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48화

작가: 박윤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하지만 지금 윤아와 현아 모두 어딘가 슬퍼보였기에 수현은 방해하지 않고 아예 문앞에 서서 조용히 기다렸다.

1분.

2분.

그렇게 5분이 지났다.

수현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미간이 찌푸려졌다. 이렇게 오래 안는다는 건 수현에게서 윤아를 뺏어가겠다는 의미 아닌가?

“에헴.”

갑자기 들리는 기침소리에 두사람은 정신을 차렸다. 익숙한 소리라 윤아는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봤고 아니나 다를까 소리를 낸 건 수현이었다.

수현은 그쪽에 서서 두사람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눈빛으로 이미 거기에 오래 서 있었음을 알렸다.

현아도 그제야 얼른 윤아를 놓아주었다.

“대표님.”

“응.”

수현이 그들을 향해 다가가며 물었다.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현아는 여자였지만 그래도 은연중에 수현이 질투하고 있음을 느꼈고 이에 놀라 꼬리를 내리며 말했다.

“별 얘기 아니야. 나 곧 귀국이라 인사하러 온 거야.”

이번엔 수현이 의아해할 차례였다.

“간다고?”

어제 저녁에 윤아를 찾아왔는데 현아가 오늘 바로 간다고 하니 약간 의아했다.

현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대표님께서 회사에 처리할 일이 산더미라 바로 가야 할 것 같아. 마침 윤아도 이제 안전해졌고.”

이를 들은 수현은 다른 질문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몇시 비행기야?”

“윤아랑 작별 인사만 하고 바로 출발해야 돼. 공항까지 가는데 시간이 필요하니까.”

말이 끝나기 바쁘게 누군가 문어구에 나타났다. 배주한이었다.

수현과 시선이 마주치자 주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진수현 씨, 요며칠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사에 처리할 일이 남아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네요.”

“별말씀을요.”

수현과 악수를 끝낸 주한이 윤아를 바라보더니 다시 손을 내밀었다.

“윤아 씨, 오랜만이네요.”

주한은 윤아가 생각했던 것처럼 점잖았고 외모도 꽤 잘생긴 편이었다. 윤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꾸했다.

“주한 씨, 안녕하세요. 현아와 같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하며 주한과 악수하려는데 수현이 가로막았고 윤아의 손을 잡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49화

    수현은 입술을 앙다문 채 언짢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윤아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윤아는 하는 수 없이 힘으로 손을 빼는 수밖에 없었다.수현이 어딘가 상처받은 듯한 눈빛으로 윤아를 바라봤다.“...”윤아가 계속 손을 빼고 있는데 주한이 먼저 입을 열었다.“진수현 씨, 윤아 씨, 우리는 비행기 타러 가야 해서 먼저 가볼게요”이 말을 뒤로 주한은 자기와 악수해준 현아의 손을 고쳐잡더니 밖으로 끌고 나갔다.“어어...”현아는 주한에게 이렇게 끌려갈 줄은 몰랐기에 당황하다가 이내 반응하고는 윤아에게 말했다.“윤아야, 그럼 귀국하면 보자. 일 처리 끝나면 찾으러 갈게.”윤아가 현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그래, 귀국해서 보자.”현아는 그렇게 주한에게 끌려갔다.그리고 남은 건 수현과 윤아뿐이었다.잠깐 정적이 흐르다가 윤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제 갔는데 이거 놓지?”이를 들은 수현이 고개를 숙여 맞잡은 두 손을 보더니 입꼬리가 올라갔다.“놓긴? 사람들 있어야 잡을 수 있는 거야?”윤아도 꼭 잡은 두 손을 보고는 한참 침묵하더니 말했다.“고작 악수 가지고 뭘 그렇게 호들갑이야?”“호들갑 떨어야지.”수현은 윤아를 빤히 들여다보며 말했다.“난 다른 남자가 너 건드리는 거 싫어.”윤아가 강조했다.“그건 건드리는 게 아니라 예의상 하는 악수야. 그건 건드리는 범주에 속하지 않아.”하지만 수현은 여전히 굽히려 하지 않았다.“그래도 안 돼. 악수하는 것도 건드리는 거나 마찬가지야.”“...”윤아도 더는 입씨름할 힘이 없어 입을 꾹 다물었다.이때 수현이 윤아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이 비서가 그러는데 선우에 관해서 물어봤다며.”이를 들은 윤아가 멈칫했다. 수현이 아는 게 싫어서 민재에게 확인한 건데 민재가 돌아서자마자 수현에게 보고할 줄은 몰랐다.그러니 지금 수현이 이렇게 그녀에게 확인하는 것이다.앞뒤로 지난 시간이 겨우 한 시간도 되지 않을 것이다.“이럴 줄 알았으면 안 물어보는 건데. 이렇게 바로 일러바친다고? 그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50화

