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윤아는 날짜가 이렇게 빨리 잡힐 줄은 몰랐다.고작 이틀이 지나자, 선희는 윤아를 잡으며 기쁘게 말했다.“윤아야, 우리 내일 검사 받을까?”갑자기 이런 날벼락을 듣자, 윤아는 깜짝 놀랐다.“어머님, 왜 갑자기 앞당기셨어요? 할머님께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린다고 하셨잖아요.”선희는 그저 웃으며 말했다.“요즘 너희 할머니께서 회복이 꽤 잘되신 것 같아. 의사 선생님도 할머니 상태가 아주 좋다고 하셨고 게다가 요 며칠 아주 대단하신 의사 선생님이 오신다는 소리를 들었지 뭐니. 아마 며칠 동안 이 병원에 계실 거야. 그러니까 이 틈에 검사를 받고 그 선생님께서 보여 드리자.”여기까지 듣자 윤아는 드디어 선희가 왜 검사를 앞당겼는지 알 것 같았다.어쩔 수 없이 그녀는 머리를 굴려 머쓱하게 거절했다.“저희는 그저 간단한 검사만 받잖아요. 일반 기계로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평범한 의사 선생님께 보여도 괜찮을 것 같아요.”“네 말도 옳다만 이런 기회가 있을 때 받아보면 좋잖니. 네 할머니께도 이미 말씀드렸어. 두 날 동안 널 데리고 검사 좀 받아보겠다고 하니 금방 허락하셨어.”이 방법이 쓸모가 없다고 여겨 선월을 끌어내려고 했던 윤아: “...”선희가 선월도 설득했을 줄은 몰랐다.너무 빠르잖아!만약 지금 거절한다면 선희는 아마 그녀를 의심할 것이다.같은 여자로서 생각이 비슷할 수가 있으니까.차마 거절할 수 없으니 윤아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로 결심했다.그래서 그날 밤, 윤아는 수현이 회사에서 퇴근하고 병원에 그녀를 데리러 왔을 때 길에서 이 일을 꺼냈다.“할머님께서 요즘 많이 회복되신 것 같아.”이 첫마디에 수현은 윤아의 뜻을 알아챘다.그는 순간 눈썹을 찌푸리고는 윤아의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의 공기가 차가워진 것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왜인지 모르게 윤아의 마음도 함께 무거워졌다.그녀는 어떻게 그에게 이 말을 할지 고민하며 운을 뗐다.이때까지도 좋게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었다.비록 앞으로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수현은 차를 세운 후, 손으로 핸들을 꽉 잡으면서 음흉한 눈빛으로 윤아를 보았다.“날 위해 모든 걸 생각해 주어서 고맙다고 인사해야 할까? 심 공주?”마지막에 이를 악물고 그녀를 불렀다.윤아는 원래 대꾸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말이 입 밖으로 나오니 이렇게 되었다.“고맙다는 말은 필요 없고 가능하다면 우리 내일 법원 가는 건 어때?”이번엔 수현이 침묵했다. 그는 조금 전부터 계속 그녀를 뚫어지게 보면서 시선이 조금도 윤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는데 마치 이글이글 타는 것만 같았다. 자신이 한 말을 들었으면서 아무 대답이 없는 수현을 보니 윤아는 어쩔 바를 몰랐다.지금 그가 뭔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심지어 수현이 이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하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그는 빨리 이혼하며 소영과 결혼하고 싶을 것이다.만약 선월이 아프지만 않았어도 그녀를 기쁘게 하려고 자신과 쇼윈도 결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마 일찍이 소영과 결혼했겠지.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가슴이 시렸다. 그녀는 더는 수현을 보지 않고 고개를 돌려 시선을 앞으로 향했다.“그럼 이렇게 결정한 거로 알고 있을게. 우리 내일 시간 내서 법원 가자.”그녀는 수현의 대답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결정했다.수현의 안색은 썩어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린 후에도 원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차도 길가에 세운 상태로 움직이지도 않았다.차 안의 분위기는 잠시 얼어붙었다.얼마 지났을까. 윤아는 수현이 계속 운전하지 않는 것을 보자 눈썹을 찌푸렸다.설마 오늘 밤 여기에 있을 생각은 아니지?“안 가?”그녀는 물었다.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계속 그녀에게 닿았다.윤아는 수현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됐어. 마음대로 하라고 해.’이렇게 많이 말하니 그녀도 힘들었다.수현이 가지 않으니, 윤아도 갈 수 없었다. 오늘 밤 여기서 지낼 수밖에 없다고 여긴 윤아는 더는 이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무표정으로 차
