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환은 소리 내어 말을 끊고 고은희에게 말했다.“엄마, 앞으로 이 일에 대해 다시는 거론하지 마세요. 저는 그녀와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아름 씨는 좋은 사람이지만 나한테는 기껏해야 주혜와 같은 여동생일 뿐이에요. 그러니 그 이상의 감정은 절대로 없을 거예요!”이 말을 한 후 강주환은 고은희더러 먼저 돌아가 쉬게 하였다.그는 여기서 강하성이 깨어날 때까지 지키고 있다가 의사가 다른 문제가 없다고 확인하면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송아름 쪽에도 이미 사람을 배치하여 보살폈다.고은희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하성이 경악하며 눈을 뜨고 깨어났다.“아름 이모!”강하성은 강주환을 보자마자 단번에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옷을 꼭 붙잡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아빠, 누군가가 비수로 아름 이모를 찔러서 외삼촌처럼 엄청 많은 피를 흘렸어요.”겁에 질려서 작은 얼굴과 입술은 푸른빛이 돌 정도로 창백했고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어 단번에 울음을 터뜨렸다.“아름 이모도 외삼촌처럼 죽지는 않겠죠? 아빠, 이모께서 무사해야 해요.”강주환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강하성을 다독이며 말했다.“아름 이모는 괜찮아. 지금 옆 병실에 누워 계셔. 다 지나갔어.”“정말요?”강하성의 작은 손은 아직도 강주환의 옷을 꽉 잡아당기고 있었고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아름 이모를 보러 갈래요.”강주환이 강하성을 안고 송아름의 병실로 왔고 그녀가 무사하다는 것을 보고서야 강하성은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그러나 그는 아직도 마음이 불안했다.“아빠, 이모 정말 안 죽었죠? 정말 잠만 자는 거죠?”“응.”강주환은 송아름이 단지 상처를 입었을 뿐이고 며칠만 휴식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거듭 약속했다. 절대로 외삼촌과 같이 죽지는 않을 것이라고!“네.”강하성은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송아름 병실에서 나가지 않겠다고 투정 부렸다.저녁 7, 8시쯤에 송아름이 깨어났을 때 강주환과 강하성 부자가 그녀의 병상 앞에서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가 올라가며 부드럽게
강주환이 윤성아에게 말했다.“아름 씨가 하성이를 대신해 칼을 막고 지켜줘서 다친 데는 없어. 그런데 많이 놀랐나 봐. 잠을 잘 때 계속 몸을 떨고 악몽을 꿔서 몇 번이나 깼어! 당신이 와서 같이 있어 줬으면 좋겠어.”“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어. 날이 밝을 때 운성시에서 출발하면 돼.”강주환이 신신당부했다.“괜찮아요, 지금 갈 거예요.”윤성아는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고 빠르게 옷을 갈아입었다.방에서 나가기도 전에 강주환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지금 출발하려면 은후에게 운전을 맡겨. 당신이 운전하면 안 돼!”이날 윤성아는 날이 밝기도 전에 출발하여 곧장 영주시로 달려갔다.그녀의 마음이 급했기 때문에 김은우는 안전을 보장하는 전제하에 차를 빠르게 몰았다.원래는 차로 네다섯 시간 걸리는 곳이었는데 한 시간 앞당겨서 7시도 안 돼 두 사람은 별장에 도착했다.차가 멈추자마자 윤성아는 즉시 차 문을 열고 신속히 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강하성의 방문 앞에 도착하자 문을 확 열어젖혔다.이때 강하성은 막 일어났다.윤성아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정신 상태가 현저히 좋지 않은 강하성을 보고 눈물을 흘릴 뻔했고 목이 메어 말했다.“하성아.”강하성은 그녀를 보자 눈이 번쩍 뜨였고 벌떡 침대에서 뛰어내려 윤성아 쪽으로 달려가서 바로 그녀의 품에 안겼다.“엄마!”강하성의 놀란 목소리에는 울컥함과 억울함이 섞여 있었다.“왜 이제 왔어요! 하성이를 버린 줄 알았어요!”“그럴 리가?”윤성아는 강하성을 꼭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너는 엄마의 아기고 엄마의 목숨이야! 내가 어떻게 너를 버릴 수 있겠어? 하성이 괜찮은 거야? 엄마가 한번 보자.”강주환은 이미 강하성이 다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윤성아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꼼꼼히 살펴보고 물었다.“엄마에게 솔직히 말해 줘. 하성이 다쳤어 안 다쳤어?”강하성은 머리를 흔들었다.윤성아 역시 그의 몸에서 아무런 상처도 발견하지 못하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윤성아가 강하성의 속마음을 알고 난 후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아가야, 꼭 기억해. 