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청아가 전화를 끊고 배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정의 고태형 사장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태형의 도착 소식에 모두가 소란스럽게 웅성거렸다. 입찰 가격 유출 사건이 터진 이후 태형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드디어 나타났다.잠시 뒤, 태형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 청아에게 당당하게 인사를 하고, 장시원과 배강에게 왜 늦었는지 설명했다.그러자 배강이 입을 열었다. “고태형 사장님께서 딱 좋은 타이밍에 오셨어요. 사장님께서 찾아낸 단서를 모두에게 공유해 주시죠.”태형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일에 대해 우청아 씨에게 먼저 사과드립니다.”“저희는 원래 동문 사이였고, 제가 청아 씨에게 작은 부탁을 했는데, 그것이 남에 의해 이용되어 많은 문제를 일으켰네요.”그는 말을 잠시 멈추고 또렷이 말했다. “최근 모든 것을 전면적인 조사를 시행했습니다. 그 6천만원의 송금 기록은 제 비서가 제 휴대폰에서 몰래 전송한 것이었습니다.”“그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오늘 그를 데리고 왔으니 직접 모두에게 설명하게 하겠습니다.”태형이 말을 마치고 회의실 밖을 향해 소리쳤다. “들어오시죠!”회의실 문이 열리고 35살 정도의 남자가 들어와 고개를 숙인 채 민망한 표정으로 굳게 서 있었다. 그리고 그는 곧 입을 열었다. “스탤 그룹의 조 부사장 옆에 있는 사람이 저에게 2천만원을 주고 이렇게 하라고 했습니다!”조 부사장이 얼른 일어나며 얼굴이 붉어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그러자 민율도 차갑게 말했다. “고태형 사장님, 모함은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어요!”모든 증거가 스탤 그룹을 가리키자 다른 회사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고, 이스트의 사장이 갑자기 말했다. “이건 말이 안 됩니다. 만약 스탤 그룹 사람이 청아 씨를 함정에 빠뜨리려 했다면, 고태형 사장의 손에 들어간 입찰 가격은 어떻게 된 건가요?”“그것도 스탤 그룹이 준 것은 아니겠죠?”“맞아요, 스탤 그룹에서 보낸 겁니다!” 태형이 말을 꺼냈다. “정확히는
배강이 전화를 걸어 최결을 회의실로 부르게 했다.최결은 오늘 입찰 회사들을 위한 회의가 있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아마도 마음이 불안했기 때문에,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들어섰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프로젝션에 비친 사진을 보고 얼굴색이 확 변했다.‘우민율이 괜찮다고 했는데 어떻게 이런 사진이 있을 수 있지?’최결은 회사에서 자신의 계정을 조사할까 봐 그 돈을 자신의 계좌로 옮기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문제가 생길 수 있었을까?최결은 마음이 혼란스러웠고, 순식간에 땀이 비 오듯 흘렀다.“최결 씨, 본인 입으로 직접 말해보시죠!” 배강의 표정은 냉담했다. “말하지 않으면, 저희는 지금 바로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회사 기밀을 훔쳐 개인 이득을 취하는 건 징역 구형이 되니까!”“경찰에 신고하지 마세요!” 최결의 얼굴색이 창백해지며,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우민율을 쳐다봤다. 하지만 민율은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고,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보시죠.”배강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최결은 말을 꺼내지 못하고,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배강의 손에 무슨 증거가 더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서둘러 인정하면 자신의 커리어도 끝날 것이었다.“아직도 입을 안 여는 겁니까?” 배강이 비웃으며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말할게요!” 최결이 두려움에 몸을 떨며,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저였어요. 제가 우청아의 입찰 가격을 몰래 보고 우민율 사장님에게 유출했어요.”사람들이 탄식했고 장시원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내 곁에서 일한 세월이 몇 년인데, 왜 이런 짓을 한 겁니까?”최결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얼굴은 창백했고 우울해 보였다. “저……, 저는 돈 때문이 아니었어요. 우청아가 39층에 온 이후로, 사장님께서 중용하시고 점점 더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기셨어요.”“그리고 저는 언
