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준은 감격하여 일어나며 말했다. “장시원 사장님,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드리겠습니다.”“우리의 협력이 즐거운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시원이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최종 디자인 계약을 체결했다.회의가 끝나자 황대헌과 고명계 부사장이 시원을 배웅했고, 우청아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빠르게 자리를 떴다. 배강은 청아와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청아가 보이지 않았다....장씨 그룹 본사로 돌아가는 길에 배강이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청아 씨를 선택할 줄 알았어.”“청아가 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 왜 굳이 곤란하게 만들겠어?”시원이 손에 든 자료를 넘기며 담담히 대답하자 배강이 운전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오늘 회사에서 청아 씨를 보니까, 많이 달라진 것 같아. 웃는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이다니, 전에는 그렇게 밝아 보이지 않았는데 말이야.”청아의 얘기에 시원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청아는 원래 그랬어.”“정말?” 배강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럼 내가 볼 때는 네 곁에서 일하는 압박감이 너무 컸던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왜 그렇게 우울해 보였겠어?”배강의 말에 시원의 눈길이 잠시 멈추며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내 곁에서 그렇게 불행했다고 생각하세요?”차갑게 말하는 시원에 배강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말했다. “아니, 가끔 청아가 심각해 보일 때가 있어서.”시원은 차창 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내가 무엇을 해줬는지 생각해 봐야겠네.”...시원 일행이 떠난 후, 디자인 부서 총괄 디자이너 대헌은 바로 청아와 시원의 관계를 알아보았고 퇴근 시간이 되자 조사 결과를 보고받았다. “우청아 씨가 과거 장씨 그룹에서 일했었고, 장시원의 비서로 근무했다고 합니다.”“그게 다야?”대헌이 비웃으며 말하자 조수가 대답했다.“네, 다른 정보는 없습니다.” 대헌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배강이 청아와 친근하게 대화하는 것을 보고 시원과 어
소희가 의자에 앉아 있자, 미나가 바로 물병을 따서 건넸다.“고마워요!” 소희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이지민 감독님을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나를 지키기 위해서 이씨 집안과 맞서길 원해요?”“만약 이기지 못한다면, 온 드라마 팀이 영향을 받는데, 감독님이 혼자서 그 책임을 질 수 있을까요?”“이지민 감독님의 입장에서는 드라마 팀을 생각하는 게 맞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나는 원망한 적이 없고요. 내가 집에 머무르겠다고 제안했던 거야.”미나가 소희에게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소희, 난 네 의견에 동의하는 바야.”하지만 정남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냥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해!”“뭐가 답답한데?” 미나가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정남에게 던지며 말했다. “이선유도 우리 소희 때문에 경성으로 돌아갔는데, 이게 얼마나 대단한 업적인지 알아? 전체 드라마 팀 승리했다고 느끼는데, 어디가 답답해? 게다가.” 미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소희가 온라인에서 공격받던 날, 이지민 감독님이 온라인에서 소희를 옹호하는 글을 몇 개나 썼어.”“그날 나는 감독님 사무실에 물건을 전달하러 갔을 때, 감독님이 시나리오 아래에 둔 핸드폰에서 장문을 고치고 있는 걸 봤어.”“모두 소희가 일에 진지하고 능력이 있다고 칭찬하는 내용이었어. 그러니까 감독님도 소희 편인데, 그저 이씨 집안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그런 거야.”그러자 정남이 흥분해서 말했다. “그건 다행이네!”“어쨌든 대감독이야, 너 좀 보라고, 그 마음씨가!” 미나가 비웃자 정남이 화를 내며 말했다.“누구? 넌 어제 내가 산 아이스크림 먹을 때는 왜 그런 소리 안 했어? 너 이 아이스크림 하나에 만원이나 써놓고!”“그 돈으로 밥 한 끼를 먹고도 남겠어.”“그냥 대충 골랐을 뿐인데, 누가 그렇게 비쌀 줄 알았겠어?”소희가 의자에 앉아 두 사람의 다툼을 보고 있었다. 소희가 없는 며칠 동안 둘의 관계가 상당히 가까워진 것 같았다. 이것이
