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 정말 괜찮아요!”지금 몸에 난 상처보다 비적의 행방을 찾는 게 급한 김승엽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온 신경이 아들 몸에 난 상처에 집중된 노부인은 그의 말을 들을 리가 없다. 김승엽은 마음이 급해 발을 동동 굴렀다.“어머니에게 물어볼 중요한 일이 있어요!”“너...”김승엽이 급한 마음에 버럭 소리를 지르자, 노부인은 말문이 막혀 멍해졌다. 그러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그래, 더 이상 묻지 않을게. 무슨 일을 물어보려는 건데!”김승엽은 주위를 쓱 둘러보고는 손을 흔들어 일하는 사람들을 물러나게 했다. 그러고는 노부인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어머니, 우리 김씨 가문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보물 같은 게 있나요?”우해영이 말한 비적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고민하던 김승엽은 어머니를 본 순간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자기의 어머니는 아버지와 몇십 년간 부부로 살아왔으니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노부인은 김승엽의 물음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일하는 아주머니도 물러서게 하나 싶었는데 결국 묻는 게 무슨 보물 얘기라니.“무슨 보물인데? 네가 갖고 싶은 게 뭔데 그래?”“내가 가지고 싶은 게 아니라, 우리 김씨 가문에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그런 보물 없냐는 말이에요. 예를 들면... 비적이라든지?”노부인이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김승엽은 너무 오래된 물건이라 어머니가 잠시 생각이 나지 않는 다고 생각해 살짝 귀띔해 주었다.“비적? 무슨 비적? 우리 집은 요리사 집안도 아닌데 무슨 요리 비적이라도 있을까 봐?”그의 말에 노부인은 더욱 어리둥절했다.“어머니! 요리 비적이 아니라 무술 비적이요!”김승엽은 마음이 급해 펄쩍 뛰었다.‘어머니는 모르는 일인가?’“저번에 김서진이 무술을 배웠다는 얘기를 했잖아요. 그 자식의 무술이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예전에 아버지가 서진을 데리고 어디에 가서 무술을 배우게 했다던데 벌써 잊으신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김서진의 손에 무술 비적이 분명히 있다고 확신했다.“그럴 리가 없어!”노부인은 단호하게 말했다.“난 네 아버지와 반평생을 넘게 부부로 살아왔어. 네 아버지는 가끔 무뚝뚝하고 고집이 세고 김서진을 편애했지만 내게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어! 내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리가 없다고! 도대체 어디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들은 거야? 우리 김씨 가문에 무술 비적 같은 게 있을 리 없어!”“우해영이 있다고 했어요! 분명 김서진 손에 무술 비적이 있다고 확신하게 말했어요. 그것도 보통 무술 비적이 아니라 절세적인 무술 비적이란 말이에요!”이 말을 하면서 김승엽은 우해영의 단호한 눈빛이 떠올랐다. 문득, 우해영이 자기와 결혼하려고 했던 게 사실은 이 무술 비적을 손에 넣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절세적인 무술은 무슨! 내가 보기엔 그 여자가 무술이 미친 게 아니면 소설을 많이 봐서 정신이 이상해 진 게 분명해! 여자애가 조신하지 못하게 무술을 배우자니.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참.”노부인은 잠시 멈칫하다 말을 이어갔다.“맞다. 그 여자 이름을 꺼내니 하는 말인데, 너희 두 사람 결혼식이 바로 코앞인데 왜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거야? 준비할 건 다 준비했어? 나이 먹은 어미가 준비해 줄 거란 생각은 꿈도 꾸지 마!”아들이 곧 결혼하는데 집안에는 경사스러운 분위기는커녕 결혼식을 준비하는 움직임조차 없었다. "이 결혼... 아마... 안 할 거예요."김승엽은 머뭇거리다 결국 이 말을 내뱉었다.그는 노부인이 충격받을까 봐 머뭇머뭇하다 더듬거리며 말했다. 노부인에게 말하지 않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았다. 우씨 가문의 지분을 주겠다는 얘기까지 나왔으니 우해영이 자기와 결혼이 아닌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같았다.“뭐라고?!”김승엽이 아무리 둘러 말해도 노부인은 여전히 충격을 받고 두 눈이 뒤집혀 쓰러질 뻔했다.“어머니, 진정하세요. 그렇게 큰일이 아니에요!”김승엽은 노부인을 진정시키며 히죽 웃었다.
