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통화하고 있어!” 이문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며 달콤한 월병을 집어 들고 오현빈에게 물었다. “너 뭐 먹을래?”“난 배 안 고파, 저녁에 먹자.”“난 뒷마당에 내 꽃이 피었는지 보러 갈게요!” 임유진이 월병을 하나 들고 뒷마당으로 향했고 위에서 서인은 발코니의 등나무 의자에 앉아 햇볕을 쬐며 졸고 있었다.잠시 후, 휴대폰이 진동하며 서인을 깨웠다. 서인은 겨우 눈을 뜨고 나른하게 화면을 살펴보다가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버지가 명절에 집에 오라고 하신 전화였는데, 어제부터 시작해서 벌써 세 번째였다. 곧이어 서인이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이미 말했잖아요, 안 갈 거라고요. 알아서 명절 보내세요.”“서인아, 오늘은 가족이 모이는 날이야. 어떻게 너만 안 올 수 있니? 우리 몇 년간 함께 추석 보낸 적이 없잖아!” 구은태의 목소리가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몸 상태 너도 잘 알잖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거. 이번이 우리 부자가 같이 쇨 수 있는 마지막 추석일지도 몰라.”“그냥 내 소원 하나만 들어주면 안 되겠니?”서인이 담배를 찾았고 얼굴에 분명한 불쾌함이 드러났다. “그저 추석일 뿐인데, 그렇게 중요한가요?”“너에게는 앞으로도 많은 추석이 있겠지만, 아빠에게는 너와 함께 보낼 추석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구은태가 진지하게 말했다.“6시에 갈게요.”딸칵, 서인이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이며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차분히 말했다. “좋아, 좋아!” 구은태가 연신 대답하며 말했다. “우리는 너 오길 기다릴게!”“네, 그럼 이만 끊을게요.”서인이 전화를 끊었고 잠깐 들르기만 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서인은 그 ‘집'에 대해 아무런 애정도 느끼지 못했다. 더욱이 서민지 모녀를 단 한 번이라도 보고 싶지 않았다.담배 한 개비를 다 피우고 나서 서인은 일어나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에서 현빈과 다른 이들이 수박을 자르고 월병을 나누고 있었는데 서인이 내려오는 것을 보자 그에게 월병을 권했다.“어디서 온
“풉.” 옆에 있던 사람이 물을 마시다가 갑자기 뿜어내었다. 이문도 크게 웃어서 어금니가 다 보였다. 본인들 사장이 현대판 신데렐라고 황금동앗줄을 잡은 사람이라니! 안 웃을래야 안 웃을 수가 없었다.한편, 서인은 자신이 부하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서인의 마음은 이유 모를 우울함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아마도 곧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었다. 서인은 부엌을 지나 뒷마당으로 향했고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멜빵 바지를 입은 소녀가 수도꼭지에서 물을 받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임유진이었다.유진은 몸을 반쯤 쪼그리고 앉아 있었고, 옆에 있는 야옹이는 유진의 발아래에 누워 고개를 쓰다듬게 내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장미 한 송이가 우연히 유진의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 옆모습을 비추었고, 순식간에 온 마당이 생기를 되찾는 듯했다. 그 모습에 서인은 가슴이 뛰었다. ‘오현빈이 떠났다고 하지 않았나?’서인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마당 안으로 걸어가며 태연하게 말을 건넸다. “명절인데 왜 여기에 왔어?” 유진이 서인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유진의 눈꼬리는 귀엽게 휘어졌고 목소리는 쨍하게 울렸다. “보고 싶어서 왔죠!” 서인은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리며,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임유진, 네가 계속 이러면 나 직접 네 둘째 삼촌한테 전화할 거야!” 그러자 유진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작은 목소리로 불평했다. “서른 살이나 되었는데, 연애 한번 하는데 가족까지 찾아야 하는 거예요?” 유진의 도발에 서인은 이마에 파란 핏줄이 돋을 정도로 화가 났다. “무슨 연애야? 난 네 둘째 삼촌한테 전화해서 앞으로 네가 여기 오지 못하게 할 거야. 애초에 임구택도 네가 오는 걸 원치 않았어!” 그러자 유진은 일어나 서인에게 다가갔다. “알았으니까 화내지 마요. 아무도 없으니까 그런 거지.” 유진은 눈을 깜빡이며 약간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유진의 애교에 서인은 마음이 간질간질했지만, 얼굴에는 표정을 드러내지
