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는 정신을 차린 후.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아직도 수현의 목을 끌어안고 있는 것을 발견하자 그녀는 뭔가 떠오른 듯 손을 내려놓았다.하지만 움직이자마자 수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안고 있어.”심윤아: “...”사실 듣고 싶지 않았다.수현은 그녀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윤아가 손을 놓으려 할 때 그도 그녀를 안고 있던 손의 힘을 살짝 풀었다.반사적으로 윤아는 다시 수현의 목을 끌어안았다.유연하고 하얀 손목이 그의 목을 두르자 선명한 비교가 섰다.자신이 뭘 했는지 의식한 윤아는 안색이 급변했다.그러나 윤아의 부드러운 피부가 느껴진 수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떨어지지 않게 꽉 잡아.”윤아는 이번엔 손을 놀지 않았다. 하지만 깊은 사색에 잠기면서 가끔 고개를 들어 수현을 보았다.그녀를 안고 있는 수현은 걸을 때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았고 호흡이나 걸음걸이도 아주 안정적이었다.이 각도로 보았을 땐 수현의 매끄럽고 정교한 턱선도 보였다. 그리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얇은 입술도 눈에 들어왔다.알다가도 모르겠다.오늘 그가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았을 때, 아니 더 일찍 이미 그에게 감정이 뚝 떨어졌다고 하면 지금의 수현아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다.곧 이혼할 사이에 이렇게 사람 마음을 간지럽히는 일을 왜 하는지, 도무지 이해 가지 않았다.성민은 물건을 가지고 뒤에서 따라가면서 수현이 윤아를 안고 가는 장면을 보며 얼굴에 웃음을 금치 못했다.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대표님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불러 물건을 들게 하고는 윤아를 안고 나오는 수현을 보니 성민은 앞으로 수현이 소영과 깔끔히 끝내기를 바랐다.미래 진 씨 그룹의 안주인이 바뀌기를 원하지 않았다.성민은 물건을 차에 놓고 수현이 윤아를 안고 차에 올라타는 것을 보고는 손을 흔들어 작별했다.돌아가는 길.차에 에어컨을 켰기 때문에 온도는 실외보다 많이 높았다. 윤아는 수현의 코트를 걸치고 조용히 앉아있었다.차에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
여기까지 듣자, 윤아는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어쩐지 그가 오늘 선우 앞에서 이상하게 행동했더라니, 그녀가 선우를 좋아한다고 오해했었다.그렇구나...그녀에게 작업 건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김칫국 마신 거였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눈을 질끈 감고 사정없이 쏘아붙였다.“날 구해준 건 맞지만 고마운 마음 외엔 다른 감정 없어. 수현 씨도 걱정할 필요 없어. 수현 씨 같은 경우는 적은 편이니까.”이 말이 끝나자, 차 안은 순간 조용해졌다.윤아는 설마 너무 심하게 말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도 자신과 선우 사이를 헛다리 짚었는데 이 정도로 말해도 별문제 될 건 없었다.그가 화내든 말든 그녀와는 상관이 없었다.어차피 선월이 수술도 다 받았겠다, 그러니 더 이상 꺼릴 게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수현은 돌아가는 길 내내 화를 내고 있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현은 윤아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주차한 후 윤아는 서둘러 차에서 내리지 않고 물었다.“할머님 지금 어떠셔?”한참 동안 조용히 있다가 입을 연 수현.“괜찮아.”“그런 다행이다. 어느 정도 지켜봐야 해?”“48시간.”이 숫자가 나온 후, 둘은 한동안 침묵했다.이때 모두 그 일을 떠올린 것이다.“그럼...”윤아는 수현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48시간이면 너무 빠듯하니까 사흘 후면 어때?”이 말이 끝나자 수현은 그녀를 보았다.그다지 밝지 않은 차에서 윤아는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창백한 입술은 윤아에게 병약미를 가져다주었다.수현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의 품에서 다정하게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있었다. 지금도 그의 코트를 걸친 채 이혼 신고할 날짜를 상의하고 있다.응당 동의해야 했다.이미 오래전 약속한 일이었으니까. 선월의 수술이 끝나기만 하면 이 쇼윈도 결혼을 끝내자고 말이다.하지만 지금은 이유 모를 감정이 마음속에서 점점 커지고 있었다. 마치 이혼하지 말라는 소리가 귓가에서 들리는 것만 같았다.이혼하기만 하면 그는 윤아를 완전