이튿날.윤아가 잠에서 깨어났을 땐 이미 이튿날 아침 여덟 시였다.그녀는 새하얀 천장과 익숙한 환경을 둘러보며 아래에 있는 부드러운 침대를 진지하게 느껴보면서 드디어 집에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인지했다.잠시 멍해 있다가 이마를 부여잡고 일어났다.지금까지 잘 줄은 몰랐다. 어젯밤에 분명 차에서 잠들었는데 수현이 결국 그녀를 데려왔었다.한참 동안 앉아있다가 핸드폰 메시지를 보았다.수현은 어떤 메시지도 남기지 않았고 채팅 기록은 공백이었다.잠시 고민한 후, 윤아는 수현에게 전화를 걸며 욕실에 씻으러 들어갔다.한참 후, 수현이 전화를 받았고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윤아는 칫솔에 치약을 짜서 입에 가져가려다가 그의 목소리를 듣고 동작을 멈추었다.“어제 한 얘기 말인데, 우리 오늘...”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수현은 서늘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지금 아주 중요한 미팅이 있어. 세 시간 정도 할 거야.”심윤아: “...”그녀는 입술을 꾹 다물고는 화를 간신히 억누르며 말했다.“뒤로 미룰 수 없어? 반 시간 정도 시간 내는 건 가능하지 않아?”하지만 수현은 단칼에 거절했다.“안 돼. 아주 급한 회의거든.”진 씨 그룹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일하지 않았으면 아마 수현의 헛소리를 믿었을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수현은 이렇게 말했다.“미팅하러 갈 거야. 끊어.”그리고 수현은 전화를 끊었고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바쁜 음성을 들으며 윤아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어이가 없었다.역시 어제 그녀의 착각이 아니었다. 정말 이혼하기 싫은 건가? 왜?이런 의혹을 품고 그녀는 빠르게 양치하고 어제 하지 못한 샤워를 했다.그녀가 깔끔히 정리하고 아래층에 내려갔을 때 거실에 있는 선희를 보았다.윤아를 보자마자 선희는 달려갔다.“윤아야, 깼구나.”선희를 보니 윤아는 어제 그녀가 자신을 데리고 병원에 검사받으러 가겠다는 일이 떠올랐다.원래 어젯밤 돌아갈 때 수현과 이혼 얘기를 하면서 만약 그가 동의한다면 오늘
이 말을 듣자, 윤아는 최대한 미소를 지었다.“아니에요. 그날 다리만 다쳤어요. 다른 데는 아무 문제 없어요.”다리를 다친 것도 주연이 발로 차서였다.그리고 그녀를 납치했던 최준태는 놀랍게도 그녀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준태와 주연을 떠올리니 지금 어떻게 됐을지 궁금했다.“아, 어머님. 그날 두 사람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선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난 잘 모르겠어. 하지만 선우가 자신에게 맡기라고 하더구나. 선우는 늘 일 처리가 확실하니 나도 마음이 놓여. 그리고 걱정하지 말렴. 내가 현이 보고 그 일을 제대로 알아보라고 했어. 그러니까 분명 벌을 받을 거야.”“그러니까 지금 이 일은 선우가 맡고 있다는 뜻이세요?”“그럴 거야.”여기까지 떠올린 윤아는 선우와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이제 갈까? 이미 의사 선생님하고 얘기 해뒀어. 오늘 조금 늦을 것 같다고 했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괜찮다고 하셨거든.”말을 마치고 선희는 윤아의 손을 잡았다. 윤아는 정말 거절하고 싶었지만 선희는 이미 그녀를 끌고 밖으로 향했다.결국 윤아는 선희와 함께 병원 입구에 도착했다.그때부터 윤아는 오늘 정말 이대로 들키는 건 아닌지 긴장되기 시작했다.선희는 다른 사람이 아니었다. 만약 임신한 사실을 안다면 무조건 말할 것이다.“어머님, 저 갑자기 생각난 게 있는데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이선희?”놀란 목소리가 두 사람 뒤에서 들려왔다.이 목소리는...윤아는 고개를 돌리고는 온 사람이 누군지 본 후 입술의 혈색이 순간 사라졌다.어떻게 저 사람이...이선희와 조씨 집안 사모님인 임진숙은 듣기 좋게 말해서 친구였다.임진숙은 선희의 아름다운 미모와 뛰어난 능력을 질투했고 선희는 진숙의 오만함과 옹졸함을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늘 겉으로 친구 행세를 하였다.이 모든 건 진씨 집안과 임씨 집안의 사업 합작 때문이었다. 다들 여러 행사에 참여할 때 그래도 체면을 갖추었다.“임진숙?”진숙은 앞으로 몇 걸음 다가가 눈앞의
