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신이 전에 ‘보스'는 배후의 사람이 정체를 숨기기 위해 내세운 사람이라면서요.”한소은이 임상언에게 말했다.“그의 배후에 또 다른 사람이 있다고 했잖아요.”“그렇게 생각해도 틀리지 않아요. 하지만 그의 손에는 중요한 자료와 비밀이 있을 거예요.”임상언은 유한성이 다른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자기의 손에 목숨을 지킬 만한 물건을 쥐고 있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비록 미친 사람이지만, 자신의 집념이 있었다. 이 계획과 실험은 바로 유한성의 집념이다. 그가 이것을 끝내기 전에 자기가 쉽게 죽게 내버려둘 리가 없다.“그래서, 그 뜻은…….”한소은이 잠시 생각하다 임상언을 쳐다보며 물었다.“우리는 함께 이 비밀을 찾아내야 해요.”그는 한소은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이곳에서 유한성을 위해 일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오랫동안 그는 통제에서 벗어나고 조직에서 벗어나 아들을 구할 방법을 강구해 왔다. 다만 아들에 관한 단서는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이제 한소은이 이곳에 온 이상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하나 더 생겼다.물론, 이것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아들을 위해서 임상언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어떻게 할 생각이에요?”한소은이 물었다.“보스는 매일 점심에 휴식을 취해요. 대충 12시에서 2시경, 햇볕이 가장 뜨거울 때예요. 내가 지금까지 관찰해 온 바로는, 그때가 보스의 몸이 가장 약했던 때인 것 같아요. 그 시간대에는 아무도 부른 적 없거든요. 다른 시간대에는 그의 옆에 사람이 있었어요.”심지어 어떤 때는 한밤중에 사람을 불러서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임상언이 세심하게 통계를 하고 나서 확인한 바로는 그 시점에만 한 번도 사람을 불러본 적이 없었다.즉, 유한성은 그 시간대에 모든 사람을 피하고 휴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하고 있든, 정말 쉬고 있든, 다른 이유가 있든, 그 시점이 가장 안전하고 그들이 유한성에게 손대기 좋은 때이다.
“불편한 게 아니라, 확실하지는 않아서 그래요.”생각하다 결심을 굳힌 듯 임상언은 그제야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 실험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보셨을 거예요. 사실 동시에 진행해 온 프로젝트가 여러 개 있는데, 모두 같은 한계에 부딪혔어요. 당신이 해결해야 할 것은 한 가지가 아니라는 거죠.”“하지만 보스가 시간이 정말 안 될 경우 R10을 먼저 해결하라고 말씀하셨어요.”마침내 가장 중요한 말이 나오자, 한소은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R10?”“그래요! 여기 있는 프로젝트들은 숫자 순으로 코드명이 붙여져 있어요. 자료를 볼 때도 보셨겠지만 R10이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예요.”“R10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그건가요?”한소은은 잠시 생각하다 임상언에게 물었다.“아니요.”임상언은 고개를 저었다.“소은 씨가 지금 하는 것은 R13이에요!”그의 말에 한소은은 더욱 놀람을 금치 못했다.“R13이라고요? 그래서 이건 순서대로 진행하는 게 아닌가요? R10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고, R13까지 왔잖아요!”임상언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한소은의 반응과 같았다.“내가 알기론 R16, R17, R18, 게다가 R20까지 있는 거 같아요. 다만, 실패한 게 많다는 거죠.”“실패한 게 대부분이라는 건 성공한 것도 있다는 말인가요?”예리하게 중점을 잡아낸 한소은이 물었다.“네! 하지만 당신이 했던 실험과는 달라요.”잠시 후 임상언은 손목을 치켜들고 시간을 한번 보았다.“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요. 나중에 기회를 봐서 다시 알려 줄게요. 여기서는 밖이 오히려 안전해요. 모든 건물에는 도청 장치가 설치되어 있거든요.”“나도 알아요.” 한소은은 가볍게 말했다.“감시카메라의 위치도 알고 있어요.”한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니 한소은도 김서진처럼 이런 방면에서는 전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듯 한마디 당부했다.“설령 감시 카메라의 위치를 다 알더라도 눈치채지 못한
