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율의 목적은 분명했다. 우청아를 장시원의 곁에서 쫓아내고, 그 과정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이정을 동시에 밀어내는 것이었다. 그녀의 생각에 따르면, 이 사건이 터진 후 시원이 진실을 알아낸다 해도 모든 것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모든 사실이 밝혀지면 장씨 그룹과 스탤 그룹의 협력, 심지어 우씨 가문과의 모든 협력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청아를 앞세워 잘못을 덮어버리는 것이었다.그러니 민율은 도박을 한것이었다. 시원에게 우씨 가문과의 협력이 중요한가, 아니면 우청아가 더 중요한가? 결국, 시원은 청아를 선택했다.곧 시원이 일어서며 말했다. “이제 여러분 모두 상황을 명확히 알았을 겁니다. 이건 단지 한 건의 불미스러운 입찰 사건일 뿐입니다.”“물론, 저희 회사 내부에 문제가 있었고, 저희도 책임이 있습니다.”“입찰과 관련된 사항은 배강 부사장이 추후에 다시 알려드릴 겁니다. 오늘 회의는 여기까지입니다.” 말을 마친 후 시원은 먼저 자리를 떠났다.다른 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상황이 이렇게 전개될 줄은 몰랐지만 진실은 마침내 밝혀졌다. 또한, 한 번에 두 명의 경쟁자를 제거했기 때문에, 다른 회사 사람들은 민율에게 고마워하면서도 그녀의 실패를 즐겼다.민율은 분노로 온몸이 떨렸고, 얼굴을 굳히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빠르게 걸어갔다. 그때 성연희와 소희가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연희는 손에 선물 상자를 한 아름 들고 있었고, 민율 앞에 그것들을 툭 던졌다. “본인 물건은 본인이 챙겨가세요. 이왕 살거면 좀 비싼 걸로 살것이지, 이런 쓰레기들을 뇌물이랍시고 주다니, 참 대담하네요!”연희의 조롱에 가뜩이나 화가 나 있는 민율이 눈을 부릅떴다.“성연희 씨, 이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우청아는 내 친구고, 나는 청아 딸의 이모예요. 근데 그래도 상관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요?”“그러니까, 청아한테 이딴 쓰레기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연희는 거만하게 말했다. “
39층에서 우청아는 몇 가지 문서를 정리한 후 반 시간쯤 지나 최결이 사장실에서 나왔다. 몇 날 며칠 동안의 당당함은 사라지고 최결은 완전히 낙담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온 그녀는 몇 번 숨을 크게 쉬고 나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해고될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전략기획팀에서 신주영이라는 여성이 올라와 최결과 업무를 인계하기 시작했다. 청아는 문서를 들고 장시원에게 서명을 받으러 갔고, 배강도 그곳에 있었다. 청아가 들어오자 배강이 농담을 던지며 말했다. “방금 사장에게 이번 일로 청아 씨가 겪은 고생을 어떻게 보상해야 할지 이야기했어요.”이에 청아는 차분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이 일에 저도 책임이 있어요. 사장님께서 저를 질책하지 않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게다가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저는 이번 입찰에 더 이상 참여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사장님께서 다른 인원을 배정해 주시면, 필요한 곳에서 제가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시원은 문서를 살펴보며, 무심한 표정으로 청아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 “신주영 씨에게 맡기세요.”“알겠습니다.” 청아가 대답하고는 시원에게 문서를 건네주었고 시원의 서명을 받았다. 그리고 서명을 마친 시원은 더 이상 말없이 문서를 밀어냈다.그날 이후, 시원은 회사에서 청아에게 냉담하고 거리를 둔 채, 엄격하게 업무적인 관계만을 유지했다. 그는 약속을 지키며 청아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고, 과거의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청아는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 서류를 받아 들고, 고개를 끄덕이며 방을 나섰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배강은 청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원에게 물었다. “왜 너랑 청아 씨 사이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거지?” “아무 일도 없어.” 시원은 무심한 얼굴로 계속 문서를 검토하며 말했다. “본인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시죠. 궁금증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야.”배강은 몸을 기울여,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고태형이 자신의 비서가 우민