    윤아는 선우도 자기를 납치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수현의 말을 듣고 많이 놀랐지만 이내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이렇게 계속 말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세상에 만약이 어디 있어. 수현 씨가 예로 든 상황은 아예 말이 안 되잖아.”윤아의 대답에 수현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상황이 말이 안 되는 건 맞지만 넌 아예 내 질문에 대답을 못하잖아.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그 답이 맞다 거나.”이에 윤아가 입을 앙다물었다.머릿속에 그 장면을 떠올려봤다. 수현이 그녀와 아이들을 납치해 앞으로 그의 옆에만 있으라고 한다면 그게 수현이라고 해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누구든, 얼마나 친한 사람이든 윤아는 법에 어긋나는 일을 저지르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수현이 상처 받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수현 씨가 생각한 그대로야. 만약 수현 씨가 나를 납치했다면 당신 곁에 남아있지는 않았겠지.”수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하지만 당신 곁을 떠난다 해서 선우 곁으로 가는 건 아니야. 당신 곁에 남는 전제는 내가 원해서지 강박은 절대 용납 못해.”이미 알아듣게 잘 얘기했으니 앞으로 수현이 어떻게 생각하든 수현의 일이다.윤아도 더는 수현을 신경 쓰지 않고 그를 혼자 남겨두고 돌아섰다.윤아가 나가도 한참이 지나서야 수현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충동을 못 이기고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챘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후회되기 시작했다.이성을 잃고 할 말 못 할 말 다 한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얼른 윤아를 따라나섰다.다행히 윤아는 멀리 가지 못했고 수현은 몇 걸음 만에 따라잡아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그녀를 품속에 꼭 끌어안았다.“미안해. 아까는 내가 너무 흥분했어. 화내지 마.”윤아는 그를 밀쳐냈다. 그러다 상처를 건드렸는지 수현이 신음했다.순간 급해서 수현이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잠깐 깜빡한 윤아는 얼른 하던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괜찮아?”수현이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51화

    핸드폰을 뺏긴 윤아는 어쩔 바를 몰라 했다.뺏자니 그러다 상처가 더 찢어질까 봐 무서웠다.“벌은 무슨 벌? 말을 잘못했다고 해도 상처랑은 상관 없어.”하지만 그녀가 어떻게 말하든 수현은 들리지 않는 듯 어떻게든 자기를 벌 주려고 했고 무슨 말을 해도 들으려 하지 않는 수현을 보고 윤아는 하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다른 방법으로 벌받으면 되지.”다른 방법?끝내 수현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봤다.“그럼 말해 봐. 어떻게 벌 줄 건데?”윤아는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말했다.“벌 줄 방법은 많아.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상처 다 나으면 그때 보자.”“그럼 벌 주고 나면 나 용서해줄 거야?”“그것도 그때 가서 보고.”오늘 수현이 한 말은 정말 윤아를 화나게 했다.이를 들은 수현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핸드폰 이리 줘. 의사 선생님께 상처 다시 처치해달라고 할 거야.”한참 침묵하던 수현이 끝내 윤아에게 전화를 건네주었다.윤아는 핸드폰을 건네받더니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갑자기 나타나 끼어드는 바람에 현아를 데려다주지도 못했다.하지만 현아의 곁에 주한이 있으니 윤아가 걱정할 건 딱히 없었다.전화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사가 달려와 수현의 상처를 다시 치료해 주었다.상처를 처치하면서 의사는 끝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 상처 어떻게 된 거예요? 이미 어제 다 낫지 않았어요? 왜 오늘은 상태가 더 심각해 보이죠? 혹시 무슨 일 있었어요?”“...”옆에 서 있던 윤아는 할말을 잃었다.오히려 수현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실수로 부딪혔어요.”이를 들은 의사가 약간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진수현 씨, 이 상처... 치명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함부로 장난할 정도는 아니에요. 조심히 잘 다뤄야지 이러다 다른 문제라도 생기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진수현 씨는 본인 몸이라 괜찮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러다 무슨 일 생기면 윤아 씨는 어떡해요? 자녀분들은 또 어떡하고요?”이 말에 수현은 어떤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52화