그녀의 딸이 저지른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임씨 집안 사업이 큰 만큼 그녀 임진숙의 딸은 당연히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자와 결혼해야 했다.제일 처음 진숙이 선희와 가까이 한 이유는 진씨 집안의 유일한 후계자인 수현이 마음에 들어서였다.만약 임씨 집안과 진씨 집안이 사돈으로 맺어진다면 두 집안의 사업은 경쟁자를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할 것이다.진씨 집안 이 큰 배에 임 씨네도 타고 싶었다.하지만 중도에 강씨 집안이 뛰어 들어올 줄 몰랐다.진숙은 겉으로나 속으로나 강 씨네 딸을 아주 미워했었다. 그런데 수현이 윤아와 결혼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그래서 진숙은 또 그런 질투와 원한을 윤아에게 돌렸다.저번에 윤아가 그 병원에 간 것을 보았을 때 진숙은 그녀가 아마 낙태하려는 것을 눈치챘다.진 씨네 와 같은 집안은 정말 수현의 아이라면 일찍이 알려 자신의 지위를 높일 것이다.그런데 윤아는 몰래 작은 병원에 와서 낙태했다.겉으로 보기엔 도도해 보이는 윤아가 남편 몰래 바람피울 줄은 몰랐다.자기 딸이 그런 짓을 하지만 않았어도 정말 윤아의 일을 다 퍼뜨리고 싶었다. 그러나 윤아가 자기 딸을 팔아넘길까 봐 두려웠다.여기까지 생각한 진숙은 입꼬리를 간신히 올리며 말했다.“요즘 몸이 조금 안 좋아서 검사받아보려고.”이 말이 끝나자 조보아가 이쪽으로 걸어왔다.“엄마.”딸의 목소리를 들은 진숙은 안색이 급변했다.“네 딸도 함께 왔네?”선희의 말이 끝나기 전에 진숙은 먼저 입을 열었다.“내가 좀 바빠서 나중에 연락할게.”이 말을 마치고 진숙은 보아를 데리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선희는 원래 더 물어보려고 했으나 두 사람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한참이 지나서야 선희는 윤아에게 말했다.“윤아야, 임진숙 저 여자 조금 이상해 보이지 않니? 많이 긴장한 것 같던데.”하지만 윤아의 답을 듣지 못한 선희는 어쩔 수 없이 윤아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윤아가 고개를 숙인 채 사색에 잠겨있는 모습을 발견했다.“윤아야, 윤아
”윤아야, 윤아야.”선희의 목소리가 또다시 귓가에서 울린다.윤아가 정신을 차렸을 때 선희의 앞에서 딴생각한 게 이미 세 번째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머쓱했고 또 선희에게 미안했다.“죄송해요, 어머님. 오늘은 제가 컨디션이 안 좋아서요, 검사는 안 하면 안 될까요?”아주 직설적으로 말했다.선희는 잠시 멈칫하더니 잠시 고민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정 하기 싫다면 다음 날에 하자꾸나.”“고마워요, 어머님.”윤아는 미소를 지었다.“제가 오늘 다른 일이 있어서요, 지금 처리하러 가봐야겠어요. 조금 있다가 할머님 병실에 갈게요.”선희는 사리에 밝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윤아가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했을 때 금방 허락했다.“그래. 빨리 가봐. 계속 딴생각을 하는 걸 보니 아직 하지 못한 그 일이 마음에 걸린 것 같구나.”이 말을 마치고 선희는 윤아에게 손을 저었다.“가봐. 엄마 도움 필요할 때가 있다면 언제든 말하고.”이 말을 하고 선희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이었다.“네가 할머니를 친엄마처럼 생각하잖아, 그렇다면 나도 친엄마처럼 여겨줬으면 해.”원래 자리를 떠나려고 했던 윤아는 선희가 이런 말을 할 줄 몰랐다. 그녀는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친엄마처럼 여기라고?얼마나 가슴이 울리는 말인가.만약 더 일찍 들었더라면 좋았다. 그렇다면 더 기뻐했겠지.하지만 지금도 늦은 건 아니었다. 적어도 앞으로의 삶에서 이 말을 영원히 기억할 테니까.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갑자기 성큼성큼 나아가 선희를 힘껏 껴안았다.윤아가 이미 간 줄 알았던 선희는 그녀가 갑자기 달려와 자신을 껴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이 포옹에 깊은 감정이 폭발하듯 나오는 것을 느꼈다.왜인지 모르겠지만 선희는 이런 느낌이 조금 이상했다.윤아가 분명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았다. 윤아는 선희를 한참 동안 껴안고 있다가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녀의 얼굴은 너무 수줍은 나머지 빨갛게 달아올랐다.“고마워요, 어머님. 저 이제
