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크고 마른 남자는 의아한 듯 심윤아를 바라보며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매우 아름답지만 안면이 있는 사이는 아니다.옆에 있던 성숙한 여자도 심윤아를 보고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경계하는 듯한 얼굴로 키 크고 깡마른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이 여자는 누구야? 또 나 몰래 만나고 다녔어?”그러자 키 크고 깡마른 남자는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에요. 누나. 나 이 여자 몰라요. 왜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거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당신! 당신 대체 누구야?”사실 이 키 크고 깡마른 남자는 성격이 그리 좋지 않다.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옆에서 이런 말을 하자 그는 언성을 높여 화를 내고 싶었지만 상대가 하도 절세미인이라 최대한 참고 있었다. “알고 모르는 게 그리 중요한가요?”심윤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 남자를 노려봤다.“중요한 건 당신은 지금 누군가에게 좋아한다고 말을 하면서 다른 여자와 아이까지 생겼다는 거예요. 도대체 누구에게 진심인 거예요?”그 말을 들은 키 크고 깡마른 남자는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거렸다.“그게... 그게 당신이란 무슨 상관인데?”옆에 있던 그 여자의 안색도 점점 어두워졌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심윤아는 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계속 입을 열었다.“당신의 그 애틋한 척하는 모습이 눈에 거슬릴 뿐이에요.”“당신! 예쁘면 다야? 당신의 그 반반한 얼굴에 내가 손을 못 댈 것 같아?”심윤아의 말에 심기가 크게 불편한 듯 키 크고 깡마른 남자는 격분하는 얼굴로 심윤아를 향해 주먹을 내보였다. 사실 그는 심윤아를 때릴 생각이 없었다. 그저 겁주려고 했을 뿐이다.하지만 그가 막 손을 들어 올리자마자 누군가의 거센 힘이 그를 제압했다. “x 발, 누구야?”키 크고 깡마른 남자가 누군지 보려고 고개를 들자 자기를 쏘아보고 있는 깊고 까만 눈동자의 이선우와 눈이 마주쳤다. 안경 렌즈 뒤로 보이는 이선우의 눈은 마치 깊은 저수지와 같이 으스스한 냉기를 풍겨 저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
“아직도 결벽증이 있는 것 같아?”그 말에 심윤아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방금 심윤아의 손목을 잡은 건 단지 이런 식으로 자기가 결벽증이 없다는 걸 증명한 걸까?외국에 간 지 5년 만에 이선우의 성격은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그 더러운 손 건드리기 싫어서 그런 거야.”이선우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심윤아를 향해 말했다. 듣고 있는 심윤아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진수현이 생각났다.아무 말이 없는 그녀를 보자 이선우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내가 주제넘게 해도 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수현과 강소영의 관계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거야. 너와 결혼한 거에 대해서는...”여기까지 말한 이선우는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너희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옆에서 보면 너도 이런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만약 힘들면 일찍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심윤아는 이선우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지만 그와 있으면 항상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벽 같은 게 느껴져 사생활에 대한 말을 많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선우의 조언에 그녀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겠어.”이선우도 심윤아가 더 말하고 싶어 하지 않음을 느끼고 바로 화제를 돌렸다.“정말 내가 데려다주지 않아도 되겠어?”“응. 먼저 가.”“그래. 그럼 네가 택시 탈 때까지 여기서 같이 있을게.”심윤아도 더 이상 거절하기 미안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차가 오고 심윤아가 차에 막 타려고 할 때 이선우가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QR코드를 들이밀었다.심윤아는 옆으로 힐끗 보더니 그가 들이민 QR코드에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나에게 송금해 준다고 하지 않았어?”그제서야 심윤아는 알겠다는 듯 얼른 핸드폰을 꺼내 그가 내민 코드를 스캔했다.그러나 스캔 후에 나온 것은 송금화면이 나온 게 아니라 친구 추가 화면이었다. 이선우는 따뜻한 눈길로 그녀