    수현에게 이런 면이 있는 줄은 몰랐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고개를 돌려 수현을 바라봤다.“힘든 게 아니라 수현 씨도 다쳤으니까 쉬어야 할 거 아니야.”“그렇긴 하지.”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근데 네가 내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어.”윤아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어제 밤새 같이 있었잖아.”여기서 계속 수현만 지키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에겐 돌봐야 할 아이들도 있었다.“공주.”수현은 윤아를 자기 쪽으로 끌어오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나 환자야. 옆에서 오랫동안 보살펴줬으면 좋겠어.”화윤아가 반박하지 않자 수현은 아예 그녀를 끌어 다리 위에 앉히더니 자연스럽게 허리를 휘감았다. 윤아는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고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이미 수현의 품에 안겨 있었다.수현은 고개를 숙여 머리를 윤아의 어깨에 파묻더니 게걸스럽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녀의 체취를 갈구했다.날숨으로 뿜어내는 뜨거운 기운이 빠짐없이 윤아의 어깨로 향했고 원래도 민감한 윤아는 이에 온몸을 몇 번 부르르 떨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현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부드러운 입술을 그녀의 목에 갖다 댔다. 촉촉한 느낌에 윤아는 화들짝 놀라더니 정신을 차리고는 얼른 그를 밀어냈다.“하지마...”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던 윤아의 손은 하마터면 수현의 상처를 다시 건드릴 뻔했고 이에 윤아는 그와 살이 닿자마자 바로 아래로 손을 뻗어 그의 아랫배를 쿡쿡 찔렀다.“읍...”상처를 건드린 건 아니지만 윤아가 건드린 위치에 수현은 참지 못하고 신음을 뱉어냈다.이 소리는...윤아는 듣자마자 바로 귀가 빨개졌다.“수현 씨... 그런 소리는 왜 내는 거야?”하지만 수현은 전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여기저기 불을 지르는 윤아의 손을 덥석 잡더니 못 견디겠다는 말투로 말했다.“내 탓인가? 네가 손을 아무렇게나 놓지 않았으면 내가 이러겠어?”윤아는 놀라기도 했고 약도 올랐기에 얼른 팔을 거두었다.수현은 빨개진 윤아의 귀를 보더니 입꼬리가 올라갔다.“왜? 쑥스러워?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53화

    수현은 윤아에게 우진의 상태까지 포함해 다 조사해 보겠다고 했다.수현 쪽 사람은 일 처리가 매우 빠른 편이었다.이튿날 윤아는 바로 선우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선우도 다쳤고 우진의 행방은 묘연하다고 했다.“행방이 묘연하다고?”윤아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전에 선우 쪽에 있을 때도 우진은 연속 며칠 보이지 않다가 윤아가 근황을 물어서야 나타났고 나타났을 땐 이미 심한 상처를 입은 뒤였다.문제는 얼마나 다쳤는지, 어디를 다쳤는지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그렇다고 우진의 옷을 벗기고 확인할 수도 없는 일이니 말이다.거기다 윤아를 풀어주려고 데리고 나오기까지 했으니 돌아가도 선우가 절대 가만둘 리가 없다.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다.선우도 다친 마당에 모든 화를 우진에게 쏟은 건 아닐까?게다가 여긴 외국인데 그러다...무시무시한 가능성이 떠올라 윤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수현이 윤아의 손을 꼭 잡아주더니 말했다.“일단 진정해.”수현의 말에 윤아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히 흥분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도울 수 있는 게 뭘까?“그럼 지금은... 어떡하지?”윤아는 수현의 생각을 들어볼 수밖에 없었다.수현은 입을 앙다물더니 말했다.“진우진 씨가 당신을 도왔으니 나를 도운 거나 마찬가지야. 걱정하지 마. 구해낼 방법은 내가 생각해 볼게.”민재도 옆에서 억지웃음을 지어 보였다.“그래요, 윤아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도 계속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윤아는 그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부탁드릴게요.”...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그들에게서 우진의 소식을 들을 수는 없었다.마치 이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처럼 말이다.윤아는 그런 우진이 너무 걱정되어 밥도 잘 먹지 못했다.5년간 우진이 그녀의 뒤를 따르던 게 생각났다.“윤아님, 대표님이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다. 언제 퇴근하세요?”“윤아님, 대표님이 부탁한 물건이 있는데 시간 될 때 가져다드릴까요?”“윤아님, 이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54화