심장 부근이 순간 저려나면서 손끝까지 퍼져갔다.수현은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내면서 손으로 자기 가슴 부근을 눌렀다.그의 고통스러운 신음을 듣자, 윤아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순간, 수현이 창백한 얼굴로 핸들에 기대있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알고 지내면서 수현은 늘 건강했고 별로 아픈 적도 없었다.처음이었다. 안색이 이렇게 안 좋은 것은.그래서 윤아는 깜짝 놀라 손을 뻗어 수현을 부축했다.“왜 그래? 어디 아파?”저릿한 아픔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윤아가 다가올 때 통증이 오히려 더 심해졌고 마음속의 공허함도 점차 확대되었다.하지만 윤아의 하얗고 작은 얼굴에 새긴 걱정을 보니 이 공허함은 또 다른 감정에 의해 천천히 차고 있었다.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마에는 계속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는데 보기만 해도 아주 괴로운 모습이었다. 윤아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핸드폰을 찾으며 말했다.“구급차 부를게.”하지만 핸드폰을 만지기도 전에 그녀의 손목은 수현의 큰 손에 의해 단단히 잡혀 버렸다.그의 손바닥은 매우 뜨거웠고 힘셌는데 마치 불덩이처럼 그녀의 피부에 닿았다.수현은 윤아의 손목을 꽉 붙잡더니 갑자기 그녀에게로 몸을 가까이했다.윤아는 깜짝 놀랐다. 그가 너무 아파서 그녀 쪽으로 쓰러지는 줄 알고 재빨리 손을 뻗어 그를 부축했다.하지만 수현은 그녀의 입술과 조금의 거리가 남은 곳에서 멈추었다.어두컴컴한 환경 속에서 그녀는 수현의 그윽한 눈동자를 보았다.계속 통증을 느끼는지 그의 호흡은 매우 혼란했다.하지만 그래도 수현은 윤아의 손을 꽉 붙잡으며 그의 가슴 결에 가져가서 꽉 눌렀다. 마치 이렇게 하면 통증이 나아질 것처럼 말이다.윤아는 고개를 숙여 자신이 손이 닿은 곳을 한눈 보았다. 수현의 심장 부근이었다.그녀는 심지어 수현의 심장이 거세차게 율동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이러는 수현은...한 번도 보지 못했다.“도대체 왜 그래?”고통스러워 보이는데, 왜 또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건지 도무지 이해
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 기대있었다. 아까 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워한 그는 지금 어두컴컴한 환경 속에서 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윤아도 지금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잘 몰랐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까 수현의 모습에 꽤 놀랐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이토록 고통스러워한 적은 처음이었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수현을 훑어보았다.“너 도대체 왜 이래? 설마 불치병이라도 걸린 건 아니지?”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수현은 머리를 들고는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윤아를 보았다.“불치병?”그는 피식 웃었다.“왜, 내가 빨리 죽기를 바라는 거야?”“그러면 왜 병원에 안 가?”분명 아파 보였는데 병원은 또 가기 싫단다. 본인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안 드나?그의 대답을 듣지 못한 윤아는 계속 물어보려고 했지만, 이때 수현이 갑자기 차 문을 열고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가자.”더 말하려고 했지만, 지친 표정으로 한마디도 하기 싫다는 그의 모습을 보니 순간 하기 싫어졌다.하긴, 수현에게 정말 어떤 병세가 있다고 해도 그건 곧 이혼할 아내가 걱정할 게 아니었다.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마음을 굳히고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는 안전띠를 열고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잠깐만.”그러나 이때 수현이 그녀를 불렀다.이 말을 듣자, 윤아는 고개를 돌렸다.설마 후회했나, 병원에 가겠다고?수현은 차 키를 빼고는 차갑게 말했다.“데려다줄게.”말을 마치고 그는 차 문을 열고 나왔다.수현이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는 윤아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차에서 내린 후, 수현은 윤아 쪽으로 가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윤아를 도와 차 문을 닫은 후, 수현은 몸을 굽혀 윤아를 훌쩍 들어서 안았다.“됐어.”윤아는 무의식적으로 거절했다.“뭘 됐다고 하는데.”수현은 윤아를 힐끔 보더니 거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오늘 그런 일을 겪고도 혼자 올라 갈 수 있어?”윤아는 몇 걸음밖에 되지 않는데 당연히 혼자 올라
