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두면 요요 데리고 시카고로 돌아갈 건가요?” 장시원이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시원이 서명을 마쳤는데 청아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펜 끝이 종이 위에서 잠시 멈춰 섰는데, 힘이 너무 세어 종이를 뚫을 듯했다.이내 평정심을 찾은 시원은 사직서를 청아에게 밀어주었다. 준수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표정이 어두웠고, 깊은 눈빛은 마치 심연 같았다.“잘 가세요.”청아는 목에 뭐가 걸린 사람처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장님도요, 그동안 신경 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청아는 사직서를 들고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 곧은 등은 마치 몇 킬로그램의 짐을 짊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청아는 여전히 느리지 않게, 뒤돌아보지도 않고 걸어갔다.시원은 청아의 뒷모습이 문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함께 사라진 듯 허무했다....저녁에 시원은 약속이 있었고, 끝나고 났을 때에는 이미 반쯤 취한 상태였다.벌써 밤 11시였기에 주성이 운전하며 공손히 물었다. “사장님, 본가로 돌아가시겠습니까?”시원은 창밖의 화려한 야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반쯤 취한 시원의 검은 눈동자에 불빛이 반사되어, 눈 속의 허무함을 비추었다.잠시 후, 시원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정으로 가죠.”주성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어정 쪽으로 운전했다.반 시간 뒤, 차가 건물 아래에 멈췄고, 주성은 시원이 오늘 기분이 좋지 않고 술을 많이 마셨다는 것을 알고 차에서 내려 그를 도우려 했다.“필요 없어요!” 시원이 주성의 손을 밀어내고 굳건히 혼자 걸어갔다.“혼자 올라갈 수 있습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을 연 시원은 불을 킨 상태로 멍하니 서 있었다. 아마 가슴도 빈 집처럼 텅 빈것같아 굉장히 힘들어 보였다.시원은 언젠가 청아를 다시 이곳으로 데려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게스트룸으로 걸어가 문을 열자, 시원의 눈에 깊은 아픔이 스쳐 지나갔다. 방 안에는 크고 작은
우강남은 자기 전에 갑자기 내일이 추석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허홍연과 상의했다.“엄마, 내일 추석인데 청아한테 전화해서 집에 오라고 할까요?”“오랜만에 오니까 내일 아침에 시장에 가서 청아가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사오죠.”“그리고 요요도 있으니까 우리 가족이 함께 즐거운 명절을 보내자고요.”강남이 말하며 핸드폰을 꺼내 청아에게 전화하려 했지만 허홍연의 얼굴색이 변하며 서둘러 말렸다. “전화하지 마!”“왜 그래요?” 강남이 당황해서 묻자 허홍연은 동공이 흔들렸다. 허홍연은 우임승이 이미 일을 찾아 떠났다는 것을 모르고 우임승이 여전히 청아와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청아가 오면 우임승도 함께 오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허홍연은 우임승이 새집을 찾아오고 여기에 살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본인과 우임승이 한집에서 사는 것 자체가 상상이 안갔고, 허홍연은 매일 싸우고 싶지 않았다.더욱이 정소연이 강남에게 이런 도박꾼 아버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화를 내면서 친정으로 돌아가게될까 봐서 걱정이었다. 왜냐하면 허홍연은 소연이 빨리 손주를 낳기를 바랐다.“청아가 오늘 오후에 전화 왔어, 내일 일 한다고 못 온다고 했고!” 허홍연은 아무 생각 없이 변명하자 강남이 미간을 찌푸렸다.“추석에도 일을 나간다고요?”그러자 소연이 다가와서 비웃듯이 말했다. “큰 회사니 바쁘지. 당신 동생은 사장님 곁의 사람이니 일이 더 많을 거야.”“당신처럼 열심히 일해도 월급이 쥐꼬리만큼 일 거라고 생각해?”강남은 소연의 쓸데없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급히 말했다. “그럼 됐어, 청아 보고 일하라고 하고 시간 날 때 부르지 뭐.”허홍연이 소연이 주방에 물을 마시러 간 사이에 강남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서 낮게 말했다. “소연이 너한테 불만이 있는 거 아니야?”“아니에요!” 강남이 담담히 웃으며 대답했다. “방금 그건 농담이었어요.”강남의 대답에 그제야 안심이 된 허홍연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이제 일이 그렇게 바쁘지 않으니 자주 야