소희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지민 감독님을 탓하지 마. 내가 돌아오고 싶었어.”임구택은 소희가 이 드라마에 많은 정성을 쏟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무엇도 말하지 않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바로 나한테 말해. 다시 숨기지 마.”“알겠어.”소희가 웃으며 대답했다. “배고파, 먼저 밥 먹으러 가야겠어.”구택은 그녀의 얼버무리는 어조에 화가 났지만 화낼 기력이 없었다. “가, 밥 많이 먹고, 찬 것은 덜 먹어.”“알았어!” 소희가 순순히 대답했다.오후에 성연희가 소희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자기가 오후에 시간이 있다며 같이 놀러 가자고 했다. 하지만 소희는 손에 들고 있던 리스트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일하고 있어서 시간이 없어.”“드라마 팀에 갔어? 언제 퇴근요?” “5시쯤에 퇴근!”“그럼 5시에 데리러 갈게요!” 연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임구택한테 휴가 신청하고, 저녁에 술 한잔해요!”연희가 계속 질척거리자 소희가 펜을 멈추며 물었다. “노명성하고 아직도 안 풀렸어?”“아니!”“이선유가 떠났는데, 무슨 문제 있어?” 무심코 말하는 연희에 소희의 미간을 찌푸렸다.“저녁에 얘기해!” 연희가 웃으며 말했다. “밖에서 옷을 사는데, 너한테 딱 맞는 옷이 있어. 검은색이 좋아 아니면 하얀색? 됐어, 둘 다 사면되지. 그럼 나 끊을게!”연희는 소희가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소희는 핸드폰을 바라보며 눈썹을 찌푸렸다. 왜냐하면 연희는 기분이 안 좋을 때만 회사 일을 내팽개치고 쇼핑하러 갔었다. 그러니, 연희는 겉보기와 달리 전혀 태평스럽지 않았다.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성희는 화려한 스포츠카를 몰고 왔다. 얼굴을 절반이나 가리는 선글라스를 낀 채, 벽돌색의 타이트한 롱드레스와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내렸다. 그 모습이 마치 연예인 뺨치는 모습이었다.연희는 바로 소희 앞으로 걸어가 소희 손에서 제작 리스트를 빼앗아 미나에게 건네주며 익살스럽게 웃었다. “퇴근 시간이 됐으니
“그 사람이 회사로 꽃을 보냈는데, 내가 다 버렸어!” 성연희의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성연희는 굉장히 매혹적이었고 소희의 질문에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입을 열었다.“눈앞에서 김영과 이선유가 나를 함정에 빠뜨리는 걸 보고만 있었어. 이건 절대 용서할수 없는 일이야!”바에서 강한 술 냄새와 헤비메탈 음악으로 가득 찼고, 깜빡이는 조명 아래에서도 소희의 눈동자는 여전히 맑았다. “사실, 네 마음에 가장 걸리는 건 노명성이 결혼 얘기를 다시 꺼내지 않는 거잖아?”연희는 푸른색의 술이 담긴 잔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명성과 처음 만났을 때 내가 먼저 고백했고, 첫 키스도, 첫날밤도 내가 먼저 했어.”“근데 결혼얘기도 내가 먼저 꺼내야 하나? 함께한 이 많은 시간 동안, 매번 다투고 나 화내서 집에 갔다가도 결국엔 얌전히 돌아갔어.”“명성은 내가 본인 없이는 못 산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어!”연희는 고개를 들고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술이 그녀의 붉은 입술을 적시며 불길처럼 타올랐고, 연희의 말투도 결연했다. “이번엔 내가 정말로 명성 없이도 살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어!”소희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명성은 널 사랑해!”“하지만 나는 더 사랑해. 언젠가는 못 버티고 말 걸 나도 알아.”연희가 한숨을 쉬며 소희를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 만약 우리가 정말로 헤어진다 해도 후회하지 않아. 나는 그를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사랑도 받았으니까.”소희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멀리서 다가오는 사람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김영이 두 잔의 술을 들고 와 연희 앞에 한 잔을 놓으며 소유욕이 타오르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연희 누나!”연희가 고개를 돌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말이 부족했나? 왜 여기 와? 나 지금 신경 쓰고 싶지 않으니까 얼른 꺼져!”김영은 연희를 똑바로 바라보며 손에 든 술을 들어 꿀꺽꿀꺽 마셨다. 그러자 김영의 눈빛은 더욱 뜨거워지며 결연해졌다. “누나, 나 누나를 좋아해요! 사랑하