이 말을 끝낸 후, 수현은 속으로 또 한마디를 조용히 읊었다.‘앞으로 다른 사람이 널 다치게 하는 일은 없을 거야.’하지만 윤아는 수현의 말을 들은 후, 오히려 담담하게 웃었다.“괜찮아. 너도 사람을 찾으려고 그랬던 거잖아. 만약 내가 너였어도 그랬을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이 말에 수현은 쓴웃음을 흘렸다,뭐라고 해야 할까?그의 아내는 참 속이 넓은 사람이었다. 이런 때마저 그가 난감하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걸 보니.하지만 그녀의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는 다른 것을 설명하기도 한다...“됐어. 나도 이제 쉴 거니까 수현 씨도 빨리 쉬어.”계속 이렇게 있다간 두 사람이 나누는 화젯거리가 더 어색해질 거 같아 윤아는 빨리 말을 돌렸다.쉬겠다고 말하는 윤아를 보자 수현은 더 말을 잇지 않았다.“그래, 너 먼저 쉬어. 난 나갔다 올게.”윤아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응. 조심해서 다녀와.”저택을 떠나서 다시 차에 앉았을 때 수현의 눈빛은 더는 숨김이 없었다.가슴 속엔 무언가가 꼭 막혀 있는 것 같았다.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는 담담한 느낌이었다.분명 이렇게 큰일이 벌어졌는데 담담하고 부드럽게 그와 대화하는 윤아. 마치 그에게 아무 원망도 없는 듯 그녀를 지키지 못한 그에게 변명까지 만들어주는 윤아.수현은 윤아가 오히려 예전처럼 자신에게 화라도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따지기를 원했다. 왜 하필 이때 나갔냐고 원망이라도 했으면 좋겠다.하지만 그녀는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을 것 같았다.두 사람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한편, 수현이 간 후 소영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벌어진 일과 수현이 자신과 주연이 이 일을 저질렀다고 의심한 것을 알려주었다.오래전, 소영이 수현을 구해줘 진씨 집안의 은인으로 되었을 때부터 강씨 집안은 진 씨네에서 얼마나 많은 비즈니스 혜택을 받았는지 모른다.전에 어렵게 일궈 세운 강 씨네는 어느 순간부터 더 발전하지 못했다. 이 일로 소영의 아버지는 늘 골머
하루라도 생명의 은인인 이상 섭섭하게 대하지 않을 거라고?그건 맞는 말이었다. 진씨 집안 사람들은 이 점을 매우 중히 여겼다. 그렇지 않으면 강씨 집안이 이렇게 이른 시일 내로 크게 발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소영은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어느 날 수현이 자신이 아닌 심윤아가 진정한 생명의 은인이라는 것을 발견하면 어떻게 될까 하고 말이다.그의 성격대로면 아마 그녀를 죽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가능성을 생각하니 등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다행히도 그때 윤아와 그녀 외 다른 목격자가 없었다. 만약 제삼자가 이 일을 알게 되었다면 그녀는 정말 끝장이었다.“이렇게 하자꾸나. 네가 말한 그 두 사람은 이 아비에게 맡기거라. 넌 다른 걱정 하지 말고 진수현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돼.”잘 보인다는 말에 소영은 조금 기분이 좋지 않았다.“아빠, 잘 보인다니요. 저랑 수현 씨는 평등한 관계예요. 전 평소에 수현 씨에게 잘 보여서 몸값을 올리려는 여자들과 다르다고요!”“그래, 그래. 우리 소영이가 이렇게나 예쁘고 완벽한데 진수현이 좋아해도 모자라지.”이렇게 말하면서 학철은 소영의 이마에 난 상처를 보았다.“네 이마에 난 상처 말이다. 소영아, 여자는 흉터가 없는 게 나아. 남자들은 보통 얼굴을 본단다. 만약 못생겨지기라도 하면 남자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어.”이마에 난 상처를 생각하니 소영은 또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했다.“알겠어요, 아빠. 이제 방법을 찾아서 없앨게요.”“그래, 먼저 쉬어. 진수현 잘 달래는 거 잊지 말고. 남자는 보통 애교에 푹 빠져요. 만약 계속 화내면 좋은 수를 생각해서 꼭 달래야 한다. 알겠지?”-선월은 수술을 끝낸 지 48시간 후, 드디어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곁에서 지키고 있던 진 씨네 식구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윤아는 집에서 하루 동안 쉰 후, 다리가 전처럼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병원에 가려고 했을 때 수현은 허락하지 않았다.그리고 다쳤다는 소식을 들은 수현의 부모님도 꼭 집에서
