 종일 그녀와 함께 있었다.그날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의사는 아무 문제도 없고 그냥 쉬기만 하면 된다고 분명히 말했지만 그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는
"김 대표님, 그날 병원에서 어떤 기자가 대표님의 사진을 찍었습니다."비서가 재빨리 말했다."응, 거기 갔었어, 찍으면 찍은 거지."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어쨌든 파파라치는 어디에나 있고 기자들도 모두 소문을 듣고 움직이지만 그날은 그를 찍으러 간 것이 아니라 주로 화재를 보도하러 갔을 것이라고 믿었고 우연히 그를 찍었을 뿐이라 생각했다."그런데…."비서의 망설임을 듣고 그는 눈썹을 찡그렸다."그런데 기자가 대표님이 한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찍었습니다, 게다가 친밀한 제스처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비서는 조금 망설이는 듯했으나 단숨에 말을 마쳤다. 뭐가 됐든 비서는 자기 회사의 회장님은 스캔들이 터진 적이 없어서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놀랐었다. "하지만 몇몇 잡지사의 편집장, 그리고 1인 미디어 쪽은 그래도 생각이 있는지 아직 사진을 노출시키진 않았고 대표님의 의사를 묻고 있습니다.”비록 사진을 찍었다고는 하지만 이것을 보낼 수 있는지 없는지는 그에게 물어봐야 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그를 화나게 만들면 내일도 그들의 작은 잡지사가 존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이것은 의례적인 일이었다, 그는 약간 읊조리고 나서 고개를 돌려 주방 밖을 한 번 보았다. 거실에 있는 한소은은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등받이에 한 손을 얹고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인 채로 있었다. 긴 머리가 폭포처럼 쏟아졌고 그녀는 또 핑크색 융 재질의 가정복을 입고 있었다. 뒷모습만 봐도 매우 귀여웠다."괜찮아, 보낼 거면 보내라 해." 부드러운 시선을 거두며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대표님?!" 비서는 깜짝 놀랐다. 사진을 다 지우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보낼 거면 보내라고 할 줄을 생각지도 못했다.‘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대표님이 연애를 한다고?!’“그렇게 하는 걸로 해.”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또 뭐가 생각나 말했다."참, 나중에 사진도 한 부 보내줘."만난지 이렇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