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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그와 다툴 것도 없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는 여기서 쉬는 것이 확실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다만 그녀는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아까 나타났던 무서운 소리와 장면이 나올까 봐 김서진의 손을 잡은 채 떠나지 못하게 하였다. “나랑 얘기 좀 해줘요.”

“무슨 얘기?” 그는 침대 옆에 앉아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든 상관없어요. 아니면 당신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생각해 보니 같이 지낸지 오래되었지만 김서진에 대해서 물어본 적도 없었고 김 씨 집안이 큰 가문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 가문 사람들을 본 적도 없었다.

“나?” 그는 실소했다. “마땅히 자랑할 만한 게 없어요!”

이 말은 너무 겸손한 듯했다.

김서진의 생애는 위인전을 쓸 수 있을 정도인데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니. 만약 그가 자랑할 만한 게 없으면 다른 사람들의 삶은 뭐라고 할 수 있는가? 노숙자?

“그럼 당신 가문에 대해 말해주세요.” 그녀는 자세를 편한 자세로 바꾸며 물었다. “제게 가문에 대해 말해준 적도 없고, 당신 가문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저희가 결혼하면 당신 가족들 만나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만나겠죠. 하지만 모두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에요. 중요한 건 당신과 제가 함께 있다는 거죠!”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눈빛은 더 진중해졌다.

그의 말은 겉보기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한소은은 어딘가 잘못된 것 같았다. 어떻게 다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야. 모두 그의 가족들인데.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이라도 한 듯 김서진은 입을 열었다. “다 내 가족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아닌가?

“혈연관계로 치면 맞아요. 하지만 당신은 어렸을 때부터 살인자를 고용해 날 암살하려 하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당신을 모함한 사람을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나요?” 그의 어조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한소은은 서늘함을 느꼈다.

그 말들은 마치 오랫동안 담금질한 칼처럼 매우 단단했고 가슴에 사무칠 만큼 한기가 서려있었다.

와, 어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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