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어리다고요?”그녀의 말에 김서진이 조금 의아해했다.말문이 열렸으니, 한소은은 더 이상 참지 않고 오늘 있었던 일을 모두 김서진에게 털어놓았다.“오늘 연구소 쪽에서 보낸 사람은 생각보다 젊었어요. 겉으로 보기엔 점잖고 예의 있어 보였는데 그런 x 소리를 할 줄은 몰랐어요.”“그 사람이 내가 이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것에 대해 지지한다고 했어요. 여자는 집으로 돌아가서 아이를 낳으면서 여자가 해야 할 일을 하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내가 연구소와 협력을 할 수 있었던 건 모두 당신의 재력과 백을 이용해서 얻어낸 거라고 했어요.”‘정말이지 그 자식은 내가 본 사람 중에서 최고로 재수가 없는 자식이야!’“하지만 당신은 원래부터 이 프로젝트를 중단하려 했었잖아요?”“그때와 상황이 달라요!”한소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내가 프로젝트를 중단하려고 한 건 처음에 말했던 연구 방향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내게 많은 걸 숨기고 있었어요. 그들에게 다른 목적이 있다고 생각되어서 중단하려 했던 거예요.”“하지만 그 사람이 내가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걸 지지하는 이유는…… 내가 여자이기 때문이라고요! 말이 안 되지 않나요?”‘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성별을 차별하는 사람이 있다니!’오래전에 노형원 그 망할 자식이 그녀를 부정하고 모진말로 그녀에게 상처를 준다 해도 모두 그녀의 성과를 훔치기 위한 것이었다. 대신 그는 다나 한 번도 여자의 가치를 부정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오늘 만난 이 남자는 연구소에서 일을 하며 좋은 대학에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이렇게 큰 편견이 있다는 게 어이가 없었다.“정말 어이가 없네요. 그럼, 당신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김서진이 이어서 물었다.“그 프로젝트를 중단할 건가요?”“아니요.”한소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 남자 때문에? 이 남자에게 증명하려고 그러는 거예요?”김서진이 질투하는 듯한 말을 내뱉자, 한소은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연히 아니죠! 그 사람이 뭐라고 내가 그
한소은은 약초 향을 모두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이곳에 이렇게 많은 돈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연구소와 작은 충돌이 일어났다.연구소에서 나오고 나서 며칠 동안 한소은은 자기의 작업실에서 향수 만드는 일에 집중했다. 조향하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일부 약초의 냄새는 약효 성분이 있는데 이것을 굳이 분리하겠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향수를 사용하는 사람이 약초 향을 맡았다 해도 사실 크게 영향이 가지는 않을 것이다.마치 라벤더의 향은 마음과 정신을 안정시킬 수 있고, 민트의 상쾌함은 민트의 특유 냄새다. 하지만 연구소에서는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이 더욱 편안한 방법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소리 소문도 없이 약을 마실 수 있게 하는 데에 치중하는 것 같았다.이렇게 되면…… 상황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이런 수상한 느낌이 있는 데다 실험이 슬럼프에 빠져들어 한소은은 거의 보름 동안 연구소에 가지 않았다. 그러다 이틀 전에 초대장을 받고 그 세미나에 참석했다.원래는 이번 세미나에서 연구에 대해 전진이 있을 줄 알았는데 참석해 보니 무료한 업계 내부의 작은 연회였다. 그런 것도 모자라 이상한 자식까지 만나니 한소은은 더욱 이상하다고 생각했다.한참 생각하던 김서진이 입을 열었다.“당신이 뭘 하고 싶든 난 말리지 않을 거예요. 다만 한 가지만 약속해 줘요. 어떤 결과를 조사해 내도 당신은 자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해요. 무리하지 말고! 알겠어요?”한소은은 팔을 휘저으며 미소를 지었다.“당신 잊은 거예요? 난 무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이에요! 상대방이 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날 이길 사람은 거의 없어요. 게다가 여기는 제성이잖아요!”“지금 임신 중이라는 걸 잊지 말아요!”김서진은 큰손으로 한소은의 배를 살짝 어루만지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한소은은 항상 자기가 임산부라는 사실을 잊는다. 성격이 급한 탓에 무슨 일을 하건, 조심하지 않았고 궁금한 것은 끝까지 연구해 내야 직성이 풀렸다.김
