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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지금 생각해 보면 우해영이 자기를 가지고 놀았던 것 같다. 김승엽은 줄곧 자기가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했다. 그 여자가 자기에게 푹 빠져 하란 대로 다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녀가 자기에게 접근한 게 사실은 무술 비적을 손에 넣기 위해서였고 자기앞에서 했던 모든 행동이 다 거짓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 앞에서 보여줬던 부끄러움, 풋풋함, 그리고 열정적이었던 키스, 이 모든 게 다 그 망할 책을 얻기 위해서였다고?’

김승엽은 여태껏 이런 여자를 만나보지 못했다. 그녀가 도대체 어떤 여자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녀를 앞에 두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모든 걸 다 납득하고나니 아무렇지 않았다. 그녀를 가지겠다는 집념도 처음만큼 강하지 않았다. 김승엽은 세상에 여자가 그렇게 많은데 굳이 우해영 한 사람에게 목 매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우씨 가문의 지분을 손에 넣고 김서진을 김씨 가문에서 쫓아내면 어떤 여자를 원해도 다 얻을 수 있다. 아무튼 우해영 그 미친 여자보다는 열배 백배 더 나은 여자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김승엽의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지금 가장 급한 일은 그 무술 비적을 찾아 자기의 손에 넣어야만 한다.

그는 느릿느릿하게 운전했다. 어머니가 그 두 사람을 불러내는 데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해 속도를 조금 더 늦추었다. 두 사람이 집에서 나가야만 그가 그 집으로 들어가 비적을 찾을 수 있다.

    ——

한편, 김서진의 집에서 노부인이 자애로운 얼굴을 하고 한소은을 바라보고 있다.

"전에는 이 할미가 너무 엄격하게 굴었어. 지금은 너희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단다. 너와 서진이의 결혼이 코앞인데 할미가 돼서 손자며느리가 될 네게 줄 만한 건 없고 이 한 쌍 옥팔찌나 받으렴. 이건 내가 김씨 가문으로 시집올 때 가져온 혼수 중 하나야. 지금 유행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다들 옥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니까 네게 좋은 기운이 깃들도록 네가 가지고 있어."

한소은은 자기 앞에 놓인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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