반 시간 후, 임구택은 술집 근처의 경찰서에서 긴 의자에 앉아 있는 소희를 발견했다.소희는 구택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채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다행인지 아닌지 소희의 모습은 멀쩡해 보였고 다소 억울해 보였다. “나도 몰라, 이렇게 사소한 일로 술집 사람들이 경찰을 부를 줄은!”구택은 소희의 얼굴을 살짝 꼬집으며 태연하게 말했다. “경찰서에서 전화 왔을 때, 네가 싸움으로 경찰서에 갇혔다는데 하나도 놀라지 않았어!”구택의 말에 소희는 다소 죄책감이 들었다. “성연희가 치마를 입고 있어서 불편하니까, 그래서.”시무룩해하는 소희에 구택은 부드럽게 달래듯 말했다. “앞으로 연희와 술 마시러 가지 않는 건 어때?”“나랑 술 마시는게 어때서요?” 연희가 다가오며 태연하게 웃었다. “구택 씨가 오지 않아도, 문제를 해결하고 소희를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 줄 수 있었어요!”그리고 구택은 일어서 연희 뒤를 따라오는 김영을 바라보았다. 김영은 구택의 차가운 눈빛에, 다급히 해명했다.“제가 경찰에 신고한 게 아니에요!”“압니다.” 구택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앞으로 연희 씨에게서 멀리하세요. 다음번에 소희가 또 때리면 발로 차기만 하는 게 아닐 겁니다.”김영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구택의 압도적인 분위기에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집에 가자!” 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명우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연희는 술을 마셨으니 연희를 태워 집에 데려다 주었다. 구택은 다른 차를 몰고 소희를 집으로 데려갔다. 소희는 조수석에 앉아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앞으로, 가능하면 손은 안 쓸게.”이선유 때문에도 경찰서에 가지 않았는데, 김영 때문에 다시 온 게 믿기지 않았다. 게다가 소희가 여자 경찰을 다시 만났을 때, 여자 경찰 다가오는 걸 보고 이제 곤란해졌다는 걸 알았다. 분명 나쁜 소식일게 분명하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구택은 미소를 띤 채 가볍게 눈길을 주었다.
수요일,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고명계 부사장이 우청아를 사무실로 부른다.고명계 부사장은 여전히 굳은 표정을 지었지만 청아에 대한 태도에는 인재를 아끼는 온화함이 묻어났다. “오늘 성수현 사장님이 전화하셔서 당신이 디자인한 별장에 대해 상세히 매우 만족하신다고 하셨어요.”“시대를 앞서가면서도 인간적임을 잃지 않았다고, 정말 훌륭하다고요!”청아는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했다.“감사합니다!”“이것도 청아 씨가 회사에 온 후 처음으로 맡은 프로젝트였죠. 제가 디자인을 봤는데 정말 괜찮더라고요!” 고명계 부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 저녁 성수현 사장님이 저녁을 대접한다고 하셨어요. 첫째로는 청아 씨 아직 얼굴을 마주 보지 못했으니 정식으로 인사를 나눠요.”“두 번째로는 디자인에 대한 몇 가지 요구사항을 청아 씨랑 직접 논의하고 싶어 하세요.”“좋아요, 문제없어요!” 청아는 쾌활하게 대답했다.“그럼 준비하고, 퇴근하고 나서 제가 청아 씨를 데려다 줄게요!” “네, 그럼 저는 먼저 나가겠습니다!” 청아가 웃으며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자, 이지현이 의자를 타고 다가와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고명계 부사장님이 무슨 일로 부른 거예요? 또 다른 일거리를 주는 건가?”“아니에요!” 청아가 성수현 사장에게 제출한 모든 디자인 초안을 정리하며 말했다. “성수현 사장의 원본 작업이 통과됐어요. 내부 디테일에 대해 더 논의할 것이 있어서 고명계 부사장님이 성수현 사장과 약속을 잡았어요.“오늘 저녁에 직접 이야기할 예정이래요.”“긴장돼요?” 지현이 물었다. “전 첫 고객을 만났을 때 나는 너무 긴장해서 말도 제대로 못 했어요.”“그 고객은 30대 여성이었는데, 명품으로 치장하고는 사람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는 타입이었고요.”“내가 한 일에 트집을 잡으면서 욕을 퍼붓더라고요. 그래서 난 밖에 나가서 바로 울음을 터뜨렸고요.”“그 후에는 어땠어요?”“그 후에 나는 뻔뻔스럽게도 자주 고객을 찾아갔어요.”“고객이