우청아는 탕비실에서 한참 있다가 잔을 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최결은 이미 자리를 떴고, 새로 올라온 신주영이라는 여자가 청아에게 다가와 친절하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신주영입니다. 주영 씨라고 부르시면 돼요!”청아는 그녀와 가볍게 악수를 나누며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우청아라고 합니다.”“청아 씨, 앞으로 39층에서 함께 일하게 되어 반가워요. 잘 부탁드립니다!” 주영은 청아보다 세 살이 많고, 장씨 그룹에서 이미 4년을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또한 매력적인 인형 같은 얼굴을 가진 주영의 인사에 청아는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주영 씨가 저보다 장씨 그룹에서 근무한 시간이 더 길어서, 저도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청아 씨 너무 겸손하신 거 아니에요?”주영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장시원 사장님 성격은 어때요? 잘 지낼 수 있을까요?”이에 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은 부하 직원들에게 정말 잘해주세요.” “제가 4년 동안 사장님을 몇 번 보지 못했어요. 갑자기 39층으로 올라오게 되어 조금 떨려요.”“청아 씨, 사장님 앞에서 제 좋은 말 좀 잘 해주세요. 그리고 모르는 게 있으면 잘 가르쳐 주셨으면 합니다.”주영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여기까지 오게 된 건 분명 사장님께서 주영 씨의 업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일 거예요.” 불안해하는 주영을 청아가 안심시켰다. “고마워요, 청아 씨!” 주영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 일하러 가볼게요. 청아 씨도 뭔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청아는 자리에 앉아 일을 계속하다가 가끔씩 사장실 쪽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입찰 업무는 주영에게 넘어갔고, 주영은 열심히 일하며 청아에게 세세한 부분까지 물어보고, 이정 등 몇몇 회사와 상세히 소통했다.점심에 주영이 청아를 불러 함께 식사했다. 그녀는 청아를 위해 젓가락과 숟가락을 세팅했고, 부엌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 청아를 위해 밀크티까지 준비했다. 둘은 이제 막 알게 되었지만, 주
배강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신주영 씨가 나를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저는 아름다운 분들에게 항상 친절합니다.”배강의 말에 주영이 눈썹을 한 번 꿈틀거리더니 말했다. “그럼 제가 충분히 예쁘지 않았나 봅니다.”이에 배강이 농담조로 말했다. “제가 전에 주영 씨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했던 거죠!”“부사장님, 정말 말을 잘하시네요!” 주영이 입술을 깨물며 웃으며 다가와 말했다. “부사장님, 혹시 우청아 씨를 좋아하시나요?”주영의 어이없는 질문에 배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단지 디저트를 사 줬다고 해서 제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주영 씨,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좀 더 넓어질 수는 없는 건가요?”하지만 주영이 쿠키를 한 입 베어 물며 의도적으로 말하면 안 될 걸 말하려는 척했다.“부사장님, 최결이 떠나기 전에 저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아세요?”“뭐라고 했나요?” 배강이 커피잔을 들고 바에 기댄채로 물었다.“최결이 저에게 장시원 사장님이 청아 씨를 좋아한다고 했어요!” 주영은 눈을 크게 뜨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배강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사장님, 최결이 말한 게 사실인가요?”이에 배강이 은은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사장님이 청아 씨를 왜 좋아하는지 압니까?” “저야 모르죠!”주영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자 배강이 미소를 띠며 입을 열었다. “왜냐하면 청아 씨는 쓸데없는 말을 안 하고 과묵하거든요!”배강의 말에 주영이 어색하게 말했다. “부사장님, 제가 말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셨나 봐요.”하지만 배강이 웃음을 잃지 않고 말했다. “사장님 곁에서 일을 하려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규칙을 지키는 게 중요해요. 이건 주영 씨에게 하는 충고입니다.”주영의 얼굴에 잠시 당혹감이 스쳐 지나갔지만, 곧 웃음으로 표정 관리를 하며 테이블 위의 무스 케이크를 집으려 했다. 그러나 배강이 살짝 몸을 피하며 말했다. “미안한데, 이건 청아 씨 겁니다.”딱 잘라 선을 긋는 부사장에 주
