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엽은 일부러 경비원이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크게 키웠다."이제 됐지?"대표님이 들여보내라 하니 경비원도 더 이상 그를 막지 않고 들여보내 주었다.김승엽은 느릿느릿하게 차를 운전해 들어갔다. 그는 눈앞의 경비원에게 자기의 능력을 보여 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예전부터 김서진이 사는 곳에 들어가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그가 집에 있으면 들여보내 주기라도 했지만, 그가 없는 날에는 개미 한 마리도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김승엽은 대놓고 들어올 수 있게 되었다.거실로 들어가니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벌써 반지를 찾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김승엽은 목소리를 한번 가다듬고는 아주머니들에게 말했다.“내가 혼자 찾아볼 테니 가서 하던 일 해!”“하지만... 대표님께서 찾는걸 도와주라고...”일하는 아주머니가 난감한 표정으로 김승엽을 바라보았다.“됐다니까! 반지가 어떻게 생기는지도 모르면서면서 찾긴 뭘 찾는다고! 게다가 서진이가 당신들을 믿는지 몰라도 난 당신들을 믿지 못해! 그 반지는 내 어머니가 가장 아끼는 반지인데 당신들 중 누군가가 악한 마음을 품고 반지를 몰래 숨길지 누가 알아!”김승엽은 그들을 믿지 못한다며 톡 쏘아붙였다. 그러자 일하던 아주머니들이 불만 가득한 말투로 대답했다.“김승엽 씨, 우린 여기서 일하는 하인이지만 엄연히 인간의 도리를 지키는 사람이에요. 대표님 집에서 일하면서 단 한 번도 주인댁의 물건에 손댄 적이 없어요. 방금 그 말은 너무 지나치신 거 같네요!”“지나치긴! 아까도 말했지만, 김서진이 당신들을 믿는다고 해서, 나도 당신들을 믿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우리 어머니의 물건이 여기서 없어졌는데 못 찾으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야?”말하면서 그가 거실로 성큼성큼 걸어들어왔다.“지금 나 혼자 여기서 잘 찾아볼 건데, 못 찾으면 그건 내 문제고. 하지만 당신들이 여기서 같이 찾다가 못 찾으면 그건 누구 문제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그의 위협적인 말에 일하는 아주머니들은 난감한
김승엽은 곧장 2층으로 달려갔다. 어느 방이 그들의 침실인지 몰랐지만, 쓱 보았을 때 다른 방은 다 열려 있고 딱 한 개의 방만 굳게 잠겨져 있어 수상해 보였다.곧장 그 방을 향해 걸어가다가 입구에 도착한 김승엽은 손을 뻗다가 다시 멈추었다.만약 이 방이 그 두 사람의 침실이라면, 만약 그 비적이 정말 안에 숨겨져 있다면, 절대 이렇게 쉽게 그가 들어가서 비적을 찾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 김승엽은 방안에 분명 함정이 있다고 생각했다.김서진은 매사에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집안 곳곳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으면서 정작 중요한 물건을 숨긴 곳에 함정이 없을 리가 없다.이렇게 생각하니 김승엽은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렸다. 놀랍게도 방문이 잠겨져 있지 않았다. 그러니 더욱 의심스러웠다.하지만 김승엽은 어렵게 들어왔는데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준비해 둔 나뭇가지를 꺼내 들어 문을 가볍게 밀어냈다.문이 조금 틈새가 열리자, 그는 틈새에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방안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중간에 큰 침대가 있는데 한눈에 봐도 이건 침실의 인테리어다. ‘역시 이 방이구나!’이렇게 생각했지만, 그는 섣불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문을 반쯤 열고 주머니에서 안경을 꺼냈다.여기에 들어와 물건을 찾을 생각인데 어떻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들어왔겠는가! 김승엽은 비싼 값에 구입한 적외선 탐지 안경을 꺼냈다. 이 안경을 끼면 맨눈으로 볼 수 없는 적외선을 볼 수 있다.김승엽은 안경을 쓰고 원래 텅 빈 방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과연 빽빽이 얽힌 붉은 선이 많이 나타났다. 거액을 주고 준비한 게 때마침 쓰이니 그의 입가에는 득의양양한 웃음이 걸렸다. 만약 그가 경솔하게 들어갔다면 분명 함정을 건드릴 것이다. 그때 가서 기적적으로 죽지 않더라도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김서진을 만났을 때 왜 침실까지 들어갔는지 설명하기 어렵다.하지만 지금은--그는 조심스럽게 그 붉은 선을 넘어 엉거주춤 기어들어 갔다. 때론 허리를 굽혀 포복하며 조금씩 앞으로