“당신…….”주현철은 화를 내려고 했지만, 유해나의 얼굴빛을 보고 참고 또 참았다.주효영이 잘못되고 지금까지, 오늘은 유해나의 안색이 가장 좋은 날이라 할 수 있었다.“내 말을 듣고 있기나 해?”주현철은 성질을 억누른 채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네. 진정기가 깨어났다고요.”유해나는 그릇과 젓가락을 놓고 입을 닦으며 눈을 들어 주현철을 바라보았다.“그게 왜요?”“이제 우리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다시 예전과 같아졌다니까!”응답을 받은 주현철은 앉아서 한 손으로 무릎을 짚고 머리가 아픈 듯 말했다.“만약 그가 번복해서 다시 프로젝트를 걷어간다면, 우리는 완전히 끝장이겠지!”예전 같았으면 이 소식을 들은 유해나는 벌써 울고불고했을 텐데, 지금 그녀는 이상하리만큼 평온하고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겠다고 하지는 않을 거예요.”“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아내의 말에 주현철은 놀라서 그녀를 쳐다보았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당신 정말 멍청한 거예요? 프로젝트는 애들끼리 소꿉놀이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회수하고 싶다고 해서 회수하고, 프로젝트를 남에게 주고 싶다고 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 알잖아요! 이 프로젝트는 당신이 이미 인수했고, 시작했어요. 벌써 절반까지 진행했는데, 지금 거두는 게 말이 돼요? 이전에도 충분히 구설에 올랐는데 다시 그러지 못하겠죠.”유해나는 볼썽사나운 얼굴로 일어나 자기 가방을 들었다.“어디 가?”그녀가 집을 나서려는 모습을 보고 주현철은 일어나서 따져 물었다.“쇼핑 하러요.”유해나는 차갑게 말을 내뱉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섰다.주현철은 완전히 멍 해져 자리에 서 있었다.전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유해나의 태도가 너무 비정상적이었다.반응이 이상했다. 이건 정상적인 사람의 반응이 아니었다.‘오늘은 도대체 무슨 날이야. 진정기가 이상해졌을 뿐만 아니라 이 여편네도 이렇게 이상해지 다니! 도대체 그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아니면 내가 문제가 있는 건가?’“쇼핑은 무슨!? 이 시국에 쇼핑하
주현철은 유해나의 눈을 보며 순간 말문이 막혔다.유해나가 한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마치 이 상황을 받아들이라고 자기 자신을 설득한 것 같지만,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엊그저께만 해도 살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었는데, 벌써 받아들이게 되었다고?아내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주현철은 바삐 말했다.“당신이 받아들였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왜 갑자기 받아들인 거지?”“나도 몰라요. 어쩌면 하늘이 내가 너무 슬프지 않길 바란 거겠죠!”유해나는 고개를 치켜들고 천장 쪽을 한 번 바라보더니, 갑자기 이상한 웃음을 지었다.“아, 왜 그렇게 질문이 많아요! 내가 받아들인 건 좋은 일이잖아요! 내가 우리 효영이를 따라 죽어야 좋겠어요?!”갑자기 난데없는 꾸지람을 들은 주현철은 어이가 없었지만, 오히려 옛날 느낌을 조금 되찾았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그는 이렇게 떠들어댔지만, 마음속의 불안함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됐어요. 쓸데없는 말은 그만 할래요. 이제 쇼핑하러 가야겠어요.”유해나는 가방을 들고 일어나서 문밖으로 걸어갔다.이번에 주현철은 그녀를 막지 않았고, 문 앞까지 따라가서 그녀가 운전사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타는 것을 배웅했다.얼굴은 평온하고 담담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의심을 놓지 않았다.차에 탄 유해나는 얼굴에 기쁨을 억누를 수 없었다.그녀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머리를 숙이고 어디론가 문자를 보냈다.-집에서 나왔어. 곧 도착할 거야.상대방은 “OK”라는 이모티콘으로 답장을 보냈다.단지 평범한 이모티콘일 뿐이지만, 유해나는 보물을 얻은 것처럼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유해나는 휴대폰을 가슴에 단단히 붙이고, 마치 무슨 보물을 감추는 것처럼 웃다가 다시 기사에게 말했다.“장 기사님, 좀 더 빨리 가주세요.”차가 계속 속도를 내다가 어느 카페에 도착해서야 멈췄다.기사가 위치를 한 번 보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유해나에게 물었다.“사모님, 여기가 맞습니까?”유해나는 밖을 내다보더니, 또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유해나는 문손잡이를 돌려서 아주 쉽게 문을 열었다.방문을 활짝 연 순간 유해나의 흥분된 마음은 찬물을 끼얹은 듯 식어버렸다.