그날 밤, 심윤아와 진수현은 진 선생이 한 말을 김선월에 전했다.김선월은 그동안 집에서 잘 쉬었는지 안색도 요양원에 있을 때보다 훨씬 좋았고 혈기가 왕성해 보였다.두 사람이 함께 와서 자기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도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이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내일 검사받으러 가자. 알겠어.”김선월이 지금 기분이 좋은 이유는 아마 요즘 바깥 공기를 많이 쐬다 보니 너무 즐거워 빨리 수술하고 빨리 낫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 모습에 심윤아도 뿌듯한 얼굴로 물었다.“할머니,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응. 좋아.”김선월은 심윤아의 손을 잡고 감격에 겨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나는 계속 요양원에만 있을 줄 알았는데 수술 전에 다시 나와 바깥세상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아. 이제 수술대에서 죽어도 여한이 없어.”김선월의 기분 좋은 모습에 심윤아는 처음에 같이 기뻐했지만 이 한 마디에 심윤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할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그러나 김선월의 눈에는 슬픈 기색이 전혀 없었고 옆에 있는 진수현을 바라보고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진수현이 무거운 얼굴로 그녀 옆으로 다가갔다.“할머니, 그런 불길한 말은 하지 마세요. 수술은 꼭 잘 될 거예요. 앞으로 우리와 같이 여행도 다니면서 바깥 구경해요.”“불길한 말이 아니야. 이 할머니도 당연히 수술이 잘 되길 바라지만 모든 일에는 의외라는 것도 있으니.”진수현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고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그런 일은 절대 없어요.”“됐다. 됐어.”김선월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어쨌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이 할머니 때문에 너무 슬퍼하거나 싸우지 말고 잘 지내야 해. 그리고 수현아. 네가 남자니까 윤아에게 많이 양보해야 해. 여자가 제일 힘들어. 알겠지?”뚝!심윤아의 눈물은 예고도 없이 아래로 흘러내렸다. 심윤아가 때마침 김선월의 옆에 기대어 있어 그녀의 하염없는 눈물이 그대로 김선월의 손등에 떨어졌다.“윤아야..
“그래. 그래. 알았어.”김선월은 순간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 심윤아를 위로했다.“이 할머니가 약속할게. 불길한 소리 하지 않을게. 울지 마. 아가야.”결국 김선월은 간신히 심윤아를 달랬고 그제서야 그녀도 점차 감정을 추스르고는 내일 아침 다시 찾아뵙겠다는 인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가기 전 김선월은 그녀의 뒤통수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알았어. 빨리 자고 내일 보자.”심윤아가 방을 나간 후 김선월은 진수현을 한 번 흘겨보았다.“요즘 계속 싸우니?”진수현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윤아가 농담한 말인데 그걸 믿으세요?”“내가 정말 늙어서 눈이 침침해 너의 두 사람 사이의 문제를 모른다고 생각해?”“무슨 문제요?”“흥.”김선월은 차가운 얼굴로 콧방귀를 꼈다.“무슨 문제인지는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진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소영 때문이야?”김선월의 갑작스러운 한 마디에 진수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강소영이 너의 목숨을 구해서 너에게 특별한 건 알아.”진수현은 그 말에 부인하려는 듯 입을 벌리며 말하려 하자 김선월이 먼저 일을 열었다.“아니라고 말하기 전에 잘 생각해 봐. 이 할머니 눈은 못 속여. 너 예전에 윤아와 사이가 얼마나 좋았어? 그러나 지금은? 자꾸 이상한 일들이 생기잖아.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전에는 그저 너희들이 사소한 문제로 다툰다고 생각했어. 적어도 그 강소영이라는 여자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야.”여기까지 말한 김선월은 잠시 멈칫하다가 한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우리가 요양원에서 돌아온 그날 밤도 강소영이 너를 찾아왔지?”진수현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진씨 집안으로 시집온 여자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기에 절대 그들의 눈썰미를 속일 수 없다.자신의 손자가 계속 침묵하는 것을 본 김선월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역시 내가 짐작한 대로야. 왜? 그 여자가 너의 목숨 구한 것 때문에? 그래서 너와 어떻게 해보려는 거야? 그 여자 혼자 망상하는 거야