우민율의 목적은 분명했다. 우청아를 장시원의 곁에서 쫓아내고, 그 과정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이정을 동시에 밀어내는 것이었다. 그녀의 생각에 따르면, 이 사건이 터진 후 시원이 진실을 알아낸다 해도 모든 것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모든 사실이 밝혀지면 장씨 그룹과 스탤 그룹의 협력, 심지어 우씨 가문과의 모든 협력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청아를 앞세워 잘못을 덮어버리는 것이었다.그러니 민율은 도박을 한것이었다. 시원에게 우씨 가문과의 협력이 중요한가, 아니면 우청아가 더 중요한가? 결국, 시원은 청아를 선택했다.곧 시원이 일어서며 말했다. “이제 여러분 모두 상황을 명확히 알았을 겁니다. 이건 단지 한 건의 불미스러운 입찰 사건일 뿐입니다.”“물론, 저희 회사 내부에 문제가 있었고, 저희도 책임이 있습니다.”“입찰과 관련된 사항은 배강 부사장이 추후에 다시 알려드릴 겁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입니다.” 말을 마친 후 시원은 먼저 자리를 떠났다.다른 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상황이 이렇게 전개될 줄은 몰랐지만 진실은 마침내 밝혀졌다. 또한, 한 번에 두 명의 경쟁자를 제거했기 때문에, 다른 회사 사람들은 민율에게 고마워하면서도 그녀의 실패를 즐겼다.민율은 분노로 온몸이 떨렸고, 얼굴을 굳히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빠르게 걸어갔다. 그때 성연희와 소희가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연희는 손에 선물 상자를 한 아름 들고 있었고, 민율 앞에 그것들을 툭 던졌다. “본인 물건은 본인이 챙겨가세요. 이왕 살거면 좀 비싼 걸로 살것이지, 이런 쓰레기들을 뇌물이랍시고 주다니, 참 대담하네요!”연희의 조롱에 가뜩이나 화가 나 있는 민율이 눈을 부릅떴다.“성연희 씨, 이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우청아는 내 친구고, 나는 청아 딸의 이모예요. 근데 그래도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요?”“그러니까, 청아한테 이딴 쓰레기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연희는 거만하게 말했다. “
39층에서 우청아는 몇 가지 문서를 정리한 후 반 시간쯤 지나 최결이 사장실에서 나왔다. 몇 날 며칠 동안의 당당함은 사라지고 최결은 완전히 낙담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온 그녀는 몇 번 숨을 크게 쉬고 나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해고될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전략기획팀에서 신주영이라는 여성이 올라와 최결과 업무를 인계하기 시작했다. 청아는 문서를 들고 장시원에게 서명을 받으러 갔고, 배강도 그곳에 있었다. 청아가 들어오자 배강이 농담을 던지며 말했다. “방금 사장에게 이번 일로 청아 씨가 겪은 고생을 어떻게 보상해야 할지 이야기했어요.”이에 청아는 차분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이 일에 저도 책임이 있어요. 사장님께서 저를 질책하지 않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게다가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저는 이번 입찰에 더 이상 참여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사장님께서 다른 인원을 배정해 주시면, 필요한 곳에서 제가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시원은 문서를 살펴보며, 무심한 표정으로 청아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 “신주영 씨에게 맡기세요.”“알겠습니다.” 청아가 대답하고는 시원에게 문서를 건네주었고 시원의 서명을 받았다. 그리고 서명을 마친 시원은 더 이상 말없이 문서를 밀어냈다.그날 이후, 시원은 회사에서 청아에게 냉담하고 거리를 둔 채, 엄격하게 업무적인 관계만을 유지했다. 그는 약속을 지키며 청아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고, 과거의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청아는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서류를 받아 들고,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섰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배강은 청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원에게 물었다. “왜 너랑 청아 씨 사이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거지?” “아무 일도 없어.” 시원은 무심한 얼굴로 계속 문서를 검토하며 말했다. “본인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시죠. 궁금증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야.”배강은 몸을 기울여,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태형이 자신의 비서가 우민
