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김성주의 측근 집사가 말했다.“윤찬 도련님은 남양 윤제 그룹의 후계자이고 이 윤제 그룹은 의학과 제약 방면에서 으뜸가는 대가문입니다. 남양은 말할 것도 없고 전 세계적으로도 전문성이 뛰어납니다.”김성주는 잠시 침묵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아, 알겠어! 우리 집 약상자! 약상자 안에 몇 병의 상용약이 있는데, 모두 윤제 그룹이라고 쓰여 있어!”“바로 그 가문입니다!”김성주는 신이 나서 구세주를 찾았다고 생각하며 강서연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서연아, 네 동생이 정말 미현이를 도와줄 수 있어? 예전에 미현이가 자주 너를 해코지했는데 내가 대신 사과할게.”김성주는 차렷 자세를 하고 꾸벅 인사를 했다.그는 어릴 때 말 등에서 떨어져 머리가 깨지고 신경이 손상되어 말만 하면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강서연은 그가 초조해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마음이 찡해져 그에게 연민을 느꼈다.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잘못된 것은 그 사람은 애초에 그렇게 사랑할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외삼촌, 안심하세요.”강서연이 부드럽게 말했다.“제 동생은 훌륭한 의사여서 잘 검사해 드릴 겁니다.”“헤헤...”김성주는 하하 호호 웃었다.그러나 최연준과 강서연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두 사람은 마음이 조금 슬펐다.하루 바쁘게 보내고 돌아가는 길에는 밤이 서서히 물러가고 하늘에는 한 줄기 금빛 서광이 비쳤다.강서연과 최연준이 뒷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녀의 작은 머리가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그는 그녀를 가볍게 껴안았다.“자고 싶으면 잠깐 자. 집에 도착하면 깨울게.”강서연은 고개를 저었다.그녀는 별다른 잠기운이 없었고 다만 김성주의 그 바보 같은 모습을 생각하면 조금은 괴로웠다.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연준 씨, 우리가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잠시 침묵을 지키던 최연준이 대답했다.“전혀 잘못되지 않았어. 이 현실을 외삼촌은 언젠가는 마주해야 해.”“하지만 외삼촌이 외숙모한테 그렇게 잘해주고 이 아이를 기대하는 걸 보니.
“맘대로 가세요.”최연준은 멈추지만 않으면 상관이 없었다. 브레이크를 한 번 밟고 차가 멈추면 그의 사랑하는 와이프의 잠을 방해할 것이다.운전자는 기름이 거의 바닥날 때까지 평평한 큰 도로를 따라 계속 달렸고 기름이 완전히 없어서야 주유소를 찾아갔다.차가 막 멈췄을 때 강서연은 역시나 잠에서 깼고 눈을 떠보니 날이 밝아 있었지만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다.“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사모님이 주무시고 있어서 도련님께서 멈추지 말라고 했어요!”기사가 웃으며 말했고 강서연은 어안이 벙벙했다.“제가 몇 시간 잤어요?”“그게... 기름 한 통 시간입니다.”강서연은 놀란 눈으로 옆에 있는 남자를 올려다봤는데 남자가 사랑스럽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여보, 잘 잤어?”“네!”강서연은 머리를 비볐고 자연스럽게 잠에서 깰 때까지 정말 상쾌하게 잘 잤다.“여보, 기름값이 비싸!”“그래요.”“그래서...”남자가 진지하게 말했다.“여보가 준 용돈으로는 부족해서 이렇게 많이 넣을 수 없어.”강서연이 생각해도 이 밴은 사양이 높고 쓰는 기름도 좋아서 천만 원짜리 승용차와는 급이 전혀 달랐다.그녀는 바로 핸드폰을 열어 60만 원을 그에게 보냈다.최연준은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여전히 얼굴색을 바꾸지 않고 태연하게 말했다.“부족해.”“얼마면 되는데요?”최연준은 심각하게 열심히 계산했다.“이 차는 한정판이고 연료탱크도 크고 모든 비용이 많이 들어... 이 상자를 가득 채우면 아무리 해도 100만 원은 들 거야!”강서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기름값 100만 원이라는 것이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때 기사가 기름을 넣고 차에 올라타고 실실 웃으며 말했다.“사모님, 그렇게 많이 안 나옵니다. 방금 기름을 넣었는데 10만 원밖에 안 썼습니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사는 먹을 칠한 최연준의 얼굴을 언뜻 보았다...“사모님,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제가 한국어가 서툴러서 방금 뭐라고 하셨는지 못 알아들었습니다!”기사는 가속