    이를 들은 민재가 얼른 맞장구를 쳤다.“그래요, 윤아님. 대표님 말씀이 맞아요. 무소식이 제일 좋은 소식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도 계속 알아볼게요. 그러다 기회 봐서 구해내도록 노력도 해볼게요. 온 힘을 다해 찾아내겠다고 약속해요.”두 사람이 윤아를 애써 다독였지만 윤아의 기분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다. 그녀는 창가에 기대 조용히 먼 곳만 바라봤다.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들 본인의 템포에 맞춰 잘 살아갈 수 있었는데 왜 갑자기 모든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지 모르겠다.“엄마, 왜 그래요?”두 녀석의 목소리에 윤아가 사색을 멈추었다.정신을 차려보니 두 녀석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하윤아, 서훈아.”두 녀석은 동시에 윤아에게 기댔다.“엄마, 요새 기분이 안 좋아 보여요.”하긴 이미 거기서 탈출했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나아지질 않는 걸까? 아마도 일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서인 것 같았다.하지만 아이들 앞이라 윤아도 너무 티를 낼 수는 없었기에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아니야. 그냥 생각에 잠겨서 그래. 기분이 안 좋은 건 아니야. 아이고, 내 새끼들, 걱정했구나?”두 녀석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대꾸하지 않았다.하윤이 오히려 더 바짝 다가오더니 낮은 소리로 물었다.“엄마, 우리 앞으로 선우 아저씨 못 보는 거야?”갑자기 들어온 물음에 윤아가 멈칫했다.“뭐?”윤아는 이 질문에 마음이 철렁했다. 아이들이 먼저 선우의 이름을 꺼내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하윤은 윤아가 대답 대신 되물어보자 혹시 잘 안 들린 줄 알고 아까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엄마, 우리 앞으로 선우 아저씨 못 보는 거예요? 선우 아저씨가 엄마한테 뭐 잘못한 거 맞죠?”“...”윤아는 자신에게 기대있는 하윤을 보며 순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몰랐다.서훈은 하윤보다 눈치가 빠른지라 하윤이 질문을 다시 한번 반복하자 얼른 하윤을 잡아당겼다.“하윤아, 엄마 일은 인제 그만 물어보자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55화