“회사 그만두면 요요 데리고 시카고로 돌아갈 건가요?” 장시원이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시원이 서명을 마쳤는데 청아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펜 끝이 종이 위에서 잠시 멈춰 섰는데, 힘이 너무 세어 종이를 뚫을 듯했다.이내 평정심을 찾은 시원은 사직서를 청아에게 밀어주었다. 준수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표정이 어두웠고, 깊은 눈빛은 마치 심연 같았다.“잘 가세요.”청아는 목에 뭐가 걸린 사람처럼,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장님도요, 그동안 신경 써주셔서 감사했습니다.”청아는 사직서를 들고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 곧은 등은 마치 몇 킬로그램의 짐을 짊어진 것처럼 보였지만, 청아는 여전히 느리지 않게, 뒤돌아보지도 않고 걸어갔다.시원은 청아의 뒷모습이 문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함께 사라진 듯 허무했다....저녁에 시원은 약속이 있었고, 끝나고 났을 때에는 이미 반쯤 취한 상태였다.벌써 밤 11시였기에 주성이 운전하며 공손히 물었다. “사장님, 본가로 돌아가시겠습니까?”시원은 창밖의 화려한 야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반쯤 취한 시원의 검은 눈동자에 불빛이 반사되어, 눈 속의 허무함을 비추었다.잠시 후, 시원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정으로 가죠.”주성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어정 쪽으로 운전했다.반 시간 뒤, 차가 건물 아래에 멈췄고, 주성은 시원이 오늘 기분이 좋지 않고 술을 많이 마셨다는 것을 알고 차에서 내려 그를 도우려 했다.“필요 없어요!” 시원이 주성의 손을 밀어내고 굳건히 혼자 걸어갔다.“혼자 올라갈 수 있습니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을 연 시원은 불을 킨 상태로 멍하니 서 있었다. 아마 가슴도 빈 집처럼 텅 빈것같아 굉장히 힘들어 보였다.시원은 언젠가 청아를 다시 이곳으로 데려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게스트룸으로 걸어가 문을 열자, 시원의 눈에 깊은 아픔이 스쳐 지나갔다. 방 안에는 크고 작은
우강남은 자기 전에 갑자기 내일이 추석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허홍연과 상의했다.“엄마, 내일 추석인데 청아한테 전화해서 집에 오라고 할까요?”“오랜만에 오니까 내일 아침에 시장에 가서 청아가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사오죠.”“그리고 요요도 있으니까 우리 가족이 함께 즐거운 명절을 보내자고요.”강남이 말하며 핸드폰을 꺼내 청아에게 전화하려 했지만 허홍연의 얼굴색이 변하며 서둘러 말렸다. “전화하지 마!”“왜 그래요?” 강남이 당황해서 묻자 허홍연은 동공이 흔들렸다. 허홍연은 우임승이 이미 일을 찾아 떠났다는 것을 모르고 우임승이 여전히 청아와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청아가 오면 우임승도 함께 오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허홍연은 우임승이 새집을 찾아오고 여기에 살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다. 본인과 우임승이 한집에서 사는 것 자체가 상상이 안갔고, 허홍연은 매일 싸우고 싶지 않았다.더욱이 정소연이 강남에게 이런 도박꾼 아버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화를 내면서 친정으로 돌아가게될까 봐서 걱정이었다. 왜냐하면 허홍연은 소연이 빨리 손주를 낳기를 바랐다.“청아가 오늘 오후에 전화 왔어, 내일 일 한다고 못 온다고 했고!” 허홍연은 아무 생각 없이 변명하자 강남이 미간을 찌푸렸다.“추석에도 일을 나간다고요?”그러자 소연이 다가와서 비웃듯이 말했다. “큰 회사니 바쁘지. 당신 동생은 사장님 곁의 사람이니 일이 더 많을 거야.”“당신처럼 열심히 일해도 월급이 쥐꼬리만큼 일 거라고 생각해?”강남은 소연의 쓸데없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급히 말했다. “그럼 됐어, 청아 보고 일하라고 하고 시간 날 때 부르지 뭐.”허홍연이 소연이 주방에 물을 마시러 간 사이에 강남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서 낮게 말했다. “소연이 너한테 불만이 있는 거 아니야?”“아니에요!” 강남이 담담히 웃으며 대답했다. “방금 그건 농담이었어요.”강남의 대답에 그제야 안심이 된 허홍연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이제 일이 그렇게 바쁘지 않으니 자주 야
소희가 조용히 말했다. “둘이 화해했는지 안 했는지, 당신도 몰라?”“모르겠어, 명절 전에 바빠서 이 며칠 동안 장시원 못 봤어.”이에 소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보아하니 청아와 시원 오빠 사이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청아를 설득해서 요요의 일을 시원에게 말하게 하는 건 어때?”임구택의 말에 소희는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청아는 말하지 않을 거야. 특히 시원 오빠 어머니가 요요를 만난 적이 있다면 더더욱.”“요요가 시원 오빠 아이라는 걸 알게 되면, 아마 요요를 청아 곁에서 데려갈 수도 있어. 그리고 청아는 그 어떤 위험도 감수하고 싶지 않아 하고.”그러자 구택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청아가 너무 많은 것을 고려하는 건 아닐까?”“청아에게는 약점이 있고, 더 이상 후퇴할 곳이 없어. 그리고 요요를 위해서라도 청아는 신중해야 해.”소희의 눈빛이 차갑게 식으며 말했다. “명절에 청아와 요요가 본가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평소에 청아에게 얼마나 냉담한지 알 수 있어.”“청아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그 사람들이 청아를 위해 나설 것 같아?”