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준회는 서훈이 뭐라 하든 개의치 않았다. 다만 이 아득한 어둠 속에서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볼 뿐이다.“내가 이렇게까지 안 하면 언제까지 피해 다니려고?”그날 남 씨 저택의 약방에서 또다시 찝쩍대는 준회를 서훈이 다시 기절시킨 그 사건이 이 일의 서막이었다. 다음 날 잠에서 깬 준회는 서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서훈은 진작에 도망쳤고 그때부터 준회를 피해 다녔으니 말이다.그러다 드디어 남서훈을 잡아둔 지금, 그는 그날의 수모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다 되갚아줄 작정이었다.준회는 서훈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나 피하지 마. 어차피 나한테서 벗어나지 못하니까.”170CM가 넘는 서훈의 키도 이 남자에 비해선 머리 하나만 한 차이가 난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턱을 들어 올려 그를 노려봤다.“하고 싶은 게 뭔데?”“이미 말하지 않았나?”어딘가 슬퍼 보이는 준회의 짙은 눈망울은 매끈한 그녀의 작은 얼굴을 진득하게 향하고 있었다.“모든 건 네가 자처한 거야. 뿌린 대로 거둬야지.”“내가 자초한 모든 건 준회 씨가 끝낸다고 해서 끝내지는 게 아니에요.”준회:“...”준회를 바라보는 서훈의 심장은 지금 미친 듯 날뛰고 있다.‘나한테 이렇게 집착하는 이유가 대체 뭐지. 설마... 날 사랑하게 되기라도 한 건가.’그때 갑자기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준회. 또 한 번 그의 수려한 용모가 서훈을 미치게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의 검게 빛나는 눈동자는 어느새 두 볼이 발그레 상기되어 있는 서훈의 모습을 담은 채 여유롭게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다시 입을 여는 준회.“이 세상에 당신처럼 중성적인 매력을 갖고 있으면서 여자보다도 요염한 사람은 없을 거야.”“저 눈 높아요. 그리고 저 지금 서른셋이예요. 막살아도 될 나이 아니라고요.”준회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열여덟 살 때 네가 몰래 나한테 입 맞춘 이후로 나까지 어떻게 돼 버린 게 분명해. 나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지
준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그럼 네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또 그 얘기다.서훈은 이를 꽉 깨물었다.“최선을 다하죠.”서훈은 이렇게 하면 준회가 그녀를 놓아줄 거라 생각했다.하지만...순식간에 그녀를 안아 올려 그대로 샤워실을 나와 휴게실 침대에 그녀를 내려놓는 준회.“양준회씨. 뭐 하는 짓이에요?”“자자.”말을 마친 그는 냅다 좁은 침대에 몸을 뉘고 눈까지 꼭 감은 뒤 졸린 듯한 말투로 다시 말을 이었다.“요 며칠 널 찾느라 제대로 쉬지 못해서 너무 피곤해.”많이 피곤했던 건지 말 몇 마디를 끝으로 정말 잠자리에 들어버린 준회.서훈:“...”피곤한 건 서훈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점차 안정되는 준회의 숨소리를 들으며 서서히 잠이 들었다. 준회는 잠이 얕다. 이것은 습관적으로 몸을 방어하는 습관에서 생긴 버릇으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잠시 후...서훈이 이제 막 잠이 들었을 그때, 이미 잠이 든 줄 알았던 준회가 눈을 슬며시 뜨더니 낮게 속삭였다.“남서훈.”그녀에게 바싹 다가가는 준회. 그의 입술은 어느새 서훈의 귓가에 닿을 듯했다.“넌 도망 못 가.”이튿날.잠에서 깬 준회는 또 서훈을 곤란하게 하진 않았다. 다만 떠나기 전 다시 한번 그녀에게 말했다.“잊지 마. 한 달이야. 그때까지 못 찾으면 널 나한테 주는 거야.”준회는 그렇게 떠났다.그가 서훈의 사무실에서 나올 때 마침 이쪽을 향해 오던 윤성아와 마주쳤다.“준회 씨. 왜 여기에...?”이 이른 아침에 서훈의 사무실 앞에서 준회를 마주칠 줄 몰랐던 성아는 적잖이 당황했다.하지만... 안될 것도 없긴 하다.사실 성아는 진작부터 준회와 서훈 사이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정황상 준회는 아직 서훈이 여자란 사실을 모를 확률이 높다.준회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로 그녀를 맞았다. 그런 그의 표정에서는 그 어떤 감정도 보아낼 수 없었다.“성아야.”성아의 이름 한번 부르는 것으로 그는 그녀에게 인사했다.“강주환