한소은의 대답을 듣고 김서진은 자기의 입술을 부드럽고 따뜻한 그녀의 쇄골에 갖다 댔다. 간지럽게 키스를 퍼부으며 뜨거웠던 어젯밤을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그의 장난스런 키스에 한소은은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밀어내며 부끄럽게 말했다.“당신 정말 뻔뻔해요!”한소은은 겉으로 보기에 시크한 차림으로 차가운 기운을 내뿜는 이 남자가 밤만 되면 정말 만족시킬 수 없는 굶주린 늑대와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기의 허리를 슬쩍 문지르며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그녀에게 밀려난 김서진은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허리를 문지르는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손을 뻗어 그녀 대신 허리를 문질렀다.“왜요? 내가 아프게 했어요?”‘아픈 건 아니고 허리가 찌뿌드드한 건데…….’사실 한소은도 김서진이 얼마나 자제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자기도 최대한 조심하며 했건만 몸이 따라주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흥!”한소은은 김서진이 다음번에는 더욱 자제하도록 일부러 화가 난 척했다.“정말 아프게 했어요?”그러자 김서진이 갑자기 뒤에서 그녀의 허리에 손을 둘러 배를 살며시 받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아픈 허리를 계속 문질러주었다.한소은은 그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깜짝 놀랐다. 그가 자기에게 안을 줄 몰랐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감싸며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미안해서요!”김서진이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그의 손에 들어간 힘은 신기하리만치 알맞았다. 한참 동안 허리를 문지르니 기적처럼 정말 시큰한 느낌이 많이 가셨다.“조금 나아졌어요?”김서진이 고개를 들며 그녀에게 물었다.“음…….”한소은은 일부러 음을 길게 내빼며 고민하는 척했다.“조금요!”말하면서 요만큼이라는 손짓도 함께 했다. 정말 아주 조금만 나아졌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나 보다.“아직도 화났어요?”그러자 김서진이 턱으로 그녀의 팔을 살며시 긁으며 물었다.만약 회사의 직원이 지금 대표님이 이러고 있다는 걸 보게
“말 돌리지 말고 대답해요!”김서진은 기분이 좋은 듯 크게 웃기 시작했다. 방금까지 한소은이 화가 난 척을 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녀가 질투하는 모습을 보니 내심 기뻤다.그는 한소은이 가끔 이렇게 질투하는 모습을 보는 걸 좋아한다. 그렇지 않으면 온종일 작업실에서 화초 더미에 몰두하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자기보다 생명이 없는 마른 풀때기를 더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지난달에 진 부장 두 번 정도 만난 적 있었잖아요. 그때 자기의 딸에게 카톡을 보내는 걸 봤어요. 그래서 기억한 거예요.”장난은 장난이고 해명할 때는 엄숙한 표정을 지어야만 신빙성이 강하다.“여자가 이렇게 우중충한 프사를 하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어서 인상이 깊었나 봐요.”한소은은 그를 한번 쓱 보고는 핸드폰에 뜬 진가연의 프사를 확인했다.확실히 그의 말대로 우중충한 프사를 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엔 회색 같기도 했다. 프사를 크게 키워서 보니 정말 우중충한 하늘이었다. 마치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하늘 아래 작은 강아지가 외롭게 꽃 한 송이를 지키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왕따당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한소은은 진가연에 대한 소문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진가연은 열일곱, 열여덟 되는 꽃다운 나이에 부잣집 아가씨다. 그런 그녀가 밝고 즐겁게 십 대 생활을 즐겨야 마땅한데 이런 프사는 정말 그녀와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다.진가연의 친구 추가 메시지는 쿨하게 단 세글자였다.이름도 아니고 인사말도 아닌 ————스커트였다.그녀는 아마 말을 돌려 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한소은은 단번에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반면 옆에 있던 김서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스커트? 그게 무슨 뜻이에요?”“내가 그 아이의 스커트를 뺏어갔거든요.”한소은은 고개를 돌리며 느긋하게 말했다.“당신이…… 이 아이의 스커트를 뺏어 갔다고요?”그녀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김서진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빨리 무슨 일인지 알려달라는
