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가는 차 안에서 서민지는 구은태의 얼굴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부드럽게 이유를 물었다. “구은정이 여전히 돌아오길 거부하고 있어. 내가 죽어야 그때서야 나를 용서하려나?”이에 서민지는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우리 모두 은정이가 돌아오길 기대하고 있어요. 그래서 내가 정인정을 은정에게 소개시켜 준 거고요.”“만약 둘이 결혼한다면, 은정인 분명히 집으로 돌아올 거예요!”서민지의 말에 구은태는 생각에 잠겼다. “은정이가 인정을 좋아하나?” 그러자 서민지는 낮게 웃으며 말했다. “인정이 그렇게 예쁜데, 은정이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어요? 우리가 둘에게 조금 더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될 거예요!”구은태는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둘을 좀 더 엮어줘!” “걱정 마요, 그 일은 제가 다 할게요. 은정이랑 인정이 함께한다면, 더 끈끈해지겠죠.”“정씨 집안은 최근 몇 년간 사업이 잘되고 있고, 인정도 참 잘하니, 분명 은정의 든든한 배우자가 될 거예요!” 서민지는 침이 마르도록 정씨 집안을 칭찬했다.호텔에 도착해서 방에 들어가자, 서민지는 인정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 힌트를 알아차린 인정은 바로 서인의 옆자리에 앉았다. 연회가 시작되고, 손님이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예의 바른 인사말로 시작했다. 그러나 주제는 곧바로 서인에게로 옮겨갔다. “전해 들었어요, 은정 군이 스스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정말 대단한 거 같네요!” “그렇죠!” 인정의 엄마는 활짝 웃으며 말하자 서민지가 맞장구 쳤다.“은정은 집에 기대지 않고, 혼자서도 사업을 잘 키워냈어요!”그러자 인정의 엄마는 이때다 싶어 아첨하듯 칭찬했다. “은정 군은 외모도 출중하지만 사업능력도 뛰어나네요. 굉장히 보기 드문 청년이네요.”하지만 서인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업 창업이라곤 할 수 없어요, 그저 작은 샤부샤부 가게를 한 군데 열었을 뿐인데요.”이에 인정의 엄마는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말을 이었다. “샤부샤부 가게도 좋죠, 요식업도 돈을
“구은정!” 구은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남의 앞에서 그런 장난치는 거 아니야!”이에 서인은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여러분들끼리 먼저 얘기하세요. 전 밖에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요.”그러고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안중에도 없는지 바로 밖으로 나갔다. 방 안은 잠시 적막이 감쌌고, 정인정의 엄마는 눈을 굴리며 인정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인정이 일어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이모 그럼 먼저 식사하세요. 저 잠깐 화장실 갔다 올게요.” 이에 서민지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은정이 분명 장난친 거예요, 신경 쓰지 마세요!” 구은태의 얼굴색이 좋지 않았지만, 겨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부인, 음식 드세요. 젊은이들 문제는 본인들이 알아서 할 거예요!”“맞아요, 맞아요!” 인정의 엄마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이들은 각자 생각이 있으니까, 우리가 많이 말하면 오히려 싫어할 거예요!”...밖에서 인정은 한 바퀴 돌아본 끝에, 손님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서인을 발견했다. 서인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손에 든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고, 인정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이에 인정은 치맛자락을 살짝 들추며 옆에 앉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은정 씨, 당신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한 건 어른들을 속이기 위한거죠? 결혼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핑계를 댄 거죠?”서인은 인정을 흘깃 바라보더니 담배를 재떨이에 꺼뜨렸다. 그리고 서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습니다.”인정은 눈을 굴리며 서인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사실 저도 결혼하는 건 별로 안 내키거든요. 그날 제가 소개팅 나온 것도 엄마가 억지로 시킨 거예요. 우리 협력해보는 거 어때요?”“가짜로 사귀는 척하면 어른들도 더 이상 우리를 몰아세우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서인은 인정을 바라보며 깊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당신한테 관심 없어. 쓸데없이 힘 낭비하