서인의 팔은 축 처졌지만, 임유진의 입술과 살짝 닿은 손가락은 화끈거렸고, 서인은 얼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재밌어? 재미 다 봤으면 이제 집에 가, 부모님 걱정시키지 말고.”그러자 유진의 입가에 걸려있던 미소는 온데간데없어지고,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며칠 동안 못 봤는데, 잠깐 있다가 또 가라니!” 유진은 눈을 내리깔았다. “너무 보고 싶었어, 꿈속에서도 사장님만 나와요. 그래서 겨우 월병 주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온 거고요.”서인은 뭔가 말하려 했지만, 말이 목구멍에서 막혔고, 입을 열 수 없었다. “나랑 같이 추석 보내면 안 돼요? 밤에 같이 술 마시면서 달구경 해요.”“안 돼!” 서인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결연했다. “빨리 집에 가!”그러자 유진의 기대에 찬 표정이 곧바로 실망으로 바뀌었다. “그럼 가볼게요, 밤에 좋은 꿈 꾸라고 문자 보내면 답장 좀 해줘요. 답장 안 오면 잠 못 잘 거 같아서 그래요.”유진이 서인에게 고백한 이후로,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서인에게 일어났다고 말하고, 밤에는 잘 자라고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서인은 한 번도 답장하지 않았다. 유진의 고백처럼, 어떤 응답도 받지 못했지만, 유진은 포기하지 않았다.“난 가볼게요, 밤에 월병 먹는거 잊지 마요!” 유진은 기분이 금방 좋아져서 건성으로 웃으며 서인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하지만 서인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유진이 로비에서 이문 등과 작별 인사를 하는 소리를 들었다. 서인은 화단에 기대어 서서 마른세수했는데, 갑자기 마음이 복잡해졌다.저녁 시간서인이 구씨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거실에서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는데 손님이 온 것 같았다.“구은정, 돌아왔네!”구은서의 어머니 서민지가 웃으며 일어섰고, 얼굴에는 따스함이 넘쳐흘렀다.“밖이 덥지?” 서민지는 하인을 부르며 말했다. “아주머니, 은정에게 시원한 매실차 좀 가져다줘요!”“괜찮아요, 단 걸 안 좋아해서요!” 서인의 목소리는 차가웠다.“맞아,
호텔로 가는 차 안에서 서민지는 구은태의 얼굴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부드럽게 이유를 물었다. “구은정이 여전히 돌아오길 거부하고 있어. 내가 죽어야 그때서야 나를 용서하려나?”이에 서민지는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우리 모두 은정이가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어요. 그래서 내가 정인정을 은정에게 소개시켜 준 거고요.”“만약 둘이 결혼한다면, 은정인 분명히 집으로 돌아올 거예요!”서민지의 말에 구은태는 생각에 잠겼다. “은정이가 인정을 좋아하나?” 그러자 서민지는 낮게 웃으며 말했다. “인정이 그렇게 예쁜데, 은정이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어요? 우리가 둘에게 조금 더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될 거예요!”구은태는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둘을 좀 더 엮어줘!” “걱정 마요, 그 일은 제가 다 할게요. 은정이랑 인정이 함께한다면, 더 끈끈해지겠죠.”“정씨 집안은 최근 몇 년간 사업이 잘되고 있고, 인정도 참 잘하니, 분명 은정의 든든한 배우자가 될 거예요!” 서민지는 침이 마르도록 정씨 집안을 칭찬했다.호텔에 도착해서 방에 들어가자, 서민지는 인정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 힌트를 알아차린 인정은 바로 서인의 옆자리에 앉았다. 연회가 시작되고, 손님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예의 바른 인사말로 시작했다. 그러나 주제는 곧바로 서인에게로 옮겨갔다. “전해 들었어요, 은정 군이 스스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정말 대단한 거 같네요!” “그렇죠!” 인정의 엄마는 활짝 웃으며 말하자 서민지가 맞장구 쳤다.“은정은 집에 기대지 않고, 혼자서도 사업을 잘 키워냈어요!”그러자 인정의 엄마는 이때다 싶어 아첨하듯 칭찬했다. “은정 군은 외모도 출중하지만 사업능력도 뛰어나네요. 굉장히 보기 드문 청년이네요.”하지만 서인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업 창업이라곤 할 수 없어요, 그저 작은 샤부샤부 가게를 한 군데 열었을 뿐인데요.”이에 인정의 엄마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말을 이었다. “샤부샤부 가게도 좋죠, 요식업도 돈을