“그게 정말이야?”노부인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김승엽을 쳐다보며 반신반의했다.“정말이에요.”김승엽이 노부인에게 다가가기 우해영이 했던 말을 대충 설명했다. 당연히 그녀가 했던 위협은 노부인에게 말하지 않았다.“그러니까, 그 비적만 찾을 수 있다면 난 우씨 가문 30%의 지분을... 아니, 비적이 내 손에 들어온다면 이제 주도권은 내가 가진 것과 마찬가지예요. 더 많은 걸 요구할 수 있단 말이에요!”김승엽의 생각은 정말 이상적이었다. 비적을 자기 손에 넣고 우해영과 협상하면 자기가 요구하는 대로를 우해영이 다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다.노부인은 그의 말을 이해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여전히 의문이 있었다.“그 여자가 한 말이 정말일까? 내가 네 아버지와 이렇게 오랜 시간 같이 살면서 무슨 비적이라고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 그 여자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니야?”“그럴 리가 없어요!” 김승엽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는 우해영이 한 말이 진실이라고 확신했다.“생각해 보세요, 어머니. 우해영은 고대 무술 가문의 사람이에요. 무술을 연구하는데 환장한 사람이죠. 우리에게 있어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책이지만 그 여자에게는 보물이에요. 그런데 그 여자가 잘못 알고 있을 리가 없어요! 게다가 그 여자는 이 비적을 얻기 위해 계획까지 세웠을 정도라고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우씨 가문 지분의 30%를 준다고 한 거 보면 거짓일 리가 없어요!”“그 여자에게 있어서 그 비적은 우씨 그룹보다 중요한 것이란 말이에요!”김승엽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어서 말했다.“게다가 정말 그런 게 없었다면 김서진의 무술이 그렇게 대단할 리가 없어요. 분명 무술 비적 이런 게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 무술 비적에는 정말 대단한 무술이 있을 거고요. 다만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뿐이에요 어머니께도 숨겼던 거죠.”그의 설명을 듣고 나니 노부인은 조금 설득되었다. 노부인은 아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믿게 되니 남편에 대한 원망이 더 커졌다.“망할
노부인이 걱정하는 것에 대해 김승엽은 진작에 생각해 둔 게 있었다.“어머니, 내가 생각해 둔 방법이 있어요. 어머니가 해줄 일은 쉬운 일이에요. 내 생각에 이 무술 비적은 아마 김서진의 집에 있을 거예요. 해영 씨가 그 집에 가보았는데 그 집은 겉보기완 달리 보안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했어요. 만약 귀중한 물건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니라면 보통 가정집에 보안시스템을 이 정도까지 설치할 필요가 있을까요?”김승엽은 고개를 들어 집안 주위를 한번 둘러보았다.“지금 이곳, 우리 집에도 그렇게 엄격한 보안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아요. 그저 보통 보안시스템을 설치하면 충분하죠. 게다가 김서진이 살고 있는 곳은 보안이 훌륭하기로 소문이 난 곳이에요. 그런데도 더욱 엄격한 보안시스템을 설치 했다는 건 분명 집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증거일 거예요.”김승엽은 김서진이 비적을 집에 숨겼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김서진이 보안 시스템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 건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김서진이 어려서부터 얼마나 많은 위험과 납치를 당했었는지 알지 못했다.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 그 정도의 보안 시스템은 과한 거겠지만 김씨 가문의 가주에게는 절대 과하지 않았다.물론, 김승엽은 이미 마음속으로 자기의 생각이 맞다고 확신했기에 그 외의 것들은 생각하지도 않았다.“네 말은 나보고 그 집에 들어가 비적인지 뭔지를 찾으라는 거야?”말은 이렇게 했지만, 자신도 말이 되지 않는다는 듯 노부인이 절레절레 손을 흔들었다.“안돼, 안돼. 난 못 가! 저번에 나와 지영이가 그 집에서 어떤 대우를 당했는지 너도 잘 알잖아! 설령 내가 널 위해 뻔뻔스럽게 다시 그 집에 간다고 해도 김서진이 날 들여보내지 않을 거야. 이 나이 먹고 다시 그런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아. 가서 김서진 그 자식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고!”저번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노부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느 집의 할머니가 손자의 집에 가는 걸 허락받아야 하는가! 그것도 생판 모르는 남