성아가 웃으며 서훈에게 말했다.“틈만 나면 하늘에 대고 맹세하는 나쁜 남자들은 뭐 벌써 몇 번이고 벼락 맞아 죽었어야겠네요?”서훈이 피식 웃었다.덕분에 삼엄하던 분위기도 어느새 나름 풀려 한결 가벼워졌다.다시 말을 잇는 성아.“준회 씨는 아마 서훈 씨가 필요할 거예요.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이미 마음에 품고 있죠. 그냥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남자이건 여자이건 상관없다며 세상을 등질 정도로 흠뻑 빠졌죠.”여기까진 성아의 추측에 불과하지만 이번은 성아도 분명히 얘기할 수 있었다.“나나도 수현 씨를 필요로 해요.”“나나는 불쌍한 아이예요. 어릴 적부터 엄마 없이 살았으니 얼마나 엄마가 그립겠어요.”“그 누구도 친엄마의 사랑은 대체할 수 없어요. 준회 씨가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가 새엄마가 될 그 여자가 혹시라도 나나에게 잘 대해주지 않으면 어쩌려고요?”“그러다 그 둘이 아이라도 갖게 되었다간...”성아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말을 돌려 준회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준회 씨는 참 좋은 남자죠!”“제가 알기로는 근 몇 년 동안 나나 때문에 몇 번 소개팅에 나간 것 빼고는 단 한 번도 여자가 있은 적이 없어요. 전엔 저와 제 언니를 도와주느라 몇 번 한동안 연기를 했지만 전부 다 가짜고요.”서훈은 잠시 멈칫했다. 준회가 그럴 줄은 몰랐던 것이다.“서훈 씨. 조금만 더 용기를 내요. 할아버지가 실종된 일은 제가 도와서 함께 조사해줄게요. 집안의 의술이 남자에게만 전해지는 것도 선대의 원한 관계도 모두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다 좋아질 거예요.”“서훈 씨와 준회 씨 분명 잘될 거예요.”둘은 그렇게 한참을 더 얘기를 주고받다 헤어졌다.성아를 배웅해주고 서훈은 몸을 일으켜 창가로 걸어갔다. 그녀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다.‘나와 준회씨 정말 함께 할 수 있을까?’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서훈과의 한 달짜리 약속이 있었기에 준회도 더는 그녀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덕분에 서훈은 숨이 트인 것
말을 마친 은협은 곧바로 자리를 떴다. 그는 서훈이 그의 대표님께 무슨 짓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되지도 않는 듯 부리나케 가버렸다.사실 은협이 호텔 방을 빠져나올 땐 이미 머리에 땀이 흥건했다. 그는 곧바로 보안실로 가 엘리베이터 영상을 지운 후 준회의 비서에게 연락했다.“선배님. 앞으로 저희 대표님이 접대에 나가야 하실 일이 있으면 선배님이 맡아주십시오. 전 겁이 많아서 못 해 먹겠습니다.”“게다가...”“이렇게 엄청난 비밀을 감춰야 한다니. 저 말라 죽을지도 모릅니다.”한편, 호텔 방에서는 서훈이 준회의 술을 깨게 해주기 위해 그녀의 침을 꺼내고 있었다.서훈이 그의 혈 자리를 찾아 침을 꽂으려 하던 그 순간, 준회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천천히 눈을 뜨는 준회. 그의 촉촉한 눈동자는 마치 한 마리의 독수리같이 날카롭고 고혹했다. 누구든 보면 겁에 질릴 그의 살기 어린 눈빛을 보며 서훈은 이 모습이야말로 진짜 그의 모습이라 생각했다.용병이었던 그때의 그 독기 어린 남자의 모습.눈앞의 사람을 확인한 준회는 그제야 눈에 담겼던 적의를 지우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요 녀석. 또 날 찔러 기절시키려고?”“아니에요.”서훈은 술을 깨는 데 도움을 주려고 그런다고 말하려 했으나 준회는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네 멋대로 하게 순순히 두지 않아.”말을 마친 준회는 그녀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줘 침대로 끌어당겼다. 이어 그는 순식간에 몸을 돌려 서훈을 몸을 깔아버렸다.“양준회씨. 지금...”“아무 말도 하지 마.”취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그는 모든 걸 삼킬 듯한 검은 눈동자로 서훈을 주시하며 물었다.“언제까지 날 괴롭힐 거야? 난 이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 근데 왜? 왜 아직도 나와 함께 해줄 수 없는 거야? 응?”그는 서훈을 알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고는 거칠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거침없는 그의 숨결은 서훈의 숨을 앗아가 버릴 듯 맹렬하게 다가왔다.술에 이미 취한 상태이지만 지금 이