이렇게 생각하니 김승엽은 이를 악물고 저번에 기억했던 비밀번호로 한번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다.천천히 숫자를 좌회전하고 또 우회전하면서 혹시라도 함정이나 암기를 건드릴까 봐 조마조마했다. 이때, “찰칵”하는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금고의 문이 분명히 느슨해진 느낌을 받았다. 이에 김승엽은 설레여 두근거리는 마음을 겨우 진정시켰다.금고의 문을 막 열려고 할 때, 흠칫하더니 문을 열던 손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몸을 옆으로 살짝 피하며 아까 사용했던 나무 막대기로 금고의 문을 살짝 열었다.그 순간, “휭휭”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차가운 바람이 정면으로 가로질러 갔다. 김승엽이 정신을 차리고 나서 눈을 똑바로 뜨고 보니 금고 바로 앞의 위치에 차가운 화살 두 발이 꽂혀 있었다. 으스스한 빛을 보자 그의 이마에 맺혔던 식은 땀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아, 죽을 뻔했네!’이 금고에는 역시 암기가 숨겨져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김서진의 스타일이다. 층층이 겹 싼 금고 속에 책 한 권이 누워있는 것을 보았을 때 김승엽은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했다. 너무 흥분되다 못해 심장이 곧 목구멍에서 뛰쳐나올 것 같았다.‘이거야, 바로 이거야!’침실에 깊숙한 곳에 금고에다 함정까지 설치되어 있고 암기도 있는데, 김서진이 이렇게 조심스럽게 보호하는 것은 비적 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김승엽은 자기의 아버지가 이렇게 꼭꼭 숨기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역시 우해영의 말대로 이런 좋은 물건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친아들에게는 비적에 관해 입도 뻥끗하지 않고 몰래 김서진에게 이 비적을 물려줬다!‘아버지, 정말 너무하네요!”만약 우해영이 이런 소동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만약 그녀가 이 비적을 얻으려고 애쓰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평생 죽을 때까지 집에 이렇게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김승엽은 마음속으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원망하면서 조심스럽게 장갑을 끼고 금고 속에서 책을 꺼냈다.한눈에 봐도 책은 오래되어 보였다. 표지색은 낡은 남색에 말할
그가 화를 내자 집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당신 말이 맞습니다! 노부인께서 여기서 물건을 잃어버리셨는데, 확실히 우리의 직무 유기입니다. 그럼, 반지는…. 찾았습니까?"집사가 멈칫하다 그의 손에 있는 반지를 보고 한숨을 돌렸다.김승엽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그래, 찾았어! 내가 바로 어머니에게 가져갈 테니, 너희들은 이전에 잃어버렸는데 찾지 못한 거나 한번 찾아봐. 내가 비웃는 게 아니라, 이곳의 보안시스템이 너무 허술해. 이번에는 내 어머니가 물건을 잃어버렸지만, 다음에는 누가 물건을 잃어버리는지 누가 알겠어!"“맞아요! 꼭 반성할게요!”집사의 친절한 태도에 김승엽은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고는 더 이상 그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원하던 물건을 손에 넣었으니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다. 김승엽은 들뜬 마음을 겨우 억누르며 김서진의 집에서 나가려 했다.“그럼 난 이만 가야겠어. 넌… 자숙해!”집사는 두 손을 몸 앞에 잡고 웃음을 머금고 그를 배웅했다. 천천히 몸을 곧게 펴고 얼굴의 웃음도 점차 옅어졌다.백화점에서 노부인은 한소은을 끌고 명품 가게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여러 벌의 옷을 골라 그녀가 입으면 틀림없이 보기 좋다고 하면서 들어가서 입어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소은이 거절하려 하면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세 벌 정도 입어보던 한소은은 힘들다며 다른 옷을 입어보려 하지 않았다.원래 노부인은 김서진에게도 자기가 골라준 옷을 입어보라고 권했지만, 김서진이 입는 모든 옷은 맞춤형 제작된 옷이어서 그가 거절했다. 그러자 노부인도 강경하게 그에게 권하지 않았다.노부인은 한소은이 입어본 옷을 모두 결제하고 액세서리를 사려 그녀를 이끌고 매장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번에는 한소은이 노부인을 말리며 말했다.“할머니, 이제 정말 괜찮아요. 이미 귀한 옥팔찌도 주셨잖아요. 더는 받을 수 없어요!”“그게 무슨 소리야! 옥팔찌는 옥팔찌고! 누가 들으면 우리 김씨 가문이 돈이 없어서 못 사는 줄 알겠어! 이건 할미가 선물로