음식과 술이 준비되자 성수현은 먼저 우청아에게 술을 따랐다. “청아 씨, 비록 오늘이 우리의 첫 만남이지만 꽤 오래 알고 지내온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이 잔은 청아 씨를 위해 제가 따르도록 하죠.”“이렇게 멋있는 별장을 저를 위해 설계해 주신다니 정말 감사하네요. 전 원샷 할 테니 청아 씨는 편히 마셔요.”성수현의 말에 청아는 아무 말없이 반 잔을 마셨다.“좋아요, 저는 청아 씨처럼 솔직한 사람을 좋아해요!” 성수현이 다시 술병을 들어 청아에게 술을 따르자 청아의 옆에 있던 고명기가 웃으면서 말했다.“청아 씨가 술을 잘 못 마시니까 두 번째 잔은 제가 따라드리겠습니다. 우리 회사를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앞으로의 협업이 즐겁게 진행되기를 바랍니다.”“청아 씨가 계시니 당연히 즐거울 겁니다!” 성수현 사장이 청아에게 장난스럽게 미소 지으며 술잔을 기울이고는 한꺼번에 마셨다.“청아 씨.” 또 빈 잔을 청아에게 보이는 성수현에 고명기가 갑자기 말을 끊었다.“청아 씨, 디자인의 세부 사항을 성수현 사장님과 상의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어서 가져와 보세요!”“아!” 청아는 바쁘게 자신이 가져온 디자인 도면과 자료를 성수현에게 보여주었지만 성수현 은 필요 없다는 듯 크게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볼 필요 없어요, 청아 씨, 청아 씨 생각대로 디자인하면 됩니다. 저는 당신을 믿어요!”“그래도 한 번 봐주세요!”청아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만 성수현은 자신의 BMW M8 차 키를 테이블 위에 쾅 하고 던졌다.“볼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자꾸 선 그으면 저 진짜 화낼 겁니다.”갑작스럽게 화를 내는 성수현에 청아와 고명기는 어안이 벙벙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청아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가져온 디자인 도면을 접었다.“청아 씨, 난 이제부터 그냥 청아라고 부를거고, 청아도 저한테 말 놔요. 뭐 수현 오빠라고 불러요, 성수현 사장님이라고 부르면 너무 정 없잖아요.”성수현이 계속해서 청아에게 술을 따르며 말했다. “나는
“참나, 정말 융통성이 없네!” 성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취하면 어때서, 여기서 고급 스위트룸을 열어 줄게. 원하는 만큼 머무르면 돼!”성수현의 강요에 우청아는 어쩔 수 없이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러자 기분 좋아 보이는 성수현에 고명기가 청아에게 말했다.“담배가 없네요. 청아 씨 나가서 담배 한 갑 사다 줘요, 말보로 레드로.”이에 성수현 사장이 바로 말했다. “여기 시가렛 있는데 내 걸로 피워요.”“아닙니다. 전 이 담배가 익숙해져서 청아 씨보고 사오라고 하면 됩니다.”고명기의 말에 청아는 담배를 사러 일어났고 잠시 뒤, 청아에게서 연락이 왔다.“부사장님, 편의점 왔는데 말보로 레드는 없고 화이트후레쉬 멘솔이 있다고 하더라고요.”이에 고명기가 차갑게 말했다.“이런 사소한 일도 못 하나요? 머리는 달고 다니는 겁니까? 그 편의집에 없으면 다른 데 가서 사요. 사지 못하면 돌아올 필요도 없고요!”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자 성수현이 웃으며 말했다.“뭘 또 담배 한 갑 가지고 그렇게 화를 내십니까.”성수현의 말에 고명기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새로 온 직원이라 좀 서툴러서 가르쳐 줘야죠.”“이렇게 예쁜 아가씨는 너그럽게 봐줘야죠!” 성수현이 비릿하게 웃었는데 그 웃음속에 불순한 의도가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고 술잔을 들고 고명기와 건배했다.“우리끼리 먼저 한잔해요.”레스토랑 맞은편 편의점에서 청아는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혼이 난 청아는 한참 멍해 있다가 이내 입술을 깨물고는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부사장님, 나가실 때 제 디자인 도안을 회사로 가져도 주실 수 있을까요?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문자를 보낸 청아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다음 날, 성수현은 청아에게 전화를 걸어 왜 일찍 떠났는지 물었다. 이에 청아는 대충 핑계를 대며 앞으로 만날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청아는 디자인 작업만 잘하고 싶을 뿐, 다른 문제는 원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