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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왜, 아직도 불만이야?”

우해영이 짜증 섞인 말투로 물었다.

‘어제 그렇게 혼냈는데도 정신을 못 차렸단 말이지?’

우해영은 줄곧 우해민이 지금껏 살아있는 건 모두 자기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자기의 그림자가 아닌 그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우씨 가문의 다른 아가씨로 살아갔다면 벌써 죽임을 당했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하지만 지금, 우해민은 고작 남자 하나 때문에 자기에게 대들고 심지어는 이런 모습까지 보이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우해영은 이런 그녀가 분명 김승엽 그 자식에게 현혹된 것이고 미친것이라고 확신했다.

우해영의 물음에 우해민은 대답은커녕 말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넋 나간 사람처럼 바닥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이럴수록 우해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젠 내 말도 들은 체 만 체한다. 이거지?’

우해민의 말 없는 반항에 우해영은 더 이상 그녀가 자기의 그림자로서 자기의 대체품으로서 일을 잘 해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네 꼴을 봐! 나를 위협하려고 이러는 거야? 너 없으면 내 안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웅크리고 있는 우해민의 앞에 서자, 우해영이 이룬 거대한 그림자는 우해민을 집어삼켰다.

여전히 말 없는 그녀에 화가 치밀어 오른 우해영이 손을 뻗어 우해민을 힘껏 잡아당기며 지하실에서 그녀를 끌어냈다.

몇 번 발버둥 치다 우해영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걸 느낀 우해민이 포기한 듯 발버둥을 멈추었다. 우해영의 손에 끌려서 환하게 불이 켜진 거실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우해영은 거울을 가져와 그녀를 비추었다.

“네 꼴을 봐봐. 어떤 모습인지 잘 보란 말이야! 지금 네 모습이 이 모양인데 앞으로 어떻게 내 그림자 역할을 하려고 그래? 지금 네 모습이 나와 닮은 구석이 있는지 보란 말이야!”

“난, 원래부터 언니를 닮지 않았어.”

우해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녀는 거울에 비친 창백한 자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질 것 같은 하얀 피부에 초점이 맞추어지지 않은 흐린 두 눈, 게다가 날이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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