고석훈은 사람들을 지나쳐 바텐더 쪽으로 더듬더듬 걸어갔다.그 뒤에는 김양훈이 뒤따랐다.한밤중에 두 사람은 또다시 진수현에게 불려 나왔다.그들은 찾아갔을 때 만취한 진수현을 마주칠 줄 알았는데, 웬 걸 진수현은 단정한옷차림에 정신이 또렷하게 앉아있었다.그 앞에 있는 술은 한 모금도 건드리지 않았다.“뭐야? 우리를 부른 이유가 술 마시려는 게 아니었어?”고석훈은 의아했다.그가 앞으로 나가 진수현에게 인사했다.“야, 너 웬일이야? 지금까지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니?”익숙한 목소리에 진수현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는 고석훈이 뜻밖에도 김양훈과 함께 왔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너 왜 얘도 데리고 왔어?’라는 눈빛으로 김양훈에게 물었다.진수현의 눈빛을 알아챈 김양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어떻게 된 일인지 눈치챘다.보아하니 오늘 밤, 진수현은 김양훈 한 사람만 부른 것 같다. 하지만 김양훈은 그걸몰랐기 때문에 고석훈도 함께 불렀다.그래도 이미 왔으니 어쩔 수 없었다. 진수현과 김양훈은 서로 척하면 척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석훈은 자리에 앉더니 술을 마시기 시작하며 진수현에게 말했다. “지난번에 술집에 와서 취하게 된 건 윤아 씨 때문이지? 이번에는 왜, 설마 또 윤아 씨 때문이야?”심윤아라는 이름을 듣자 진수현은 마음이 울적할 뿐 아무 말하지 않았다.“너희 둘 전까지 잘 지내지 않았어? 왜 갑자기 이렇게 됐어? 소영이가 돌아왔으니 윤아 씨도 이젠 자리를 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지난번 이선우의 환송회에서 윤아 씨가 소영이를 밀어서 다쳤다고 들었어. 그리고 흉터가 남는다고 하던데? 수현아, 너 윤아 씨 눈 감아주면 안 돼. 비록 너희가 어릴 적부터 소꿉친구라고 해도 윤아 씨가 소영이를 다치게 해서는 안 되지.”강소영은 고석훈에게 있어서 여신 같은 존재였다.환송회에 관한 일을 들은 후, 그는 심윤아에게 불만이 생겼고 지금 심윤아에 대해 말할수록 불만만 깊어졌다.말을 다 끝마쳤는데도 아직 만족스럽지 못해 한마
김양훈은 중얼거리다가 강소영이 스스로 넘어진 거라고 말하지 않고 고석훈에게 물어봤다.“그럼 내가 물어볼게. 넌 무슨 근거로 윤아 씨가 강소영을 밀었다고 생각해? 그저 윤아 씨가 강소영과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이야?”“소영이와 가까운 것도 있고 다른 하나는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고석훈이 대답했다.“다들 그렇게 말하면 진실이 그런 거야?”“그... 모두가 그렇게 말하는데, 이게 진실이 아니라면 무엇이 진실인데?”고석훈은 김양훈을 바라보며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김양훈, 난 정말 이해가 안 가. 왜 매번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윤아 씨의 편을 드는 거야?”“내가 윤아 씨의 편을 드는 걸까? 아니면 네가 너무 지나치게 강소영의 편을 드는 걸까?”마침 술집 종업원이 술을 들고나왔고, 김양훈은 그중 한 잔을 들고 가볍게 흔들었다. 술은 바텐더의 불빛을 받아 현란하게 변했다.“사람의 주관적인 의식이 항상 같은 생각에 물들면 다른 가능성을 소홀하기 쉬워.”잠자코 있던 진수현은 말을 듣고 동공이 움츠러들었다.고석훈은 이상하다는 듯 김양훈을 응시했다.“뭐야, 너 지금 이렇게 학문이 깊어졌어? 주관적인 의식이라니.”김양훈은 살짝 고개를 틀더니 싱긋 웃었다. “넌 강소영을 네 여신이라고 대하는데 걔가 다른 사람을 모함하는 일을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있어?”고석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그건 불가능해, 소영이처럼 착한 사람이 어떻게 남을 모함하는 일을 할 수 있겠어?”“이게 너의 주관적인 의식이야. 왜냐하면 넌 강소영을 편애하니까. 넌 항상 강소영이 고상하고 나쁜 일을 저지르지 않으며 심지어 실수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리고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소식이 있으면 모두 다른 사람의 문제고, 네 인상에서 그녀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녀를 대신해서 누명을 쓰게 되지.”“내가 언제 그렇게 생각했어?”“그럼 아니야?”김양훈은 평온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물론 아니지!”고석훈은 약간 격앙된 표정으로 부인하였다.“김양훈