병원에 도착한 후, 잘 회복된 선월을 보자 윤아는 너무 기뻤다. 그녀는 계속 선월의 곁에서 함께 있었다.선월은 열몇 살짜리 어린 여자애처럼 기뻐하는 윤아를 보자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할머님, 목 안 마르세요? 상처는요? 아프지 않으세요? 드시고 싶은 거는요? 아니면 조금 더 주무실래요? 어, 만약 잠이 오지 않으신다면 제가 이야기라도 해드릴까요?”너무 흥분한 윤아는 지금 자기 말이 모순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하지만 선월은 그녀에게 알리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잠이 오지 않는단다. 우리 윤아가 이야기 해주겠다니 들으면서 잘까?”그러자 윤아는 선월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선월은 흥미진진하게 들으면서 입가에 자상한 웃음을 머금었다.곁에 있던 선희는 윤아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면서 참지 못하고 그녀를 훑어보았다. 보면 볼수록 이 며느리가 마음에 들었다.자신이었다면 이런 인내심으로 선월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아무런 참조물이 없는 상태에서 이토록 조리 있게 말하는 것 말이다.결국, 윤아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으며 선월은 잠이 들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윤아는 이야기를 멈추었다.선월의 병상 변두리에 앉으려고 했을 때 선희는 윤아를 향해 손을 저었는데 마치 할 말이 있어 보였다.윤아는 그녀와 함께 병실에 있는 베란다에 갔다.선희는 유리문을 닫으면서 소리가 병실에 흐르지 못하게 막아놓았다. 그러고는 윤아를 가볍게 끌고 의자에 앉았다.“다리는 좀 어때? 아까 걸을 때 거의 다 나은 것 같던데. 그래?”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많이 나았어요.”“그럼 다행이고. 만약 계속 불편하면 무리하지 말고 앉아서 쉬어.”“그럴게요.”“아, 맞다. 이거.”선희는 갑자기 자기 가방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 윤아에게 건넸다. 윤아는 이 카드를 보자 놀라서 멈칫했다.“어머님?”“윤아 너에게 주는 용돈이야.”선희는 조용히 말했다.“아, 됐어요.”윤아는 무의식적으로 거절하고는 카드를 도로 선희 쪽으
아무튼 그건 아마 많은 남자가 좋아하고 또 가슴 아파하는 모습이었을 것이다.하지만 눈앞에 있는 윤아를 보니 선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좋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너무 강해 보이려고 애쓰는 게 알렸다. 혼자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니까 말이다.소영은 또...같은 여자로서 그녀가 수현에게 마음을 품었다는 것쯤은 쉽게 보아낼 수 있었다.그러나 진씨 집안의 은인인 그녀에게 함부로 대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선희는 겉으로는 예의를 갖춰 대했다.하지만 이런 예의는 손님에 대한 것일 뿐이었다.만약 소영이 윤아의 자리를 탐낸다면 엄마인 그녀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너무 소박하게 입었다고?’사실 선희가 귀국하기 전 윤아의 옷차림은 소박하지 않았다.그녀는 늘 예쁜 것을 좋아했고 심씨 집안이 부도나기 전 그녀의 옷이며 액세서리며 가방은 모두 그 시즌의 최신상이었다. 그리고 브랜드들이 아주 선호하는 VIP 고객이기도 했다. 그래서 매년 특별한 선물을 받았고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라는 초청을 많이 받기도 했다.하지만 집안이 망한 후, 윤아는 그런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수현이 돈을 준다 해도 마찬가지였다.윤아는 눈을 내리깔면서 더는 생각하지 않았다.돈은 역시 자기 집의 것을 쓰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했다. 수현과 쇼윈도로 가짜 결혼까지 한 마당에 계속 그의 돈을 쓰는 건 조금 불편했다.하지만 겉으로 윤아는 웃으며 받았다.“알겠어요. 이제 시간 날 때 옷 몇 벌 더 살게요. 고마워요, 어머님.”이렇게 말한 후, 더는 거절하지 않고 카드를 넣어두었다.이제 이혼한 후, 수현더러 선희에게 돌려주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하니 윤아는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아, 맞다...”윤아에게 용돈을 준 선희는 이렇게 윤아를 돌려보내려 하지 않고 그녀가 카드를 받는 것을 본 후 그날 일을 물어보았다.“그날, 선우가 널 구했니?”그날 일을 떠올리며 윤아는 고개를 끄떡였다.“네.”“참 다행이구나. 선우가 정말 신경 썼어. 그날 네 할머니가 수술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