“구은정!” 구은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남의 앞에서 그런 장난치는 거 아니야!”이에 서인은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여러분들끼리 먼저 얘기하세요. 전 밖에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요.”그러고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안중에도 없는지 바로 밖으로 나갔다. 방 안은 잠시 적막이 감쌌고, 정인정의 엄마는 눈을 굴리며 인정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인정이 일어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이모 그럼 먼저 식사하세요. 저 잠깐 화장실 갔다 올게요.” 이에 서민지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은정이 분명 장난친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구은태의 얼굴색이 좋지 않았지만, 겨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부인, 음식 드세요. 젊은이들 문제는 본인들이 알아서 할 거예요!”“맞아요, 맞아요!” 인정의 엄마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이들은 각자 생각이 있으니까, 우리가 많이 말하면 오히려 싫어할 거예요!”...밖에서 인정은 한 바퀴 돌아본 끝에, 손님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서인을 발견했다. 서인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손에 든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고, 인정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이에 인정은 치맛자락을 살짝 들추며 옆에 앉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은정 씨, 당신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한 건 어른들을 속이기 위한거죠? 결혼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핑계를 댄 거죠?”서인은 인정을 흘깃 바라보더니 담배를 재떨이에 꺼뜨렸다. 그리고 서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습니다.”인정은 눈을 굴리며 서인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사실 저도 결혼하는 건 별로 안 내키거든요. 그날 제가 소개팅 나온 것도 엄마가 억지로 시킨 거예요. 우리 협력해보는 거 어때요?”“가짜로 사귀는 척하면 어른들도 더 이상 우리를 몰아세우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서인은 인정을 바라보며 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당신한테 관심 없어. 쓸데없이 힘 낭비하
“네, 임유진이 여씨 집안 회사에서 일해요. 전에 말해줬잖아요.” 우정숙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씨 집안의 아들, 나도 봤어!” 노정순이 웃으며 말했다. “훤칠하고 예의 바르더라고. 우리 유진이랑 잘 어울려.”그러자 임지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관계가 확실해지면 우리한테도 소개시켜 줘. 여씨 집안은 가문도 괜찮아. 그쪽에서도 마음이 있으면 좀 더 일찍 결정지었으면 좋겠네.”유진은 말할 틈도 없이, 다른 사람들이 한마디씩 던지며 이미 유진과 여진구 사이를 결정짓는 것 같았다. 그러자 유진은 급히 말을 끊었다. “잠깐만요! 누가 진구 선배랑 사귀고 있다는 거예요? 저는 지금 그냥 회사에서 일할 뿐이에요, 엄마아빠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 아니라고요!”“진구가 아니야?” 우정숙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누구야?”“그게...” 유진이 말을 꺼내려다가 곧바로 말을 바꿨다. “아무도 아니에요. 저 연애 안 하고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세요!”“정말이야?” 우정숙이 의심스러워했다.“가족끼리 뭐가 두려워서 못 말하겠어!” 임유민이 옆에서 냉소하며 말했다.“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아닌데 뭘 인정할 게 있겠어?” 유진이 유민을 흘겨보더니 일어나며 말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먼저 드세요!”말을 마친 후, 유진은 서둘러 문을 열고 나갔다.방을 나온 유진은 벽에 기대며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유진이가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한 건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까 봐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서인과 사귀기만 하면, 곧바로 가족한테 소개시킬 것이었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어려웠다.유진은 핸드폰을 켜서, 서인과의 대화가 마지막으로 자기가 보낸 메시지에서 멈춰 있는 것을 확인했다. 서인이 답장하지 않은 것이었다.유진은 밖으로 걸어가다가 휴대폰이 진동하자 바로 확인했다. 하지만 진구로부터 온 메시지이자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추석 명절 메시지였다.유진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호텔의 옥상으로 걸어갔다