    윤아의 설명을 들은 두 아이는 선우가 지금 아프고, 곧 병이 나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때까지도 선우는 여전히 아이들에게 선우 아저씨였다.이 소식을 들은 후, 두 아이의 기분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때 마침 수현이 오자 두 아이는 수현에게 매달렸다. 물론 두 꼬마가 수현을 부르는 호칭은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고독현 밤’ 아저씨라고 불렀다. 훈이는 괜찮지만, 윤이는 해맑게 수현에게 안아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윤이가 안아달라고 하는 것을 보고 수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윤아는 다급히 다가갔다.“윤이야, 아저씨 다쳤잖아.”윤아의 말 한마디에 윤이는 동작을 멈추고 수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손을 얼른 거두었다. 갑자기 멈춰 서서 말을 하지 않더니 수현이 닿지 못하도록 두 걸음 뒤로 물러서는 윤이의 모습에 수현은 경악했다. 잠시 후 그는 허탈하게 웃었다. “작은 상처일 뿐이야. 그리고 윤이가 작아서 내 상처에 데미지 안 줄 거야.”하지만 윤아는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고 진지하게 말했다. “안돼. 윤이는 장난이 심하고 가만히 못 있잖아.”비록 윤이가 무겁지 않지만 안고 있으면 무게가 꽤 나간다. 게다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움직이다가 상처를 건드리면 어떡해?요즘 잘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처가 깊어서 벌어지기라도 한다면 매우 아플 것이다.윤아의 말을 들은 윤이도 더 이상 수현에게 안아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오히려 수현이 계속 괜찮다고 하자 윤이가 입을 열었다. “아저씨, 이제 상처가 다 나으면 안아주세요.”수현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허탈해했지만, 마지못해 말했다. “알았어. 며칠 후에 다시 안아줄게.”비록 두 사람이 수현을 부르는 호칭을 아직 바꾸지 않았고 아마 친아빠인 줄도 모르겠지만 수현은 늘 자기 아들, 딸과 가까이 하려고 했다.윤이는 적극적이고 열정이 넘치는 반면 훈이는 달랐다. 이 생각에 수현의 시선은 훈이를 향했다. 훈이의 경계심이 수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커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856화

    “훈이는 아저씨가 너랑 윤이의 아빠로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수현은 훈이가 원하느냐가 아니라 본인의 자격이 충분한지 물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똑똑한 훈이는 곧 수현의 말뜻을 이해했다. 한참 동안 멍해 있던 훈이가 대답했다 “그건... 엄마가 동의하시는지 봐야죠.”“아저씨의 뜻은, 엄마가 아니라 너 자신만 볼 때 아저씨가 너랑 윤이의 아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본 거야. 아저씨는 네 가장 솔직한 생각이 궁금해.”훈이는 말이 없었다.“두려워하지 마.”수현은 훈이의 어깨에 큰 손을 얹으며 모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심을 말하면 돼.”비록 그동안 고독현 밤 아저씨가 많은 것을 해주고 항상 라이브까지 보러 오곤 했지만 훈이가 하려는 말은 아마 수현의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이다. ‘고독현 밤'이라는 이름은 두 어린아이에게 큰 힘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낯선 사람, 설령 그들의 친아빠라고 할지라도, 만약 ‘고독현 밤'이라는 타이틀이 없다면, 아이들이 그렇게 빨리 이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아니, 큰 거리감이 있었을 것이다.거리감이란, 아주 치명적인 것이고 습관은 많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마치 두 아이가 매번 라이브 때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독현 밤이라는 남자가 달려와 그들의 라이브를 보고 선물을 주는 것에 익숙해진 것처럼. 아이들은 이미 생활에 고독현 밤이라는 존재가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그래서 당시 수현이 고독현 밤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자마자 순식간에 두 녀석의 마음속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위치를 차지했다.하지만 그렇다고 쳐도...훈이는 그래도 고개를 가로저었다.“고독현 밤 아저씨, 솔직하게 말하면 안 돼요.”답은 수현의 예상대로였다.훈이가 안 된다고 말 할 것을 예상한 듯 수현의 마음속에는 실망이나 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저 훈이를 담담히 바라보며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저씨가 뭘 더 해야 하는지 말해줄 수 있어?”그 말은 들은 훈이는 수현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최신 챕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6화