우청아는 탕비실에서 한참 있다가 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최결은 이미 자리를 떴고, 새로 올라온 신주영이라는 여자가 청아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신주영입니다. 주영 씨라고 부르시면 돼요!”청아는 그녀와 가볍게 악수를 나누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우청아라고 합니다.”“청아 씨, 앞으로 39층에서 함께 일하게 되어 반가워요. 잘 부탁드립니다!” 주영은 청아보다 세 살이 많고, 장씨 그룹에서 이미 4년을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또한 매력적인 인형 같은 얼굴을 가진 주영의 인사에 청아는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주영 씨가 저보다 장씨 그룹에서 근무한 시간이 더 길어서, 저도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청아 씨 너무 겸손하신 거 아니에요?”주영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장시원 사장님 성격은 어때요? 잘 지낼 수 있을까요?”이에 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은 부하 직원들에게 정말 잘해주세요.” “제가 4년 동안 사장님을 몇 번 보지 못했어요. 갑자기 39층으로 올라오게 되어 조금 떨려요.”“청아 씨, 사장님 앞에서 제 좋은 말 좀 잘 해주세요. 그리고 모르는 게 있으면 잘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주영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여기까지 오게 된 건 분명 사장님께서 주영 씨의 업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일 거예요.” 불안해하는 주영을 청아가 안심시켰다. “고마워요, 청아 씨!” 주영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 일하러 가볼게요. 청아 씨도 뭔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청아는 자리에 앉아 일을 계속하다가 가끔씩 사장실 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입찰 업무는 주영에게 넘어갔고, 주영은 열심히 일하며 청아에게 세세한 부분까지 물어보고, 이정 등 몇몇 회사와 상세히 소통했다.점심에 주영이 청아를 불러 함께 식사했다. 그녀는 청아를 위해 젓가락과 숟가락을 세팅했고, 부엌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 청아를 위해 밀크티까지 준비했다. 둘은 이제 막 알게 되었지만, 주
배강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신주영 씨가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저는 아름다운 분들에게 항상 친절합니다.”배강의 말에 주영이 눈썹을 한 번 꿈틀거리더니 말했다. “그럼 제가 충분히 예쁘지 않았나 봅니다.”이에 배강이 농담조로 말했다. “제가 전에 주영 씨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했던 거죠!”“부사장님, 정말 말을 잘하시네요!” 주영이 입술을 깨물며 웃으며 다가와 말했다. “부사장님, 혹시 우청아 씨를 좋아하시나요?”주영의 어이없는 질문에 배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단지 디저트를 사 줬다고 해서 제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주영 씨,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좀 더 넓어질 수는 없는 건가요?”하지만 주영이 쿠키를 한 입 베어 물며 의도적으로 말하면 안 될 걸 말하려는 척했다.“부사장님, 최결이 떠나기 전에 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아세요?”“뭐라고 했나요?” 배강이 커피잔을 들고 바에 기댄채로 물었다.“최결이 저에게 장시원 사장님이 청아 씨를 좋아한다고 했어요!” 주영은 눈을 크게 뜨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배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사장님, 최결이 말한 게 사실인가요?”이에 배강이 은은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사장님이 청아 씨를 왜 좋아하는지 압니까?” “저야 모르죠!”주영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자 배강이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왜냐하면 청아 씨는 쓸데없는 말을 안 하고 과묵하거든요!”배강의 말에 주영이 어색하게 말했다. “부사장님, 제가 말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셨나 봐요.”하지만 배강이 웃음을 잃지 않고 말했다. “사장님 곁에서 일을 하려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규칙을 지키는 게 중요해요. 이건 주영 씨에게 하는 충고입니다.”주영의 얼굴에 잠시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웃음으로 표정 관리를 하며 테이블 위의 무스 케이크를 집으려 했다. 그러나 배강이 살짝 몸을 피하며 말했다. “미안한데, 이건 청아 씨 겁니다.”딱 잘라 선을 긋는 부사장에 주