눈이 마주치자, 한 사람은 앙큼하고 부드러워 보이고, 다른 한 사람은 놀라움과 충격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인이 임유진의 손을 아직 잡고 있음을 깨닫고, 곧장 손을 놓으며 물었다. “여긴 왜 왔어?”유진이 눈을 반짝이며 서인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달을 보러 왔는데 우연히 여기서 만난 거죠. 이는 분명 우리를 이어주려는 하늘의 계시가 아닐까요?”하지만 서인은 유진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온 거면 얼른 돌아가.”“왜 자꾸 나를 쫓아내려고 하세요?” 유진이 살짝 투덜거리며 왼손 손목을 잡고 말했다. “왜 그렇게 세게 잡으셨어요? 봐요, 다 멍들었잖아요.”“한번 봐봐.”서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자 유진은 서인의 곁에 자리를 잡고 손을 내밀며 말했다. “직접 봐요.”유진의 피부는 본래 하얗고 부드러웠는데, 서인의 힘으로 손목에 파란 멍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서인은 자신이 총에 맞아 어깨가 뚫린 적이 있어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만, 유진의 손목에 있는 멍에 심각하게 반응했다. “여기서 기다려.”바에 가서 멍을 없애주는 진통제가 있는지 물었다. 바 직원은 친절히 대응하여 고객 서비스 부문에 전화를 걸었고, 몇 분 안에 약이 도착했다. 그리고 서인은 감사의 말을 전한 뒤 약을 가지고 돌아왔다.유진은 서인을 계속 바라보았는데, 착한 아이처럼 얌전히 있었다. 그리고 서인이 앉자마자 곧바로 손목을 내밀며 약을 발라달라고 했다. 서인은 약병을 열고 면봉에 약을 묻혀 유진의 손목에 발랐는데 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이 약 냄새가 좋지 않지만 효과는 좋아. 잠깐만 참아.” 서인이 고개를 숙이고 조금 거칠면서도 진지하게 약을 발라주자 유진은 키득거리며 말했다.“괜찮아요,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서인이 눈을 들어 올리며 유진을 슬쩍 보며 말했다. “다음에는 내 뒤에서 이런 장난치지 마. 내가 힘이 세서 다칠 수 있어.”이에 유진이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를
“하지만 네가 나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 우리가 낯선 사이라면, 난 너한테 짜증이 나고, 친한 사이라면 네 배려가 오히려 부담돼.”“더군다나 넌 소희의 대학교 동기이자 조카인데, 내가 함부로 너한테 못되게 굴 수도 없잖아. 이런 상황에 넌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데?”서인의 눈빛은 차가웠고, 말투는 가을의 바람처럼 쌀쌀했다.“그것도 아니면, 내 말의 뜻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건가?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야. 억지로 한데 어울려 봤자 의미 없어.”임유진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며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 속눈썹에 맺힌 눈물이 곧 떨어질 듯 맺혔다.“그럼 사장님은 평생 여자친구도 없이 결혼도 안 할 거예요? 나에게 한 번의 기회조차도 줄 수 없는 거예요?”“결혼은 생각해 본 적도 없어. 여자친구를 만나거나 결혼을 한다 해도, 그건 네가 아닐 거야, 알겠어?” 서인의 목소리는 무심하고 거칠어서 더욱 가혹했다.“정말 나에 대한 마음이 조금도 없는 거예요?”유진은 눈물을 참으며 서인을 똑바로 바라보려고 애썼다. 그러다 유진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곧이어 유진은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슬픔으로 휩싸인 채 등을 돌렸다.유진의 뒷모습은 나무들과 화분의 그림자에 가려졌지만, 어렴풋이 유진의 어깨가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서인은 가슴 한쪽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고, 담배를 찾으려 손을 뻗었다가 곁에 금연 표시를 보고 다시 담배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내 외투를 들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구은태에게 전화를 걸고는 그대로 차를 몰고 떠났다. 명절 밤이라 거리는 활기가 넘치고 불빛이 환했다. 검은색 지프차는 고독한 여행자처럼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치며 사라졌다. 마치 세상의 번잡함은 서인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듯했다.돌아와 보니 이문이랑 다른 사람들이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었는데 술을 마시며 활기차게 보내고 있었다.“형님, 돌아오셨어요? 고기가 딱 먹기 좋게 구워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