노부인은 한숨을 푹 쉬고는 느릿하게 말했다.“내가 이 나이 먹고 수모나 억울함을 당하지 않겠다고 이러는 줄 알아? 다 너를 위해서, 네가 앞으로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는 거잖아!”“내 평생 아이를 많이 낳았지만, 손자가 내 앞에서 재롱을 피우는 건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아들들은 한둘씩 이 어미를 두고 저승으로 가지 않나. 지금 난 모든 희망을 네게 걸 수밖에 없어. 그래서 네가 조금이라도 잘 지내기를 바랄 뿐이야.”살짝 들어 올린 노부인의 손등에는 주름이 가득했다. 그녀는 가볍게 김승엽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자애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너는 내 유일하게 남은 내 핏줄이고 내 아이야. 네가 잘 지내기만 하면 엄마는 언제 죽어도 여한 없이 편히 갈 수 있어.”“어머니, 그런 말씀 하지 말아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셔야죠! 앞으로 좋은 날만 남았잖아요! 꼭 건강하게 손자도 보셔야 하고 증손자도 보셔야죠!”김승엽은 항상 달콤한 말로 그의 어머니를 기쁘게 한다.이번에도 역시 노부인은 그의 말에 눈이 반달처럼 굽어지며 껄껄 웃었다.“넌 정말 입만 살아서! 됐어, 네 말, 무슨 말인지 알았다. 내일 당장 그 두 사람을 만나볼 테니, 내가 두 사람을 밖으로 불러낸 시간 동안 네가 어떻게 할 건지는 네가 알아서 해. 다른 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어!”김승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어머니, 걱정하지 말아요! 내게 다 계획이 있어요.”그러고는 뭔가 떠오른 듯 말을 이었다.“아참, 누나가 유전자 검사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결과 아직 안 나온 거예요?”“그렇게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했어. 네 형이 저세상 간 지 오래되어서 조부모와 혈연관계가 있는지만 확인할 수 있다고 그러더라. 하지만 김서진 그 자식이 얼마나 경계심이 높은지 너도 잘 알잖니. 시간이 오래 걸릴 거다. 조금만 더 기다려 봐!”노부인은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사실 마음이 혼란스러웠다.노부인은 결과가 빨리 나오길 기대하면서,
지금 생각해 보면 우해영이 자기를 가지고 놀았던 것 같다. 김승엽은 줄곧 자기가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 여자가 자기에게 푹 빠져 하란 대로 다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가 자기에게 접근한 게 사실은 무술 비적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고 자기앞에서 했던 모든 행동이 다 거짓이었다는 걸 깨달았다.‘지금까지 내 앞에서 보여줬던 부끄러움, 풋풋함, 그리고 열정적이었던 키스, 이 모든 게 다 그 망할 책을 얻기 위해서였다고?’김승엽은 여태껏 이런 여자를 만나보지 못했다. 그녀가 도대체 어떤 여자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녀를 앞에 두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그러나 지금, 모든 걸 다 납득하고나니 아무렇지 않았다. 그녀를 가지겠다는 집념도 처음만큼 강하지 않았다. 김승엽은 세상에 여자가 그렇게 많은데 굳이 우해영 한 사람에게 목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우씨 가문의 지분을 손에 넣고 김서진을 김씨 가문에서 쫓아내면 어떤 여자를 원해도 다 얻을 수 있다. 아무튼 우해영 그 미친 여자보다는 열배 백배 더 나은 여자를 가질 수 있게 된다.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김승엽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지금 가장 급한 일은 그 무술 비적을 찾아 자기의 손에 넣어야만 한다.그는 느릿느릿하게 운전했다. 어머니가 그 두 사람을 불러내는 데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 속도를 조금 더 늦추었다. 두 사람이 집에서 나가야만 그가 그 집으로 들어가 비적을 찾을 수 있다. ——한편, 김서진의 집에서 노부인이 자애로운 얼굴을 하고 한소은을 바라보고 있다. "전에는 이 할미가 너무 엄격하게 굴었어. 지금은 너희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단다. 너와 서진이의 결혼이 코앞인데 할미가 돼서 손자며느리가 될 네게 줄 만한 건 없고 이 한 쌍 옥팔찌나 받으렴. 이건 내가 김씨 가문으로 시집올 때 가져온 혼수 중 하나야. 지금 유행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다들 옥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니까 네게 좋은 기운이 깃들도록 네가 가지고 있어."한소은은 자기 앞에 놓인 한