“회사 그만두면 요요 데리고 시카고로 돌아갈 건가요?” 장시원이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시원이 서명을 마쳤는데 청아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펜 끝이 종이 위에서 잠시 멈춰 섰는데, 힘이 너무 세어 종이를 뚫을 듯했다.이내 평정심을 찾은 시원은 사직서를 청아에게 밀어주었다. 준수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표정이 어두웠고, 깊은 눈빛은 마치 심연 같았다.“잘 가세요.”청아는 목에 뭐가 걸린 사람처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장님도요, 그동안 신경 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청아는 사직서를 들고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 곧은 등은 마치 몇 킬로그램의 짐을 짊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청아는 여전히 느리지 않게, 뒤돌아보지도 않고 걸어갔다.시원은 청아의 뒷모습이 문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함께 사라진 듯 허무했다....저녁에 시원은 약속이 있었고, 끝나고 났을 때에는 이미 반쯤 취한 상태였다.벌써 밤 11시였기에 주성이 운전하며 공손히 물었다. “사장님, 본가로 돌아가시겠습니까?”시원은 창밖의 화려한 야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반쯤 취한 시원의 검은 눈동자에 불빛이 반사되어, 눈 속의 허무함을 비추었다.잠시 후, 시원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정으로 가죠.”주성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어정 쪽으로 운전했다.반 시간 뒤, 차가 건물 아래에 멈췄고, 주성은 시원이 오늘 기분이 좋지 않고 술을 많이 마셨다는 것을 알고 차에서 내려 그를 도우려 했다.“필요 없어요!” 시원이 주성의 손을 밀어내고 굳건히 혼자 걸어갔다.“혼자 올라갈 수 있습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을 연 시원은 불을 킨 상태로 멍하니 서 있었다. 아마 가슴도 빈 집처럼 텅 빈것같아 굉장히 힘들어 보였다.시원은 언젠가 청아를 다시 이곳으로 데려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게스트룸으로 걸어가 문을 열자, 시원의 눈에 깊은 아픔이 스쳐 지나갔다. 방 안에는 크고 작은
우강남은 자기 전에 갑자기 내일이 추석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허홍연과 상의했다.“엄마, 내일 추석인데 청아한테 전화해서 집에 오라고 할까요?”“오랜만에 오니까 내일 아침에 시장에 가서 청아가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사오죠.”“그리고 요요도 있으니까 우리 가족이 함께 즐거운 명절을 보내자고요.”강남이 말하며 핸드폰을 꺼내 청아에게 전화하려 했지만 허홍연의 얼굴색이 변하며 서둘러 말렸다. “전화하지 마!”“왜 그래요?” 강남이 당황해서 묻자 허홍연은 동공이 흔들렸다. 허홍연은 우임승이 이미 일을 찾아 떠났다는 것을 모르고 우임승이 여전히 청아와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청아가 오면 우임승도 함께 오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허홍연은 우임승이 새집을 찾아오고 여기에 살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본인과 우임승이 한집에서 사는 것 자체가 상상이 안갔고, 허홍연은 매일 싸우고 싶지 않았다.더욱이 정소연이 강남에게 이런 도박꾼 아버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화를 내면서 친정으로 돌아가게될까 봐서 걱정이었다. 왜냐하면 허홍연은 소연이 빨리 손주를 낳기를 바랐다.“청아가 오늘 오후에 전화 왔어, 내일 일 한다고 못 온다고 했고!” 허홍연은 아무 생각 없이 변명하자 강남이 미간을 찌푸렸다.“추석에도 일을 나간다고요?”그러자 소연이 다가와서 비웃듯이 말했다. “큰 회사니 바쁘지. 당신 동생은 사장님 곁의 사람이니 일이 더 많을 거야.”“당신처럼 열심히 일해도 월급이 쥐꼬리만큼 일 거라고 생각해?”강남은 소연의 쓸데없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급히 말했다. “그럼 됐어, 청아 보고 일하라고 하고 시간 날 때 부르지 뭐.”허홍연이 소연이 주방에 물을 마시러 간 사이에 강남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서 낮게 말했다. “소연이 너한테 불만이 있는 거 아니야?”“아니에요!” 강남이 담담히 웃으며 대답했다. “방금 그건 농담이었어요.”강남의 대답에 그제야 안심이 된 허홍연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이제 일이 그렇게 바쁘지 않으니 자주 야
두 사람은 빠른 걸음으로 로비를 가로질러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 안에는 마심호뿐만 아니라 서인과 이한우도 있었다.오석준이 나타나자마자, 한우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성큼 다가가 오석준의 옷깃을 거칠게 잡아챘다.“오석준 사장님, 감히 날 가지고 놀아요?”오석준은 서인과 한우를 보자마자 상황을 눈치챘다. 하지만 정작 그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둘이 아니라, 마심호였다.오석준은 재빨리 이한우의 손을 뿌리치고 옷깃을 정리하더니, 곧장 마심호에게 다가가 얼굴 가득 아부하는 미소를 지었다.“마심호 사장님, 저는 오석준이라고 해요. 호텔의 모든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죠.”“이번에 몇몇 민박이 우리가 계획한 골프장 부지에 포함되어 있어서, 보상금을 주고 이주하도록 했죠.”“그런데 이 두 사람이 그중 한 가족을 대신해 저를 찾아와서 뇌물을 주려 했어요. 그 집을 철거하지 말아 달라고 하더군요.”“제가 거절했더니, 이렇게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예요!”