    -며칠 후. 현아는 해외로 떠났다. 떠나기 전 그녀는 윤아에게 내뱉은 말을 주워 담아야겠다고 했다. 현아는 남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었고 그래서 결국 남자친구와 함께 일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진작 알고 있었던 윤아는 그런 현아가 전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현아가 출발하기 전 윤아는 조심히 가라는 인사를 전했다. 윤아는 생각했다. ‘주한 씨 추진력이라면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에게서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네.’역시나, 윤아의 예상대로 6월 1일쯤. 윤아가 곧 무대에 오를 두 아이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주한이 프러포즈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8월로 정해졌다. 1월에 고백하고 4월부터 연인으로 발전, 6월엔 프러포즈, 8월엔 결혼식. 그 놀라운 진행 속도에 윤아는 입이 떡 벌어졌다. 특히나 현아는 처음엔 그렇게 거부감을 드러내더니 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결혼까지 골인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부 주한이 적극적으로 현아에게 다가간 덕분이었다. 주한이 현아의 마음을 얻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시기에 뭘 해야 하는지 그는 이미 충분한 준비를 마쳤고, 그 철저한 준비성을 당해낼 사람은 없었다. 다만 윤아가 놀란 것은 주한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공세를 퍼부으면서도 아직 잠자리도 가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윤아에게 그 일을 털어놓는 현아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내가 프러포즈를 받아줬는데 아직도 예전처럼 자제한다는 건 혹시 날 아예 안 좋아했던 거 아냐?”윤아는 현아의 사유 방식에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너 대체 무슨 생각하는 거야? 주한 씨가 널 안 좋아하면 결혼하려고 했겠어? 주한 씨가 얻는 게 뭔데?”“그건 그래. 그럼 대체 왜?”“그거야 모르지. 그건 너희 연인 사이의 일이잖아. 난 끼고 싶지 않아. 궁금하면 네가 직접 알아봐.”‘알아보라고?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5화

    설 연휴 후. 윤아는 우진에게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우가 드디어 생각을 바꿔 더 이상 방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고 이곳을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윤아는 가슴 한편을 꽉 막고 있던 응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진 비서님은요? 제가 뭘...”윤아는 우진을 자기 곁에 두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이미 선우 곁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터라 그의 곁에 있는 것이 편하다며 계속 선우 옆에 남겠다고 했다. 모두 자기만의 귀속이 있는 법이었기에 윤아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우진에게 만약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 윤아는 이별을 고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많은 폐를 끼쳤지. 심지어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애를 다치게 하기도 했어. 미안한 마음뿐이야. 그럼에도 난 여전히 걔를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기를 바라.][안녕.]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문자를 작성하기까지 이선우는 그가 갖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메시지를 전송한 후 선우는 윤아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에겐 그녀의 답장을 볼 용기도 없었다. 선우는 U-SIM을 뽑아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이젠 뒤돌아볼 기회조차도 없었지만. 윤아는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사람 곁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이었으니까. -4월 1일쯤, 현아와 주한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같은 시기, 현아가 투자한 과일 가게가 아파트 단지에 오픈했다. 오픈 날 윤아는 현아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주한 씨 회사로 안 돌아가려고?”현아가 입술을 짓이겼다. “내가 없으면 주한 씨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만약 집에서 과일 가게를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4화

    안 그래도 현아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났으니 선희도 당연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주한은 인품이 좋아 보였기에 선희는 가운데서 두 사람을 팍팍 밀어줄 의향이 있었다. 선희가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한아, 이 절에서 인연을 빌면 신통하게 들어주신대. 도착하면 성심을 들여 절을 올리렴.”말을 마친 선희는 일부러 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현아 너도. 왔던 김에 같이 가서 기도드려.”잘 걱도 있다 갑자기 이름을 불린 현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주한은 시선을 내린 채 빨개진 현아의 볼과 귓불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번엔 전혀 헛된 걸음은 아닌 듯했다. 수현의 가족은 정말 따뜻한 분들이었다. 만약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어 이런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네. 제가 간절히 기도를 드려 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선희가 손을 내저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 일행은 10여 분 후 산꼬대기에 도착했다. 날씨가 퍽 좋았던 지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니 구름도 더 가까이 느껴졌다. 발아래엔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많은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풍경 사진을 찍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윤아를 포함한 그들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야 기도를 드리러 절로 향했다.워낙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절이라 사람으로 붐비었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줄을 서야만 했다. 주한이 자리한 곳은 마침 현아의 맞은 편이었다. 주한이 그저 예의상 하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현아는 그가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러 눈까지 꼭 감고 절을 올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조금 놀라기도, 또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다. 뒤에서 누군가 현아에게 말했다. “넌 안 가?”윤아의 목소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3화