우씨 집안 사람들이 청아를 끌어내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소희는 그들이 양심이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허홍연은 우임승을 부양할 책임을 모두 청아에게 미루고 지금까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타인인 소희도 화가 나는데 하물며 친딸인 청아는 오죽할까!진연이 소동을 편애하는 것은 소동이 어렸을 때부터 진연의 곁에서 자랐기 때문이었다. 진연은 모든 사랑과 정성을 소동에게 쏟아부었고, 이는 바꿀 수 없는것이었다. 그런데 왜 허홍연은 진연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소희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자 구택이 옆으로 누워 소희를 안아 주며 어깨를 감싸며 낮게 말했다. “아마도 우씨 집안 사람들의 냉담함이 시원이 청아를 더욱 연민하게 만들어. 그리고 어떤 사랑은 상쇄되는 것일 거야.”소희가 구택의 가슴에 기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일 청아한테 물어볼
소희는 상쾌하게 세수하고 우청아의 집으로 내려갔다.“구택 오빠는 왜 안 왔어?” 청아가 문을 열자 소희 혼자 온 걸 보고는 웃으며 물었다.“내 짐 정리해 주고 있어.”소희가 말하고 요요에게 다가가 아침을 같이 먹으러 가자며 요요를 안아 들었다.식사하면서 소희가 청아에게 함께 운성으로 명절을 보내자고 제안하자 청아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운성으로 간다고?”“응!” 소희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집에는 할아버지 혼자 계시고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하셔.”소희의 말에 청아가 조금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불편하시지 않을까?”“전혀, 숙소 걱정도 할 필요 없어!” 소희가 생각할수록 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식사 끝나면 나한테 설거지를 맡기고, 너랑 요요는 짐을 싸. 우리 9시에 출발하게!”소희가 말을 마치고 요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이모랑 함께 이모 고향에 가서 명절 보내는 거 어때?”요요는 활발했고 활기찬 걸 좋아해서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청아는 소희가 언급한 바 있는 소희를 입양하신 할아버지에 대해 항상 들어왔기에, 그저 어르신을 만나보는 걸로 생각하고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그리고 곧장 일어나 짐을 싸기 시작했다. 운성에서 이틀 동안 있을 예정이라 청아는 2일 치 옷을 가져갔고, 요요는 어린아이라 짐이 좀 더 많았다.모든 준비를 마치자 9시에 명우의 차가 아래로 도착했고 모두가 곧이어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요요는 놀러간다고 하니 계속 신이 나 있었다....10시에 비행기가 정시에 이륙했고, 사설 비행기였기 때문에 운성까지는 1시간 조금 넘게 걸려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오였다.오석은 일찍부터 소희를 기다리고 있었고, 일행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활짝 웃으며 맞이했다. “아가씨, 임구택 씨!”“집사 할아버지, 추석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구택이 말했다.“평안하세요!”오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임구택 씨가 보내주신 추석 선물
재아는 시언의 냉랭한 시선을 받자, 등골이 오싹해졌다.자기 말에 허점은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시언이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에 불안감이 밀려왔다.검사실 밖시언이 검사실에 도착했을 때, 아심은 문밖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시언이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는 뒤늦게 알아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놀란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시언은 아심에게 다가가 위아래로 살펴보았다. 크게 다친 곳은 없었지만, 팔에 약간의 긁힌 상처가 있었다.“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아심이 먼저 물었다. 시언은 감정을 읽을 수 없는 차가운 표정으로 아심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날 나한테 뭐라고 약속했지?”아심은 잠시 멈칫했다. 곧바로 그날 저녁 그의 별장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시언은 그녀에게 다시는 승현과 얽히지 말라고 했었다.아심은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말했다.“일 외에는 사적인 연락은 없었어요.”시언은 아심의 머리 위에 손을 얹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건 아니겠지?”아심은 그의 질문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어 시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대답하려던 찰나,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검사 끝났어요. 보호자 분, 빨리 오세요!”아심은 시언을 한 번 바라본 뒤, 검사실로 향하는 침대로 먼저 달려갔다. 