‘쯧쯧, 이 남자가 달콤한 말을 하는 수준이 날이 다르게 발전하고 있어.’마음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한소은은 김서진이 이런 말을 하는 게 좋았다.김서진이 듣기 좋은 말로 기분을 좋게 했으니, 한소은은 그에게 상을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뒤로 돌아 두 팔로 살며시 그의 목을 감고는 그윽한 두 눈으로 바라보았다.“남편이 이렇게 잘해주니 아내인 내가 철이 없어서는 안 되겠죠?”“응?”김서진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한소은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섹시하고 매혹적이었다.“진가연의 신분을 알고 있었으니, 당신이 난처할 만한 상황은 만들지 않았어요!”한소은은 바보가 아니다. 그 스커트를 강제적으로 구매했지만, 그 매장 직원이 예약을 확인하지도 않고 통쾌하게 결제한 걸 보면 분명 두 사람 사이에 불을 지피려는 속셈이다. 하지만, 한소은은 그 직원이 그렇게 쉽게 하고자 하는 일을 하게 두지는 않을 사람이다.“어유, 착하지!”김서진은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를 살짝 치고는 그녀를 안아 들고 바로 위층 안방으로 향했다.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한소은은 깜짝 놀라 물었다.“뭐 하는 거예요?!”말로는 뭐 하는 건지 물었지만 자기가 떨어질까 두려웠던 한소은은 두 팔로 김서진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시간이 늦었잖아요. 이제 쉴 시간이에요! 다른 건 내일 생각해요!”“하지만 아직 답장을…….”“방에 가서 답장해도 되잖아요!”한소은은 무슨 일을 하기 시작하면 끝을 보지 않는 한 멈출 줄 몰랐다. 남편인 그는 당연히 그녀를 돌볼 의무가 있다.————오후의 햇살이 따사로웠다.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뚫고 투명한 유리에 비치니 조금 따뜻함이 전해져 왔다.한소은은 느릿하게 잔에 담긴 우유를 저었다.‘쯧, 임신해서 커피를 못 마시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야.’얼마 지나지 않아서 검은색 차가 카페 앞에 서더니 거기서 여자아이 하나가 내려왔다.이런 날씨에도 자기를 꽁꽁 싼 여자아이는 바로 카페로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고개를 들
한소은은 검지 손가락을 입 앞에 대며 담담한 미소로 그녀를 진정시켰다.“진가 연 씨, 당신의 스커트가 나에게 있다는 건 누가 알려준 거야?”“……그건 알 거 없어요!”진가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어서 말했다.“남의 것을 빼앗았으면 쿨하게 인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그러고는 흥 하는 코웃음과 함께 한마디 덧붙였다.“나는 당신이 자기 남편이 돈 몇 푼 있다고 위세를 부릴 줄 알았는데 결국은 그저 자기가 한 일을 인정하지도 못하는 겁쟁이였군요!”진가연의 조롱 섞인 말을 듣고도 한소은은 화를 내지 않고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손에 쥐었던 티스푼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눈앞의 여자아이를 찬찬히 훑어보았다.진가연은 한소은보다 겨우 몇 살만 어렸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저 조금 통통한 어린아이처럼 보였다.“나도 진가연씨가 똑똑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할 줄은 몰랐네.”그녀의 말에 진가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보았다.“그게 무슨 말이에요?”“당신이 그 스커트를 예약한 걸 알면서도 내가 고집을 부려 사 갔다고 그 매장 직원이 이렇게 말했겠지? 내가 일부러 당신과 맞서려 한다고?”한소은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가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빛에서 자기의 말이 맞았다는 걸 알아차렸다.진가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소은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하고 있었다.“진가연씨, 당신의 몸에 맞게 제작된 스커트라면 왜 안쪽에 두지 않고 내가 볼 수 있게 했을까?”한소은은 천천히 우유를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내가 매장에서 스커트를 사 간 건 맞아. 하지만 그건 매장 직원이 추천해 준 거야.”진가연은 바보가 아니다. 이렇게까지 말랬으니 진가연이 알아듣지 못할 리가 없다.이런 일이 있다는 걸 들어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에게 이런 일이 발생하니 불쾌할 수밖에 없다.그 매장 직원이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한소은은 자기가 그 스커트를 예약했다는 걸