그러자 한우가 격분하여 소리쳤다.“헛소리하지 마세요! 본인이 분명 동의해 놓고, 나중에 말을 바꿨잖아요! 이제 와서 우리한테 누명을 씌우겠다고요?”하지만 오석준은 오직 마심호만 바라보며 말했다.“마심호 사장님, 저는 오로지 우리 호텔을 위해 일했을 뿐이에요. 호텔과 그룹을 배신하는 행동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마심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석준 사장, 누가 당신한테 뇌물을 줬다는 거죠?”그러자 오석준은 곧장 서인을 가리켰다.“바로 이 사람이요! 그날 저를 초대해 밥을 사더니, 돈을 주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받지 않았죠. 제 비서가 그 증인이에요!”그 순간, 서인 옆에 앉아 있던 유진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마심호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스쳤다.“당신 말은, 서인 씨가 당신에게 뇌물을 줬다고요?”오석준은 확신에 찬 듯 말했다.“네, 맞아요!”마심호가 다시 물었다.“그럼, 당신이 말하는 서인 씨가 누구인지 알고
사람들이 끌려가고, 바닥에는 피가 얼룩진 채 남아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도로가 깨끗이 정리되자, 두 사람은 차를 길가로 옮겨 도로를 비워주었다. 서인은 차를 출발시켜, 굉음을 내며 달려 나갔다.임유진의 얼굴은 창백해져 있었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서인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더니, 몇 분 후 차를 길가에 세웠다. 서인은 휴지를 꺼내 몸을 기울여 유진의 옆얼굴과 머리카락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주며 담담하게 말했다.“놀랐어?”서인의 눈빛은 깊고 어두웠다.“이제야 깨달았겠지? 나 같은 사람은 좋아할 만한 가치가 없어. 멀리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이야.”유진은 서인을 바라보며 천천히 그의 손을 잡았다.“예전에도 이렇게 살아왔어요?”서인의 손등 위로 유진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이 닿았다. 그러자 서인 심장이 미묘하게 흔들렸지만, 얼굴은 여전히 냉담했다.“그래.”유진은 서인을 깊이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이제 사장님이 싸울 수 있는 걸 존경하지 않을래요. 대신, 네가 이런 생활에서 벗어나 평범하고 안전하게 살길 바랄 거예요.”오늘 유진은 분명 충격을 받았다. 저 칼은 진짜였고, 사람을 향해 휘두르면 살점이 찢기고 피가 튀었다. 저 무거운 곤봉이 내려치면 뼈가 부러질 정도의 위력이었다.서인은 강했다. 하지만 결국 서인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었다. 만약, 혹시라도 다친다면...서인은 유진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가까이에서 맞닿았다.“어떤 일들은 피할 수 없어.”유진은 즉시 말했다.“그러면 앞으로 내가 항상 따라다닐 거예요. 사장님이 싸우면 나도 따라갈 거예요.”서인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안 무섭다고?”유진의 눈빛이 깊어졌다.“사장님이 보이지 않는 게 더 무서워요.”서인은 갑자기 손을 내리며 비웃듯 말했다.“구제 불능이군.”유진은 즉시 반박했다.“누가 그래요? 사장님은 내 치료약이예요.”서인은 유진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의 집요함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액셀을 밟아 차를 빠르게
두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자, 맞은편 무리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음침한 웃음이 서려 있었다.“지금 당장 흥성을 떠나. 그렇지 않으면 오늘 여기서 죽게 될 거야. 네가 죽으면 네 여자친구는 더 비참한 꼴을 당할 거고. 선택해 봐!”곁에 있던 또 다른 남자가 느끼한 목소리로 거들었다.“고작 안토니 가족 일에 네 목숨을 걸겠다고? 이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 어이 형씨, 다시 한번 생각해 봐.”한쪽 팔에 기린 문신이 새겨진 사내가 비웃으며 말했다.“주제도 모르고 까불긴.”남자의 조롱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서인은 검은 옷을 입은 채, 강렬한 햇빛 아래에서도서인의 분위기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안토니 가족 일, 내가 끝까지 책임질 거야.”“이 새끼가 죽고 싶나 보네!”기린 문신의 사내가 침을 뱉으며, 손에 들고 있던 긴 몽둥이를 휘둘러 서인을 향해 강하게 내리쳤다.그러나 서인은 남자가 몽둥이를 휘두르기도 전에 순식간에 몸을 날렸다. 단숨에 앞으로 돌진한 그는 강하게 발차기를 날려 그 사내의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했다.퍽! 문신남은 피를 뿜으며 나가떨어졌다. 땅에 쓰러진 그의 입에서 부러진 이빨이 튀어나오자, 주변의 남자들은 순간 굳어버렸다.그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고, 산속을 스치는 바람마저도 싸늘하게 불어닥쳤다. 그러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몇 초 후, 무리가 일제히 달려들었고, 길고 날카로운 칼과 몽둥이를 든 열 명이 넘는 사내들이 맹렬한 기세로 서인을 향해 돌진했다.유진은 본능적으로 숨을 멈췄지만,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사장님!”유진은 잔뜩 긴장했지만, 차마 서인을 혼자 두고 도망칠 수 없었다.서인은 냉정하게 움직였다. 달려오는 자의 가슴을 강하게 걷어차 쓰러뜨린 후, 그가 떨어뜨린 칼을 순식간에 집어 들었다.그러고는 재빠르게 몸을 틀어 왼쪽에서 달려드는 또 다른 적의 허벅지에 칼을 박아 넣었다.“윽!”피가 솟구쳤고, 그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러나 뒤쪽에서 또 다른 남자