“네, 임유진이 여씨 집안 회사에서 일해요. 전에 말해줬잖아요.” 우정숙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여씨 집안의 아들, 나도 봤어!” 노정순이 웃으며 말했다. “훤칠하고 예의 바르더라고. 우리 유진이랑 잘 어울려.”그러자 임지언이 고개를 끄덕였다. “관계가 확실해지면 우리한테도 소개시켜 줘. 여씨 집안은 가문도 괜찮아. 그쪽에서도 마음이 있으면 좀 더 일찍 결정지었으면 좋겠네.”유진은 말할 틈도 없이, 다른 사람들이 한마디씩 던지며 이미 유진과 여진구 사이를 결정짓는 것 같았다. 그러자 유진은 급히 말을 끊었다. “잠깐만요! 누가 진구 선배랑 사귀고 있다는 거예요? 저는 지금 그냥 회사에서 일할 뿐이에요, 엄마아빠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 아니라고요!”“진구가 아니야?” 우정숙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누구야?”“그게...” 유진이 말을 꺼내려다가 곧바로 말을 바꿨다. “아무도 아니에요. 저 연애 안 하고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세요!”“정말이야?” 우정숙이 의심스러워했다.“가족끼리 뭐가 두려워서 못 말하겠어!” 임유민이 옆에서 냉소하며 말했다.“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아닌데 뭘 인정할 게 있겠어?” 유진이 유민을 흘겨보더니 일어나며 말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먼저 드세요!”말을 마친 후, 유진은 서둘러 문을 열고 나갔다.방을 나온 유진은 벽에 기대며 심란한 표정을 지었다. 유진이가 가족들에게 말하지 못한 건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까 봐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서인과 사귀기만 하면, 곧바로 가족한테 소개시킬 것이었지만 현재 상황으로서는 어려웠다.유진은 핸드폰을 켜서, 서인과의 대화가 마지막으로 자기가 보낸 메시지에서 멈춰 있는 것을 확인했다. 서인이 답장하지 않은 것이었다.유진은 밖으로 걸어가다가 휴대폰이 진동하자 바로 확인했다. 하지만 진구로부터 온 메시지이자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바로 추석 명절 메시지였다.유진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호텔의 옥상으로 걸어갔다
눈이 마주치자, 한 사람은 앙큼하고 부드러워 보이고, 다른 한 사람은 놀라움과 충격으로 가득 차 있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서인이 임유진의 손을 아직 잡고 있음을 깨닫고, 곧장 손을 놓으며 물었다. “여긴 왜 왔어?”유진이 눈을 반짝이며 서인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달을 보러 왔는데 우연히 여기서 만난 거죠. 이는 분명 우리를 이어주려는 하늘의 계시가 아닐까요?”하지만 서인은 유진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온 거면 얼른 돌아가.”“왜 자꾸 나를 쫓아내려고 하세요?” 유진이 살짝 투덜거리며 왼손 손목을 잡고 말했다. “왜 그렇게 세게 잡으셨어요? 봐요, 다 멍들었잖아요.”“한번 봐봐.”서인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하자 유진은 서인의 곁에 자리를 잡고 손을 내밀며 말했다. “직접 봐요.”유진의 피부는 본래 하얗고 부드러웠는데, 서인의 힘으로 손목에 파란 멍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서인은 자신이 총에 맞아 어깨가 뚫린 적이 있어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만, 유진의 손목에 있는 멍에 심각하게 반응했다. “여기서 기다려.”바에 가서 멍을 없애주는 진통제가 있는지 물었다. 바 직원은 친절히 대응하여 고객 서비스 부문에 전화를 걸었고, 몇 분 안에 약이 도착했다. 그리고 서인은 감사의 말을 전한 뒤 약을 가지고 돌아왔다.유진은 서인을 계속 바라보았는데, 착한 아이처럼 얌전히 있었다. 그리고 서인이 앉자마자 곧바로 손목을 내밀며 약을 발라달라고 했다. 서인은 약병을 열고 면봉에 약을 묻혀 유진의 손목에 발랐는데 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이 약 냄새가 좋지 않지만 효과는 좋아. 잠깐만 참아.” 서인이 고개를 숙이고 조금 거칠면서도 진지하게 약을 발라주자 유진은 키득거리며 말했다.“괜찮아요,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서인이 눈을 들어 올리며 유진을 슬쩍 보며 말했다. “다음에는 내 뒤에서 이런 장난치지 마. 내가 힘이 세서 다칠 수 있어.”이에 유진이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를