“누구겠니, 너의 그 바보 같은 작은아버지이지!”노부인은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반지 하나 찾는 데 반나절이나 걸리다니! 그래도 찾았으니 다행이지만. 소파 틈새에 떨어져 있었다고 하더구나! 언제 떨어졌는지도 몰랐네! 어이구!”“찾았으면 됐어요. 마침 쇼핑도 끝났으니, 작은아버지보고 할머니 데리러 오라고 해요. 지금 바로 오시면 공연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거예요!”김서진이 시계를 한번 보며 말했다.노부인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너희들이 나와 함께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으면 반지를 잃어버린 걸 알고 나 혼자 정말 초조해 죽었을지도 몰라."김승엽은 아주 빨리 왔다. 그들이 카페에 있다는 것을 알고 곧장 카페로 달려왔다. 문을 열고 성큼성큼 그들의 방향으로 걸어왔다."어머니, 반지 찾았어요."말하면서 그는 품에서 반지를 꺼내 노부인에게 건네주었다."이 반지 맞죠?""그래, 수십 년 동안 내 몸을 떠난 적이 없어. 인제 와서 잃어버리면 정말 나는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할 거야!"노부인은 급히 반지를 받아 자기 손가락에 끼웠다."느슨해 보이는데, 어쩐지 이렇게 쉽게 잃어버렸다 했어.""어머니께서 살이 빠지셨나 봐요. 나중에 내가 줄을 두 줄 감아서 조여드리면 떨어지지 않을 거예요."김승엽이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노부인은 고개를 저었다."됐어, 만약 어느 날 정말 잃어버리면, 나는 죽어서 네 아버지를 볼 면목도 없어. 집에 돌아가면, 반지를 빼두고 다신 끼지 않을 거야.""그래요." 김승엽이 여전히 미소를 띠며 김서진을 보고 말했다. "공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난 이만 어머니를 모시고 공연 보러 가야겠어. 너희들은...""은이가 피곤해해서 우리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에요."김서진이 담담하게 말했다.“먼저 가세요, 공연 시간 놓치면 안 되잖아요.”"그래요, 어머니. 우리 빨리 가요. 더 이상 지체하면 늦을 거예요."김승엽이 바로 일어서며 노부인에게 말했다.두 사람이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김서진이 그들 뒤에서
같은 시각, 우씨 가문에서.우해영은 밖에서 돌아오자마자 주방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주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뜻밖에도 주방에서 소리를 내던 사람을 우해민이었다. 그녀를 발견한 우해영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너 거기서 뭐 하는 거야!"우해영의 목소리가 들리자 화들짝 놀란 우해민이 손에 쥐었던 냄비 뚜껑을 떨어뜨렸다. 뜨거운 수증기에 손을 덴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칠칠맞기는!”우해영이 언짢은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나와!”“미안해.”요즘 들어 우해영은 우해민이 너무 자주 자기에게 사과한다고 느꼈다. 우해민은 무엇을 할 때마다 계속 미안하다고 말해댔다. 우해영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우해민은 고분고분하게 주방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수프 한 그릇이 들려 있었다.그릇에는 김이 모락모락 났고 말할 수 없는 향기로운 냄새를 풍겼다.“이건 뭐야?”우해영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우해민에게 물었다.“내가... 언니를 위해 끓인 수프야.”우해민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선은 그녀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수프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누가 너더러 이딴 걸 끓이랬어? 네가 있어야 할 곳에 얌전히 있지 않고, 누가 너더러 나오라고 했어!"옷깃의 단추를 하나 풀고 자리에 앉으려던 우해영이 순간 무언가 떠올랐는지 뒤 돌아자기의 체중을 한번 재보았다. 그러고는 우해민을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리 와, 너도 한번 재봐!”비록 최근에 그녀가 자신을 대신하여 나가서 무엇을 할 필요가 없다 하더라도 두 사람은 같은 체형과 몸무게를 유지해야 한다. 우해영은 오랜 시간 자기 옆에서 그림자처럼 붙어있던 우해민의 존재가 진작에 습관이 된 것이다.우해민이 고분고분하게 체중계에 올라가려고 할 때를 우해영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우해민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우해영은 멍청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쯧, 손에 든 물건은 내려놓아야지! 멍청이야!”‘정말 멍청해. 이런 것도 내가 말해야 알다니!’하지만 오늘 우해영