윤석경은 눈가가 붉어졌지만,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힘들어하지 마. 정말 안 되면 그냥 철거해도 괜찮아. 어차피 아들이 매달 돈을 보내주니 굶어 죽을 일은 없으니까.”서인은 잠시 윤석경을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임유진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차가 산길로 접어들자, 유진은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씩씩댔다.“그 안주설, 정말 능청스럽게 변명하더라고요. 증거가 다 나왔는데도 저렇게 뻔뻔하게 나오다니!”“누가 들어도 우리가 철거를 막는 게 못마땅했던 게 분명한데, 뒤에서 조종한 거 아니에요?”서인은 앞을 주시하며 담담하게 말했다.“너도 거짓말을 했잖아. 그러니 사람들이 네 말을 전적으로 믿겠어?”“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다고 그래?”유진은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인을 바라보자, 서인은 유진을 힐끗 보며 말했다.“네가 월세로 산다고 했잖아. 그리고 나랑 결혼해도 계속 월세로 살 거라고?”유진은 순간 멍해졌다가, 이내 얼굴이 빨개졌다. 입술을 꼭 다문 채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만약 우리가 결혼한다면, 월세 살아도 괜찮아요.”서인은 코웃음을 쳤다.“너 좀 철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철없네.”유진은 억울한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왜요?”서인은 무심하게 말했다.“넌 돈이 없는 생활을 해 본 적 있어? 돈이 없을 때 어떤 기분인지 알아?”유진은 서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고는 조용히 말했다.“내 이름으로 된 집이 여러 채 있어요. 결혼하든 안 하든 그건 변하지 않고요. 사장님이 월세 살고 싶다면 나도 그렇게 할게요.”“사장님이 원치 않는다면, 그냥 내 집에서 살면 돼요.”서인은 순간 할 말을 잃었고, 유진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 물었다.“그래서, 월세 살 거예요? 아니면 내 집에서 살 거예요?”서인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반문했다.“누가 너랑 결혼한대?”유진은 장난스럽게 피식 웃더니, 창밖을 바라보며 한껏 우쭐해했다.그때, 도로 한가운데 두
방 안이 삽시간에 조용해졌고, 서인도 고개를 들어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유진은 눈처럼 맑고 투명한 얼굴로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 파일을 찾아 재생했다.녹음 속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처음에는 안주설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나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어요. 창문으로 기어들었을 수도 있고요.”“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강성에서 월세 살고 있나 봐요?”“음, 그렇죠!”...녹음이 계속 이어지다, 주설의 목소리가 확연히 낮아졌다.“유진 씨랑 서인 사장님, 토니네 일에서 손 떼면 안 될까요?”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뭐요?”“내가 400만 원 줄게요. 그러니까 서인 사장님 설득해서 여기서 떠나게 해 줘요.제발, 네?”“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요?”“묻지 말고, 그냥 네가 서 사장님을 설득해서 돌아가게 해 줘요. 우린 모두 토니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같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그냥 손 떼고 돌아가 줘요.”...유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설마 주설 씨였어요?”“뭐가요?”“주설 씨, 이 민박집이 철거되길 바라고 있네요. 보상금 받아서 해성에 집 사려는 거죠?”“그게 유진 씨랑 무슨 상관이죠? 왜 우리 집 문제에 왜 당신이 끼어드는데요? 지나치게 참견하는 거 아닌가요?”“보상금 받아서 집 사면, 토니 씨 부모님은 어떻게 하라고요? 여기가 토니 씨 부모님들이 가진 전부예요.”“집이 무너지면, 부모님을 해성으로 모셔 갈 거예요?”“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잖아요! 본인이 집 못 사니까 우리도 못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질투하는 거죠? 솔직히?”녹음은 거기서 끝났다. 유진은 녹음이 끝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충격에 빠진 주설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웃었다.“누가 이 집을 철거시키려 했는지, 누가 보상금을 노렸는지, 누가 우리를 여기서 쫓아내려 했는지 이제 다들 알겠죠?”모든