시언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차가운 기운이 마음속 깊이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시언은 재아의 이간질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아심은? 승현이 그녀에게 어떤 존재인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아심은 간호사들과 함께 승현을 검사실에서 병실로 옮겼다. 병실로 돌아온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복도를 살피며 시언을 찾았지만, 분주한 사람들 틈에서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속에서 차오르는 불안을 애써 누르며, 그녀는 승현을 돌보는 데 집중했다.잠시 후, 의사가 결과를 들고 와 말했다.“다행히 갈비뼈 두 대가 부러진 것 말고는 내장이 다치지 않았어요. 머리 외상으로 출혈이 많고 가벼운 뇌진탕이 있지만,
양재아는 여전히 멍한 상태로 자리에 서 있었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완전히 얼어붙어 버린 것이다.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자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래선 급히 택시를 잡아 아심이 타고 간 차량을 따라갔다.병원에 도착하자 재아는 바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우선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다섯 번, 여섯 번 울렸을 때까지 상대가 받지 않아 그녀는 체념하려던 순간, 낮고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재아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서둘러 말했다.“시언 오빠, 큰일 났어요. 빨리 병원으로 와 주세요!”시언이 물었다.[무슨 일이지?]재아는 다급히 말했다.“아심 씨랑 지승현 씨가 차에 치였어요. 둘 다 병원에 있어요. 빨리 와 주세요!”재아는 상대방의 숨소리가 잠시 멈춘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곧이어 남자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다급하고 불안했다.[어느 병원이지?]재아는 병원 이름을 말했고, 그녀의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시언은 전화를 끊었다.시언은 최대한 빠르게 차를 몰아 병원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아심에게 세 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받지 않았다.그의 마음은 점점 더 초조해졌고, 얼굴은 점점 창백해져 갔다.20분 후, 시언은 병원에 도착해 바로 프론트로 갔다.“30분 전쯤 교통사고로 남녀 한 쌍이 이 병원에 실려 왔나요?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프론트 직원은 고개를 숙이고 서류를 정리하며 무심하게 대답했다.“잘 모르겠네요. 다른 데 물어보세요.”시언의 목소리가 조금 쉰 듯, 서늘하고 날카로웠다.“그들이 어디 있냐고 물었습니다.”직원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시언의 차가운 눈빛이 그녀를 꽤나 긴장시켰고, 그녀는 얼른 말했다.“바로 확인해 드릴게요!”프론트 직원은 최근 접수 기록을 찾아 시언을 승현과 아심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응급실 안에서, 의사들은 지승현의 출혈을 멈추고 붕대를 감으며 각종 검사를 준비하고 있었다.의사 중 한 명이 물었다.“가족분은 오셨나요?”아심이 급히 대
고객은 지승현에게 예의 있게 인사를 건넨 뒤 먼저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어머니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서 너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고 하길래, 너도 부른 줄 알았어.”아심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너희 어머니와 이미 다 얘기 끝낸 거 아니었어?”승현 역시 의아한 듯 대답했다.“그렇지, 이미 어머니께 우리가 헤어졌다고 말했어. 그런데 어머니는 대체 뭘 하려는 걸까?”아심은 양재아가 지아윤을 부추기고 있을 가능성을 떠올리며, 승현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재아가 너희 어머니랑 아윤과 가깝게 지내고 있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승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이미 친어머니와 지아윤의 계략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재아와 결혼하라는 그들의 요구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레스토랑 안에.재아는 창문 너머로 승현과 아심이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아심이 왜 여기에 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갑자기 걱정이 밀려왔다. 혹시 아심이 승현의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폭로할까 봐 마음이 불안해졌다.재아는 초조한 마음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레스토랑 밖으로 나갔다.“어, 정말 우연이네요!”