“수프는 무슨 수프, 난 그런 거 마시지 않아!”우해영은 단칼에 그녀를 거절했다. 하찮다는 눈빛으로 수프를 한번 훑어보았다.짙고 하얀빛을 띠는 수프 위에 한약 재료 같은 게 떠 있었다. 하지만 수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는 우해영의 식욕을 돋웠다.“무슨 수프인데?”그녀의 말에 우해민은 매우 기뻐하며 대답했다.“황기를 두고 끓인 닭 수프. 기를 보충하는 거야. 요즘 언니가 다친 거 같길래. 몸보신하라고...”“몸보신?”우해영은 옆에 서 있는 우해민을 한번 보더니 핸드폰을 꺼내 황기의 효능을 검색했다. 확실히 몸에 좋은 한약재료였다.“근데 넌 어떻게 이게 몸에 좋은지 알아?”“텔레비전에서 봤어.”우해민이 황급히 대답했다.“집에 있길래 조금만 썼어. 내가 주방에 있을 때 아무도 없었으니 걱정하지 마. 아무도 날 보지 못했을 거야.”우해영은 누가를 우해민을 볼까 봐 걱정되지는 않았다.최측근에서 시중을 드는 사람들은 모두 섬에서 데려온 사람들이기에 우해민의 존재를 알았고 나머지 일하는 사람들은 일제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기에 이 집에 우 씨 아가씨가 둘이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밖 안 사람들이 우씨 가문에 아가씨가 둘이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건 그만큼 철저한 보안 조치가 있었기 때문이다.“혹시 뜨거울까 봐서 그러는 거면 여기 두고 조금 식힌 다음 마셔. 아까 살짝 먹어 보았는데 언니가 좋아할 만한 맛이야.”우해민은 조심스럽고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가 맛이라도 보길 원하듯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수프 그릇을 들고 맛을 보려던 우해영이 갑자기 입꼬리를 치켜올리더니 우해민에게 말했다.“뜨거울까 봐 그러는 건 아니고. 네가 독이라도 탔을까 봐.”“그럴 리가! “우해영의 말에 놀랐는지 우해민이 풀썩 바닥에 꿇으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하늘에 맹세코 독을 타지 않았어! 내가 감히 그런 짓을 했을 리가 없잖아! 게다가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는데 무슨 수로 독을 사겠어. 절대 그런 짓 하지 않았어! 언니. 언니
우해영이 위층으로 올라가자, 우해민은 곧바로 일어나 빈 그릇을 부엌으로 가져가 수돗물을 틀고 깨끗이 씻었다.그녀는 열심히 그릇을 씻었고, 다 씻은 후 그릇을 찬장에 다시 넣고 부엌을 자세히 살펴본 다음 돌아서서 자기의 작은 방으로 돌아갔다.지하실은 어두웠지만 그녀는 이미 이 어둠이 익숙했다. 구석에 앉아 있으면 바깥의 빛이 쏟아져 들어와 발가락 바로 위에 떨어졌기 때문에 발을 뻗으면 따뜻함에 닿을 수 있었다. 발가락을 구부린 상태에서 그 빛과 너무도 가까웠지만 만질 수 없었다.그녀는 손으로 무릎을 감싸안고 손에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뒤틀린 금덩어리를 꼭 쥐고 있었다.이 세상에는 사람이든 그 어떤 것이든 온전히 그녀의 것이었던 것은 없었다. 그녀는 그것을 바라지도, 탐내지도 말았어야 했지만... 살아있는 인간에게 어떻게 욕망과 그리움이 없을 수 있을까?방으로 들어간 우해영은 방문을 꼭 닫고 커튼도 닫고 나서 침대 옆의 나이트 스탠드를 켰다. 그제야 조심스럽게 품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 그 상자 속에 고이 담겨 있는 책을 찬찬히 훑어보았다.이 순간 그녀의 심장은 격렬하게 뛰다 못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손가락이 책에 닿았을 때 너무 긴장해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오랫동안 마음속으로 갈망하던 것을 마침내 손에 쥐게 된 기쁨을 그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마침내 그녀는 페이지를 열고 그 안의 글씨와 그림을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 모든 동작과 무술 스타일은 그녀가 전에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김서진에 대한 경멸이 솟아났다. 손은 이미 무의식적으로 책 속의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했고, 한 시라도 빨리 세계 최고의 무술을 배우고 싶었다.방금 두 번 연습을 끝냈을 때 전화벨이 울렸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포기할 생각이 없는 듯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자 다시 전화를 걸어 벨 소리가 계속 울렸다."우해영 씨, 당신이 원하는 거...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