윤석경은 손에 청경채를 들고 뛰어나오며 소리쳤다.“박민란 씨! 또 무슨 일이죠?”박민란은 서인과 임유진을 발견하자 더욱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당신들 가족 전부 나오라고 해요! 안토니도 불러요! 오늘은 꼭 이 비열한 배신자를 색출해야겠어요!”그 말에 윤석경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배신자라니, 무슨 소리예요?”곧 가족들이 모두 1층 거실에 모였다. 그리고 박민란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자, 직접 보세요!”유진의 시선이 사진에 닿자마자 눈이 커졌다. 사진 속에는 서인과 유진이 있었다. 일요일, 호텔에서 네 사람이 함께 식사할 때 찍힌 사진이었다. 사진 속에서 오석준이 서인에게 차 한 상자를 건네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이에 박민란은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자, 똑똑히 보세요! 다들 잘 보라고요!”본래도 목소리가 컸던 그녀는, 화까지 난 상태라 더욱 격렬하게 소리를 질렀다. 거기다 입을 열 때마다 침까지 튀었다. “이 두 사람이 호텔 측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당신네 집을 팔아넘겼어요! 그런데도 당신들은 이들을 손님처럼 대접하고 있다니, 제정신이에요?”토니 가족은 사진을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토니도 호텔에서 공사 담당자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기에, 사진 속 인물을 바로 알아보았다.유진은 억울하고 화가 치밀었고, 바로 박민란을 향해 따져 물었다.“이 사진 어디서 난 거죠? 누가 보낸 거예요?”박민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건 당신이랑 상관없어요! 아무튼 당신들 얼른 떠나요!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말고요!”토니 가족들은 사진을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고, 유진은 단호하게 설명했다.“사장님이 친구를 통해 호텔 공사 담당자를 만났고, 그 사람이 여기를 철거하지 않기로 약속했어요.”“그날 저녁에 그 사람과 식사한 것도 그 자리에서 설명해 드렸잖아요? 그리고 저 가방 안에는 차가 들어 있어요.”“지금도 차 안에 있으니까 가져와서 보여드릴게요!”토니는 사진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자, 임유진은 주변을 살피며 혹시라도 쥐구멍이 있는지 찾기 시작했고, 안주설은 창가에 기대어 웃으며 말했다.“쥐구멍이 없어도 쥐는 나타날 거예요. 쥐는 정말 어디든 들어올 수 있거든요. 창문을 통해서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그러자 유진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난 쥐가 제일 무서워요. 전에 내가 살던 원룸에도 한 번 쥐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어디서 들어온 건지 도통 모르겠더라고요.”주설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강성에서 월세로 살고 있나 봐요?”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음, 그렇죠!”주설은 조심스레 떠보듯 물었다.“그러면 나중에 사장님이랑 결혼하면 집을 살 테니까 더 이상 월세 살 일은 없겠네요? 사장님은 꽤 돈이 많아 보이던데요.”유진은 한숨을 쉬었다.“사장님이요? 무슨 돈이 많아요? 차 한 대 그나마 좀 값나가는 거지, 그거 팔아도 강성에서 집 사긴 어림도 없어요. 강성 집값 엄청 비싸요.”주설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전 집 없이는 절대 결혼 안 할 거예요. 자기 집이 있어야 마음 편하잖아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유진은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물었다.“두 사람은 언제 결혼할 거예요?”그러자 주설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연말쯤이요. 우리 둘 다 직장도 안정적이고, 하반기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하려고 해요.”“그럼 집은 샀어요?”유진은 궁금한 눈빛으로 묻자 주설은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거의 다 됐어요. 지금 집을 알아보는 중이에요.”“좋겠네요! 해성 집값도 강성이랑 비슷하게 비싸던데, 정말 대단하네요. 나랑 사장님은 언제쯤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으려나?”유진이 부러워하는 듯한 말투를 쓰자, 주설의 얼굴에는 은근한 우월감이 스쳤다.“열심히 일하면 언젠간 생길 거예요!”유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툴툴거렸다.“월급 모아서 집 사려면 늙어야 가능할걸요? 하늘에서 갑자기 돈 보따리라도 떨어지면 좋겠네요!”