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070화

이렇게 생각하니 김승엽은 이를 악물고 저번에 기억했던 비밀번호로 한번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다.

천천히 숫자를 좌회전하고 또 우회전하면서 혹시라도 함정이나 암기를 건드릴까 봐 조마조마했다. 이때, “찰칵”하는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금고의 문이 분명히 느슨해진 느낌을 받았다. 이에 김승엽은 설레여 두근거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켰다.

금고의 문을 막 열려고 할 때, 흠칫하더니 문을 열던 손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몸을 옆으로 살짝 피하며 아까 사용했던 나무 막대기로 금고의 문을 살짝 열었다.

그 순간, “휭휭”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차가운 바람이 정면으로 가로질러 갔다. 김승엽이 정신을 차리고 나서 눈을 똑바로 뜨고 보니 금고 바로 앞의 위치에 차가운 화살 두 발이 꽂혀 있었다. 으스스한 빛을 보자 그의 이마에 맺혔던 식은 땀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 죽을 뻔했네!’

이 금고에는 역시 암기가 숨겨져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김서진의 스타일이다. 층층이 겹 싼 금고 속에 책 한 권이 누워있는 것을 보았을 때 김승엽은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했다. 너무 흥분되다 못해 심장이 곧 목구멍에서 뛰쳐나올 것 같았다.

‘이거야, 바로 이거야!’

침실에 깊숙한 곳에 금고에다 함정까지 설치되어 있고 암기도 있는데, 김서진이 이렇게 조심스럽게 보호하는 것은 비적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

김승엽은 자기의 아버지가 이렇게 꼭꼭 숨기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우해영의 말대로 이런 좋은 물건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친아들에게는 비적에 관해 입도 뻥끗하지 않고 몰래 김서진에게 이 비적을 물려줬다!

‘아버지, 정말 너무하네요!”

만약 우해영이 이런 소동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만약 그녀가 이 비적을 얻으려고 애쓰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평생 죽을 때까지 집에 이렇게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김승엽은 마음속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조심스럽게 장갑을 끼고 금고 속에서 책을 꺼냈다.

한눈에 봐도 책은 오래되어 보였다. 표지색은 낡은 남색에 말할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