결과가 나왔는데 역시나 이 아이는 김성주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최연준은 그 종이를 쥐고 손을 살짝 떨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를 눈으로 직접 봤을 때 여전히 화가 났다.어릴 때 할아버지가 예뻐해 주셨지만 최씨 가문 사람들이 권력을 쟁취하려고 피 터지게 싸우는 바람에 그곳은 그에게 별다른 온기를 주지 못했다.오히려 외할아버지 쪽이 그의 차가운 어린 시절에 한 줄기 햇살을 갖게 해 주었다.그는 특히 외삼촌의 사랑을 잊지 못했다. 어릴 적에 그를 목에 메고 말처럼 타게 하고 또 목검으로 같이 놀아줬다.그는 나이가 어리고 손의 힘을 조절하지 못해 자주 외삼촌의 얼굴에 흉이 나게 만들었지만 외삼촌은 한 번도 그를 나무라지 않고 바보같이 웃기만 하였다.영국에서 오성으로 돌아갈 때마다 그는 외삼촌과 헤어지지 않겠다고 울부짖었다...그러나 지금, 그는 곧 자기 손으로 외삼촌의 종기를 제거할 시간이 왔다.최연준은 심호흡을 하고 입술을 깨물었다.“연준 씨.”강서연이 그의 곁에 기대어 물었다.“다음에는 어떻게 해요?”“우리가 말한 대로 하자.”그는 이렇게 말했다.“이제는 막을 내릴 차례야.”...곽보미의 전화를 받았을 때 김유정은 여진국의 집에 숨어 있었다.그녀는 며칠 동안 외출을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김씨 가문에서도 그녀를 찾는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손미현이 병원에 입원한 것도 그녀가 집사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그녀는 집사에게 그녀의 종적을 누설하지 말라고 당부했지만 집사는 어이없다는 듯이 그녀에게 말했다.“아가씨, 집에서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아요.”김유정은 가슴이 철렁했다.알고 보니 그녀는 김씨 가문에서 쓸모없는 투명 인간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어떠한 존재감도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이를 생각하니 마음속의 분함과 억울함이 일거에 치밀어 올랐다.그래서 이 영화는 반드시 찍어야 하고 대박 나야 한다!그녀를 업신여기는 사람들이 모두 무릎을 꿇고 애원하게
별장을 떠난 뒤 서지현은 작은 술집을 찾아 술을 마시려 했지만 술집은 모두 민증을 확인해야 했고 법 규정상 21세 미만은 술을 마실 수 없어 서지현은 몇 군데를 시도해도 안 되자 포기했다.공교롭게도 길에서 옛 이웃, 그 과묵한 아저씨를 만났다. 서지현이 먼저 인사를 건네자 아저씨는 표현이 서툴러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막 산 맥주 몇 캔을 건넸다.서지현은 마침 술이 필요해서 거절하지는 않았다.그녀는 맥주를 받아 길가에 혼자 앉아 조용히 마시기 시작했다.이전에 술을 마신 적이 없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첫 모금을 마셨을 때 하마터면 토할 뻔했다.하지만 술은 확실히 근심을 날려주는 좋은 물건이다. 두 캔을 마시자 그녀의 작은 얼굴은 붉어졌고 걸음걸이는 불안정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분홍색으로 물들여져 있고 밤하늘마저 몽환적으로 보였다.서지현은 웃으며 나석진과 처음 만났을 때 했던 말이 생각났다.“저기요, 외투 사실래요?”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녀는 그에게 옷을 팔지 않을 것이고 자신이 그에게 어떤 환상도 품지 못하게 할 것이다.서지현은 일어나서 호텔로 걸어갔는데 다행히 돌아가는 길을 알고 있었다.비틀거리며 방 입구에 도착한 그녀는 가방에서 카드키를 꺼내 문 위에 올려놓고 몇 번 감지했는데 째깍째깍 소리 외에는 문이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서지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카드를 뒤적이다가 방 번호를 다시 보았다.16에 사는지 18에 사는지 헷갈렸다.그녀는 벽에 기대어 비틀거리며 서 있었는데 문이 안에서 열렸다.서지현이 웃으며 고개를 들자 깊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온몸에 주단 잠옷을 걸치고 가슴은 활짝 벌린 채 꾸안꾸의 느낌이었다.서지현은 멍하니 바라보았는데 특히 그 탄탄한 가슴 근육과 매혹적인 긴 다리를 보고는 눈이 움직이질 않았다.“그게...”그녀가 침을 삼켰다. “왜 제 방에 있어요?”나석진이 눈살을 찌푸렸다.‘이 계집애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분명히 내 방인데!’방금 전에 누군가가 카드키를 들고 그의 방문을