고석훈은 씩씩거리며 떠났다.바텐더에는 두 사람만 남았다.김양훈은 진수현을 한번 힐끗 보았다. 그가 아직 자신의 생각에 잠겨 있는 걸 보고 서둘러 입을 열지 않았다.잠시 후, 진수현은 조용히 그에게 물었다.“방금 한 말, 무슨 뜻이야?”김양훈은 웃으며 말했다.“네 마음속에 답안이 있잖아. 아니야?”말을 들은 진수현은 고개를 들어 음울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무슨 답안?”“진수현, 내가 지난번에도 여기서 너에게 물어봤어.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너는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니?”진수현은 멍해졌다. 알고 보니 김양훈도 물어봤었다.어쩐지 저녁에 할머니가 물었을 때 귀에 익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지난번 김양훈이 말했을 때 그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고 그 말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진수현이 말을 하지 않자 김양훈은 가볍게 탄식했다.“너는 어릴 적부터 윤아 씨와 함께 자랐으니 윤아 씨를 잘 알고 있지. 윤아 씨의 어떤 모습이든 너는 거의 다 옆에서 보았어. 내 기억이 맞다면 심씨 집안이 파산했을 때 넌 그 일을 듣고 가장 빨리 달려갔어. 안 그래?”“맞아.”진수현은 부인할 수 없었다.맨 처음 그는 이 일을 몰랐고, 그가 소식을 들은 후 바로 하고 있던 모든 일을 제쳐두고 서둘러 달려갔다.그 일이 생각나니 김양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듣기론 넌 그때 큰 비즈니스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 네가 당시 그 큰 비즈니스 사업을 마치고 이틀 후에 달려가도 늦지 않았어. 그런데 넌 왜 모든 걸 제쳐두고 그날 바로 달려갔는데?”“그건 당연히...”머릿속으로는 할 말이 다 생각나지만 입 밖으로 꺼내자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윤아 씨가 걱정돼서 지. 맞지?” 김양훈은 그를 대신해 뒷말을 해주었다.맞다. 걱정이었다. 그는 확실히 소식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윤아 씨를 위해 억대의 사업도 포기했는데 넌 너희 둘이 어떤 관계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어? 평범한 소
‘악몽 꿨나?’진수현은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고 손은 의식적으로 심윤아의 미간에 떨어져 그녀의 찡그린 미간을 펴주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술집에 오래 있었고 오기 전에 또 술을 만져 지금 손이 차가운 것을 완전히 잊어버렸다.그의 손끝이 심윤아의 미간에 닿았을 때 심윤아는 차가운 손에 그대로 잠에서 깼다.두 사람은 그렇게 눈빛이 마주쳤다.잠에서 막 깨어난 심윤아는 아직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고 무드등의 불빛 덕분에 서늘한 눈매에 온기가 더해져서 진수현을 바라보았다.그의 차가운 손끝은 아직도 심윤아의 미간에 대고 있었다.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린 심윤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고 뒤로 피하며 몸을 일으켜 앉아 그를 경계하며 바라보았다.“너 뭐 하려는 거야?”그녀의 경계하는 모습에 진수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내가 뭘 할 수 있는데? 왜 지금 이렇게 나를 경계하는 거지?”그의 말에 심윤아도 방금 자신의 반응이 과한 것을 느꼈다.그녀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했다.“아니.”부부가 아니라고 해도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람이 자신에게 무슨 나쁜 마음을 가질 수 있겠는가?그때 심윤아의 턱이 갑자기 진수현의 차가운 손바닥에 잡혀 그녀의 머리를 돌렸다. 진수현의 검은 눈동자에 으스스한 기운이 감돌았다. “아니라면 왜 날 못 보는데?”말을 하며 진수현은 몸을 숙이고 그녀에게 다가갔고, 온몸의 차가운 기운이 빠르게 그녀를 감쌌다.심윤아는 벗어나려고 애를 썼지만 벗어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손을 양쪽으로 벌리고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너무 가까워서 진수현은 그녀의 은은한 향기까지 맡을 수 있었다.이 향에 그를 약간 움칫했고 목젖은 자신도 모르게 위아래로 움직이며 눈빛에 욕망이 드러났다.“진수현, 한밤중에 대체 뭘 하려는 거야? 너 안 자? 내일 아침에 할머니를 모시고 가서 검사하는 거 잊지 마.”그녀가 말을 할 때마다 그 선홍색의 작은 입술이 진수현의 앞에서 움직였다. 그러자진수현은 갑자기 자신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