재아는 승현의 옆으로 다가가 친근한 척하며 아심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심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고, 승현은 즉시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도재아 씨,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승현이 아심의 앞에서 자신을 도재아라고 부르자 재아는 순간 당황하며,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승현 씨 어머니가 저를 여기로 부르셨어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마치 깨달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설마 승현 씨도 어머님이 부르신 건가요?”승현은 상황을 곧바로 이해했고, 그의 표정은 차갑고 딱딱해졌다.“마침, 저도 얘기하고 싶은 게 있었어요. 오늘 만난 김에 제대로 얘기 나누죠.”재아는 지승현이 자신을 거절하려는 것임을 직감했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나 얼굴에는 억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좋아
오늘 강아심은 철저히 준비하고 왔다. 분명 지승현이 정보를 흘려 미리 아심에게 알렸을 것이었다.‘나를 회사에서 해고할 뿐만 아니라, 외부인과 짜고 집안사람을 괴롭히다니.’순간, 지아윤의 마음속에서 승현에 대한 증오가 아심에 대한 분노를 훨씬 뛰어넘었다.아윤은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복수할 것이었다....양재아는 출근길 내내 심란했다. 권수영의 생일이 지난 지 벌써 열흘이 넘었지만, 권수영은 여전히 친절하고 다정했다.심지어 예전보다 더 정성스럽게 대해줬지만, 정작 승현은 한 번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특히 오늘 아침 받은 그 전화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잠시 고민한 뒤, 재아는 권수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재아 씨, 출근했어요?]권수영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자, 재아가 웃으며 대답했다.“네, 출근했어요.”권수영은 더 부드럽고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무슨 일 있어요?]“아침에 보내주신 옷 잘 받았어요. 고마워요, 사모님.”[고맙긴. 곧 우리도 한 가족이 될 텐데, 내가 재아 씨를 아끼는 건 당연한 거죠.]권수영의 말투는 여전히 따뜻하고 세심했지만, 재아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대답했다.“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그분은 그날 이후로 저를 전혀 찾지도 않으셨어요. 그분이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저도 알아요.”“그러니 앞으로는 선물 같은 것도 주지 마세요. 저희는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하죠.”권수영은 순간 당황하며 서둘러 말했다.[재아 씨, 그건 재아 씨가 오해한 거예요. 승현이는 요즘 회사 일 때문에 너무 바빠서 집에도 잘 못 들어오고 있어요.][정말로 재아 씨를 일부러 소홀히 하는 게 아니예요. 사실, 옷을 사주라고 부탁한 것도 승현이예요.]재아는 비웃듯 말했다.“정말이에요? 그런데 오늘 아침에 아윤이가 전화해서, 승현 씨가 여전히 강아심과 만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저더러 마음을 접으라고 하더라고요.”권수영은 잠시 멈칫하더니 바로 반박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승현이는 요즘 회사 일에만 신경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거실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본 강아심은 왠지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뒤를 돌아 강시언에게 물었다.“외할아버지가 우리가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왔는지 물으시면, 뭐라고 설명할까요?” 게다가 둘이 같이 돌아왔으니 말이었다. 시언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조용히 말했다.“굳이 설명이 필요해?”아심은 미소를 지었지만, 현관문을 들어설 때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뿌리쳤다.거실에는 도경수와 강재석이 여전히 깨어 있었다. 두 사람은 체스를 두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도경수는 도우미가 전하는 소리를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며 그녀를 살피며 물었다.“재희야, 또 야근했니?”아심은 강재석에게 인사를 건네며 웃었다.“네, 굳이 저 때문에 기다리실 필요 없어요.”도경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잠이 안 와서 바둑 두고 있었어. 배고프지 않아? 간식 준비해 줄까?”이에 시언이 끼어들며 말했다.“괜찮아요. 방금 뭐 좀 먹고 왔거든요.”도경수는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얼른 가서 쉬거라!”아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그럼, 위로 올라가서 쉴게요. 두 분 다 좋은 꿈 꾸세요!”“그래, 올라가!”