동생도 하성이도 전부 엄마의 소중한 자식이야. 나는 하성이도 버리지 않을 것이고 동생도 버리지 않을 것이야. 너희들은 똑같이 중요해!”강하성이 눈살을 찌푸리자 윤성아는 손을 내밀어 그가 편한 자세를 취해 품에 안겨 있도록 하고 상냥하게 말했다.“엄마가 예전에 하성이를 데리고 F국에 가서 큰 비밀을 알려주고 누군가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했잖아?”강하성이 머리를 끄덕였다.윤성아는 지금 사실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자상하게 웃으며 그의 귓가에 다가가 속삭였다.“엄마가 몰래 말해주는 건데 사실 하성이는 엄마의 친아들이야! 안효주는 친엄마가 아니야. 그때 엄마가 너와 여동생을 임신했는데 안효주가 어떻게 알아버려서 너를 훔쳐 갔어. 엄마가 널 얼마나 찾았는데!”강하성은 너무 충격을 받았지만 의심하지 않고 윤성아의 말을 믿었다. 전에부터 안효주라는 사람이 그렇게 나빠서 자기의 엄마와 같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이 엄마는 첫눈에 보자마자 반했고 친근해서 이런 사람이 그의 친엄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엄마!”강하성은 목이 메어 윤성아를 부르며 울음을 터뜨렸다.이 엄마 소리는 그가 이전에 윤성아를 엄마라고 불렀을 때와는 모두 다르다! 부르는 소리가 더욱 맑고 컸다!강하성은 진심으로 행복했고 기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엄마가 하성이의 친엄마였어요! 그렇게 나쁜 엄마는 나의 엄마가 아니었어요! 너무 행복해요!”윤성아도 따라서 울었다.그녀는 강하성을 품에 안고 말했다.“미안해, 엄마가 너에게 이 모든 것을 더 일찍 말해주지 못해서. 엄마도 전에 걱정이 많았어.”윤성아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엄마랑 하성이 아빠랑 안효주 사이가 너무 복잡해서 한두 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그때 엄마가 하성이와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말해도 네가 믿지 못할까 봐 겁이 나서 더 좋은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어! 하성이랑 시간을 좀 더
윤성아가 돌아오자마자 마치 복권에 당첨한 듯이 기뻐하고 있는 강주환이 눈에 띄었다.수많을 재산을 가지고 있는 강 대표는 복권에 당첨되는 건 고사하고 몇조가 되는 비즈니스를 성사한다 해도 늘 담담한 표정이었다.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은...강주환은 윤성아를 보자마자 방안으로 끌고 들어가 그녀를 꼭 껴안았다. 지금 그의 가슴은 기쁨으로 들끓고 있었다.그는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는 시커먼 눈동자로 윤성아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성아야, 난 절대 널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야!”그는 큰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는 떨리는 입술로 그녀에게 찐한 키스를 했다.“하성이가 다 알려줬어. 걱정 마, 나는 네가 나에게 준 이번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반드시 너에게 만족스러운 답을 줄 거니.”이 말에 윤성아는 이 남자가 왜 갑자기 기뻐하는지 알게 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을 얻은 아이보다 더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말을 마친 강주환은 다시 키스하기 시작했다.아주 다급하게, 아주 찐하게...그의 가슴, 그의 몸속의 모든 세포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이 기쁨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그는... 회사를 땡땡이치고 싶었다.다행히 회사의 대표로서, 어쩌다가 땡땡이를 친다 해도 누가 뭐라 하지 못한다.지금 그는 단지 그녀와 뜨겁게 사랑을 나누고만 싶다.이때, 윤성아가 그를 살짝 밀었다.그리고 바로 강하성이 찾아왔다.이날 오후,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보내기를 원했던 강주환은 결국 회사로 쫓겨가고 말았다.그가 떠난 후.윤상아는 강하성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똑똑똑!그녀는 문을 두드린 후 강하성의 손을 잡고 함께 송아름의 병실로 들어갔다.이것은 윤성아와 송아름의 첫 만남이다.강주혜와 너무나도 닮은 송아름의 모습에 윤성아는 살짝 놀랐다. 심지어 강주혜라고 착각이 들 정도였다.“아름 이모, 상처는 좀 나으셨나요? 아직도 아파요?”강하성이 먼저 물었다.그는 송아름에게 친근한 태도를 보였는데, 엄연히 그녀를 가족으로, 가장 믿는 친구로 보고