"그게 무슨 섭섭한 소리냐. 할미가 돼서 손자 결혼식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해 주는 게 당연한 일인데. 신경 쓰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 신경 써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야!"김서진이 거절 의사를 돌려 말하지 않았지만, 노부인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노부인은 김서진이 거절할 거라는 걸 진작에 예상했다.“게다가 너희 같은 젊은 사람들은 몰라. 임신했을 때 많이 쉬는 건 맞는 거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누워 있어도 안 돼. 이건 임산부에게도 아기에게도 다 좋지 않아! 임산부는 가끔 나가서 걷기 운동도 하고 그래야지, 밖 안 공기도 좀 마시고!”“넌 어려서부터 네 할아버지 곁에서 자랐으니 이 할미와 지낸 시간이 적잖아. 다 커서는 바빠서 시간이 없다 그러고. 지금 마침 시간이 되니 그냥 이 할미 소원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냐? 이 정도 요구도 들어줄 수 없는 거니? 나도 이제 늙어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남은 시간 동안 손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데 그것도 안 되는 거야?”노부인은 많이 상심한 듯 눈에 눈물을 머금으며 말했다.이에 김서진과 한소은 모두 말문이 막혔다.이 두 사람은 항상 약하게 나오는 사람에게 마음이 약했다. 만약 노부인이 강경하게 나왔다면 오히려 대처하기 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울며 호소하고, 할아버지 얘기까지 꺼내니 김서진도 거절하기 어려웠다.“할머니, 난 그런 뜻이 아니라...”김서진이 난감한 듯 입을 열었다.“난 그저...”“서진씨는 할머니께서 힘드실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그가 난감해하자 한소은이 그의 말을 끊고 이어서 말했다.“우리가 할머니께서 좋은 마음으로 하신 말씀을 싫어서 거절하는 게 아니라 그저 할머니께서 힘드실까 봐 그래요. 하지만 할머니 말씀이 맞아요. 가끔 집 밖을 나가 돌아다니기도 해야 할 것 같아요. 전에 서진 씨에게 나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계속 안 된다고만 하니... 내 생각엔 서진 씨가 너무 호들갑인 거 같아요.”“거 봐요. 할머
경비원이 이렇게 나올 것을 이미 예상한 김승엽은 그를 힐긋 보더니 말했다.“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들여보내 줄 건데? 급한 일이 있다는데 이렇게 밖에 세워두기만 할 건가? 김서진이 들여보내고 좋다고 하면 들어가도 되는 거지?”그의 말에 경비원은 잠시 멍해졌다.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대답했다.“만약 대표님께서 허락하신다면 당연히 들여보내 주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표님께서 집에 계시지 않으니...”“어디서 이렇게 고지식한 경비원을 찾아서. 참 나, 내가 너희 대표님한테 전화하면 되잖아!”김승엽은 대수롭지 않게 핸드폰을 꺼내 김서진에게 전화했다.“아, 서진아. 어디 간 거야? 네 할머니는?”전화기 너머에서 김서진이 옆에 앉은 할머니를 쓱 쳐다보았다.“지금 옆에 있어요.”“네 옆에 있다고? 어딜 간 거야?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잖아! 할머니 바꿔봐!”김승엽은 그들이 자기를 기다리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며 중얼거렸다.“......”김서진이 자기를 바라보자, 노부인이 어리둥절해하며 그에게 물었다.“왜 그러냐?”“작은아버지 전화예요. 기다리기로 했다던데 할머니께서 기다린다고 하셨나요?”김서진이 눈을 가늘게 한번 뜨고는 전화기를 노부인에게 건내며 물었다.그러자 노부인이 아차 하며 대답했다.“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너희 집에서 기다리다 같이 가겠다 해놓고 너희와 얘기하다 그걸 깜빡 잊고 먼저 나와버렸구나.”노부인이 말하면서 자기의 이마를 '탁' 쳤다. 그러고는 전화기를 받아 들고 전화기 너머의 김승엽에게 말했다.“승엽아, 엄마가 노망났나 보다. 애들과 얘기하다 널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깜빡 잊었지, 뭐니. 너 먼저 집에 가 있어라.”“집에 가긴요. 어머니와 이따가 밥도 먹고 공연도 보러 가자고 했잖아요. 됐어요, 그냥 서진이 집에서 기다릴게요. 근데 경비원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니 서진이 보고 경비원한테 말 좀 해두라고 해요. 설마 내가 들어가서 물건이라도 훔칠까 봐 걱정인가 봐요.”김승엽은 말하면서 옆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