재석은 아심을 향해 자상하게 미소 지었다. 아심이 계단을 올라간 뒤, 강시언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저도 올라가서 쉴게요. 두 분도 너무 늦지 않게 주무세요.”...강재석은 두 사람이 차례로 올라가는 것을 보며 미소를 참지 못했다.“두 사람 사이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도경수는 잠시 미소를 멈추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뭐가 좋아지는 건데? 그저 같이 야근하고 돌아온 것뿐이야. 너무 앞서가진 말아.”그러나 강재석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계속 그렇게 현실을 외면해 봐. 어차피 아심이는 시언일 좋아해. 막으려 해도 소용없을걸.”도경수는 일부러 고집을 부리며 말했다.“내가 막으면 결혼 못 하게 할 수도 있어!”강재석은 바둑판에 돌을 탁 놓으며
강아심과 강시언은 차로 돌아와 엔진을 켜고 떠났다. 희미한 조명 속에서 시언의 날카로운 턱선이 드러났고,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보아하니, 양재아가 뒤에서 꽤 많은 일을 꾸민 것 같아.”아심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눈길을 떨구며 말했다.“그녀는 지씨 집안의 힘을 이용하려는 것 같아요.”소희의 결혼식 날, 아심은 이미 지씨 집안이 재아에게 아첨하며 비위를 맞추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마침 지씨 집안은 아심에 대해 반감이 있었고, 이는 재아가 그들을 이용하기에 적합한 상황이었다. 물론, 이런 관계는 대부분 상호 이용에 가깝다.시언은 단호히 말했다.“돌아가면 도경수 할아버지에게 말해서 네 정체를 빨리 공개하고, 양재아를 쫓아내도록 할게.”아심은 눈빛을 번뜩이며 미소를 지었다.“아뇨, 외할아버지께 말씀드리지 마세요.”시언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왜?”아심은 눈꼬리를 살짝 올리며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대답했다.“지씨 집안이 재아의 도씨 집안의 손녀라는 가짜 정체에 의지하고, 재아는 또 지씨 집안의 힘이 필요해요.”“이런 동맹 관계는 더 단단할수록 나중에 깨질 때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죠. 그러니 우리도 침착하게 지켜보는 게 좋아요.”그녀는 이어서 말했다.“게다가 지금 외할아버지께 말씀드려봤자, 외할아버지는 양재아가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지 믿지 않으실 거예요.”“그동안 외할아버지께선 재아를 꽤 좋아하셨잖아요. 괜히 실망시키지 않는 게 낫죠.”시언은 그녀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네가 어떻게 하고 싶든, 네 뜻에 따를게.”아심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고개를 살짝 돌려 그를 보며 나른하게 미소를 지었다.“당신이 뭐든 제 뜻에 따르시니, 제가 정말 감격스러워요. 그런데 이렇게 계속하면 저 정말 버릇 나빠질지도 몰라요.”시언은 눈길을 살짝 그녀에게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버릇 나빠져도 상관없어. 널 아끼는 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니까.”그의 평범한 듯한 말투였지만, 아심은 그 한마디에 심장이 순간적으로
아심은 시언의 굳은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살짝 눈길을 돌리고는 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은 함께 건물을 올라가, 오형서와 약속한 방 앞에 도착했다.아심이 문을 두드린 뒤 안으로 들어서자, 방 안은 희미한 조명이 깔려 있었고, 안쪽에는 다섯에서 여섯 명이 앉아 있었다.그 중 아심의 시선은 단번에 가장 안쪽에 앉아 있는 지아윤을 향했다.아윤은 형서, 그리고 낮에 정아현을 모욕했던 이승협과 백현우와 함께 있었다. 그 외에도 남성 세 명이 더 있었다.그들은 소파에 앉아 아심과 시언을 마치 포위라도 하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쏘아보고 있었다. 아심이 남자를 데리고 온 것을 본 아윤은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 옆 사람에게 눈짓을 보냈다.그 눈짓을 받은 사람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문 옆에 섰다. 분위기는 한껏 거만하고 위협적이었다. 마치 아심이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는 암시처럼.아윤은 차가운 웃음을 띠며 입을 열었다.“강아심 씨, 진짜 오다니, 무지한 거예요? 아니면 정말 멍청한 거예요?”그러자 아심은 담담하게 물었다.“나한테 이렇게 하는 이유가 할머니의 유언 때문인가요? 하지만 유언은 내가 이미 포기했잖아요.”아윤은 화난 듯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당신이 포기하긴 했지. 그런데 결국 그 모든 게 내 사촌오빠 손에 들어갔잖아요. 이건 둘이 짜고 친 고스톱이죠?”“그렇지 않았으면 적어도 우리 집이 절반은 가졌을 텐데!”아심은 고요한 눈빛으로 말했다.“어른의 재산은 그 어른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는 거예요. 그건 할머니의 권리였어요.”“만약 당신이 할머니께 조금이라도 효심을 더 보였더라면, 한 푼도 못 받는 일은 없었을 거고요.”아윤은 조롱하듯 비웃으며 말했다.“어머, 몇 명의 남자들에게 받들려 다니더니 이제는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줄 아는 건가요? 우리 집 일까지 신경 쓰고 말이예요? 어딜 감히 주제넘게!”아심은 술잔을 들고 아심에게 다가오며 말했다.“오늘 내가 당신을 가르치려고 온 건 단순히 할머니의 재산 때문이 아니야. 양재아 때문이기