선희의 훈계에 수현은 눈썹을 찌푸렸다.하마터면 사실대로 두 사람이 이혼할 거라고 말하려던 수현은 어릴 때 선희가 자신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 이런 말로 숨기고 있던 사실을 털어놓게 했다.그땐 선희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아마 이번에도 그럴지 몰랐다.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검은 눈동자를 빙글빙글 굴렸다. 어머니는 여전히 원래 어머니였어도 그는 이미 어린아이가 아니었다.“속이려던 게 아니었어요. 저희 작은 갈등이 있던 거 아시잖아요.”수현은 뒤로 물러서는 것으로 원하려던 말을 들으려 했다.만약 선희가 정말 이혼 사실을 알았다면 이 말을 한 후 분명 노발대발할 것이다.역시 선희는 이 말을 듣자, 의혹이 담긴 말투로 물었다.“작은 갈등뿐이라고? 지금 두 사람 사이가 이렇게 됐는데 작은 갈등이니? 아니면 너 윤아를 아예 마음에 두지 않고 있어서 이게 작은 갈등으로 여겨지는 거 아니야?”진수현: “...”“엄마가 널 나무란다고 너무 탓하지 마. 넌 너희들 사이의 갈등을 너무 소홀히 대하는 것 같아. 그러다간 이 작은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큰 갈등으로 될 수도 있어.”선희의 말을 들은 수현은 반박하는 대신 계속 침묵했다.“어휴, 됐다. 됐어. 정말 요즘 젊은 애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니까.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마.”이 말을 마치고 선희는 전화를 끊었다.윤아가 검사하지 않자, 선희도 할 일이 없어 선월이 있는 병실에 갔다.-윤아는 떠난 후 임진숙와 조보아의 뒤를 밟았다.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그녀는 지금 딱 한 가지만 하고 싶었다. 조보아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것 말이다.그녀가 진실을 알고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윤아는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들이 왜 이 큰 병원에 왔는지 잘 몰랐다.전에는 들키기 싫어하지 않았던가?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진숙이 보아의 귓가에서 뭐라고 한 뒤 진료실에 들어가는 것을 발견했다.그리고 보아는 밖에서 기다렸다.한참이 지나도 진숙이 나오지 않는 것을 발견한 후, 윤아는 앞으로 걸
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수줍어하던 보아는 순간 표정을 바꿨다. 입술의 혈색도 사라졌고 꽤 창백했다.“뭔, 뭔 얘기요?”보아는 더듬거리며 말했다.윤아는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당연히 인생 얘기지.”조보아: “...”“왜, 싫어?”너무 긴장한 나머지 치마를 잡은 손을 보며 윤아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너무 무섭게 굴었나?”“아, 아니에요. 전 그냥...”“가자.”윤아는 이미 몸을 일으켰다.보아는 아랫입술을 꼭 깨물면서 원래 자리에 앉아 머뭇거리고 있었고 윤아는 이런 보아의 모습을 보자 그녀가 아마 자신이 하려는 말을 눈치챘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서두르지 않고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병원 밖의 거리에 국밥집 하나 있는 거 알아?”이 말에 보아는 잠시 놀라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아요.”윤아는 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보더니 말했다.“거기에서 반 시간 기다릴게. 만약 반 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는다면 갈 거야. 그사이에 잘 생각해봐.”조보아: “...”윤아는 이 말을 마치고 보아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고 병원을 떠났다.보아는 윤아의 뒷모습을 보며 손을 꽉 쥐었는데 손톱이 피부에 박혀 들어갔다.갈까, 안 갈까?윤아는 자신을 존중하는 것 같았다. 만약 찾아가지 않으면 돌아가겠다고 했으니까.“보아야.”이때 진숙이 진료실에서 나와 그녀를 불렀다.보아는 정신을 차리고는 진숙에게 다가가서 물었다.“엄마, 의사 선생님께서 뭐래요?”진숙의 기분은 전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별일 없대. 그저 평소에 근심거리가 너무 많지 않냐고 물었어, 그리고 약을 처방해 주면서 별문제 없다고 하더라.”이 말을 듣자, 보아는 고개를 숙였다.“설마 제 일 때문이에요?”“알면 됐다. 엄마가 요즘 네 일 때문에 입맛도 없어서 살이 많이 빠졌어. 만약 이 엄마가 걱정된다면 엄마 말 듣고 남겨두지 말렴...”여기까지 말한 후 진숙은 갑자기 말을 끊었다.“됐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더니, 다른 사람들 귀에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