소희가 조용히 말했다. “둘이 화해했는지 안 했는지, 당신도 몰라?”“모르겠어, 명절 전에 바빠서 이 며칠 동안 장시원 못 봤어.”이에 소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보아하니 청아와 시원 오빠 사이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청아를 설득해서 요요의 일을 시원에게 말하게 하는 건 어때?”임구택의 말에 소희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청아는 말하지 않을 거야. 특히 시원 오빠 어머니가 요요를 만난 적이 있다면 더더욱.”“요요가 시원 오빠 아이라는 걸 알게 되면, 아마 요요를 청아 곁에서 데려갈 수도 있어. 그리고 청아는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하고 싶지 않아 하고.”그러자 구택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청아가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하는 건 아닐까?”“청아에게는 약점이 있고, 더 이상 후퇴할 곳이 없어. 그리고 요요를 위해서라도 청아는 신중해야 해.”소희의 눈빛이 차갑게 식으며 말했다. “명절에 청아와 요요가 본가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평소에 청아에게 얼마나 냉담한지 알 수 있어.”“청아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 사람들이 청아를 위해 나설 것 같아?”우씨 집안 사람들이 청아를 끌어내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소희는 그들이 양심이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허홍연은 우임승을 부양할 책임을 모두 청아에게 미루고 지금까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타인인 소희도 화가 나는데 하물며 친딸인 청아는 오죽할까!진연이 소동을 편애하는 것은 소동이 어렸을 때부터 진연의 곁에서 자랐기 때문이었다. 진연은 모든 사랑과 정성을 소동에게 쏟아부었고, 이는 바꿀 수 없는것이었다. 그런데 왜 허홍연은 진연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소희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자 구택이 옆으로 누워 소희를 안아 주며 어깨를 감싸며 낮게 말했다. “아마도 우씨 집안 사람들의 냉담함이 시원이 청아를 더욱 연민하게 만들어. 그리고 어떤 사랑은 상쇄되는 것일 거야.”소희가 구택의 가슴에 기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일 청아한테 물어볼
소희는 상쾌하게 세수하고 우청아의 집으로 내려갔다.“구택 오빠는 왜 안 왔어?” 청아가 문을 열자 소희 혼자 온 걸 보고는 웃으며 물었다.“내 짐 정리해 주고 있어.”소희가 말하고 요요에게 다가가 아침을 같이 먹으러 가자며 요요를 안아 들었다.식사하면서 소희가 청아에게 함께 운성으로 명절을 보내자고 제안하자 청아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운성으로 간다고?”“응!” 소희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에는 할아버지 혼자 계시고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하셔.”소희의 말에 청아가 조금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불편하시지 않을까?”“전혀, 숙소 걱정도 할 필요 없어!” 소희가 생각할수록 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식사 끝나면 나한테 설거지를 맡기고, 너랑 요요는 짐을 싸. 우리 9시에 출발하게!”소희가 말을 마치고 요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이모랑 함께 이모 고향에 가서 명절 보내는 거 어때?”요요는 활발했고 활기찬 걸 좋아해서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청아는 소희가 언급한 바 있는 소희를 입양하신 할아버지에 대해 항상 들어왔기에, 그저 어르신을 만나보는 걸로 생각하고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그리고 곧장 일어나 짐을 싸기 시작했다. 운성에서 이틀 동안 있을 예정이라 청아는 2일 치 옷을 가져갔고, 요요는 어린아이라 짐이 좀 더 많았다.모든 준비를 마치자 9시에 명우의 차가 아래로 도착했고 모두가 곧이어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요요는 놀러간다고 하니 계속 신이 나 있었다....10시에 비행기가 정시에 이륙했고, 사설 비행기였기 때문에 운성까지는 1시간 조금 넘게 걸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오였다.오석은 일찍부터 소희를 기다리고 있었고, 일행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활짝 웃으며 맞이했다. “아가씨, 임구택 씨!”“집사 할아버지, 추석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구택이 말했다.“평안하세요!”오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구택 씨가 보내주신 추석 선물