술에 취한 다음 날 아침, 호텔 방 킹사이즈 침대에서 깨어난 그는 호텔에 홀로 남겨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게다가 양준회가 깨어날 때 그의 몸과 침대 그 어디에도 여자의 흔적이라고는 눈을 씻어보아도 찾아볼 수가 없다. 다만 그의 바지만이...설마...?양준회는 혹시 이 모든 것이 그의 꿈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러웠다.하지만 그럴 리가?“그럴 리가 없어!”양준회가 고함을 질렀다.그는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고 충혈이 된 듯한 붉은 눈동자가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웠다.양준회는 그렇게 남서훈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넌 그냥 사기꾼이야! 난 안 믿어! 그날 밤 네가 나한테 약을 먹인 이유가 이럴 리는 없어. 분명...”모든 것이 그토록 선명하고 생동했는데!두근거리는 심장과 그 외의 모든 것이 6년 전보다도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웠다.그뿐만 아니라 양준회는 어렴풋이 남서훈의 붉은 얼굴이 떠올랐다.남서훈이 양준회의 몸 아래에서...하지만 양준회도 도무지 알 수 없는 뻔한 사실이 있는데 그는 분명 한 여인과 함께 있었고 그 여인은 분명 남서훈이라고 생각했는데 대체 왜 흔적을 남기지 않은 거지?그중의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그날 밤, 남기준이 보낸 메시지를 보았을 때 남서훈은 이미 정신을 차린 뒤라는 것이다.남서훈은 자신이 이 감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날 밤의 그 순간, 그녀는 결국 그렇게 이성의 끈을 놓친 것이다.하여 그녀는 방에서 나오기 전 무의식 간에 방을 깨끗이 정리하고 나온 것이다.남서훈은 연고를 꺼내 들어 매우 세심하게 양준회의 몸에 발라주어 남지 말아야 할 흔적과 그녀가 실수로 긁어놓은 흔적을 전부 가려주었다.그 뒤로 남서훈은 침대까지도 정리를 마쳤다.그리고 같은 시각.남서훈은 남성을 바라보며 굳건히 말했다.“정말 꿈입니다.”“난 절대 그게 꿈이라고 안 믿어!”양준회가 갑자기 다가와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이어 양준회는 남서훈의 손목을 단단히 옭아맸고 그의 검고 깊은 눈동자는 남서훈의 아름답고 작
양준회가 피식 냉소를 터뜨렸다.그렇게 그는 남서훈을 놓아준 뒤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회사로 돌아온 뒤.양준회는 주위에 음산한 기운을 뿜어냈고 그의 머리 꼭대기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양준회의 모습은 엊그제보다도 더 저기압에 휩싸여 감히 숨도 큰소리로 못 쉴 정도였고 그는 줄곧 대표 사무실에 앉아 일만 하였다.태운 그룹의 모든 사람이 위기감을 느꼈다.양준회가 집으로 돌아간 뒤 양나나도 그의 저기압을 느꼈다.그녀는 한 번도 아빠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기에 조금 무서웠다.“아빠.”양나나가 작은 목소리로 양준회를 불러보았다.이윽고 그녀는 조심스럽게 양준회의 눈치를 살피며 그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다.“우리 이모 집에 안 간지 엄청 오래됐잖아요. 저 이모가 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우리...”양나나가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양준회가 단칼에 그녀의 말을 잘라버렸다.“안돼!”양준회의 안색이 더욱 험상궂게 변해버렸다.딸바보로 유명했던 양준회는 단 한 번도 양나나에게 이렇게 언성을 높인 적이 없었다. 그는 여전히 싸늘한 목소리로 양나나에게 당부했다.“앞으로는 그곳에 안 갈 거야. 그리고 그 사람은 네 이모도 아니야. 내가 몇 번을 더 말해야겠니? 그 사람은 남자라고. 삼촌이야!”양나나:“...”양나나의 눈시울이 한순간에 붉어졌다.그녀는 어떻게든 입을 삐죽이며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아빠...”양준회는 곧바로 마음이 약해져 나나를 안아 들어 조금 더 부드럽게 타일렀다.“곧 엄마가 생길 거야.”그러자 양나나가 기대에 찬 눈길로 물었다.“혹시 이모예요?”“아니야!”양나나는 비록 이렇게 말하면 아버지의 기분을 건드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꿋꿋하게 주장을 펼쳤다.“하지만 난 이모가 좋은걸요! 아빠, 제 목적은 오로지 이모가 제 엄마가 되는 거예요.”그날, 부녀 사이에 처음으로 다툼이 오갔다.양나나는 화가 나 기필코 혼자 남서훈을 찾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결국, 참지 못한 양준회