주설은 그녀의 말을 듣고 눈빛이 스치듯 어두워졌고 살짝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유진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안토니의 부모님은 점심을 준비하러 갔고, 안주설은 안토니를 방으로 끌고 가서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임유진은 서인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두 사람은 밖으로 나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당에 나서자, 유진이 생각에 잠긴 듯 말을 꺼냈다.“내 생각엔, 토니 가족 중에 뭔가 이상한 사람이 있어요.”서인은 눈을 살짝 들며 유진을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지?”유진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어제 우리가 떠날 때, 토니가 우리한테 언제 돌아가냐고 물었잖아요? 그때 사장님이 바로 강성으로 간다고 했죠.”그러나 돌아가는 과정에 산길에 교통사고가 발생해 도로가 막히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지체되었고 시내에 도착했을 땐 이미 밤이 되어 떠나지 못했다.“하지만 토니 가족은 우리가 이미 떠난 줄 알았겠죠.”서인은 눈을 가늘게 뜨며 중얼거렸다.“우리가 떠난 줄 알고 철거팀이 몰래 들이닥친 거라는 거군.”유진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미심쩍잖아요.”서인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토니일 리는 없어.”며칠간 함께 지내며 그를 지켜본 결과, 토니는 형과 마찬가지로 솔직하고 올곧은 성격이었다.무엇보다 부모님께 극진한 효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겉으로만 도와주는 척하면서 뒤로는 배신하는 짓을 할 리가 없었다.유진은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오늘 우리 여기서 자는 거죠?”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 할 것 같아.”지금 상황으로 보면, 철거팀은 무슨 짓이든 할 가능성이 컸다. 만약 토니 가족 중 누군가가 정보를 흘린 거라면, 오늘 밤 서인과 유진이 없는 틈을 타 다시 올지도 모른다.그러자 유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난 2층에 올라가서 전에 묵었던 방에 아직도 쥐가 있는지 봐야겠어요.”서인은 눈썹을 살짝 올렸고, 유진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섰다.2층으로 올라가려던 찰나에, 유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보니 임구택이었다. 유진은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
안토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서인 형! 호텔 철거팀이 또 왔어요! 이번엔 포크레인까지 끌고 와서 우리 집을 당장 부수겠다고 해요!][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분명 철거하지 않기로 합의한 거 아니었어요? 우린 어떤 계약서에도 서명한 적 없고, 동의한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거죠?]서인의 얼굴이 굳어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지금 바로 갈 테니까 철거 인부들을 최대한 막아봐. 하지만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가족들도 꼭 보호해야 해!”[네!]토니는 급히 대답했다.[일단 어떻게든 붙잡아 볼게요!]“반드시 조심해!”전화를 끊고 나서야 임유진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서인은 간략하게 상황을 설명하자, 유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제 확실히 협의 끝난 거 아니었어요? 혹시 아래 직원들이 전달을 못 받은 거 아닐까요?”서인은 차 시동을 걸면서 오석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그러나 신호가 길게 가더니 결국 연결되지 않았다.이에 곧바로 이한우에게 전화하자, 한우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바로 형님한테 전화해 볼게. 안 받으면 직접 찾아갈게!]전화를 끊자마자 서인은 급히 차를 몰아 토니의 집으로 향했다. 차의 속도를 올려 빠르게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포크레인 한 대가 집 앞에 서 있었고, 토니의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그를 억지로 일으키려 하고 있었고, 토니와 다른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윤석경은 철거 인부들에게 울며 애원했지만, 한 명이 그녀를 밀쳐버렸고, 이내 윤석경은 중심을 잃고 벽에 부딪칠 뻔했다.그 순간, 서인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섰다. 토니의 아버지를 붙잡고 있던 사람 중 하나를 단숨에 발로 걷어찼다. 그리고 막 아버지를 부축하려던 순간, 유진이 소리쳤다.“조심해요!”서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재빠르게 몸을 틀어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상대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