이때 직원이 다가와 물었다.“꽃을 잠시 보관해 드릴까요?”그러나 강아심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고마워요.”직원이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돌아오더니 손에 무릎 담요를 들고 있었다.“저희 식당은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서요. 남자 친구분이 가져다 드리라고 하셨어요.”아심은 전화를 걸고 있는 강시언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배려에 눈길이 부드러워졌다. 이에 그녀는 담요를 받아서 들며 고운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요.”직원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남자 친구분 정말 다정하시네요!”그는 그녀에게 레몬 물을 따라주며 말했다.“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 주세요.”“네, 고마워요.”아심은 시언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물컵을 손에 들고 창밖을 바라봤다.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며 도시의 불빛들이 하나둘 켜졌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풍경과 초여름의 산들바람은 기분 좋은 상쾌함을 전해주었다.찬란한 불빛은 깨끗한 유리창에 반사되어 반짝였고, 그 빛 속에서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더욱 빛났다.자연스럽게 흘러내린 긴 머리, 화사한 붉은 입술, 나른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아심의 모습은 이 도시의 밤과 어우러져 있었다.이 순간, 강성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시언이 전화를 끝내고 돌아왔을 때, 샤브샤브와 재료들이 이미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그는 아심이 주문한 음식을 보며 말했다.“이렇게 많이 주문했어?”아심은 고개를 들며 웃었다.“배불리 먹어야 힘이 나죠. 싸우려면 힘이 있어야 하잖아요.”시언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가씨가 뭘 싸우겠다고 그래. 옆에서 보기만 해.”아심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아심은 시언이 가르쳐준 많은 기술을 떠올렸다. 본래는 그를 위해 일하고, 그를 위해 싸우는 게 당연했는데, 이제는 그가 오히려 그녀에게 싸우지 말고 지켜보기만 하라고 했다.아심은 그 말을 떠올리며 속으로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웃음은 결국 그녀의 눈과 입가에 고스란히 드러났다.아심은 고
아심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 미소는 아름다움과 매혹으로 가득 찼다.“정말 참 시원시원하시네요!”시언은 아심의 농담에 대꾸하지 않고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곧 네 회사 도착해. 아래에서 기다릴게.]아심은 약간 놀랐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금방 갈게요.”전화를 끊고, 아심은 짐을 챙기며 퇴근 준비를 했다.아현이 사무실로 들어왔을 때, 아심이 물건을 정리하는 걸 보고 놀라며 물었다.“사장님, 오늘 이렇게 일찍 퇴근하세요?”아심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럼, 퇴근 시간이잖아요.”아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다른 사람들이 정시에 퇴근하는 건 이상하지 않지만, 사장님이 야근 안 하고 일찍 퇴근하는 건 엄청난 일인데요. 꼭 연애라도 시작하신 것 같아요!”아심은 서류를 정리하며 가볍게 말했다.“아현 씨 연애는 어때요? 요즘 남자 친구 얘기를 잘 안 하던데?”예전엔 아현이 틈만 나면 남자 친구 이야기를 했었기에 궁금한 듯 물었다. 아현은 환하게 웃던 얼굴이 시무룩해지며 말했다.“별로 좋지 않아요. 우리 막 사귀었는데, 남자 친구가 곧 F 국으로 2년간 발령을 받아요. 그래서 요즘 헤어질지 고민 중이에요.”“헤어지려고?”아심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네, 헤어질지 생각 중이에요.”아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막 시작했는데 곧 떠난다는 건, 그의 마음속에서 제 일이 얼마나 우선순위가 낮은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게다가 저는 장거리 연애는 못 받아들이겠어요.”“너무 힘들잖아요. 1년에 한 번 얼굴도 못 보고, 서로의 상황도 모르고, 무슨 일이 생겨도 곁에 있어 줄 수 없는걸요.”아심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용히 말했다.“맞아, 그런 건 정말 힘들지. 받아들일 수 없다면 빨리 정리하는 게 좋을 거야.”“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괜히 마음에 벽이 생기면, 나중에 함께 있어도 행복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래도 좀 아쉽긴 해요.”아현은 살짝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하자, 아심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