방 안이 텅 비어서 한 사람도 없었다.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방 안을 왔다 갔다 하며, 밀실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닌지 확인했다.그러다 다급하게 핸드폰을 켜 메시지를 보냈다.[도착했어. 어디 있는 거야?]상대방의 답장은 아주 빨랐다.[상 위에 가방이 하나 있어. 열어봐.]유해나는 고개를 돌려 가방을 찾아보았다. 과연 구석에 있는 옆 탁자 위에 검은색 가방 하나가 보였다.다가가 열어보니 안에는 밀봉된 봉투가 하나 놓여 있었다. 봉투 안에 작은 병 두 개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무슨 용도인지 모르고 열어보려는데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유해나는 손에 들었던 물건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확인했다.[안의 물건을 열지 마. 집에 가져가서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 숨겨 둬.]미심쩍은 마음에 가방 안의 물건을 한 번 보았다. 다행히 문자가 빨리 와서 열어 보지는 못했지만,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을 느꼈다.유해나가 망설이는 사이 핸드폰의 새로운 문자가 다시 도착했다.[호기심에 열어보지 마!! 내 물건을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주효영은 언제나 유해나에게 인내심이 없었다. 항상 그녀에게 차가운 말투로 말했었지만, 지금은 유해나가 그 차가운 목소리를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었다.유해나는 곧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가방의 물건을 뒤지지 않고 핸드폰을 들고 질문을 던졌다.[효영아, 너 맞지?]계속 답장이 빨랐던 그쪽에서는 아무런 답장도 없었다.그녀는 조급해하며 다시 재빨리 문자를 보냈다.[너 아직 살아 있지? 엄마를 만나러 오면 안 되는 거야?]유해나는 잠시 멈추고 다시 문자를 보냈다.[제발!]이 단어가 나오자 유해나의 눈물은 참지 못하고 흘러내려 핸드폰 화면에 방울방울 떨어졌다.그럼에도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질까 두려운 것처럼 작은 휴대폰을 쥐고 눈을 깜빡이지 못했다.딸이 떠난 후로 그녀는 자신의 세상이 무너져 내려 살고
‘주효영’이 이 일을 주현철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으니 유해나는 말하지 않았다. 지금 유해나는 ‘딸’ 이 시키는 대로 다 했다. 그저 딸이 자기 곁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그 어떤 일도 다 할 수 있었다.문자를 보낸 사람의 안내에 따라 유해나는 여기에 도착했다. 원래 유해나는 밤낮으로 생각하던 딸을 볼 줄 알았는데, 결국 여기엔 아무도 없었고 오직 가방만 있을 뿐이었다.유해나가 슬퍼하면서 혹시 자기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닌지 의심할 때, 마침내 핸드폰이 울리고 문자가 왔다.-물건을 잘 챙기고 내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짧은 문구였지만, 이 말은 마치 그녀에게 무한한 힘을 주는 것 같았다.‘내가 집에 갈 때까지 기다려, 내가 집에 갈 때까지 기다려!’‘이건 우리 효영이야! 틀림없어!’유해나의 가슴이 두근거리다 못해 곧 튀어나올 것 같았고, 핸드폰을 꼭 쥐고 그것을 자기 가슴에 꼭 붙였다.마치 가장 중요한 보물을 품에 안은 것 같았다.이때 문자가 연달아 왔다.[방을 4시간 예약했으니, 잠시 쉬었다가 가.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게.][물건은 돌아가서 잘 숨기고, 문자는 꼭 깨끗이 지워야 해.]유해나는 문자를 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바쁘게 답장하였다[그럼 언제 널 만날 수 있니?]한참 동안 기다렸는데 다시 답장이 돌아오지 않았다. 풍선처럼 부풀었던 유해나의 마음은 마치 돌이 된 듯 바다에 다시 잠겼다.원래는 다시 물어보려고 했는데, 편집을 반쯤 하고 또 삭제했다.유해나는 주효영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설명할 일을 다 설명했으니, 절대 한 글자도, 한마디도 더 하지 않을 것이다.비록 주효영을 보지도 못하고 목소리를 듣지도 못해 조금 아쉬웠지만, 딸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으니 살아갈 희망이 생겼다.주효영이 아직 살아 있는 한, 다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다. 주효영이 무엇을 시키든 유해나는 다 할 것이다. 죽으라고 해도 아마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면서 검은 가방의 지퍼를 채워 가지고 왔던 가방에 넣고 조심스럽게