스커트의 재질부터 자수, 끝맺음까지…… 아무리 자세히 봐도 자기가 예약한 그 스커트가 맞았다.“아직도 변명하는 거예요?”진가연은 스커트를 내려놓으며 화가 나서 말했다.‘정말 나를 바보로 아는 건가? 이건 분명히 내가 예약한 그 스커트잖아!’그러자 한소은은 스커트의 한 자락을 짚고 웃으며 말했다.“진가연씨, 급해하지 말고 자세히 봐봐. 이 스커트는 내가 그 매장에서 사 온 거야. 어쩌면 양식이나 스커트를 만든 재질이 비슷할 수도 있지만…… 확실히 당신의 것이 아니야.”“당신이 뭔데…….”“진가연씨의 스커트는 아직 매장에 있어!”한소은은 진가연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그녀의 말에 순간 진가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눈을 깜빡이며 알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어냈다.“진가연씨, 당신이 스커트를 예약하면서 예약금을 냈었지?”“당연하죠!”예약금을 물지 않으면 예약했다고 할 수 없다. 게다가 그녀는 50%의 예약금을 냈고 자기의 몸매가 통통한 편이어서 스커트를 조금 크게 만들어 달라고 했었다.그 매장의 스커트는 예쁘기도 하고 작업 재료도 좋았다. 그녀와 같은 몸매는 원래 몸에 맞는 옷을 고르기 힘들기 때문에 몸매가 좋지 않은 부분을 가릴 수 있는 스커트를 찾는 것 어려운 일이다.그렇기 때문에 진가연의 그 매장의 단골이다.그래서 자신이 주문한 스커트를 사 갔다는 말을 듣고 화를 냈다.그 직원이 한소은이 그녀가 예약한 스커트라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사가겠다고 말했고, 또 뚱보가 예쁜 스커트를 사는 것은 그야말로 낭비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녀는 화를 참지 못하고 한소은을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만약 교양 있는 집안의 딸이 아녔다면 한소은을 보자마자 화부터 냈을 것이다.“그럼 맞아. 예약금을 냈으니 그 스커트는 당신의 것이야. 어떤 매장에서도 예약금을 낸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할 순 없어. 그러니 당신의 스커트는 분명 아직 매장에 있을 거야. 지금 내가 당신에게 준 건 그저 비슷한 스커트일 뿐이라는 거지!”한소은은 손가락으로 스커트를 툭툭
진가연은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고 있다. 자기에게 예쁘다고 칭찬한다는 것은 분명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원래 한소은에게 조금 호감이 있었는데 그녀가 이런 말을 하자 조금의 호감도 없어졌다.진가연이 변덕스럽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한소은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민감한 사람은 바로 이러했다. 한마디 말이 그녀를 기쁘게 할 수도 있지만 한마디 말로 화나게 할 수도 있다.“아첨하려 하는 말이 아니야. 넌 정말 예뻐!”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맞아, 너의 몸매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이야. 조금 비만인 거 같기도 해. 하지만 피부는 정말 좋아. 난 여자아이가 이렇게 하얗고 좋은 피부를 가진 걸 본 적이 거의 없어. 살만 조금 뺀다면 정말 이쁠 텐데 말이야.”그녀의 분석을 들으니, 근거가 있고 얼버무리는 것 같지 않다. 진가연의 눈에는 빛이 조금 나는 듯 했지만, 그 빛은 바로 사그라들었다.“하지만 난 살이 잘 빠지지 않는걸요.”오랜 시간 동안 진가연은 많은 방법을 시도해 보았다. 운동을 하든 음식을 적게 먹든 다른 다이어트 방법을 시도하든 살이 빠지지는 않았다.가장 심각했을 때, 배고픔에 기절하기까지 했다. 다행히 일하는 아주머니가 그녀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해서 무사할 수 있었다.이 일로 인해 그녀는 아빠에게 된통 크게 혼났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좋은 거지만 건강이 최우선이라 여러 번 시도해도 살이 빠지지 않으니 진가연은 다이어트를 포기하게 되었다.그 후로부터 외출할 때마다 진가연은 자신을 꽁꽁 싸서 다른 사람을 보고 싶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에게 자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다.만약 이번에 스커트 소동이 아니었다면, 한소은이 여기서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았다면 절대 나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방법이 틀렸기 때문이야.”한소은은 진가연을 보다 갑자기 손을 내밀어 블루베리 케이크를 그녀의 앞으로 밀었다.“먹을래?”진가연은 놀란 두 눈으로 한소은을 바라보다 연신 고개를 저으며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