“소희의 친구라고?” 강재석은 오석과 마찬가지로 놀라면서도 기뻐하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좋아, 좋아!”강재석은 요요를 바라보다가 소희를 흘끗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어쩐지 말이 안 된다고 했어. 네가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아이를 낳을 수 있겠어?”갑작스러운 공격에 소희는 할 말을 잃었다....곧이어 강재석이 하인을 불러 말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간식 좀 가져와. 없으면 지금 바로 사 오고!”이에 청아가 서둘러 말했다. “괜찮아요, 오늘 길에 이미 많이 먹었어요.”요요는 친절하고 다정한 강재석을 좋아했고,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활짝 웃으며 말했다.“감사합니다, 할아버지!”강재석은 요요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 더욱 다정하게 웃으며 요요에게 손을 내밀었다. “할아버지한테 와봐!”요요가 팔을 벌리고 강재석에게 달려가자 그는 요요를 번쩍 들어 올리며 활짝 웃었다. “자, 우리 밥부터 먹자!”구택의 곁을 지나면서 강재석이 낮게 말했다. “너와 소희도 서둘러, 나도 손주 좀 안아 보게!”그러자 구택이 소희를 향해 은근한 눈길을 보내며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곧 안겨드릴게요.”“염두에 두고 있다니 그러면 됐어!” 강재석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요요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식당에서 하인들이 밥을 차리고 있었는데, 열 개의 반찬과 국 한 가지로 구성되었는데 모두 운성 지역의 요리로 특색이 있었다.“청아 씨가 같이 올 줄 몰라서 점심은 좀 간단하게 준비했어요. 이해 바랄게요.”오석이 웃으며 말하자 청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이미 아주 풍성한데요!”강재석도 한마디 거들었다. “모두 운성 지역의 음식이고, 입에 맞지 않는 게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언제든지 말해요.”그러자 청아가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사실 강성의 많은 요리는 운성 요리에서 발전했죠. 여기에 다른 요리를 접목해서 발전한 거니까.”“강성의 음식이 퓨전이라면, 운성의 음식은 전통적이고 깔끔하다고 할 수 있죠
소정인 역시 소희더러 집으로 돌아와 명절을 함께 보내자고 했는데 소정인의 말에 진심이 어려 있었다. 소동은 일정 기간 심리 치료를 받은 후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소동도 이제 자신의 과거 행동이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닫고 진심으로 사과하겠다고 했다. 그러니 소희가 집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했지만 소희의 눈빛은 차가웠고, 어이없다는 듯 피식 비웃었다. “소동이 내가 집에 돌아오길 원하지 않는다면, 나는 돌아갈 수 없겠죠?”갑작스러운 말에 소정인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말했다. “그런 건 아니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가족이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거야. 너와 소동이는 우리 딸이고, 너희 둘도 좋은 자매가 될 수 있어.”“괜찮아요. 엄마가 공개적으로 말했잖아요.”“나는 단지 입양한 딸일 뿐이고, 내 모든 것이 당신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요. 셋이 함께 잘 사세요.”소희의 목소리는 무심했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임구택이 서 있었다.“별일 아니야!” 소희가 구택을 보자 아까까지만 해도 냉기가 가득 서려 있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었고 다정하게 구택을 쳐다봤다.“응.” 구택이 다가와 소희의 손을 잡고 식사를 계속하러 방으로 들어갔다.식사 동안 요요와 강재석은 금세 친해졌다. 특히 강재석이 요요에게 자신의 연못 속 물고기를 자랑하자, 요요는 오후 낮잠도 거르고 함께 낚시하겠다고 했다. 둘은 연못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었는데, 전혀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보였다.한편 청아는 복도의 목조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미소를 지을 때 양 볼에 생기는 작은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 “소희야, 네 집이 이렇게 부유할 줄 몰랐어!”강씨 저택으로 온 후 소희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원래 소희가 고아로, 산속에서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소희를 입양한 곳이 강씨 집안이었더니.두 사람은 복도에 앉아 있었고, 앞에는 연꽃이 가득한 연못이, 뒤에는 자줏빛 대나무 길이 있었다. 건축을 전공한 데다가 산들바람과, 고