“아저씨...”서지현이 취해서 말했다.“나 할 말이 있어요...”“무슨 일이 있으면 내일 이야기하자.”그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너 지금 술을 많이 마셔서 먼저 돌아가서 푹 자야 해.”“안 돼요! 내일이면 늦어요. 내일 떠나잖아요!”서지현은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술이 들어가면 용기가 생긴다는 말은 틀림없다.평소의 서지현이라면 절대로 그에게 이렇게 가까이 가지 못한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술기운에 그의 가슴에 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를 방으로 밀어 넣고 작은 발로 문을 걸어 잠갔다.나석진은 그녀에게 멀리 떠밀렸고 몸도 균형을 잃었다.두 사람은 큰 침대 위에 뒤엉켜 있었다...특히 이 자세 때문에 나석진은 깜짝 놀랐다.여자가 위에 있다...이 각도에서 그 아름다운 혼혈의 얼굴은 더욱 화려하고 다채로워 보인다.공기는 순식간에 굳어 시간마저 멈췄고 침묵의 공간에서는 평소와 다른 자신의 심장박동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서지현이 웃자 꽃이 피어난 것 같다.“지... 지현아.”“아저씨.”그녀의 목소리는 솜사탕 같았다.“잠깐만 말하지 마세요. 아저씨가 말하면 꿈이 깰 수 있어요...”“무슨 소리야?”“쉿!”그녀는 작은 손으로 그의 입술을 막았다.“나는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꿈속에서만 나는 내 마음을 말할 수 있어요. 내가... 아저씨라고 부르지만 정말 그렇게 늙지 않았어요... 그리고 또 잘생겼어요! 아저씨는 돌아가면 나를 기억할 거예요? 나는 영원히 기억할 거예요!”서지현이 그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에 힘껏 눌렀다.“아저씨를 여기에 놓을게요!”나석진은 그 부드러운 것을 만지자 온몸이 감전된 것 같았다.이성은 그에게 얼른 손을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지만 몸은 그녀가 자기 손을 잡게 내버려두고 미련이 남았다.“아저씨...”서지현은 천천히 몸을 숙여 그의 코끝을 스쳤고 눈동자는 별처럼 반짝였다.“나는 아저씨를 좋아해요.”이 몇 마디의 말이 나석진의 마음을 두드렸다.서지현은 웃고 있었지만 큰
다음 날 아침 서지현이 힘들게 눈을 떴고 머리가 텅 비어 깨질 듯이 아팠다.정신을 차리고 간밤의 일을 간단하게 되새겨보았다. 강서연에게서 나온 뒤로는 기분이 좀 가라앉아 술을 사고 싶었지만 나이가 되지 않아 살 수 없었고 그러다가 옛 이웃과 마주쳤다.친절한 집시 아저씨가 그녀에게 맥주를 주었고 그녀는 길가에 앉아서 마셨다.그다음엔...어떻게 호텔로 돌아왔지?기억 속에는 카드키를 긁은 것 같다.하지만...그녀는 갑자기 두 눈을 크게 떴다.이 방의 인테리어는 그녀의 방과는 다르다!이 베개에서 나는 은은한 향은 나석진이 자주 사용하는 그 애프터셰이브의 냄새다!그리고 그녀는... 나석진의 침대에 누워있다!“앗!”서지현은 비명을 질렀다!망했다, 이제 다 끝났다! 어제 분명히 꿈속에서 나석진과 잤다. 꿈속에서는 어떤 금기도 없고 자유라고 생각하여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다 하였다!근데... 그건 꿈이 아니었다!서지현은 후회막심하여 머리를 힘껏 쥐었다.그녀는 도둑처럼 이리저리 보는데 나석진은 방에 없는 것 같았다.그럼 이번 기회에 얼른...서지현이 입술을 깨물며 침대에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렸다.나석진은 잠옷과 슬리퍼 차림으로 들어왔고 허니 레몬워터 한 잔을 들고 있었다.서지현은 그를 보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나석진은 그녀의 술을 깨우고 어젯밤 일을 진지하게 이야기하려고 왔다.그러나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우스워서 갑자기 장난스러운 생각이 들었다.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물컵을 침대 머리맡에 놓고는 침대에 앉았다.“깼어?”서지현은 주눅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는데 거의 보이지 않았다.“이거 마셔. 숙취 해소제야.”서지현은 물컵을 한 번 보고 또 그를 한 번 보고는 작은 손으로 이불을 비비며 속으로 긴장했다.어젯밤에도... 이 잠옷을 입고 있었던 것 같다. 주단 재질의 옷깃을 열어젖히고 섹시한 가슴살을 드러냈다.서지현은 고통스럽게 눈을 감았다.그녀가 어떻게 그