“하지만 네가 나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 우리가 낯선 사이라면, 난 너한테 짜증이 나고, 친한 사이라면 네 배려가 오히려 부담돼.”“더군다나 넌 소희의 대학교 동기이자 조카인데, 내가 함부로 너한테 못되게 굴 수도 없잖아. 이런 상황에 넌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는데?”서인의 눈빛은 차가웠고, 말투는 가을의 바람처럼 쌀쌀했다.“그것도 아니면, 내 말의 뜻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건가? 우리는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야. 억지로 한데 어울려 봤자 의미 없어.”임유진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며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 속눈썹에 맺힌 눈물이 곧 떨어질 듯 맺혔다.“그럼 사장님은 평생 여자친구도 없이 결혼도 안 할 거예요? 나에게 한 번의 기회조차도 줄 수 없는 거예요?”“결혼은 생각해 본 적도 없어. 여자친구를 만나거나 결혼을 한다 해도, 그건 네가 아닐 거야, 알겠어?” 서인의 목소리는 무심하고 거칠어서 더욱 가혹했다.“정말 나에 대한 마음이 조금도 없는 거예요?”유진은 눈물을 참으며 서인을 똑바로 바라보려고 애썼다. 그러다 유진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곧이어 유진은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슬픔으로 휩싸인 채 등을 돌렸다.유진의 뒷모습은 나무들과 화분의 그림자에 가려졌지만, 어렴풋이 유진의 어깨가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서인은 가슴 한쪽이 불편해지는 것을 느꼈고, 담배를 찾으려 손을 뻗었다가 곁에 금연 표시를 보고 다시 담배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내 외투를 들고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구은태에게 전화를 걸고는 그대로 차를 몰고 떠났다. 명절 밤이라 거리는 활기가 넘치고 불빛이 환했다. 검은색 지프차는 고독한 여행자처럼 사람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치며 사라졌다. 마치 세상의 번잡함은 서인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듯했다.돌아와 보니 이문이랑 다른 사람들이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었는데 술을 마시며 활기차게 보내고 있었다.“형님, 돌아오셨어요? 고기가 딱 먹기 좋게 구워졌
“우리가 사귀기 시작한 지 거의 반년이 됐을 때, 나는 아껴 쓰고 심지어 담배도 끊으면서 돈을 모으고 있었어요.”“강성에서 집을 사서 그 사람이랑 결혼하며 살기 위해서였죠.”“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공장 사장님의 아들이 외국에서 돌아와 제 전 여자친구에게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어요.”“그리고 결국엔 함정을 파서 절 공장에서 철재를 훔쳤다고 고소했고요.”“그날 밤 저는 전 여자친구와 함께 있었어요. 그 사람이 법정에 나와서 증언해 준다면 제 무죄를 증명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죠.”“그냥 자리에 앉아서 내가 누명을 쓴 걸 보면서도 가만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죠.”“결국 저는 3년 형을 선고받았고, 나온 후 가장 먼저 전 여자친구를 찾아갔는데 공장에서 나오는 모습을 봤어요.”“명품 옷을 입고 벤츠 차에 타는 걸 목격했죠.”“나중에 알게 된 건, 전 여자친구가 사장님 아들과 결혼해서 이미 회사의 영업 매니저가 됐다는 거였어요.”“그때 정말 미워서 복수할 기회를 찾고 싶었죠. 이 세상에는 인과응보란 게 없는 것 같았거든요.”“착하고 정직하게 살아도 나만 피해를 보고 감옥에 가고 전과자가 되어 집에도 못 가고 일자리도 찾을 수 없게 되죠.”“근데 그런 악행을 저지른 그들은 여전히 즐겁게 살고 있으니 말이니 인과응보라는 게 있을 리가 없죠.”이에 서인이 물었다.“그래서 결국 그 사람한테 복수했나?”오현빈은 맥주를 들이켜며 얼굴에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그날 제 전 여자친구에게 갔을 때 칼을 들고 목에 겨눴어요. 그 사람은 눈물 콧물 흘리면서 애원했고요.”“그때에는 본인 어머니가 병들어 돈이 필요했고, 사장님 아들이 나를 위해 증언하지 않으면 병원비를 준다고 했다고 했으니까.”“그 후 나는 감옥에 가고, 전 여자친구는 사장님 아들의 구애를 뿌리치지 못하고 결국 그 사람이랑 결혼까지 하게 된 거고요.”“제 여자친구는 울면서 저에게 말했어요. 본인이 사랑한 사람은 나였지만, 우리는 너무 가난했고,
