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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아무것도 아니야.”

심윤아가 진수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난 그냥 네 입장에서 생각해 봤을 뿐이야. 그러니까 네가 왜 나한테 죄를 뒤집어씌웠는지 이해가 되더라고. 넌 소영 씨를 아끼니까 당연히 소영 씨를 이해할 수 있겠지.”

심윤아가 이런 말을 할 때, 진수현은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

“그래서?”

진수현이 이를 악물었다. 그의 눈빛은 독기가 서려 있었다.

“내 말은, 네가 소영 씨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심윤아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러더니 또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봤는데, 만약 내가 너라면 나도 그렇게 했을 거야.”

심윤아는 누군가에 의해 목숨을 건진 적이 없었고, 진수현이 겪었던 그런 절망도 겪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해 볼 수는 있었다. 비록 진수현 마음의 10분의 1 정도밖에 공감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당장이라도 질식해 죽을 것 같은 그 순간, 누군가 당신에게 구원의 손을 뻗는다는 건 오랜 가뭄에 단비처럼, 어두운 밤에 비치는 한 줄기의 빛과 같았을 것이다. 그러니 마음이 흔들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진수현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도 그렇게 할 거라고? 넌 이미 내가 너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거라고 확신하는 거야?”

심윤아는 눈을 내리깔았다. 위로 예쁘게 말려 올라간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심윤아는 이미 어젯밤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사실 진작 알아차렸어야 했다. 만약 어제까지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면, 오늘부턴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오늘 하루 종일 쇼핑한 심윤아는 마음이 편안하다고 느껴졌다.

지금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은 단 한 가지였다.

할머니가 수술을 마치면 진수현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래?”

진수현이 입꼬리를 내리며 심윤아가 새로 산 옷을 훑어보았다. 그의 눈빛이 점차 어두워졌다.

“중요하지 않으면, 그만하자.”

‘그만하자.’

‘그만하지 않으면 또 어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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