여진국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손미현을 끌고 와서 인질로 삼았다.최연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여진국, 정말 외숙모를 이용해서 나를 협박할 수 있을 것 같아?”“너를 위협할 수 없지만 너의 집에 있는 바보는 위협할 수 있어!”최연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여진국은 자신의 범죄 증거를 최연준이 이미 확보해 경찰에 넘겼다는 사실을 몰랐다. 손미현이 쥐고 있던 증거는 사실 없어도 그만이었다.남양에서 온 사람들이 총을 들고 그와 대치했다.“총을 내려놓으라고 해!”여진국이 소리쳤다.“안 그러면... 이년을 쏴버릴 거야!”“연준아! 연준아!”저 멀리서 한바탕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김성주가 허둥지둥 달려왔는데 최연준이 막자 그는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뭐 하는 거야! 다 총을 내려놓으라고 해! 네 외숙모가 아직 이 사람 손에 있잖아!”최연준은 냉랭한 기색으로 그를 한번 보았다.그가 사람을 시켜 김성주를 데려오게 했다.이런 일은 반드시 본인 눈으로 직접 보아야 한다.“여보...”손미현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혼절할 뻔했는데 김성주를 보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여보, 빨리 나를 살려줘. 나... 안 돼...”“내 아내를 놓아주세요!”김성주가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제발. 미현이를 놔주면 돈을 얼마든지 줄 수 있어요.”“연준아! 제발 미현이를 살려줘. 임신하고 있잖아! 내 아들, 내 아들...”김성주는 땅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안고 울었고 하마터면 최연준에게 무릎을 꿇을 뻔했다.“뭐라고?”여진국은 충격을 받았다. 그제야 손미현의 다리 사이 피가 어디서 난 것인지를 알아차렸다.‘임신한 거였어?’“이게 무슨 일이야!”그는 손미현의 머리채를 세게 잡아당겼다.“이 바보의 자식을 임신했어? 나랑 잤을 때도 이 바보를 시중들었어?”김성주도 놀라 멍하니 손미현을 바라보았다.“여보, 저 사람... 뭐라는 거야?”손미현은 흙덩어리처럼 땅바닥에 주저앉았고 얼굴에 핏기라고는 조금도 없었다.“외삼촌.”최
이게 바로 그녀가 그에게 주는 치명적인 일격이었다.“여진국...”손미현이 이를 꽉 깨물고 표독스럽게 말했다.“쌤통이야! 당신은 내 감정을 가지고 놀았고 내 돈을 사기 친 것도 모자라 내 딸에게까지 몹쓸 짓을 했어. 허, 하늘도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 대가 끊어지게 만들 거라고. 방금... 당신이 날 걷어찬 바람에 이 아이 더는 지킬 수 없게 되었어. 당신 아이를 죽인 건 당신이야, 당신이라고!”여진국이 포효하며 총을 들었다. 그가 총을 쏘려던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경찰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더니 총알이 여진국의 손목을 정확히 조준했다. 여진국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넘어졌고 시뻘건 피가 사방에 튀었다.손미현은 가까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몇 걸음 옮겼다. 그런데 발을 헛디뎌 미끄러진 바람에 그만 급류에 휩쓸려가고 말았다...난투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경찰이 재빠르게 현장을 통제했다.최연준과 김성주는 경호원과 함께 무사히 그곳을 떠났다.가는 길 내내 김성주의 얼굴은 무표정이었다.“삼촌.”최연준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그를 불렀다. 그런데 김성주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눈빛이 생기를 잃었고 입을 살짝 벌린 채 가끔 몸을 파르르 떨곤 했다.“삼촌, 이러지 말아요.”김성주의 모습에 최연준은 너무도 속상했다. 위로하려고 김성주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김성주가 화들짝 놀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는 마치 죽음이 임박한 동물의 처참한 울부짖음 같았다.“삼촌, 무서워하지 말아요.”최연준이 다급하게 위로했다.“저예요, 연준이. 제가 계속 옆에 있을게요...”김성주는 슬픔에 겨워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왜, 대체 왜!”“삼촌...”“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김성주는 자신의 가슴팍을 가차 없이 두드렸다. 최연준이 지금 할 수 있는 거라곤 김성주가 다치지 않게 손을 꼭 잡아주는 것뿐이었다.“연준아...”김성주는 입을 벌린 채 엉엉 울었고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다.“내가 정말 그렇게 바보야?”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