오현빈이 말했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하늘의 선물이라고. 하지만 떄로는 인연을 잘못 이어주는 실수도 있다고, 예를 들면 자신과 임유진 사이처럼.유진은 젊고 집안의 보호를 잘 받으면서 세상 물정을 몰랐다. 그렇기에 잠시의 새로움을 사랑으로 착각하기 쉬웠고, 한눈에 반해 마음을 빼앗길 수 있었다.하지만 자신은 달랐고 유진에게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었다. 그렇지 얂으면 나중에 소희에게 뭐라고 설명할 길이 없으니까!서인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담배를 하나 피웠다. 담배 연기가 폐 속으로 들어가면서 서인의 불안한 감정을 진정시켰다....운성.도시의 화려한 불빛이 없는 산속에서 보는 달은 더욱 밝게 보인다. 산과 나무 사이에 매달린 둥근 달빛이 부드럽게 내리쬐며, 온 정원을 은빛으로 가득 채웠다. 어제 오석이 미리 정원에 장식용 조명을 걸어 놓았는데 밤이 되어 불이 켜지자, 명절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테이블 위에는 각종 과일과 간식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임구택은 강재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소희와 우청아는 복도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리고 요요는 정원을 뛰어다니며 상큼한 웃음소리로 모두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오석이 주방에서 전통주와 함께 다양한 맛의 전을 준비했는데 전통주와 전의 조화는 이루 말할 것 없이 완벽했다.강재석과 구택은 수다를 떨고, 요요는 땅에서 메뚜기를 잡아 강재석에게 보여주며, 검고 살찐 나비를 찾았다고 했다.이때 구택의 휴대폰이 진동했는데 조백림이 건 영상 통화였다.통화를 하자, 백림은 케이슬의 독방에서 술기운이 올라온 얼굴로 입을 열었다.“구택이형, 오늘 밤 같이 술 마실래요?”그러자 구택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안 돼, 나 지금 운성에 있어.”“운성이라고요?” 백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다, 몇 년 동안 추석은 항상 운성에서 보냈죠 형은.”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자 백림은 웃으며 물었다.“이게 요요 소리 같은데?”백림의 말이 끝나자 바로 뒤에 앉아 휴대폰을 보던 장시
장시원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잘 놀아. 저녁에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알았어요!” 요요가 환하게 웃으며 반짝이는 하얀 이를 드러냈다.그리고 요요는 또 무슨 재미있는 벌레를 발견했는지 금세 달려갔고, 시원은 멀리 있는 요요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임구택에게 말했다.“할아버지한테 안부 좀 전해줘!”“응!” 구택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요요 보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해. 사진 찍어서 보내줄 테니까.”구택의 말에 시원은 입꼬리를 띄우며 무심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이에 구택은 눈빛이 깊어지며 말했다.“그럼 이만 끊는다!”“그래!”휴대폰을 놓은 구택은 눈썹을 찌푸렸다. 시원이 이번에는 정말 마음을 쓴 것 같은데, 청아가 또다시 고집을 부리고 있다.소희가 시원에게 요요의 출생 비밀을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구택은 어떻게 해야 간접적으로 시원이 알 수 있게 해야 할지 궁리를 해야 했다....밤이 깊어지자 청아는 요요를 안고 방으로 자러 갔고, 소희도 강재석을 방으로 모셨다.“오빠는 언제 돌아온다고 했어요?” 소희가 물었다.“몰라, 명절에도 연락이 안 돼. 네가 알아보려고 했는데, 혹시 전화 왔어?” 강재석이 질문에 소희는 고개를 저었다.“저도 거의 한 달 동안 오빠 소식을 못 들었어요.”이에 강재석은 못마땅한지 투덜댔다.“걔 얘기는 하지 마, 이름만 나와도 화가 나니까!”하지만 소희는 강시언을 변호하며 말했다.“오빠는 분명 임무를 수행하느라 집에 연락이 어려운 거예요.”“걔가 목숨을 걸고 일하는 한,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거야. 언젠가 누군가가 그의 유골함을 가져다주면, 마음이라도 놓게 되겠지.”강재석이 비웃듯 말하자 소희는 미간을 좁혔다.“그럴 리가 없어요. 오빠는 언젠가 무사히 돌아와 할아버지 곁을 지킬 거예요!”“그날이 올지말지 내가 어떻게 알겠니?“그런 재수 없는 얘기는 하지 마세요.”소희가 입술을 깨물며 말하자 강재석이 소희를 진지하게 보더니 급히 손을 툭툭 치며 웃었다.“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