    윤아는 사실 지금 현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면 그건 신분 상승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한 씨가 너에게 그런 얘기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일 거야. 주한 씨는 네가 그런 것들에 얽매여 두 사람 사이에 걸림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거야.”사실 주한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것은 물론 부모도, 친척도 없어 가족관계가 이보다 간단할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갈 미래는 전부 스스로 계획한 것이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주한이 지금 현아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이미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도 알아.”현아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사실 전엔 난 믿지 않았어. 난 그저 주한 씨가 내가 갑자기 퇴사한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윤이네 선물을 사러 갔을 때, 주한 씨가 내가 할인받아 사준 만년필을 몇 년 동안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별일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조 단위의 자산을 갖고 있는 주한에겐 소중한 물건이라는 얘기였다. 최소한 현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윤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할 필요 없어. 만약 너도 주한 씨가 좋다면 용기 내서 한 번 만나봐. 어차피 사귄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혹시 알아? 사귀고 나서 네 생각이 바뀔지?”“네 말도 맞아. 그럼 나 더 이상 고민 안 할래. 일단 연애만 해보면 되잖아. 어차피 그저 연애만 하는 것뿐이야.”깊은 고민에 빠졌던 현아는 윤아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 인생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처음부터 선택한 모든 길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공주야, 넌 좋은 친구야. 넌 내 인생의 구원자라고.”고민이 해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2화

    그 말은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의상 건넨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한을 집으로 초대한 것임이 느껴졌다. 선희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꺼냈으니 주한도 더 이상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신세는 무슨. 가요.”주한과 현아는 선희를 따라 차로 돌아갔다. 그들은 앞에 있는 차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운전하며 현아가 참지 못하고 주한에게 말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주한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중에도 오랫동안 봐야 할 사이 같아서요. 가면 얘기도 나눌 수 있고요.”현아는 순간 주한의 말 속에 담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씨 그룹과 얘기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지금은 없어요.”“그럼 왜...”순간 현아는 뭔가를 인지한 듯 얼굴빛이 변하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저 희롱하는 거죠.”“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제가 현아 씨를 희롱하는 거예요? 전 지금까지 현아 씨에게 아무 짓도 한 적 없잖아요.”“네, 저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언어적인 희롱도 희롱이잖아요?”“그건 실제로 그런 게 아니니까 희롱이라고 할 수 없어요.”“쳇, 왜 아니에요.”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주한은 이미 화제를 전환했다. “두 분 모두 현아 씨를 친절하게 대해주시네요.”“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윤아와 같이 두 분 댁에 자주 갔었거든요. 그래도 절 잘 아세요.”현아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주한 씨는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어요?”질문을 던진 후 현아는 살며시 주한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서 작은 표정이라도 캐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한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의 얘기를 꺼내도 큰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저 어렸을 때요? 거의 혼자 지냈죠.”비록 주한은 평온하게 얘기했지만 현아는 그가 사실은 비참했었던 과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1화

    윤아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를 보는 눈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정확한 법이었으니까. 서로 생각하는 것이 같을 테니 많은 행동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난 알 만날게. 수현 씨가 나 대신 봐줘. 하지만 진지하게 봐줘야 해. 대충하지 말고.”사랑하는 여자의 부탁을 수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수현은 자기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한 남자를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윤아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윤아와 현아는 서로를 꽉 껴안았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계신 관계로 짧은 포옹을 한 후 곧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지라 현아는 또 수현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현아 이모.”아무래도 몇 년간 함께 지냈던 터라 하윤과 서훈은 현아와 사이가 좋았다. 두 아이에게 현아는 곁에 있는 제일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두 아이는 전혀 거리낌 없이 현아가 건네는 선물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현아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그러더니 하윤은 고개를 들어 주현아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먼저 입을 열었다. “현아 이모, 저 삼촌은 누구예요?”하윤이 주한을 가리키자 하얗던 현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저분은... 이모 친구야. 주한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하윤은 무슨 생각인 건지 현아가 분명 설명해 줬음에 불구하고 또 갑자기 질문했다. “이모, 저 삼촌 이모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는 말에 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막 부인하려는데 주한의 웃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아가씨, 아직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삼촌이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집안 어른들은 주한의 말을 듣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수현의 부모님도 주한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동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설사 함께 협업한 적이 없다고 해도 일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0화