“네가 신선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겠지만 여기에 왔으니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해. 그렇지 않으면…….”“그렇지 않으면 내 가족으로 나를 위협할 거야?”한소은은 가볍게 웃었다.“아니, 당신들은 이 정도 수단 외에 다른 것은 없어? 당신들이 밖에서 어떻게 날뛰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는 중국이고 당신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그러나 남자는 한소은보다 더 하찮게 웃으며, 일어나서 넓은 창가로 가서 발밑의 모든 것을 내려다보았다.“중국이라 해서 뭐 어때, 모든 것은 역시 나의 통제 속에 있잖아! 이 빌딩, 여기의 모든 것은 내 말을 들어야 하고, 곧 모든 사람은 나에게 신복해야 할 것이야!”남자가 두 팔을 벌리고 서서 폭소를 터뜨리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소은은 한순간 발을 날려 그를 유리창 밖으로 걷어차버리고 이 모든 것을 끝내고 싶어 했다.하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반드시 핵심 포인트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하는 R10은 지금까지 한소은의 손에 넘겨지지 않았다. 아마 매우 중요한 것일 것이다.숨을 크게 들이쉬어 자신의 감정을 안정시키고 한소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실험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으니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인데. 만약 나조차도 성공할 수 없다면 당신들은 헛수고한 거 아니야?”“당신이 나를 죽이고 내 가족과 친구를 죽이고 모든 사람을 죽인다고 해서 뭐 어쩌겠어. 결국은 일패도지할 거 아니야!”하지만 남자는 한소은의 말에 화나지 않고 경멸적으로 웃으며 말했다.“시간을 끌어서 실험을 성공하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내가 방법이 없을 줄 알아?”“내가 말하는데 만약 실험이 성공한다면, 내 발밑에 신복하는 사람들은 모두 살길이 남아 있을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을 것이야! 그런데 만약 성공하지 못한다면…….”잠시 멈추자, 남자는 천천히 말했다.“나는 이 세상을 파괴할 것이야!”“당신이 만약 그런 능력이 있다면, 나를 찾았겠어?”한소은은 믿지 않고 남자를 자극했다.남자는 몸을 비스듬히 기울여 눈가로
한소은의 말에 따라 남자의 눈동자는 점점 더 빨리 움직였다. 좌우를 훑어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가슴의 기복은 심해졌고 그 작은 몸뚱어리와 정반대로 매우 우스꽝스러워 보였다.“맞아. 나는 성공하고 싶어. 그래서 그전에 절대 자신을 죽게 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만약 너희들이 순순히 말을 듣지 않는다면, 모두 함께 죽을 거야!”남자는 마치 이미 모든 것을 움켜쥔 것처럼 흉악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의자에 올라앉아 다리를 꼬고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됐어,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임상언이 너한테 많은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 그런데 나는 너희들한테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라고 충고해. 너희들이 우리를 이길 수 없어.”“당신들?”한소은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왜, 놀랐어? 너희들은 우리가 조직이고 나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잖아.”어깨를 으쓱거리며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한소은, 나에게 말해봐, 너의 진전이…… 어떻게 됐어?”남자는 두 손을 턱에 괴고 몸을 앞으로 숙이어 팔꿈치를 책상에 댔다. 원래는 탐구하는 눈빛이었는데, 이 모습은 정말 이상했다.“진전이 없어.”한소은은 아주 직접적으로 말했다.“당신이 나한테 준 것은 궁극적인 목표물이 전혀 아니야. 나더러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당신 말대로 시간이 촉박하고 임무가 막중하니 그럼 바로 궁극적인 목표물을 나한테 넘겨줘야 하지 않아? 그런데 당신은 쓸모없는 프로젝트를 하게 하는 것이 무슨 뜻이야? 당신 스스로 시간을 끄는 것이잖아.”한소은은 당당했다. 그러자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저으며 검지를 내밀어 흔들었다.“No! No! No! 여기서 쓸모없는 프로젝트는 하나도 없어. 사람마다 다른 역할을 하고 있는 거야. 예를 들면…….”“예를 들면 사람의 신경을 마비시키고, 스스로 통제하는 의식을 잃게 하는 것? 예를 들면 바이러스가 지각 없이 인간의 몸에 침투하여 자신의 면역 세포로 자신을 파괴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