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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9화

“회사 그만두면 요요 데리고 시카고로 돌아갈 건가요?”

장시원이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

시원이 서명을 마쳤는데 청아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펜 끝이 종이 위에서 잠시 멈춰 섰는데, 힘이 너무 세어 종이를 뚫을 듯했다.

이내 평정심을 찾은 시원은 사직서를 청아에게 밀어주었다. 준수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표정이 어두웠고, 깊은 눈빛은 마치 심연 같았다.

“잘 가세요.”

청아는 목에 뭐가 걸린 사람처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장님도요, 그동안 신경 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청아는 사직서를 들고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

곧은 등은 마치 몇 킬로그램의 짐을 짊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청아는 여전히 느리지 않게, 뒤돌아보지도 않고 걸어갔다.

시원은 청아의 뒷모습이 문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함께 사라진 듯 허무했다.

...

저녁에 시원은 약속이 있었고, 끝나고 났을 때에는 이미 반쯤 취한 상태였다.

벌써 밤 11시였기에 주성이 운전하며 공손히 물었다.

“사장님, 본가로 돌아가시겠습니까?”

시원은 창밖의 화려한 야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반쯤 취한 시원의 검은 눈동자에 불빛이 반사되어, 눈 속의 허무함을 비추었다.

잠시 후, 시원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정으로 가죠.”

주성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어정 쪽으로 운전했다.

반 시간 뒤, 차가 건물 아래에 멈췄고, 주성은 시원이 오늘 기분이 좋지 않고 술을 많이 마셨다는 것을 알고 차에서 내려 그를 도우려 했다.

“필요 없어요!”

시원이 주성의 손을 밀어내고 굳건히 혼자 걸어갔다.

“혼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을 연 시원은 불을 킨 상태로 멍하니 서 있었다. 아마 가슴도 빈 집처럼 텅 빈것같아 굉장히 힘들어 보였다.

시원은 언젠가 청아를 다시 이곳으로 데려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게스트룸으로 걸어가 문을 열자, 시원의 눈에 깊은 아픔이 스쳐 지나갔다. 방 안에는 크고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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