    “그건 아닌데...”현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면 뭐가 그렇게 걱정돼요?”현아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뭐 걱정할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건...이렇게 생각한 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됐어요. 아직 정식으로 만나기 전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요.”현아가 이렇게 말하더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늦었어요. 이미 봤어요.”“네?”이 말에 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참 동안 지나서야 현아는 주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현아는 주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윤아가 수현을 데리고 도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도 뒤따라 걸어오고 있었다.윤아는 현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더니 얼른 주한의 품에서 벗어났다.“왜 미리 알려주지 않고 지금 와서 말해주는 거예요?”주한이 덧붙였다.“나도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현아 씨와 얘기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고요.”“거짓말,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도 일부러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까 현아 씨 안으면서 신경이 온통 현아 씨 몸에 쏠려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다가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뭐 별반 다를 거 없네요.”현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윤아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가 주한이 무슨 놀라운 말을 내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한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주한이 친 돌직구가 너무 많았기에 현아는 걱정되기 마련이었다....윤아는 멀리서 친구인 현아가 남자 코트로 숨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원래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억을 잃은 뒤로 주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이미지도 현아가 말해준 게 전부였다.그러다 옆에 있던 수현이 주한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9화

    현아는 주한의 돌직구를 당해낼 자신이 없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지금 몇 시예요? 올 때 되지 않았어요?”현아의 화제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주한은 이를 캐묻지 않았다. 그저 팔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10분 남았어요.”“10분이요?”현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턱을 받쳤다. 이렇게 오래 잤을 줄은 몰랐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현아는 외투를 벗어 주한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외투 돌려줄게요. 고마워요...”“괜찮아요.”주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걸치고 있어요.”“그럼 이따 내릴 때 추울 텐데.”“몸이 좋다고 했잖아요.”“나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나도 외투 챙겨 와서 더 입으면 안 예뻐요.”현아는 이렇게 말하며 외투를 주한에게 욱여넣었다.주한은 현아가 잠도 깨고 진심으로 외투를 돌려주는 걸 보자 외투를 받아 입었다.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10분이 필요했지만 내려서 짐도 찾아야 하니 주한과 현아는 차에서 15분을 더 기다리다가 내렸다.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현아는 너무 추워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주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몸 좋다면서 이렇게 떨어요?”현아가 말했다.“내가 언제 떨었다 그래요?”현아가 고집을 부리며 반박하는데 주한이 다시 외투를 벗었고 현아가 얼른 이를 막았다.“벗지 마요. 더 벗으면 화낼 거예요.”이를 들은 주한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현아가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벗지 말라고요!”“춥다면서요?”“그래도 벗지 마요! 벗으면 정말 화낼 거예요.”주한은 그런 현아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갑자기 작은 소리로 웃으며 지퍼를 열었다.“그래요. 안 벗을게요. 대신 들어와서 몸 좀 녹일래요?”현아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마 주한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대표님...”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들어와서 숨든지 아니면 내가 벗어서 주든지, 하나만 선택해요.”한참 생각하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8화

    현아의 말에 주한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나 먼저 들어가고 현아 씨 여기 혼자 남겨두라고요?”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현아 씨, 나는 지금 현아 씨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이에요. 잊은 거 아니죠?”현아가 입술을 앙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이럴 때일수록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잘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너무 대표님 시간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주한은 이렇게 말하더니 외투를 벗어 현아에게 건네주었다. 현아가 손에 들린 외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주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왜, 왜요?”“걸쳐요.”주한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한 시간이나 더 있으니까 일단 눈 좀 붙여요.”“졸리지는 않는데...”“그럼 눈 감고 명상하든지.”주한은 마치 반장처럼 그녀를 챙겨줬다.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한은 혼자 자랐으니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한이 사람을 챙기는 방법은 어딘가 강압적이었다.현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붉힌 채 주한이 건네준 외투를 주섬주섬 몸에 걸치고는 자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눈을 떴다.“옷을 이렇게 다 주면 대표님은 어떡해요? 안 추워요?”“나는 몸이 워낙 좋아서.”주한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아, 네.”현아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겼던 현아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창밖의 어둠은 더 짙어졌고 현아는 아직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깨어나 보니 아직도 조금 추웠고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주한의 외투 속으로 점점 숨어들었다. 외투를 받았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자다가 추워서 깼을 것이다.하지만 현아는 이내 뭔가 생각났다. 자기는 외투를 입고 있어서 따듯한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