게다가 그녀는 오래전부터 아들 옆에서 함께 자고 싶었다.하지만!“엄마, 가서 아빠랑 자요. 나 벌써 세 살이에요, 이젠 혼자 자도 무섭지 않아요.”강하성은 윤성아를 문밖으로 내보내고는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엄마 잘 자요!”말을 마친 강하성은 직접 방문을 닫았다.윤성아는 강주환을 돌아보며 물었다.“하성에게 뭐라 한 거예요?”“아무 말도 안 했어.”강주환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제 하성이도 다 큰 거야.”그는 다가와 여자의 허리를 감싸 안고는 미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우리도 그만 가서 자.”“난 하성이랑 잘래요.”“하지만 하성이는 나하고 자라는데.”강주환은 말하며 손에 힘을 주더니 윤성아를 안아 들고 안방까지 가서 방문을 닫아버렸다.더는 참기 힘든 듯 키스하려는 찰나!“누가 키스하랬어요? 저리 가요! 그리고 이 손 좀 치워요!”윤성아는 정말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그녀는 허튼짓하려는 남자의 손을 꽉 잡고는 남자를 째려보며 뺨이라도 한 대 치고 싶었다.“왜 그래? 하성이에게 나한테 한번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어? 그리고 오늘 오후까진 괜찮았잖아.”그는 자신을 윤성아의 품에 파묻고는 뜨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고개를 든 그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내 실력부터 테스트해 봐야 앞으로 행복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지 않아? ”“...”그녀는 남자를 흘겨봤다.이 남자의 실력이 어떤지, 그녀가 모를까?‘게다가 이게 어떻게 테스트야? 분명 자신이 즐겁다고 하는 일이면서.’윤성아의 눈빛을 알아챈 남자는 솔직하게 인정했다.“물론, 나도 즐겁다고 하는 일이야. 너의 냄새에 빠졌거든, 시시각각 성아 너만 생각나. 나 널 가지고 싶어. 그리고...”그의 목소리는 더욱 뜨거워졌다.그는 윤성아의 귓가에 다가가 얇은 입술로 그녀의 귓불을 툭툭 건드리며 속삭였다.“말해봐, 성아 너도 내 몸이 그리웠지?”“...”남자는 그녀의 귓불에 키스했다.순간 윤성아는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달
강주환은 옷을 가져와 강하성에게 입힌 후 데려가 세수했다.부자가 나란히 걸어 나갈 때 마침 초인종이 울렸다.초인종 소리가 또 한번 울리기 전에 강주환이 쏜살같이 다가가 문을 열었다.그는 양손 가득 도시락을 들고 문밖에 서 있는 진하상을 보며 말했다.“초인종을 누르지 말라고 했잖아.”“...”“아래층에서 기다리도록 해.”강주환은 도시락을 받아서 들며 진하상에게 분부하고는 바로 문을 닫았다.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사서 가져온 진 비서는 꾸지람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굶은 채로 쫓겨났다.그는 혼자 차에 쭈그리고 앉아 오기 전에 산 호떡을 먹었다.강주환은 음식을 나누어 그중 일부를 아들에게 준 후 나머지를 가지고 안방으로 들어갔다.이때 강하성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아빠, 저도 같이 가요,”강하성은 윤성아가 병이 났거나 이전에 입은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다고 생각했다.아침에 일어난 후 엄마를 못 본 강하성이 아빠에게 물었더니, 아직 방에서 자고 있다고 했다.그때 강하성이 엄마가 왜 아직도 주무시냐고 물었더니, 강주환은 피곤하고 몸이 아파서 아직도 자고 있다고 답했다.그리고 또 강하성에게 절대 엄마를 방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아빠가 안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본 강하성은 같이 들어가서 엄마를 보고 싶었다.“그래.”강주환이 아들을 데리고 안방으로 들어갔을 때, 윤성하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엄마.”강하성은 침대 곁으로 다가가 엄마를 불렀다.그녀는 아들의 소리에 눈을 뜨더니 아들을 보자마자 부드럽게 웃었다.“우리 귀염둥이네.”강하성은 엄마를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엄마, 어디 아파요? 혹시 예전에 다친 게 아직 낫지 않아서 피곤하고 몸이 아픈 거 아니에요? 그래서 이렇게 오래 자는 거고요.”윤성아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가 아들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짐작이 갔다,“하성아, 엄마 지껄이지 마.”강주환은 침대 옆 테이블에 도시락을 올려놓으며 물었다.“내가 성아 널 안고