강주환은 한눈에 윤성아의 마음을 알아차렸다.그의 잘생긴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더니 윤성아의 귓가에 다가와 소곤소곤 말을 꺼냈다.“여보, 급해 하지 마. 당신한테는 이 세상 최고의 모든 것을 얻을 가치가 있어.”그렇게 강주환은 윤성아의 손을 잡고 헬기에 올라탔다.윤지안은 김은우 품에 안겼다.이윽고 모든 헬기가 강주환과 윤성아가 탑승한 헬기를 따라 천천히 자리를 뜨고는 운성시를 에워싸고 세 바퀴를 돌고 나서야 최종적으로 운성시에서 가장 큰 광장으로 향했다...운성 광장.이곳은 이미 일찍이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일주일 전부터 노동자들이 와 꽃으로 아치형 문과 무대를 꾸며놓았다.같은 시각.안진강과 서연우, 나엽과 안효연, 양준회, 원이림 등 윤성아의 가족과 친구들 모두 현장에 와 기다리고 있었다.운성시와 영주시 주요 방송사들도 소식을 접하고 현장에 찾아와 성대한 프러포즈를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기다리던 헬기가 드디어 도착했다.강주환은 헬기 안에서 예복을 갈아입고 스타일 메이크업을 받은 윤성아를 안고 헬기에서 내렸다.정말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다.그리고 마치 청아한 연꽃처럼 우아하게 레드카펫을 밟으며 무대 중앙에 모습을 드러냈다.모든 가족, 친구, 그리고 언론 기자들뿐만 아니라 여기까지 따라온 운성시 시민들의 앞에서 강주환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그의 눈앞에 선 연인을 바라보았다.이윽고 그는 그녀의 작은 손을 꼭 쥐며 입을 열었다.“성아야, 나와 결혼해 줘. 나와 결혼해서 내 아내가 되어줘. 난 한평생 너와 아이들을 지키며 네가 내 생에 유일한 여왕이 되길 약속할게.”강주환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바지 주머니에서 빨간 벨벳 케이스를 더듬어 꺼냈다.반지 케이스를 천천히 열자 그 안에는 눈부시도록 반짝이는 반지 한 쌍이 고이 놓여있었다.“여보, 이건 내가 직접 디자인한 반지야. 오로지 당신만을 위한, 그리고 당신의 여생을 함께하기 위한 반지야. 내가 직접 끼워줘도 될까?”주위의 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며 환호를 질렀다.“결혼해!
백은협은 긴장되어 침을 꼴딱 삼켰다.마침 그가 입을 열려고 하던 찰나 전화는 이미 끊겨버렸다.한편, 양준회는 또다시 자신의 특별 비서한테 전화를 걸어 그더러 호텔로 가 CCTV를 돌려보도록 지시하여 그날 밤 남서훈은 즉시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남서훈은 해가 곧 뜨려는 새벽에 그의 방에서 나와 떠난 것이다.그렇게 되어 양준회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의심은 더욱 커져갔다.분명 그날 밤의 일은 꿈이 아닐 거라고 확신했다.이윽고 양준회가 다시 지시를 내렸다.“남기준에게 사람을 붙여 감시하도록 해.”지금까지 그렇게 찾아왔지만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듯 조금의 단서도 찾지 못했던 나나의 친어머니를 남기준은 대체 무슨 수로 찾은 것인지 한번 볼 필요가 있었다.이튿날.양나나가 갑자기 몸살이 나 앓아누웠다.양준회는 침대에 누워 일어나지 못하고 열이 39도까지 치솟은 양나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오늘은 학교 가지 말고 아빠랑 병원 가자.”그러나 양나나는 즉시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전 병원 안 가요.”양나나는 간절한 눈빛으로 양준회를 바라보고는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애교를 부렸다.“이모더러 와서 나 간호해 주라고 하면 안 돼요? 저 정말 이모가 보고 싶어요. 이모가 오신다면 정말 다 나을지도 몰라요.”양준회:“...”양준회는 결국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이윽고 그는 바로 남서훈에게 전화를 걸어 입을 열었다.“나나가 몸살 났는데 네가 보고 싶대!”소식을 들은 남서훈은 곧바로 집으로 찾아왔다.양나나의 문을 열고 들어간 남서훈은 얼굴이 빨갛게 열이 오른 양나나를 바라보고는 팽팽하게 잔뜩 긴장된 마음을 내려놓았다.양나나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에 무척 걱정되고 혼란스러웠었다.양나나는 남서훈이 줬던 약을 먹었기에 3, 5년 사이에는 체질이 좋아 감기도 걸릴 일이 없는데 어떻게 갑자기 병에 걸린단 말인가?“나나야, 너 지금 혹시 꾀병 부리고 있는 거니?”남서훈은 단번에 양나나의 꾀병을 알아낸 것이다.그러자 양나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