“아니, 나도 적절한 기회에 그만두려고 했어.” 청아가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연인 사이가 될 수 없다면, 확실히 끊는 게 나으니까.”“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시카고로 돌아갈 거야?” “아니!” 청아의 눈빛은 맑고 깨끗했다. “3 년 전에 이미 한 번 도망쳤어. 하지만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을 거야. 나는 강성에서 자랐고 강성이 좋아.”“그래서 더 이상 떠돌지 않을 거고, 더 이상 요요에게 떠돌이 생활을 시키고 싶진 않아.”“한 회사에 이력서를 냈고, 추석 연휴가 지나면 면접 보러 갈 거야. 내 전공이랑 관련된 일이야.” 청아가 손으로 볼을 받치며 눈에는 기대가 가득 차 있었다. “원래 내 꿈은 훌륭한 건축가가 되는 거였어.”“이 몇 년 동안 가족을 위해, 요요를 위해 살았지만, 나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은 없었어. 그래서 이제부터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거야!”소희는 이렇게 단호한 청아를 보며 진심을 다해서 응원했다.“넌 할 수 있을 거야!”이에 청아가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고마워, 소희야!”“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어!” 소희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웃었다. 그러다 갑자기 연못가에서 요요가 흥분해서 박수치며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둘이 돌아보니, 두 사람이 긴 팔의 큰 물고기를 잡아 올린 것이었다. 강재석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오석을 불렀다.“오늘 밤에는 이 물고기를 먹도록 하지!”그때 청아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고, 전화를 확인해 보니 우임승의 전화였다. “청아야, 오늘 명절인데 집에 갔어?”“아니요, 친구랑 함께 있어요.”“명절에 왜 엄마랑 함께 시간을 안 보내?”이에 청아는 이유를 말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아빠는 어때요?”“괜찮아, 상사들이 나를 잘 챙겨줘. 명절에는 많은 혜택도 줬어.”“네가 걱정할 필요 없어. 너는 너랑 요요만 잘 돌보면 돼.” 우임승이 기뻐하며 말했다. “그냥 안부 전화였어.”청아는 우임승이 정말로 제대로 일하고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놓였다.
“위에서 통화하고 있어!” 이문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며 달콤한 월병을 집어 들고 오현빈에게 물었다. “너 뭐 먹을래?”“난 배 안 고파, 저녁에 먹자.”“난 뒷마당에 내 꽃이 피었는지 보러 갈게요!” 임유진이 월병을 하나 들고 뒷마당으로 향했고 위에서 서인은 발코니의 등나무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쬐며 졸고 있었다.잠시 후, 휴대폰이 진동하며 서인을 깨웠다. 서인은 겨우 눈을 뜨고 나른하게 화면을 살펴보다가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버지가 명절에 집에 오라고 하신 전화였는데, 어제부터 시작해서 벌써 세 번째였다. 곧이어 서인이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이미 말했잖아요, 안 갈 거라고요. 알아서 명절 보내세요.”“서인아, 오늘은 가족이 모이는 날이야. 어떻게 너만 안 올 수 있니? 우리 몇 년간 함께 추석 보낸 적이 없잖아!” 구은태의 목소리가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몸 상태 너도 잘 알잖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거. 이번이 우리 부자가 같이 쇨 수 있는 마지막 추석일지도 몰라.”“그냥 내 소원 하나만 들어주면 안 되겠니?”서인이 담배를 찾았고 얼굴에 분명한 불쾌함이 드러났다. “그저 추석일 뿐인데, 그렇게 중요한가요?”“너에게는 앞으로도 많은 추석이 있겠지만, 아빠에게는 너와 함께 보낼 추석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구은태가 진지하게 말했다.“6시에 갈게요.”딸칵, 서인이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이며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차분히 말했다. “좋아, 좋아!” 구은태가 연신 대답하며 말했다. “우리는 너 오길 기다릴게!”“네, 그럼 이만 끊을게요.”서인이 전화를 끊었고 잠깐 들르기만 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서인은 그 ‘집'에 대해 아무런 애정도 느끼지 못했다. 더욱이 서민지 모녀를 단 한 번이라도 보고 싶지 않았다.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우고 나서 서인은 일어나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에서 현빈과 다른 이들이 수박을 자르고 월병을 나누고 있었는데 서인이 내려오는 것을 보자 그에게 월병을 권했다.“어디서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