강하성의 마음을 알아차린 윤성아는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엄마는 절대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거야.”그럼에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강하성은 고개를 돌려 고은희를 바라봤다.“할머니, 절대 엄마를 혼내면 안 돼요.”고은희는 줄곧 침묵을 유지했고 강하성이 방으로 들어가자 표정이 싸늘하게 돌변했다.“윤 비서, 우리 손자가 너에게 완전히 홀렸네.”고은희가 모욕감을 주며 욕설을 퍼붓자 윤성아는 눈살을 찌푸린 채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사모님을 존중하는 건 단지 연세가 많기 때문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허허.”고은희는 헛웃음을 터뜨렸다.“네 존중 따위는 필요 없으니까 내 아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옆에서 얼씬거리며 집적거리지도 말고.”윤성아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사모님, 누누이 말씀드렸다시피 전 집적거린 적 없고 주환 씨가 귀찮게 매달리는 겁니다. 다년간 유지하시던 존엄과 이미지를 버리면서 미친 여자처럼 저에게 욕설을 퍼부을 바엔 차라리 주환 씨를 찾아가세요. 주환 씨가 집적거리지 않는다면 모든 일이 해결되거든요.”“너...”윤성아의 싸늘한 태도에 체면을 짓밟는 무례함까지 더해지자 고은희는 증오의 감정을 넘어서 이제는 그녀에게 역겨움을 느끼기 시작했다.“어찌 됐든 나는 절대 널 강씨 가문에 안 들여.”고은희는 단호하게 말하며 자신의 의사를 밝혔다.“주환이가 너랑 결혼하겠다고 고집부린다면 확 죽어버릴 거야. 그래도 결혼할 수 있는지 한번 지켜보자고.”윤성아는 이해가 안 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사모님, 며느리를 고르는 기준 따위는 없으셨잖아요. 주환 씨에게 도움이 되는 여자라면 다 괜찮다고 생각하시던 분이 아니셨나요? 왜 갑자기 이렇게 변하신 거예요?”눈치가 빠른 윤성아는 뭔가 수상함을 느껴 마음을 꿰뚫어 보는듯한 눈초리로 지그시 고은희를 바라봤다.“왜 송아름 씨여야만 하는 거죠? 솔직히 아름 씨의 집안 형편이 결혼에 적합한 건 아니잖아요.”고은희는 말문이 막
송아름은 한결같은 태도를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꼭 주환 씨여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요. 성아 씨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는 거로 알고 있는데 맞죠? 하성이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성아 씨에게 딸이 있다고 하던데...”윤성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송아름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성아 씨에게 약속할 필요는 없지만 주환 씨랑 결혼하게 되어도 지금과 똑같이 하성을 대할 수 있다고 자부해요. 우리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긴다고 해도 달리지는 건 없어요.”윤성아는 송아름을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고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했다.그러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만만찮은 상대다.지금껏 송아름은 순직한 척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빈틈없는 말솜씨로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게끔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한 다음 사람들을 매료시켰다.윤성아는 일찌감치 송아름의 속셈을 간파했다.지금 송아름의 목적은 윤성아를 화나게 만드는 것이다. 그녀는 여우처럼 교활했으나 그걸 숨기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은근슬쩍 강주환과의 술자리를 언급하며 각별한 사이라는 걸 강조했다.짜증이 밀려온 윤성아는 싸늘하게 말했다.“아름 씨, 하성을 구해준 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하성은 제 아들이에요.”윤성아는 말을 이었다.“전 아들에게 새엄마가 생기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요. 주환 씨랑 결혼한다면서요? 어차피 아이가 생길 텐데 하성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챙길 겁니다.”말을 마친 윤성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병동에서 나왔고 곧바로 김은우를 보며 말했다.“운성으로 돌아갈 준비해요.”강하성이 물었다.“엄마, 며칠 더 있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괜찮아.”윤성아는 강하성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가 확인해 봤는데 아름 이모는 크게 다치지 않았어. 엄마랑 같이 운성으로 돌아가서 여동생 만날까?”“좋아요.”윤성아가 강하성과 함께 떠난다는 소식을 들은 강주환은 부랴부랴 달려왔다.“우리 화해한 거 아니었어? 왜 말도 없이 하성이랑 같이 떠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